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호 인터뷰: 한균태 경희대학교 16대 총장] “위기를 맞은 대학, 경험을 바탕으로 소명을 다하기 위해”

지난 2월 14일 경희대학교 16대 한균태 총장의 임기가 시작됐다. 그는 경희 역사상 최초로 시행된 총장후보선출제를 통해 당선됐으며, 2024년까지 총장 직무를 맡게 된다. 한 총장은 입후보 당시“위기를 맞은 대학, 경험을 바탕으로 소명을 다하기 위해”출마했다고 밝혔다. 이에 본보는 그에게 대학(원)의 위기란 무엇인지, 그리고 그에 대한 대안을 들어보고자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는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일정 조율 문제로 부득이하게 서면으로 대체하였음을 밝힌다

대학의 위기, 경희대의 대안

Q.“위기를 맞은 대학, 경험을 바탕으로 소명을 다하기 위해”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입후보하 셨습니다. 총장님께서 생각하시는 경희대의, 더 나아가 대학(원)의 위기란 무엇입니까?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고 있는 지금, 대학의 미래는 녹록지 않습니다. 외부적으로는 기후위기와 환경파괴, 질병과 빈곤, 불평등과 갈등 등 지구적 난제가 전체 인류사회를 위협하고 있으며, 다른 한편에서는 인공지능(AI)으로 대표되는 첨단 과학기술 발달이 미래사회의 예측 불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또한 학령인구의 감소, 등록금 동결 등으로 많은 대학이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하지만 위기는 동시에 기회입니다. 대학을 둘러싼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처하려면 총장을 비롯한 교수, 직원, 학생 등 구성원들이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마음가짐으로 맡은 업무를 협력적으로 수행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저는 기본과 원칙에 입각해 대학을 운영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아울러, 경희의 구성원으로서 자긍심을 느끼고 사기를 진작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모두가 함께 일구고 가꾸어가는 경희 공동체를 만들도록 하겠습니다.

우리 학교 대학원은 사회적 수요가 많은 특정 학문분야(한국어학, 조리외식경영학, 식품영양학, 아동가족학 등)를 제외하고 대학원생 충원율이 낮아지고 있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사회적 수요를 예측했을 때, AI, 모바일,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대표적인 분야에서 최고 수준의 석박급 고급 인력이 요구됩니다. 따라서 사회적 추이를 반영한 융복합 교육과정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창의적인 융복합 인력을 배출하기 위해 다양한 장학정책을 마련하여 우리 대학 출신의 학부생이 대학원에 진학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장치를 보완하는 것은 물론, 학부와 대학원의 교과과정 및 연구환경을 적극적으로 개선하겠습니다.

Q.경희의 인재상으로 말씀하신‘답을 제시하는 창의적 인재’란 무엇입니까?

우리 대학은 문화세계의 창조라는 창학이념 아래‘전인교육·정서교육·과학교육·민주교육’을 교육목표로‘비판적 지식탐구 인재’,‘ 사회적 가치추구 인재’, 그리고‘주도적 혁신융합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습니다. 전환의 시대를 맞아 정보통신기술의 급속한 발전과 진보로 지식과 정보유통체계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생명과학, 인공지능, 우주과학과 같은 분야에서 진행되고 있는 인류사회의 도전은 변화의 기류를 만들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대의 흐름에 맞추어 우리 대학은 창학이념에 입각해‘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요구되는 문제해결 능력과 창의력 등을 갖춘 새로운 성찰적 인재를 양성할 책무가 있습니다.

‘답을 제시하는 창의적 인재’는 학문 경계를 넘나들며 혁신적 변화를 이끌 아이디어와 해결책을 도출하는 능력을 갖춘 인재를 의미합니다. 우리 대학은 이러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혁신적 교육과정을 신설하고 융합 교육과정을 확대하는 한편, 온라인 교육을 통한 학습 수월성을 제고하는 방안을 추진하겠습니다.

공약으로 알아보는 4년의 미래

Q. [교육] 인문학과 과학 전반을 아우르는‘융복합적, 창조적 커리큘럼 공약’이 현재 어떻게 논의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우리 대학은 사회적 수요에 부응하는 융복합 교육프로그램 개발을 추진할 예정이며, 우선 혁신적인 교육과정을 신설하겠습니다. 그 시작으로, 지속가능한발전목표(SDGs) 기반 사회적 가치지향 교육과정을 확대하고자 합니다. 문명사적 전환시대는 새로운 지식 및 기술과 함께 대학의 사회적 책무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에 우리 대학은 기후변화에 특화된 교육과정을 개발, 확대하도록 하겠습니다. 2020년에는 기후변화 교육과정을 탐색 및 개발하고, 2021년에는 기후 특화 교육과정 개설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또한, 학생 사회진출 역량 강화를 위한 교양/전공 교육과정을 개선하고, 융합교육과정을 확대하겠습니다. 우리 대학은 지난 2016학년도 1학기부터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전문 연구인력 육성을 위해 일반대학원에 KHU-KIST 융합과학 기술학과를 개설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향후, 홍릉 바이오·과학밸리 지역의 연구기관(KIAS, KISTI 등) 및 인근 대학들과 지속적으로 협의하여 융복합 교육과정을 확대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Q. [연구] ‘기초학문분야의연구비증액’공약은무엇입니까?

자연계열과 비교했을 때 인문계열 분야의 연구비가 적고 대학원생 수도 적은 실정입니다. 그러나 모든 학문 분야가 융합되는 추세이므로 인문사회계열의 학문이 발전해야 다른 분야의 학문도 발전합니다. 따라서 일차적으로 교비 지원금을 이용, 기초학문 분야의 연구비를 증액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겠습니다. 아울러 동문 장학금 조성 캠페인을 추진하여 기초학문 분야의 연구비로 활용될 수 있도록 기금 마련에 힘쓰겠습니다.

Q. [연구] ‘Data, Writing 센터’공약의 구체적인 계획과 이용대상, 기대효과가 궁금합니다.

Date 센터는 경희 구성원의 연구 수월성과 차별성 확보를 위해 필요합니다. ①연구 영역에서는 연구 논문 및 제안서 작성 관련 컨설팅을, ②교육에서는 통계 워크샵, 공개강좌 등을 통한 교육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며, ③실천 영역에서는 공동 데이터 수집을 통해 산학협력 및 연구용역 수행이라는 세 가지 기능을 맡아서 추진할 계획입니다.

또한, 외국인 유학생의 과제 및 논문, 발표 원고 등을 작성하는 데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Writing(영어, 중국어, 한국어) 센터’를 설립하겠습니다. 교내 유관부서와의 논의를 본격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며, 학부생뿐만 아니라 대학원생까 지 이용할 수 있도록 대상을 확대하여 운영할 계획입니다.

Q. [실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Blue Planet 21’사업 등의 공약은 무엇입니까?

우리 대학은 창학이념인‘문화세계의 창조’를 바탕으로 대학의 사회적·공적 책무 수행을 강조해왔으며, ‘지구공동사회’건설을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이에 작년 THE Impact Ranking(영향력평가)에서 국내 1위, 세계 27위에 오르기도 하였습니다. 주요 지구적 난제가 인류사회를 위협하고 있는 이 시기에, 우리 대학은 시대적·사회적 요구에 맞는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한 책임과 역할을 감당하고자 합니다.

‘Blue Planet 21’은 지속가능한 미래사회 건설에 기여하는 경희의 글로벌 연계협력을 의미합니다. 바이오헬스, 미래과학 등 5대 연계협력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서울교정 홍릉 바이오· 과학밸리, 국제교정 첨단 R&D밸리, 금산 에코파크 등과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장기 공공협력 프로젝트로 확대 추진하겠습니다.

우리 대학은 작년 여름 방학부터 약 1주일의 기간을 Eco- Friendly Campus Week(집중휴무제)로 지정하여 기후변화 에 대한 사회적 해결책을 모색하고 그린·에코 캠퍼스를 구현하고 있습니다. 집중휴무제 시행으로 전력소비 408.28MWh 감축, 가스소비 64,770㎥ 감축, 수도사용 2,720톤 감축 등의 효과가 있었으며, 온실가스 감축량은 총 347,558.0 kgCo2으로 추정됩니다. 집중휴무제 제도는 향후 여름과 겨울방학에 일주일의 기간을 지정하여 지속적으로 운영할 예정입니다.

대학원생이 묻고 총장이 답하다

Q. 연구공간 확보 및 시설 보수에 대한 요구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습니다.

대학본부에서는 노후된 연구장비를 교체하고 노후시설을 주기적으로 보수하고 있으나, 한정된 재원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현재 본부에서 별도의 공간 확보를 위한 재원 마련 방안을 구상하고 있으며, 이와 별도로 기존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있는지에 대해 객관적으로 검토해 여유 공간을 확보하고 중복된 장비와 공간을 공유할 수 있도록 조치할 예정입니다.

Q. 현재 대학원생이 수혜 받는 장학금의 대부분은 조교장학으로, 전공과 무관한 업무에 치중되어 있어 원생들의 연구력 향상을 위해서는 RA장학 확대가 요구됩니다. 본교의 장학제도와 조교장학 중심의 제도 실태, RA장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대학원생은 원칙적으로 수업조교(TA)와 연구조교(RA) 장학을 통해 학문 후속세대나 산업역군으로 성장하는데 필요한 교육과 연구역량을 배양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입니다. 현재 대학원의 조교제도는 행정조교와 수업조교의 구분 없이 I유형(14시간 근무, 등록금의 80% 지원)과 II유형(7시간 근무, 등록금의 40% 지원)으로 일원화된 상황입니다. 대학원생들의 등록금을 보전하기 위해서 현재 전공과 무관한 행정업무 담당 조교를 TA와 RA로 확대할 예정입니다.

기본적으로 RA는 지도교수의 연구를 보조할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됩니다. RA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탁월한 연구실적을 갖춘 우수연구자 영입이 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우수연구자들이 외부 연구과제를 많이 수주할수록 RA 기회가 확대되고, 우수한 연구역량을 보유한 대학원생이 입학하려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대학원의 경쟁력 제고는 물론 우수한 대학원생이 입학할 수 있도록 선순환 구조 확립에 힘쓰겠습니다.

Q. 오늘날 외국인 원생(유학생) 유치는 대학원 생존을 위해 필수로, 유학생의 학업능력이 대학원의 경쟁력과도 직결되는 상황입니다. 경희대학교 대학원이 국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방안이 궁금합니다.

외국인 대학원생의 가장 기본적인 자격은 언어능력과 학습능력입니다. 현재 일반대학원 인문계열은 주로 한국어로, 자연계열은 외국인 학생이 수강할 경우 영어로 강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에 외국인 원생 선발 시 학과에 따라 한국어 어학능력과 영어능력을 검증하고 있으며, 학업능력이 저하되면 불합격하도록 평가지침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경영대학원의 경우, 한국어 능력이 저하되는 외국인 원생을 위한 별도의 한국어 특강도 도입하고 있습니다.

우리 일반대학원은 유학생들의 급격한 증가로 인해 여러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입시제도 개선을 고려하고 있으며, 학과장들과의 소통을 통해 교육 현장에서의 애로사항을 개선하겠습니다. 또한, 우수 연구인력 확보를 위해 우수한 글로벌 인재를 선별하여 모집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학생에서 교수로, 연구자이자 총장으로

Q. 총장님께서는 학교 구성원으로서 총 35년간 경희대에 몸 담아 오셨습니다. 경희대에 담긴 총장님의 추억이 궁금합니다.

제가 학교에 다니던 70년대와 비교해 보면 교내 안팎으로 많은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서울교정에서는 개교 이래 학생들의 체력단련, 공놀이나 군사훈련이 이뤄지던 대운동장이 사라지고 모던스타일의 기숙사와 그리스 신전을 연상케 하는 쌍둥이 건물이 들어섰습니다. 정문에서 교시탑까지의 길은 깔끔하 게 정리되고 나무와 잔디가 깔려 있어 마치 미국 대학 캠퍼스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35년이나 몸담았던 정경대나 문과대의 경우 아직도 노후된 건물로 남아있어 안타깝습니다. 앞으로 SPACE21 2단계 사업을 통해 학생들이 좀 더 나은 학습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재정계획을 수립하겠습니다.

한편, 회기동의 모습도 달라졌습니다. 정문에서 파출소가 있는 삼거리까지 흘렀던 개천은 복개되어 흔적 없이 사라져 버려, 80년대 이후 학생들은 개천의 존재조차 모를 겁니다. 또한, 학교 주변에 있던 어두컴컴하고 시끄러운 하드록 음악으로 젊은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다방들도 꽤 있었습니다. 데이트나 미팅을 하거나, 지금은 실내에서는 절대 할 수 없는 담배를 피우면서 시간을 때우는 학생들로 북적댔었으니, 이제는 하나의 추억으로 남아 있을 뿐입니다.

Q. 경희대에서의 경험이 총장후보선거 출마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궁금합니다.

경희교정에서 학생과 교수로서 보낸 35년이 저로 하여금 무한 책임을 느끼게 합니다. 언론정보학부, 언론정보대학원, 정경대학, 한국언론학회 등 대내외 조직들을 이끌며 리더의 역할과 책임에 대해 소중한 경험을 얻게 되었으며, 때로는 조직이 직면한 다양한 위기들을 현명하게 극복해 왔습니다. 저는 또한 학내 보직을 맡으면서 시스템에 의한 행정을 철저히 추구해 왔습니다. 학장과 원장으로, 그리고 서울부총장, 대외협력부총장, SPACE21 사업단장, 후마니타스칼리지 대학장 직무대행 등의 보직을 수행하면서 우리 대학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게 되었으며, 리더의 역할과 책임과 관련해 소통과 공감의 필요성을 더욱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70년 경희 역사상 최초로 구성원의 손으로 선출한 총장으로서 저의 어깨는 실로 무겁습니다. 한쪽 어깨에는 학문과 평화로 상징되는 경희의 70년 역사와 전통이, 다른 한쪽 어깨에는 ‘경희의 미래, 대학의 미래, 인류의 미래’라는 비전이 올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경희의 자랑스런 과거와 담대한 미래 비전을 양 날개로 삼아 대학다운 미래대학 건설을 위해 높이 솟아오르 겠습니다.

Q. 경희대의 선배로서, 그리고 학문의 길을 앞서 걷고 있는 선배 연구자로서 원생들에게 조언의 말씀 부탁드립니다.

제가 미국 텍사스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돌아온 해가 1988년 올림픽이 열리던 해였습니다. 지난 32년 동안 학자로서, 연구자로서 지내오면서 다짐한 한가지 철칙은‘성실하게 최선을 다하자’입니다. 한꺼번에 많은 분야에서 학문적 업적을 내려고 욕심을 부리다 보면, 제대로 성취하기도 힘들 뿐 아니라 자괴감도 들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묵묵히 자신의 전공을 깊이 있게 파고드는 마음가짐이 매우 중요합니다. 인간의 능력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내가 세상을 구하겠다는 자세보다는 자기의 제한된 전공 분야에서 다른 사람이 알아주지 않더라도 꾸준하고 한결같이 정진해야 합니다. 그러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놀라운 성과를 이룰 수가 있습니다. 대학원생들 파이팅 하십시오!

정리: 류제원 기자 | jewonryu@khu.ac.kr
사진 : 경희대학교 총장실 제공

Q. [실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Blue Planet 21’사업 등의 공약은 무엇입니까?

작성자: khug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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