[199호 사설] 청소노동자들의 작은 그림자

지난 3월, 본관 앞에서 청소노동자들의 시위 광경이 벌어졌다. ‘ 비정규직 철폐! 직접고용 쟁취!’라는 문구가 적힌 빨간색 조끼를 입은 청소노동자들의 모습이었다. 이는 작년 11월부터 이어져온 청소노동자와 학교 간 갈등의 연장선으로 개강 후에는 파업 결의대회까지 이어졌다. 청소노동자들의 구체적인 시위 목적은 임금인상 수준 협상과 위탁고용을 직접고용으로 전환하는 것, 그리고 열악한 근무환경 개선 등 최소한의 인권보장을 바탕으로 한 요청이었다. 우리 학교뿐만 아니라 다른 대학에서도 청소노동자들이 의견을 관철하기 위해 교내 옥상 건물을 점거하고, 총장실에서 농성을 벌이는 등 다양한 형태로 상당수 대학이 청소노동자와 학교 간의 갈등을 빚었다. 용역노예에서 벗어나고 싶은 청소노동자들의 울부짖음은 지난해 인천국제공항과 국회에서도 있었다. 학교를 포함한 여러 공공기관과 국회에서 청소노동자와의 의견 충돌이 빈번히 혹은 끊임없이 일어나는 상황은 열악한 노동 근로 조건이 대학 내에만 국한되는 단발적인 문제가 아닌 사회 전반에 깊이 박혀 있는 숙제임을 나타낸다.

이에 지난 달 국내 한 정당의 주최로 대학 청소노동자 실태 간담회가 개최됐다. 소속 의원들과 각 학교의 청소노동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청소노동자, 용역업체, 그리고 대학이 함께 맞들고 있는 문제의 해결책 모색에 힘썼다. 또한 국회는 회의에서 청소노동자들의 고용 문제를 안건으로 삼고 열띤 토론 공방을 벌였다. 외면이 아닌 개선으로의 노력을 실행했다는 점이 불행 중 다행이라고 여겨진다. 파업 사태를 맞은 우리 학교에서는 “빨리 파업 끝내시고 청소해주셨으면 좋겠어”라는 한 원생의 말과 함께 청소노동자분들의 빈자리를 여실히 느끼고 있는 중이었고, 지난 10일 여느 대학보다 빠른 시일에 청소노동자들과의 협상을 타결했다. 그들의 인권을 보호하면서 원생들의 불편을 덜어주고자 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청소노동자들의 의견을 지지하는 모임인 학생 공동 대책 위원회‘이어달리기 실천단’발족 등 재빠르게 처우 개선을 이뤄내는 책임감 있는 움직임을 보였다.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절대 나이 들지 않을, 영원히 젊고 배운 사람들로만 가득 차 있을 이곳에서 쓰레기 봉지를 어깨에 멘 채 복도를 오가는 춘단은 벽에, 바닥에, 때로는 누군가의 발등 위에 겹쳐지는 작은 그림자였다”이 대목은 박지리 작가의 장편소설『양춘단 대학 탐방기』(2014)의 일부분으로 대학에서 일하는 청소노동자 ‘춘단’이 스스로의 그림자를 가만히 들여다보며 생각하는 부분이다. 소설 속 춘단은 스스로를 작은 그림자로 봤지만 현실 속 청소노동자들은 그런 감정을 느끼지 않기를, 매일 원생들과 마주하며 학교를 위해 가장 낮은 곳에서 높은 곳까지를 맡아 일해주시는 분들이 ‘아무도 말을 걸지 않고 아무것도 없는 듯 다들 밟고 다니는 작은 그림자’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작성자: khug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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