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2호 사설] 반복되는 산업재해는 계급을 구분하는 전염병과 같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모두가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의료·방역체계가 전 세계의 롤모델이 되고 있다는 언론보도는 국민들의 소소한 낙이다. 세계 각국의 정상들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코로나 방역에 대한 자문이나 지원을 요청하는 모습에, 코로나 사태 이후 높아진 듯한 우리나라의 위상을 새삼 느끼기도 한다. 과거의 표준이 무너진 ‘뉴노멀’ 시대에 한국은 세계를 이끄는 헤게모니 국가의 반열에 오른 것일까?

4월 29일 오후 1시 30분, 경기 이천시의 한 건설현장에서는 노동자 38명이 숨지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용접 등 불꽃작업 중 화재 사고가 발생했고, 공사현장에 있던 우레탄폼과 샌드위치 패널에 불이 붙어 대형 인명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소방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우레탄폼과 샌드위치 패널은 가격이 싸 공사현장에서 단열재로 많이 사용되지만, 가연성이 높고 한번 불이 붙으면 유독가스를 내뿜어 대형 인명 피해를 발생시킬 위험이 크다. 전염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 감염자의 동선을 철저히 조사하는 방역체계를 자랑하는 우리나라에서, 대형 참사로 이어지는 이러한 산업 재해는 왜 계속해서 반복되는가? 40명이 사망한 2008년 이천 냉동창고 참사와 비교했을 때, 이번 이천 물류센터 참사는 화재의 원인부터 피해의 규모까지 비슷하다. 사망자 대부분이 하청 업체 소속 일용직 노동자라는 점도 비슷하다. 전염병이 계급을 가리지 않고 전파된다면, 이러한 산업 재해는 가장 힘없는 노동자들만을 겨냥해 매번 같은 방식으로 이들의 목숨을 앗아가는 것이다.

이천 냉동창고 화재의 후속대책으로 도입한 ‘유해·위험방지계획서’ 심사는 똑같은 유형의 참사를 막지 못했다. 이천 물류센터에서는 여섯 차례 ‘유해·위험방지계획서’ 심사를 받고 세 차례나 화재위험 주의를 받았지만 ‘조건부 적정’으로 공사를 진행했다. 시공사가 공사를 수주하기 위해 최소한의 안전 비용마저 공사비에서 제외시키는 상황에서, ‘유해·위험방지계획서’는 일용직 노동자들에게 해골 모양의 ‘유해·위험 표지판’에 불과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 표지판을 보고 일을 그만둘 수 있는 노동자는 없었다. 산업 노동자의 안전을 위한 근본적 대책이 마련되어있지 않고, 안전 기준을 지키지 않았을 시의 처벌이 미비한 상황에서 위험방지 심사를 늘린들 달라지는 것은 없다. 똑같은 원인에 똑같은 피해가 발생하는 산업 재해 현장에서 노동건강연대가 발표한 4월 15일까지의 산재 사망자는 177명이다. 그리고 같은 날까지의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사망자는 225명이다. 과거의 표준이 무너지는 ‘뉴노멀’ 시대에 우리가 살펴야 할 것은 어떤 표준도 마련되지 않았던, 보이지 않는 노동현장이다.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한다는 정부는 다시 같은 산업 재해가 발병하지 않도록 철저한 예방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작성자: khug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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