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호 사진으로 말해요] 외줄타기 인생

199-13-2

흐리고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 그 속에서 가느다란 줄 위를 걸어 다니는 사람이 있다. 그의 손에 들린 것이라고는 커다란 부채 하나뿐이다. 빗줄기 때문에 평소보다 외줄은 미끄럽고 부채는 무거워져 가지만, 그럼에도 ‘장인’은 그것들을 믿고 의지할 수밖에 없다. 요동치는 외줄 때문에 다리가 심하게 흔들리지만 장인의 눈빛은 전혀 흔들림이 없다. 앞으로 걸어갈 때도, 뒤로 걸어갈 때도, 심지어 아래위로 앉았다 일어설 때도 그의 시선은 오직 앞만 향한다. 한 걸음 한 걸음 일정한 보폭으로 천천히 전진과 후퇴를 반복한다. 급하게 서두르는 법이 없다. 줄 밖에 있는 관객들은 외줄과 하나가 된 장인의 모습에 어느새 매료되어 숨을 죽이고 지켜본다. 길게도, 짧게도 느껴지는 시간이 흐르고 나면 장인은 결국 외줄 반대편에 도착한다. 그때야 비로소 모두가 참았던 숨을 크게 내쉰다.

 

황성연 | betabori@khu.ac.kr

 

작성자: khug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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