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1호 테마비평 : 매체에 따른 서사 변용] 매체별 스토리텔링, 한 이야기의 무한한 변화

1986년 개봉된 두 편의 한국 영화는 원작의 스타성과 매체변화의 변수 간 다양한 상관관계를 관객들에게 보여준 사례였다. 만화가 이현세 원작 <공포의 외인구단>을 영화화 한 <이장호의 외인구단>과 만화가 박봉성 원작 <신의 아들>을 영화화 한 최민수 데뷔작 <신의 아들>은 개봉과 마케팅, 흥행성과 등에서도 극단의 차이를 보였다. 프로야구의 스타덤과 만화방 만화의 신화적 인기를 전제로 상영영화의 이름조차 군사정권에 의해 ‘공포’라는 이름이 삭제된 채 개봉한 <이장호의 외인구단>은 초유의 흥행에 성공한 반면, 복서의 아픈 사랑과 복수를 비련한 성공으로 보여준 <신의 아들>은 흥행에 실패했다. 두 만화원작은 모두 당시 80년대 만화방을 뒤흔든 밀리언셀러였고, 팬덤도 일정 부분 라이벌의 수준을 보여줄 정도로 흡사했다. 하지만, 만화 원작이 영화로 매체변화될 때 진행해야 할 각색, 캐스팅, 감독, 마케팅, 배급 등의 변수간 운용에 있어서 상호간 차별화된 요소들이 만들어낸 성과의 차이였다. 그 중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평가된 것은 영화적 서사로 변환되어 각 장면마다 피드백되는 대사 및 연출, 연기의 앵글 등 매체속성에 맞는 맞춤형 변이였다. 이러한 변이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기획자들은 추후 인식하게 된다.

웹툰 서사의 영상화

다음웹툰의 대표주자는 만화가 강풀이다. 그의 전작은 모두 웹툰 연재 때마다 조회 수의 신기록을 갱신했고, 30회 가량의 연재가 마무리되기도 전에 전작 모두 영화화 판권계약에 성공했다. 원작에 따라, 연극과 뮤지컬, 드라마, 애니메이션, 게임 등으로 전환되기도 했지만, 웹툰원작의 인기만큼이나 성공한 매체변화 성과는 실제 몇 작품 되지 않는다. <바보>, <순정만화>, <아파트>, <타이밍>, <그대를 사랑합니다>, <26년>, <이웃사람> 등 흥행에서 일정한 성과를 거둔 작품도 있지만, 만화원작에 충실한 매체변화의 효과가 실제 영화관객들이 갖는 기대와 느낌에는 부족했다는 평가이다. 이에 비해 웹툰 연재 당시 강풀의 작품보다는 조회 수가 부족했으나, 영화상영후 다시 웹툰 원작의 스타성이 강화되며 흥행에 성공한 윤태호 작가의 원작과 매체변화 사례가 주목된다. <이끼>, <내부자들>, <미생> 등 웹툰의 스타성보다 영화의 흥행성과가 되려 웹툰 원작의 가치를 상승시킨 매체변화 효과는 윤태호 작가가 갖는 각색의 개방성과 제작사 및 감독의 연출, 캐스팅의 확장성 등이 그 효과를 반증한다. 실제 <내부자들>은 웹툰 원작이 연재종료도 되지 않은 미완성작 이었으나, 그 작품의 서사를 기반으로 영화적 상상력이 더해져 성공한 사례이다. 웹툰은 기존 출판 만화와 다른 편집과 만화 읽기 미학을 전제한다. 칸만화를 기반으로 좌에서 우로 진행되는 출판 만화 읽기와 다르게 스크롤을 통해 PC와 스마트폰에서 상하로 진행되는 필름식 웹툰 읽기는 집중도와 해석력에 있어서 중복성과 연계성이 더 강화되며 기존 만화적 서사의 영화적 변환을 한층 복합화시키는 효과가 있다.

흥행의 비밀

일본만화의 히트작 <꽃보다 남자>는 일본만화원작 대비 일본판, 대만판, 한국판 등의 다양한 버전을 드라마로 제작해서 당시 모든 작품에서 흥행에 성공했다. 특히, 일본만화는 원작자의 주장이 매체변화 때마다 강력하게 전제되어, 계약서에도 캐스팅, 연출, 앵글구성, 대사 등 만화원작자의 허락과 만화원작에 가장 근접하게 표현되어야 한다는 단소조항을 기본으로 한다. 그러나, 그러한 원칙이 일본판 드라마의 자국 내 흥행에는 도움이 되었으나, 그 조항을 지킨 대만판의 흥행 성과가 저조했고, 동일한 조건보다는 더 개방된 계약 조항으로 캐스팅과 서사의 확장성을 얻어낸 한국판은 일본판보다도 일본이외 지역에서 흥행과 배급에 성공했다. 이는 곧 만화원작이 갖는 지역성과 텍스트가 전제하는 콘텍스트의 비의도적 성과가 작동된 사례로 평가된다. 일본만화원작 영화 2018년 <리틀 포리스트>도 일본판과 한국판 모두 한국에서 동시에 개봉되었으나 유사한 연출과 서사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한국판의 흥행이 일본판보다 우세했다. 콘텐츠의 텍스트 속성은 플랫폼 변인의 작동방식에 의거, 다양한 전환과 성과적 양식의 전이를 거친다.

동일한 영화조차도 원작의 변인에 관계없이 배급과 개봉시기에 따라 흥행 성과가 다르게 나타나기도 한다. 80년대 후반 시리즈로 출간된 이현세 만화원작 <카론의 새벽>을 영화화 한 최민수 주연의 <테러리스트>는 1994년 개봉당시 흥행에 실패했다. 그러나 최민수의 스타덤을 완성한 드라마 <모래시계>의 성공이후 1995년 재개봉되면서 흥행에 성공했다. 이러한 사례는 주연배우의 스타 시스템이 여타 다른 변인의 불확실성과 서사의 각색리스크를 모두 통제해버린 사례이다. 결국 만화원작의 제2차, 제3차 저작권으로의 변화 자체가 쉽지 않음을 보여준다. 새로운 단계와 플랫폼, 혹은 표현유형의 변화가 발생할 때마다 저작권의 변화 또한 단계적으로 새롭게 생성된다는 것을 기획자들은 인식해야 한다.

최근, 웹툰원작 <이태원 클라쓰>의 성공과 웹툰원작의 스토리텔링을 기반으로 영화화 시나리오를 진행한 <킹덤 시즌 2>의 이슈화는 기존 웹툰이 갖는 장르와 매체적 속성을 변환된 매체의 변인에 추가적인 변수로 진입시켜 되려 불확실성의 확장을 고도의 리스크로 상승시킨 효과로 평가한다. 변수를 축소시키며 관리하기 보다는 목표관객층에 맞는 다양한 변수로의 확장이 되려 불확실성을 관리하는 차별화된 호기심 유발요소로 작동될 수도 있음을 반증한다. 이러한 사례는 DC코믹스의 원작만화를 토대로 <슈퍼맨>, <배트맨>, <원더우먼>, <아쿠아맨>, <저스티스리그>등을 시리즈 영화로 기획한 워너브러더스의 실패와 성공의 성과에서도 나타나고, 마블코믹스의 원작만화를 철저한 기획과 연속적인 배급으로 성공시킨 <어벤저스> 시리즈의 마블유니버스 세계관 전략의 총합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이처럼 DC코믹스와 마블코믹스가 갖는 슈퍼히어로 원작의 영화화 전략은 기존 영화미디어 네트워크그룹의 통합된 지원과 미디어믹스전략이 상호작동된 성과로도 분석해야 한다. 즉, 입체적인 변수의 제시와 변수간의 상호 긍정적인 효과를 유도해낸 기획의 성과로 인식되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매체에 따른 스토리텔링의 비밀

기존 1인 제작시스템을 고수하며 작가적 역량으로 장편애니메이션 원작의 팬덤을 구축한 연상호 감독의 2011년 <돼지의 왕>와 2013년 <사이비>의 서사는 영화흥행의 성과로 나타난 2016년 <부산행>의 스토리텔링과는 구조와 진행과정이 차별화된다. 이후 개봉한 애니메이션 <서울역>과 영화 <염력>은 연감독의 다양한 서사재배치의 경험을 강화시켜 최근 드라마 <방법>의 성공으로 연결된다. 즉 텍스트로 전제한 콘텐츠의 다양한 변수는 분석대상과 분석방법의 선정 및 연구설계에 따라 그 성과에 맞는 변수통제와 변인제시가 가장 중요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한다.

신일숙 작가의 만화 <리니지>는 장르콜라보된 순정만화의 실험작이었다. 그러나 그 원작이 NC소프트의 MMORPG <리니지>로 변환되고, 최근 모바일용 게임으로 특화되면서 기존 만화 <리지니>의 서사는 이미 그 의미가 축소되었고, 수용자에 따라서는 게임 <리지니>로의 서사와 원작성이 재개념화되는 상황에 이르고 있다. 결국 원작 만화의 텍스트가 매체변환을 거치면서 나타내는 효과와 성과는 이미 기획 단계에서 어떤 방향과 트렌드를 읽고, 목표 관객군을 설정하는 타당성과 시대적 배경의 방향성을 명확하게 변수화해야 함을 인식시킨다. 만화 원작에 비해 영화가 갖는 폐쇄성과 환타지, 드라마가 갖는 세밀한 연출과 장기적 플롯 병렬화, 뮤직비디오, 연극, 뮤지컬 등의 장르적 특성에 맞춤형 변환전략이 필요함을 기획자와 연구자는 파악해야 한다.

동일한 스토리원작이 매체변환될 때마다 투자환경과 펀드의 구성은 차별화된다. 결국 스토리원작을 재해석하는 구조적 변인이 다양해진다는 것이고, 그러한 텍스트를 유료로 지불하며 감상하는 관객층의 트랜드 및 변환방향도 시시각각 전환되기 때문에 적절한 변인통제와 개방성 및 확장성의 구성을 확보하는 것이 기획과 성과 연구의 관건이 될 수 있다.

한창완 | 세종대학교 만화애니메이션텍전공 교수

작성자: khug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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