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호 책지성: John Stuart Mill『자유론』] 이 시대의 자유를 말하다

자유(自由)의 첫 번째 사전적 의미는‘외부적인 구속이나 무엇에 얽매이지 아니하고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상태’이다. 인류가 존재한 이후로 끊임없이 발전을 거듭했고, 타인과 자신의 관계에 대한 생각과 인식 또한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John Stuart Mill, 1806~1873)도‘완전한 사상의 자유’에 대해서 수없이 고민하던 사람 중 한 명이었다. 그는 어린 나이에 공리주의 사상과 정치경제학, 논리학 등 다양한 학문을 섭렵했다. 또한 철학뿐 아니라 정치학, 경제학, 논리학, 윤리학 등 다양한 분야에 걸친 방대한 저술을 남겼으며 폭넓은 영향을 끼쳤다. 자유주의 정치철학의 발전에도 크게 기여했는데『자유론』에서 밀은 ‘다수의 전제’로부터 개인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한 ‘사상의 자유’와 ‘선택의 자유’, ‘ 결사의 자유’를 강조한다. 이 책에서 말하는‘자유’는 작금의 철학자들과 대중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는 자유에 가장 많이 근접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199-11-1사상과 토론의 자유

 

밀은 전체 인류 가운데 단 한 사람이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그 사람에게 침묵을 강요하는 일은 옳지 못하다고 말한다. 어떤 한 사람이 자기와 생각이 다르다고 나머지 사람 전부에게 침묵을 강요하는 일과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생각이 다르다고 하여 억압당하는 의견이 만일 옳은 것이었다면 이 억압의 행위는 곧 잘못을 드러내고 진리를 찾을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다. 설령 잘못된 것이라 하더라도 그 의견은 틀린 의견과 옳은 의견을 대비시킴으로써 진리를 더 생생하고 명확하게 드러낼 수 있는 하나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과거의 뛰어난 사람들 가운데에도 오늘날의 우리가 보기에 틀린 생각을 하고 있었던 사람들이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의 생각과 행동이 지금처럼 이성적인 방향으로 발전해올 수 있었던 것은 인간이 자신의 잘못을 시정할 수 있는 능력, 곧 토론과 경험에 의해 자신의 과오를 고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올바른 판단은 자신의 생각과 행동에 대한 다른 사람의 비판에 늘 귀를 기울이는 데서 비롯된다. 진리에 이르도록 해주는 것이라면 그 문을 열어두고 수많은 검증을 통해 찾을 수 있어야한다. 누구나 고개를 끄덕거릴 수 있는 위대한 사상가가 말하는 사상의 자유만 허용돼야 하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의 자유로운 의사 주장 또한 허용돼야 한다.

과거에는 보편적으로 인정받는 그 시대의 진리에 의해 소중한 비판의 기회를 잃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보편적 진리의 권위 앞에서 진리를 찾고자 애쓰던 사상과 토론 장치의 대표적인 예가 소크라테스의 변증법(문답법)이다. 어찌 보면 변증법과 같이 일반 논리학이나 철학보다는 수사학(修辭學)에 가까울 수도 있는 부정적 비판은 궁극적인 결과의 측면에서 본다면 보잘 것 없을지도 모르지만, 모든 긍정적인 지식이나 확신을 획득하는 데 중요한 수단이 된다는 점에서 더없이 소중한 가치를 지닌다. 그러므로 우리와 반대되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게 설명을 하거나 그들의 입장이 잘못되었다고 비판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진리에 대해 더 생생하고 깊이 이해하게 된다.

 

인간의 개별성

 

밀은 또한 모든 위험과 불확실성을 본인 스스로 책임지는 한, 다른 사람에게서 일체의 물리적·도덕적 방해를 받지 않고 각자 생각대로 행동하는 자유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마찬가지로 어떤 종류의 행동이든지 정당한 이유 없이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것은 강압적인 통제를 받아 마땅하고, 그 정도가 심각하다면 반드시 통제를 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오로지 자신에게만 관계되는 일에 있어서 스스로의 기분과 판단에 따른 행동은 다른 이의 간섭 없이 자유로워도 무방하다. 다만 자신의 책임 아래 남의 방해를 받지 않고 자기 생각에 따라 행동하는 자유가 허용돼야 한다.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로서 서로 다른 의견의 존재가 서로에게 유익하듯이 다양하게 이루어지는 삶의 실험도 필요하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각자의 개성을 다양하게 꽃피울 수 있어야 한다. 즉, 다른 사람들에게 중대하게 연관되지 않는 일에 대해서는 각자의 개별성이 발휘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기 자신의 감정이나 성격과 다른 방향으로 하는 행동은 스스로의 감정과 성격을 소극적이고 무기력하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인간은 본성상 모형대로 찍어내고 그것이 시키는 대로 따라하는 기계가 아니다. 그보다는 생명을 불어 넣어주는 내면의 힘에 따라 온 사방으로 스스로 자라고 발전하려 하는 나무와 같은 존재이다.”책 본문에 있는 이 말은 인간의 개별성에 대한 밀의 생각을 압축적으로 잘 표현한다. 인간의 개별성은 발전(development)과 같고, 개별성을 잘 키워야만 인간이 높은 수준의 발전에 이를 수 있다고 강조한다.  “누구든지 웬만한 정도의 상식과 경험만 있다면, 자신의 삶을 자기 방식대로 살아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그 방식 자체가 최선이기 때문이 아니다. 그보다는 자기 방식대로 사는 길이기 때문에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도 우리는 개인의 방식을 존중해야한다는 개별성에 대한 밀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개인에 대한 사회 권한의 범위

 

개인과 사회는 각각 자신과 밀접하게 관계되는 것에 대해 정당한 권리를 가진다. 개인이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삶의 부분은 앞에서 말한 개별성에 속하는 반면, 사회가 기본적으로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사회가 권한을 가져야 한다고 밀은 말한다. 개인이 사회 속에서 사는 한, 다른 사람들과 공존하기 위해 일정한 행동규칙을 준수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사회 속에서 개인은 명시적인 법 규정 또는 암묵적인 이해에 따라 개인의 권리로 인정되는 다른 사람의 특정 이익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개인은 사회를 방어하거나 사회 구성원이 괴롭힘을 당하지 않도록 하는 데 필요한 노동과 희생 가운데서 자기 몫을 감당해야 한다. 이런 의무를 거부하는 개인이 있으면 사회는 그것을 강제하거나 여론의 힘을 빌려 그런 행동에 대해 정당하게 처벌할 수 있다. 개인과 사회의 관계는 마찬가지로 한 집단과 그 집단을 둘러싼 여러 다른 집단과 의 관계로도 나타난다. 요즘 연이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실험으로 세계가 뒤숭숭하다. 이 미사일 발사실험은 북한이라고 하는‘개별집단’이 모두를 위협할 수 있는 핵무기 개발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사회집단’에 해당하는 범세계적 국제기관이 세계의 규정과 암묵적인 이해를 무시하는 북한의 태도를 보고 강한 지탄을 가한다. 어느 누구의 어떤 행동이든지 다른 사람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하면 사회가 그에 대해 사법적 권한을 가진다.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 정당한 권리 없이 다른 사람에게 손해를 끼치고 타격을 입히는 것, 거짓으로 사람을 대하는 것, 심지어 다른 사람이 위험에 빠져 있는데 이기적인 마음에서 모른척하는 것 등 이 모두는 도덕적 비난을 벗어날 수 없고 심각할 경우에는 도덕적 징벌이나 처벌까지도 가능하다. 하지만 위선과 불성실, 곧잘 화를 내는 일, 과하게 분노하는 일, 허세 부리기를 좋아하는 일 등 자기 자신에게만 관계되는 결점들은 엄밀히 말하면 도덕적으로 나쁜 것이라 할 수 없고 현실에서 부딪히더라도 부도덕한 결과만을 낳는다고 볼 수 없다. 이와 같은 결점은 당사자의 어리석음 또는 인간적 존엄과 자존심이 결여됨을 알려줄 수는 있지만 다른 사람에 대한 의무를 위반하지 않는 한 도덕적 비난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 오직 당사자 스스로가 책임져야 할 몫이다. 같은 맥락에서 공직에 있는 어떤 사람이 자기 할 일을 제대로 못하게 된다면 순전히 자신에게만 관계되는 행동이었을지라도 결과적으로 그 사람은 사회적 범죄를 저지른 셈이다. 단순히 술에 조금 취한 사람을 우리가 처벌할 수는 없지만 다른 사람의 생명과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의사나 소방관이 근무 시간 중에 술에 취했다면 이는 처벌의 대상이 된다. 결국 자신의 어떤 행동이 다른 개인이나 집단에게 명백한 해를 끼치거나 그럴 위험성이 분명하다면 그 행동은 자유가 박탈되고 도덕이나 법률의 적용 대상이 된다.

 

199-11-2

 

올바른 방향을 전제한 자유

 

밀이『자유론』을 통해서 강조하는 점은‘다른 사람에게 해만 끼치지 않는다면 개인의 자유는 절대적으로 보장돼야 한다’고 요약된다. 『자유론』의 원서 표지는 “인간의 삶에서 각자가 최대한 다양하게 자신의 삶을 도모하는 것 이상으로 더 중요한 것은 없다”는 말로 시작한다. 사람은 혼자보다는 집단을 이뤄 살아가기에 적합한 존재다. 개인의 자유는 집단 사회의 일정한 방향과 틀 속에서 추구돼야 한다. 그 틀 속에서라면 누구나 자신의 고유한 가치관과 감정 그리고 나름의 목적에 따라 살아가는 것이 중요해진다.

밀은 인간의 이성을 믿었기 때문에『자유론』에서 자유를 주장할 수 있었다. 사실 인간의 이성의 기준은 다양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과 개인의 관계, 개인과 사회의 관계, 사회와 사회의 관계 등 자유를 말할 수 있는 경계는 얼마든지 바뀐다. 그럼에도 밀은 터무니없이 비뚤어지지 않은 사람이라면 응당 올바른 선택을 추구하려 애쓸 것이라고, 또 인간에게 주어진 객관적 가치를 올바로 추구한다면 결과는 좋을 수밖에 없다고 봤다. 수많은 자유의 기준 중에서도 오늘날까지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한 밀의 생각, 곧 올바른 방향을 전제한 자유다.

 

황성연 | betabori@khu.ac.kr

 

그림 설명 및 출처

<그림 1> 존 스튜어트 밀(John Stuart Mill, 1806~1873) (출처: blog.naver.com/minali815)

작성자: khug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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