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1호 학술대회취재 : 포스트모던음악학과 학술동향] 4차 산업혁명시대 한국의 예술교육, 이대로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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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 4차 산업혁명시대에 살고 있다.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로보틱스(Robotics), 3D 프린팅 등 첨단기술의 고도화로‘초연결(Hyper Connectivity)’, ‘초지능(Hyper Intelligence)’,‘ 초융합(Hyper Convergence)’으로 상징되는 새로운 개념의 사회를 열어가고 있는 것이다. 문화예술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AI 작곡가’,‘ AI 대본 작가’,‘ AI 화가’,‘ 참여형 VR 콘텐츠’등 4차 산업혁명 기반기술의 발전은 인간 고유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창작 분야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으며, 각국은 이러한 경향을 반영하여 4차 산업혁명 기반기술과 문화예술을 융합한 예술교육 환경 조성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필자는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 최근 국내외 첨단기술 기반 예술 콘텐츠의 동향과 문화예술교육 현황을 조사하고 비교분석함으로써 한국 예술교육의 한계점을 고찰하는 연구를 진행한 바 있다.

기술융합형 예술콘텐츠의 세계적 흐름과 한국의 현주소

해외의 경우, 이미 4차 산업혁명 기반기술을 활용한 예술 콘텐츠가 음악, 미술, 영화, 연극 등 문화예술 전 분야에 걸쳐 활발하게 나타나고 있었다.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크루즈대학교의 데이비드 코프(David Cope) 교수진이 개발한 AI 작곡 프로그램‘에밀리 하웰(Emily Howell)’은 수많은 클래식 음악을 분석해 데이터화한 뒤, 각 요소들을 인공지능에 주입해 바로크음악부터 현대음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클래식 스타일 음악을 만들어내고 있다. AI 작곡가 에밀리 하웰의 음악은 현재 세계적인 음원 사이트인 아마존(amazon.com)에서 판매 중이며 특히, 에밀리 하웰이 작곡한 모차르트 풍 교향곡‘Symphony in the Style of Mozart’는 국내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에도 초대되어 경기도 문화의 전당에서‘모짜르트 VS 인공지능’이라는 이름의 공연으로 연주된 바 있다. 또 다른 AI 작곡가‘아이바(Aiva)’는 영상의 배경음악을 만드는 목적으로 개발되었는데, 실제 각종 영상물의 사운드트랙에 사용될 정도로 인간적인 음악을 단 몇 십초 만에 작곡해낼 수 있고, 이 같은 결과물로 인해 세계 최초로 SACEM(프랑스 저작권협회)에 아티스트로 가입되기도 했다. 미술 분야에서는‘오비어스(Obvious) AI 화가’를 예로 들수 있다. 이 AI는 머신 러닝(Machine Learning) 기술을 통해 14~20세기에 그려진 초상화 1만 5000여점을 학습시켜 새로운 작품을 창작해내도록 했는데, 그중‘에드몽 드 벨라미(Edmond de Belamy)’라는 그림은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 붙여져 43만2500달러(한화 약 5억 원)에 팔린 바 있다. AI는 영화계에서도 활용되고 있다. 영화감독 오스카 샤프(Oscar Sharp)와 인공지능 연구자 로스 굿윈(Ross Goodwin)이 공동 개발한 AI ‘벤자민(Benjamin)’은 1980~1990년대 SF영화의 대본을 학습해 영화 제작에 필요한 배우들의 대사, 시나리오 및 연출에 필요한 무대 지시까지 스스로 만들어낸다. 그중‘Sunspring’이라는 제목의 대본은 실제 영화로 만들어져 2016년 영국에서 열린 공상과학영화제(Sci-Fi London Film Festival)에 출품되었으며 상위 10편 중 하나로 뽑힌 바 있다. 또한, 관객 참여형 VR 영화‘더 호리피컬 리얼 버츄얼리티(The Horrifically Real Virtuality)’는 초융합성을 고스란히 담아낸 작품이다. 관객들은 HMD(Head-mounted Display)를 착용하고 70평방미터에 이르는 공간 안에서 7개의 다른 세트를 오가며 45분간 초현실적 가상 세계를 경험하게 된다. 영화 속으로 들어가는 체험을 하는 것이다. 이 VR 영화는‘베니스 어워즈 최고의 가상현실(Venice Award for Best Virtual Reality)’부분 수상 후보에 선정되기도 했다.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기술 또한 예술계의 중요한 화두다. 영국의 로열셰익스피어극단은 인텔(Intel)과 협업하여 셰익스피어의 연극‘템페스트(Tempest)’를 VR과 접목하였는데, 극중 등장인물인 요정‘에어리얼(Ariel)’을 영상으로 무대 위에 펼쳐내어 실제 사람 배우와 대화하고 연기하는 가상현실 속 배우를 만들어 냈다.

국내는 이 같은 4차 산업혁명 기술기반 예술 활동이 매우 미진한 상황이다. AI의 경우 미술이나 영화 분야에서는 찾아볼 수 없고, 음악 분야에서는 광주과학기술원(GIST) 안창욱 교수가 개발한 AI 작곡가‘보이드(Boid)’, 그리고 국내 인공지능 스타트업 회사 포자랩스(Poza Labs)가 개발한 AI 작사가‘플로우박스(Flowbox)’와 AI 작곡가‘멜리(Mely)’가 있는데, 4차 산업혁명의 특징 중 하나인 초연결성을 가늠할 수 있는 소비자 연결, 수익 연결, 생산성 개선의 선순환 연결고리가 잘 형성되지 못하는 점이 아쉽다. VR, AR 콘텐츠의 경우도, 지니뮤직이 제작한 걸그룹‘마마무’의 앨범‘버추얼 플레이’, 컴퍼니숨이 제작한 3D VR 뮤지컬‘라비다’ 등이 있는데, 각각 실제 라이브 공연장이 아닌 소비자 개인 공간에서 HMD만을 착용하고 관람하거나, 컴퓨터 화면을 마우스로 움직여 경험할 수 있는 정도에 머무르고 있어서 공연장의 실감나는 현장음과 라이브 음향 등 진보된 가상현실을 체험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물리적인 세계’와‘디지털 세계’의 혼합으로 상징되는 4차 산업혁명 기술의‘초융합적’특징을 효과적으로 담아내지 못한 것이다.

미래지향적 예술인 교육환경 조성의 필요성

IT강국, 문화강국으로 일컬어지는 대한민국이 왜 이 같은 시대적 예술 콘텐츠 개발에 뒤처지는 것일까. 그것은 아마도 한국의 예술교육 환경과도 연관이 있을 것이다. 국외의 경우, ‘카덴즈(Kadenze)’사이트의‘Machine Learning for Musicians and Artists’,‘ Creating and Capturing Mixed Reality’를 비롯해 영국의 ‘Machine Learning to Kids’, 구글의 ‘AI Experiments(AI+Writing, AI+Drawing, AI+Music)’등 예술인이 학습할 수 있을 수준의 온라인 교육 플랫폼을 다수 발견할 수 있다. 오프라인 교육 사례를 보더라도, 프랑스의 예술교육 센터인‘르퀴브(Le Cube)’의 경우 디지털아트와 관계된 창작, 사회 혁신 기술 분야를 탐구하는 교육프로그램이 어린이, 청소년, 성인 등 다양한 연령층에 맞게 진행된다. 이곳의‘Cube Factory Workshop’의 경우는 6세부터 11세 어린이를 대상으로 컴퓨터 프로그래밍, 로봇공학, 가상현실, 3D 프린팅 등 다양한 기술을 배울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어서 교육의‘연계성’까지 고려했다. 영국의 상상력연구소(Institute of Imagination)는 예술, 과학, 기술, 교육 전문 기관들과 협업하여 아동 및 가족 대상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340여 평 규모의 엔진홀(Engine Hall)에서 소리 과학과 음악의 융합, 웨어러블 기술을 경험해보는 등 예술과 과학의 만나는 과정과 결과물을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워크숍 공간으로 직접 방문하기 어려운 계층의 사람들을 위해‘상상력 팟(Imagination Pod)’프로그램을 운영하여 학교, 가정 등 일상 공간으로 찾아가 창의적 융합교육을 제공받을 수 있도록 교육의‘지속성’까지 배려했다.

반면, 한국의 기술기반 문화예술교육은 많은 한계점을 드러낸다. 국가평생교육원이 지원하는 온라인 공개강좌 K-MOOC의 경우 4차 산업혁명 관련 교육 프로그램을 다수 운영하고 있지만, 해외 사례와 달리 예술인 혹은 예술가 지망생의 눈높이에 맞는 프로그램 개발은 고려하지 못했다. 대부분의 강좌가 공학도를 대상으로 하고 있어서 예술적 활용에 특화된 강좌 개설에는 눈을 돌리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오프라인 교육기관의 경우는 더 많은 차이가 드러난다. 앞서 해외의 선진 사례와는 달리 국내에는 첨단기술 기반의 예술교육 센터가 부재한 실정이다.‘ 아트센터 나비’는 국내를 대표하는 융합형 미디어아트 센터로써 유일하다 할 수 있는 곳이다. 국내에서 아티스트를 대상으로 열린 거의 유일한 교육과정이었던‘텐서플로우를 활용한 딥러닝 교육 아티스트를 위한 머신러닝 & 딥러닝’의 경우, 2017년에 일회성 행사로 그치고 말았고 지속적인 학습 기회가 제공되지 않는 점이 아쉽다. 이곳에서는 교육부의 재원으로 한국과학창의재단 등의 지원을 받아 인공지능, 로보틱스, 혼합현실 등 융합예술 관련 교육안을 개발한 바 있지만, 지원사업 보고를 위해 모의수업 형태로 수행되었을 뿐, 대중에게 열려있는 교육으로는 연결되지 못한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우리사회는 미래를 지향할 수 있는 문화예술교육 정책의 개념적 재정립이 필요하다. 뉴욕의 실험극단‘컬처허브’의 아트디렉터 빌리 클라크(Billy Clark)는“예술가들이 인간과 기계의 관계를 탐색하는 게 중요하다”며“단순한 시청자가 될 것인지 기술에 대한 발언권을 가진 예술가가 될 것인지에 따라 미래 예술의 발전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예술가들이 기술의 개입을 방관한다면 미래 문화예술 콘텐츠 개발의 주도권을 공학자나 기술 개발자들이 전담하게 되는 상황을 배제할 수 없다. 예술가들이 스스로 다양한 융합을 통해 기술적 변화를 새로운 창작도구로 승화시키도록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시대 변화에 걸맞는 교육 환경을 조성하여 예술가의 역할이 자리를 잃지 않도록 미래 문화예술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이 같은 국가정책 방향이 정립될 때, 4차 산업혁명 기술기반의 문화예술 창작을 위한 공용 창작센터 및 부설 교육센터 건립 등 재정적 지원이 뒷받침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기반 시설과 교육 환경 조성은 많은 청소년과 일반 예술인의 성장을 도모하여 향후 대학 교육과 상호 연계되는 인재육성의‘지속성’또한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문화예술교육의 변화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때, 세계 속 한류와 IT기술, 문화강국으로서의 위상도 견고해질 것이다.

한 경 훈 / 경희대 포스트모던음악학과 교수

작성자: khug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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