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호 리뷰: 디큐브 살롱음악회 <베토벤과 불멸의 연인>] 사랑의 고통으로 완성된 걸작, 베토벤

199-13-1

베토벤이 죽은 뒤 그의 유품 가운데 3통의 편지와 2통의 유서가 발견됐다. 편지는 수취인의 이름이 없지만 동일 여성에게 보낸 열렬한 사랑을 담고 있었다. 그중 한 통에  ‘나의 불멸의 연인이여’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베토벤의 비서인 쉰들러가 유언장에 적힌 ‘불멸의 연인’을 찾아가는 내용의 영화 <불멸의 연인>은 베토벤의 제수인 요한나를 불멸의 연인으로 설정했다. 그러나 불멸의 연인이 누구인지는 알 길이 없다. 유서에서 베토벤이 만난 여러 여인 가운데 특정 여인의 이름을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루트비히 판 베토벤』을 쓴 베토벤 연구가 솔로몬(M. Solomon)은 영화와 달리 안토니 브렌타노를 불멸의 연인으로 지목했고, 이는 정설로 굳어지고 있다.

살롱음악회 <베토벤과 불멸의 연인>에서도 안토니 브렌타노가 불멸의 연인으로 등장한다. 이 연주회는 베토벤이 남긴 연서(곒書)를 낭독극 형식으로 전개하며, 극 사이 사이에 대표곡을 연주하는 방식을 택해 기존의 연주회와 다르게 구성했다. 이는 전체적으로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 공연은 연기파 배우 박지일 씨와 박은희 디큐브아트센터 극장장이 각각 위대한 클래식 음악 거장과 그가 사랑한 연인 역할을 맡아 연기를 펼쳤다.

연주한 곡은 총 7곡으로, 연주 순서대로 바이올린 소나타 제9번 ‘크로이처 (Kreutzer)’1악장, 가곡 ‘아델라이데(Adelaide)’와 ‘그대를 사랑해(Ich liebe dich)’, 연가곡집『멀리 있는 연인에게(An die ferne Geliebte)』중 3번 ‘가볍게 춤추는 작은 새여(Leichte Segler in den Hohen)’, 피아노 소나타 제8번‘비창’1악장, 바이올린 소나타 제5번 ‘봄(Fruhling)’ 1악장이다. 본 공연에서 연주된 곡들은‘달콤하고 유려한’선율을 가진 봄(Fruhling)부터‘애틋한 온화함’을 담은 아델라이데, ‘애달픈 괴로움’을 그린 가볍게 춤추는 작은 새여, ‘불같은 격렬함’을 표현한 비창 소나타까지 연인이 가질 수 있는 여러 마음을 보여준다. 특히 크로이처 소나타 1악장은 먹먹한 느낌의 피아니시모(PP, Pianissimo)에서 경쾌한 분위기로, 그 후 포르테(F, Forte)로 다이내믹(Dynamic, 셈여림)이 전환하는 부분이 강한 인상을 남겼다. 바리톤에 방광식, 바이올린에 정유진, 피아노에 신상진이 베토벤의 인생만큼 격정적이고 아름다운 선율을 들려줬다.

<베토벤과 불멸의 연인>은 대규모 공연장이 아닌 100석 규모의 아늑한 소공간에서 열렸다. 살롱음악회 시리즈를 기획한 디큐브아트센터 측은 관객들이 가까운 곳에서 음악가들과 더욱 긴밀히 소통하는 동시에 연극 무대를 통해 곡의 해석에 집중도가 높아져 클래식의 색다른 묘미를 느낄 것이라고 기대했다.

디큐브 살롱음악회 시리즈는 <베토벤과 불멸의 연인>을 시작으로 모차르트, 베르디, 바흐, 브람스까지 음악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다섯 명의 클래식 거장을 각 공연의 주제로 하여 진행한다. 구체적으로 5월 6일에 <모차르트와 콘스탄체>, 6월 6일에 <베르디와 주세피나>, 8월 15일에 <바흐와 안나 막달레나>, 10월 3일에 <브람스와 클라라> 순이다. 전체적으로 연서 낭독과 병행하는 공연의 색다른 구성은 기존의 클래식 공연만을 생각했던 관객들에게 신선함을 선물한다. 클래식 거장들과 그들의 연인이 주고받은 연서의 낭독, 연인들이 가질 수 있는 폭넓은 감성을 전달하는 클래식 연주, 이 둘이 어우러진 공연과 함께 완연한 봄의 향기를 더욱 느껴보길 바란다.

 

이진수|geoleejs@khu.ac.kr

 

그림 설명 및 출처

<그림 1> <베토벤과 불멸의 연인>에서 두 배우가 연서를 낭독하는 모습

작성자: khug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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