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호 책지성: Henry David Thoreau 『월든(Walden)』] 삶의 신대륙으로 향하는 항해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사람들은 새로운 것을 계속해서 필요로 한다. 인간에게 좋은 환경이란 곧 편리한 환경으로 정의되고, 우리는 더 좋은 환경에서 살기 위해 지금도 곳곳에서 애를 쓰고 있다. 문명의 발달은 우리의 삶을 더욱 편리하게 만들어 주었고, 윤택한 삶을 부여했다. 그러나 200년 전, 이러한 논리에 일침을 가했던 책이 있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Henry David Thoreau, 1817~1862)의『월든(Walden)』은 지은 지 200년이 넘은 제법 오래된 책임에도 불구하고 현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많은 생각거리를 던지는 책이다. 이 책은 저자가 어떤 외부의 도움이나 규약도 없이, 스스로에게 가장 자연적인 2년여 간의 원시생활을 하면서 기록했던 일종의 자서전이다. 이는 소로우가 몸소 간소한 삶을 실천하며 보고 느낀 것을 토대로 우리가 삶에서 지향해야 할 바에 관해, 인생에 있어 진실로 중요하게 여겨야 할 가치에 관해 제고한다. 이에 하루하루를 쉴 틈 없이, 바쁘게 반복하며 현재를 살아가는 현대인이『월든』에서 묘사하는‘소로우식 삶의 방식’을 통해 진정한 삶의 행복이란 궁극적으로 무엇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199-10-1간소하고 소박한 삶에서 찾는 행복

 

나에겐 지금도 손만 뻗으면 해결할 수 있는, 채 나열하기에도 벅찰 정도의 편리한 환경이 마련돼 있다. 편의에 해당하는 어떤 것들은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존재했고, 언제부턴가 갑자기 생긴 편의도 존재한다. 또 어떤 편의란 없으면 너무 불편해져 어느새 당연함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월든』의 저자 소로우는 하버드를 졸업한 엘리트였지만 여느 사람들처럼 부와 명성을 좇는 문명생활에 회의를 느끼고 스물여덟이 되던 해에 고향인 콩코드로 돌아갔다. 그리고 스스로 월든 호수 근처의 숲속을 들어가 작은 오두막집을 짓고 살기 시작한다. ‘나는 어디서, 무엇을 위하여 살았는가’라는 제목에서 드러나듯 그는 자신이 숲속에 들어간 이유를 두고“삶을 의도적으로 살기 위해서”라고 설명한다. 다시 말해, 인생의 가장 본질적인 사실들만을 직면하는 것과 인생이 가르치는 바를 학습할 수 있는지를 알기 위함이었던 것이다. 그는 그곳에서 가장 자연적인 생활을 위해 손수 오두막을 지었고, 최소한의 문명과 경작만으로 삶을 유지하며 행복감을 찾는다. 최소한의 것이 가져오는 불편함과 수고스러움이 실제로는 자신의 삶과 정신이 풍족해짐으로 대신하는 것을 즐거워한다. 또한 그는 숲속 생활을 통해 1년에 40일 가량만 일하고, 직접 농사를 지어 식량을 얻을 수 있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나머지 시간은 오롯이 자신 만을 위해 보내면서 책을 읽거나 온갖 자연 현상을 관찰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이는 사람이 생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노동만으로도 충분히 삶을 즐기며 살아갈 수 있음을 증명해 보이는 지점이다. 이어 그는 사람들에게 모든 부분에 있어서 간소하게 살 것을 재차 강조한다. 불필요한 풍요와 사치, 낭비는 목적의 결여를 낳고, 불필요한 미래에 대한 걱정과 의아심은 인생의 속박을 낳는 것이다.

“최소한의 돈과 시간으로 얻는 소박한 생활이 인생의 참된 행복을 가져온다”는 그의 가치관은 어쩌면 현대인들이 받아들이기엔 다소 터무니없거나 게으르고 철이 없는 20대 청년의 치기로 여겨질 수 있다. 그러나 사람들이 얼마나 필요 이상으로 치열하고 바쁘게 사는지를 숲속 원시생활로써 몸소 증명했던 그의 실험과 기록은 현대인에게 인생에 근원적인 질문을 제기하고 새로운 자극을 부여함으로써 이를 절대 치기로만 해석할 수는 없게끔 한다.

 

숲에서 깨닫는 대자연의 소중함

숲, 나무, 풀, 바람, 햇볕, 호수 등 그는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자연을 깊이 있게 관찰하고 교감한다. 또한 월든 호숫가의 사계절의 변화와 그 주변 환경을 관조하면서 느꼈던 자연의 갖가지 경이로움에 대해 각 장마다 빼놓지 않고 예찬한다. 본래 시인인 그는 무엇보다도 자연을 특유의 섬세한 언어로 묘사하며 자연에 대한 애정과 생태적 인식을 드러낸다. 그는 “가장 감미롭고 다정한 교제이자 가장 순수하고 힘을 북돋아주는 교제를 바로 자연에서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 노력은 마침내 숲속의 동물들에게 자신이 점점 자연의 일부로 인식되는 모습을 확인하는 것에서 비롯된다. 서로의 존재를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고 동물들과 교감하며 마침내‘친구’로서 관계를 맺는 모습은 더이상 자연을 인간에게 있어‘수단’으 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더불어 살아가는 동일한‘존재’로 인식하는 그의 사고를 단적으로 나타낸다. 문명의 발전이 거듭되면서 인간이 자연을 인간세계를 이롭게 하는 도구로서 인식하거나 자연을 인간의 하위개체로서 압도하려는 현대인의 모습에 경종을 울리는 것이다.

이러한 “인간은 자연의 일부”라는 저자의 자연친화적 인식은 책 전반에서 이어진다. 그는‘외로움’에서 보슬비 때문에 애써 심은 땅속의 씨앗들이 썩을 수도 있지만 크게 걱정하지는 않는다. 그러면서 “나의 일부분이 잎이고 식물의 부식토가 아니던가?”라고 자문하는 대목을 통해 인간과 자연은 결국 같은 연결 구조가 존재한다는 인식을 보여준다. 또한 “풀에게 좋으면 내게도 좋은 것”이라는 소로우의 말은 인간을 포함해 자연을 구성하는 존재들이 서로 관계가 있으며 나아가 공생 관계에 대한 인식에 기초하는 것이다. 실제로 생태주의적 인식이 다시금 논의되는 최근의 현상을 미루어 볼 때, 현대에 들어서 소로우를 “자신의 세기를 넘어 미래를 바라본 깊은 통찰력을 가진 사람”으로 평가하는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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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행복을 누리는 삶의 방식

 

소로우는 스스로 만족해하던 숲속 생활을 2년 만에 정리하고 다시 세상으로 돌아올 것을 결심한다. 그는 이에 대해“내게는 살아야 할 또 다른 몇 개의 인생이 남아있는 것처럼 느꼈으며, 그리하여 숲 생활에는 더 이상의 시간을 할애할 수 없었다”고 고백한다. 이는 저자가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롭고 독립적인 인간의 삶을 지향하고 있었음을 반영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많은 것을 비우고 버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러한 자발적 빈곤의 자세는 곧 모든 것이 풍요롭고 편리한 우리 시대를 되돌아보게 하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무엇이든지 쉽게 소비했고 편의에 익숙했던 것이 사실이다. 나는 마음속으로 가늠해본다. 나에게 갖춰진 모든 것을 등지고, 앞으로 가질 수 있는 많은 것들을 무시하고, 처음으로 돌아가 작고 소박한 삶을 산다는 것을. 그러한 삶은 얼마나 큰 용기와 모험심이 필요한 것인지를. 그러나 당연한 것으로 여겨왔던 필수적 욕망을 단번에 불필요한 욕망으로 둔갑시키기란 생각처럼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진실로 바라건대 당신 내부에 있는 신대륙과 신세계를 발견하는 콜럼버스가 되라. 그리하여 무역을 위해서가 아니라 사상을 위한 새로운 항로를 개척하라”

–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소로우는 편한 방법으로 삶의 방식을 찾는 것을 두고“선실에 편히 묵으면서 손님으로 항해하는 것”이라고 표현하며 이러한 방법을 지양하는 태도를 보인다. 이어 “나는 인생의 돛대 앞에 서 있으며, 이제 배 밑으로 내려갈 생각이 없다”고 이야기하며 자유롭고 주체적인 삶을 꾸리는 데 중요성을 내비친다. 결국 그는 인간으로서 삶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인성을 되짚는다. 그것은 끊임없이 무언가에 대해 탐구할 줄 아는 정신과 인생에 대한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 지성과 같은 것이다.

남들이 하지 않은 것을 한다는 것은 위험하고 이상한 일로 인식될 수 있다. 반면 누군가의 방법을 답습한다는 것은 쉽게 시도할 수 있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우리는 쉽게 남들과 다른 삶을 살고 싶다고 말하지만 이와 반대로 비교적 쉽게 평범한 삶과 무난한 삶을 권유받기도 한다.“ 옛말에 어른 말씀은 틀리는 법이 없다”는 흔한 속담이 있듯이, 나의 삶을 유지하는 주체는 나 자신이지만 타인의 권유와 관점대로 생각하고 행동한다면 결국 저자의 표현대로 ‘인생의 배 밑에서 맴도는 삶’을 영위하게 될지 모른다.

『월든』을 통해 소로우가 보여준 삶의 방식이 언제나 모두에게 적용되거나, 공감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므로 이제는 우리가 다시 생각해 볼 차례이다. 자유롭고 자족하는 삶이란 무엇인지, 진정한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삶의 방식은 무엇인지 말이다. 바로 각자의 삶의 신대륙을 향해 항해를 떠날 채비가 필요하다.

 

김내영 | myjq180@khu.ac.kr

그림 설명 및 출처

<그림 1>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Henry David Thoreau, 1817~1862) (출처: ko.wikipedia.org)

작성자: khug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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