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2호 보도기획] 등록금 반환, 가능한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사태로 국내 대학들은 교육부의 지침에 따라 비대면 수업을 진행해왔다. 코로나19 사태가 쉽게 진정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와중에, 변화된 교육환경에 대한 대학생들의 불만은 등록금으로 향했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가 지난 4월 14일부터 닷새간 전국 대학생 2만 1,78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코로나19 등록금 반환 협의 및 대학생 경제대책 마련을 위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등록금 반환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2만 1,607명(99.2%)에 달했고, 그 이유로는 ‘원격 수업의 질이 떨어진다’(82%), ‘ 시설 이용이 불가능하다’(78%)의 답변이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우리 학교 또한 코로나19 사태가 안정될 때(코로나19 위기 단계가 ‘경계 단계’ 이하로 격하될 때)까지 비대면 수업을 무기한 연장하기로 결정한 만큼, 등록금 부분 반환에 대한 학생들의 요구가 점차 커지고 있다. 이에 본보는 코로나19 사태가 원생들의 학업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을 살펴보고, 등록금 반환에 대한 원생의 인식을 파악하고자 4월 16일부터 나흘간 설문조사를 시행했다. 해당 설문에는 총 232명의 원생이 참여했다. 또한 등록금 반환이 행정적 차원에서 실현 가능성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교육행정 전문가 숙명여대 송기창 교수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지금 우리 학교는?

지난 3월 26일 본교 서울교정 학부 52대 중앙운영위원회는 교내 본관 앞에서 대학본부를 대상으로 등록금책정위원회(이하 등책위) 개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학부 총학생회는 비대면 수업 진행에 따른 등록금 재논의를 위해 등책위 개회를 학교에 수차례 요구했다. 최인성 학부 총학생회장은 “등책위는 학생회칙에 명시되어있는 학생들의 권리이자, 학생 대표자가 본부와 동등한 위치에서 등록금과 학자요구안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회의체로, 등록금의 무조건적 인하나 반환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며 학생들과 학교의 주체로서 등록금 및 예산을 논의하자는 것”이라고 등책위 개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리고 현재(4월 30일 기준) 총학생회와 대학본부는 등책위 대신 등록금 문제를 논의할 ‘소통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합의한 상태다. 코로나19에 따른 예산 변동이 크기 때문에 사태 수습 전에 등록금 사용 내역을 취합해 공개하는 등책위를 개회하기 어렵다는 것이 대학본부의 입장이다.

학부 총학생회를 중심으로 등록금 재논의 여론이 구성됐지만, 양 교정 일반대학원 총학생회 또한 등록금 문제에 관한 대응을 논의하고 있다. 일반대학원 서울교정 총학생회는 학부 총학생회의 등책위 개회 요청에 공감하며, “현 등록금 문제에 대해 각 단과대학별로 수업 진행 상황을 확인하고 원생들의 의견을 학교 측에 적극적으로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국제교정 총학생회 또한 “등록금 문제와 관련해 타 대학 및 대학원의 상황을 취합하여 자체적으로 대응을 논의 중”이다.

등록금 관련 문제에 대한 원생들의 인식

등록금 문제가 불거진 가장 큰 원인은 비대면 수업에 따른 교육 서비스의 질적 저하다. 특히 세미나 형식의 강의가 많고, 지도교수와의 소통이 중요한 원생의 경우 비대면 수업에 따른 고충이 예상됐다. 그렇다면 변화된 교육 환경에서 원생들은 어느 부분에서 가장 큰 불편함을 느끼고 있을까?

설문 결과, 개강 이후 학교의 학업 서비스 대응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를 묻는 질문에 40.5%의 원생이 ‘보통이다’라고 답했으며 37.9%의 원생이 ‘잘하고 있다’고 답했다. 또한, 학교에서 결정한 비대면 수업의 무기한 연장에 대해서는 ‘적절하다’(75.4%)의 답변이 가장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교육 서비스 수준에 대한 불만에 앞서, 원생들은 사회적 거리두기 차원에서 시행되는 비대면 수업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었다.

하지만, ‘등록금 규정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엔 원생들의 91.4%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어 ‘비대면 수업의 무기한 연장에 따라 2020-1학기 등록금 책정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된다고 생각하십니까?’(복수응답가능)의 질문에는 ‘등록금 반환’(82.8%)이 가장 높은 응답률을 보였으며, ‘책정기준 재논의’(34.9%), ‘재난장학금 지급’(31.9%)의 응답이 차례로 나타났다. 2년 간의 석사, 또는 박사 과정을 밟는 원생들에겐 등록금 책정기준에 대한 장기적 논의보다, 당장 연구에 차질을 주는 교육 서비스의 질적 저하에 대한 등록금 분을 반환받길 원하는 것으로 보인다. 등록금 반환이 필요한 이유를 묻는 질문엔 ‘도서관, 실습실 등 교내 시설물 이용 불가’(74.1%), ‘등록금에 걸맞지 않은 비대면 수업의 질’(71.1%)이 높은 수치를 보였고, ‘지도교수와의 원활한 소통 불가’(44.8%), ‘세미나 및 특강 취소’(40.5%)의 응답이 뒤이어 나타났다. 또한 기타 응답에는 “연구에 있어 전공 학우들과의 소통의 어려움”을 이유로 드는 경우도 있었다. 원생들은 비대면 수업의 질적 저하만이 아니라, 연구에 필요한 복합적인 교육 서비스의 부재에 고충을 겪고 있었다. 정리하자면, 코로나 사태의 확산 방지를 위한 불가피한 본교의 학업 서비스 대응 자체는 이해하고 만족할 수 있지만, 그로 인해 발생하는 복합적인 학습권 침해에 대한 등록금 반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 사태, 등록금 반환에 관한 법적 규정은 없다?

등록금에 대한 법률은 고등교육법과 시행령에 의거한 ‘대학 등록금에 관한 규칙’에 규정되어 있다. 규칙 제3조에는 몇 가지의 등록금 면제 및 감액 사유가 나와 있지만, 전염병으로 인한 비상사태에 대한 조항은 없다. 비슷한 조항으로는 제3조 3항, “천재지변 등으로 인하여 등록금의 납입이 곤란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등록금을 면제하거나 감액할 수 있다”가 있지만 코로나19 사태는 천재지변이 아니기 때문에 인정되지 않는다. 결국 등록금 반환을 강제할 법 조항이 없다는 것이다. 이에 인하대학교 이다훈 학생은 “대학등록금에 관한 규칙 제3조에 관하여 등록금에 상응하는 수준의 교육서비스와 교내 시설물에 대한 정상적인 이용서비스를 일정 기간 제공할 수 없는 경우, 해당 학기 등록금을 해당 기간에 비례하는 액수만큼 감액해야 한다고 규정하지 않은 교육부에 의해 평등권 및 재산권을 침해당했다”고 입법부작위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그리고 이는 지난 4월 3일 정식으로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에 회부됐다.

등록금 사용처 중 교내 시설물 이용과 같은, 코로나19로 인해 명백히 침해된 교육 서비스의 권리분만큼 등록금을 환불하는 방안은 어떨까. ‘대학 등록금에 관한 규칙’에는 등록금의 세부규정이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교육행정 전문가 송기창 교수는 등록금 사용처에 대해 “등록금 사용처는 대학 교육에 필요한 경비를 충당하는 것이므로 별도로 규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등록금 책정 근거에 대해 “등록금 책정에 강의료, 실험·실습비, 시설이용료 등을 세부적으로 산정하지 않으며, 포괄적으로 대학교육을 실시하는데 필요한 비용을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실질적으로 등록금 사용처는 법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으며, 등록금 책정 근거 또한 세부적으로 구분하여 규정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현재 등록금 반환 요구를 뒷받침할만한 법적 근거는 명확하지 않다.

등록금 반환에 대한 대책은?

학생들의 등록금 반환 요구에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비대면 수업 시스템 구축, 방역, 유학생 관리 등에 예상치 못한 지출이 발생했고, 휴학생 증가, 유학생 감소, 수익사업의 축소와 운영중지 등의 수입 감소로 재정이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등록금 반환이 어렵다는 입장을 표했다. 그 대신 대교협은 코로나19로 인해 쓰이지 않는 ‘대학혁신지원사업비’를 학생들의 장학금 형태로 돌려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교육부에 건의한 상태다. 교육부는 현재 코로나 사태에 대한 대응 정책으로 학자금 대출금리 인하 및 상환유예 등을 추진하고 있다.

거센 등록금 반환요구 때문인지 몇몇 대학은 부분적 대면 수업을 계획하거나 시작했다. 서울대와 고려대는 각각 5월 6일, 11일부터 실습과 실험이 필요한 수업에 한해 대면 수업을 부분적으로 진행하기로 했으며, 본교는 이미 실험 · 실기 · 실습 대면 수업을 제한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또한 한양대, 단국대 등도 예체능과 이공계 강의를 중심으로 제한적 대면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학생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성급한 판단이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코로나19로 정신없이 흘러가버린 봄기운의 끝자락에도 여전히 등록금 문제는 현재 진행형이다. 학생들은 등록금 반환을 외치고 있으며 대학은 교육부에 재정대책을 요구하고, 교육부는 법 조항의 부재를 근거로 정부가 나설 일이 아니라고 한다. 현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등록금 문제는 그 누구의 책임이라고 말하기 힘든 만큼, 성급한 판단을 내리기보다 각자의 입장을 이해하고 합의하며 풀어나갈 문제다. 명확한 결론이 도출되지 않는 탁상공론과 탈출구 없이 흘러가는 시간에 모두가 힘들어 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전의 삶으로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오는 현재, 우리는 코로나19 이후의 변화된 환경에 대처할 방안을 미리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등록금 문제는 코로나 이후의 교육 환경 문제에 있어, 어렵더라도 분명 해결하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정은택 기자 | 2081897@khu.ac.kr

작성자: khug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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