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9호 기획 : 대학생 촛불집회의 엘리트주의 재생산 구도] 2019년 대학생 촛불집회의 성격과 의미

1980년대부터 최근까지 대학생들의 촛불집회 및 시위현장의 목소리는 민주주의와 공정사회라는 이미지를 대변하는 기표가 되어왔다. 그러나 그 이미지의 이면에는 엘리트주의 재생산이라는 테제를 함축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 리도 존재한다. 이번 기획에서는 대학생 촛불집회의 의미를 우리 사회의 구조적 측면에서 파헤쳐 보기로 한다.

1990년대 말에 닥친 IMF 위기와 그에 따른 급격한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은 누구보다도 대학생과 청년층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1980년대 후반에 정점을 찍은 학생운동은 1990년대 중반을 지나면서 쇠퇴하였고, 청년과 대학 생들의 조직화된 힘도 약화되었다. 이러한 변화와 함께 2000년대 이후 대학생과 20대 청년 들은 구조조정으로 좁아진 취업문을 통과하기 위한 ‘스펙경쟁’에 매몰되면서 점점 더 파편화되었다. 2010년대 초에 이르러‘반값등록금 투쟁’으로 잠시 존재감을 드러내기는 했지 만, 대학생들은 정치권을 지속적으로 압박할 만한 조직력을 회복하지 못했다. 신자유주의로 인한 경쟁의 심화, 저성장과 기회 축소가 청소년 및 청년들의 삶과 정신을 피폐하고 협소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대학생들이 다시 정치적 이슈의 전면에 등장한 것은 2016년 ‘이화여대 사태’를 통해서 였다. 이화여자대학교 학생들의 시위는 학교가 일방적으로 추진한 평생교육 단과대학 지원사업(미래라이프대학)을 저지하기 위해 학생들이 대학 본관을 점거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재학생들과 졸업생들은 미래 라이프대학 설립이 학위장사를 위한 것이며, 교육의 질을 하락 시킬 것이라고 비판하였다. 이러한 시위를 계기로 최순실의 딸정유라의 부정 입학 및 특혜 의혹 등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의 전모가 드러나면서 대학생 촛불집회는 대규모 촛불집회와 대통령 탄핵으로까지 이어졌다.
그리고 2019년, 대학생들의 독자적인 시위는 다시 언론에 등장했다. 조국의 법무부장관 임명 이후 그의 가족들에 대한 각종 의혹이 언론에 보도되자 서울대와 고려대를 시작으로 대학 생들이 교내에서 촛불집회를 주최했고 곧이어 여러 대학이 결집되었다. 제기된 의혹 가운데 대학생들을 가장 자극했던 것은 조국의 딸을 둘러싼‘입시 특혜’의혹이었다. 부모가 사회적 지위와 인맥을 이용해 딸의 고등학교와 대학 시절 ‘스펙 쌓기’를 도왔고, 그것을 대학 및 대학원 진학에 활용했다는 것이 논란의 핵심이다. 대학원 재학 시절 장학금 부정수혜 의혹 역시 도마에 올랐다.


‘조국 논란’과 대학생 촛불집회

이른바 ‘조국 사태’에 대한 입장에 따라 ‘조국 사퇴’를 주장하는 대학생들의 시위를 향한 평가도 극명하게 갈린다. 그래서 대학생 촛불집회의 의미를 진단하려면 ‘조국 사태’의 본질에 대한 논의가 선행되어야 한다. 하지만 아직도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이 문제를 구체적으로 논하려면 지면 전체를 써도 모자랄 것이다. 다만 양쪽 입장을 도식화 해보면 다음과 같다. 한쪽에서는‘조국 사태’의 본질에 대해 검찰개혁을 저지하기 위한 검찰, 언론, 정치권 등 수구 기득권 연합의 공세로 평가한다. 이러한 평가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조국에 대해 법적으로나 도덕적으로 명백한 결격 사유가 없음에도, 오랫동안 검찰개혁의 의지를 강하게 보인데다가 대통령의 최측근이 라는 점에서 개혁의 대상들로부터 집중적인 공격을 받았다고 본다. 그 반대편에서는 조국 일가가 보수정치권과 언론이 제기한 여러 의혹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며, 합법·비합법을 떠나 진보를 자처한 자로서 너무나 비윤리적이고 위선적이기 때문 에 장관 자격이 없다고 판단했다. 전자의 시각에서는 ‘조국 퇴진’을 주장하는 대학생들의 집회를 정치적으로 보수적인 학생 들이 주도하고, 보수정치권과 언론의 프레임에 포섭된 이들이 참여한 것으로 본다. 반면 후자의 입장에서 대학생들의 시위는 기성세대의 불공정에 대한 분노의 표출이고 사회정의를 위한 정당한 문제제기가 된다.
대부분이 그렇듯 정치적으로 노선이 다른 양쪽 진영의 입장은 각각 일말의 진실을 포함하고 있다. 과거 민주화운동에 헌신했던 386세대도 작금의 불공정한 사회구조가 형성되는데 직간접적으로 복무했으며, 암묵적으로 또는 적극적으로 그 구조의 혜택을 누렸다는 점은 사실이다. 따라서 이에 대한 대학생과 청년들의 분노와 비판은 정당하다. 하지만 그러한 불공정한 사회구조를 만들고 특혜를 누리는데 가장 적극적이었던 정치 인과 언론, 그리고 검찰이 조국과 386세대에게 가장 큰 책임이 있는 것처럼, 비난하는 것에 대해서는 맥락을 따져봐야 한다.
대중의 민감한 정서를 자극하여 문제의 본질과 자신들의 책임을 은폐하고, 유리한 정치적 국면을 만들고자 하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스카이캐슬’의 편협한 공정성

‘조국 퇴진’ 촛불집회를 주도한 대학생들이 연합하여 발족 한‘공정추진위원회’는 조국의 법무부장관 사임 이후 집회에서 공수처 설치 반대와 자사고 및 외고 폐지 반대를 외쳤다. 그런데 공정을 추구한다면서 공정을 위한 정책에 반대하는 아이 러니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조국 일가 수사에 대한 평가는 논외로 하더라도) 그동안의 검찰 수사 및 기소가 공정하게 이루어졌다고 보는 것인가? 고등학교 서열화가 공정하다는 것인 가?
미국의 자유주의 정치철학자 존 롤스는 자신의 정의론을 ‘공정으로서의 정의’(justice as fairness)라고 규정했다. 그는 가장 핵심적인 정의의 원칙으로 ‘기본적 자유의 동등한 보장’과 함께 ‘기회균등의 원칙’과‘최약자 보호의 원칙’을 제시하였다. 하지만 한국사회에서 공정이 사회적 화두가 된 이래, 이 단어는 (특히 청년세대에게) 롤스가 규정한 것과는 전 혀 다른 의미로 통용되고 있다. 사회학자 오찬호는『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개마고원, 2013)라는 도발적인 제목의 책에서 대학 생들의 공정에 대한 편협한 인식을 고발했 다. 그들은 입시(중에서도 정시), 고시, 공채등 공개적인 경쟁시험의 승자가 정규직이 되는 것을 공정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이야말로 치열한 경쟁 과정에서 수행한 “노오력”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다. 그래서 시험을 거치지 않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공정하지 않다. 저자는 현재 대학생들에게 수능점수는 부동산 가격과 흡사하다고 말한다. 더 정확 하게 말하면, 대학생들에게 자신이 속한 대학은 기성세대가 소유한 집(아파트)과 같다고 해야 할 것이다. 아파트 소유자들이 그것의 브랜드 가치와 가격에 민감해하듯이, 대학생들은 소속 대학의 랭킹을 중요시한다.
자신들이 치열한 경쟁을 뚫고 획득한 상징자 본이기 때문이다. 이른바 ‘스카이캐슬’의 지위가 굳건히 유지되기 위해서는 성 밖의 사람들에게 성 안에 들어올 수 있는 자격이‘공정’하게 관리되고 있다는 믿음을 갖게 해야 한다.
2016년 이화여대에서도 표면적으로는 총장을 비롯한 학교 쪽의 소통 부재가 주된 문제였지만, 학생들은 특성화 고등학교 출신들을 이대에 입학할 수 있게 하는 것이‘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했고, 그 결과로 학교 ‘레벨’이 하락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이번 촛불집회를 조국의 딸이 거쳐 간 서울대, 고려 대, 부산대, 그리고 아들이 다녔던 연세대 학생들이 주도한 이유는 무엇일까? 전남대 김상봉 교수가 지적했듯이, 조국 가족의 입시 특혜 의혹에 대해서 가장 큰 박탈감과 배신감을 느낄 대상은 ‘스카이캐슬’에 다가갈 수 조차 없는 대다수의 청년들 인데 말이다. 혹시 조국 자녀들의 입시 의혹은 개인적 일탈일 뿐이며, 자신들의 소속 대학(또는 출신 대학) 입시는 공정하고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다는(그래서 자신들은 당당하다는) 알리 바이를 만들고자 하는 동기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물론 대학 생들의 정서가 그렇게 이해타산적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으나, 현재 대학생들에게 불공정은 단지 그들에게 ‘불리’하기 때문이 아니라‘불의’하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자신에게 불이익이 오지 않더라도 ‘무임승차’에 대한 강한 거부감이 있는 것이다.
진짜 문제는 ‘경쟁의 절차가 공정하게 관리된다 하더라도, 중요한 시험 하나로 삶의 경로가 결정되는 이 사회구조 자체가 과연 공정한가’에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해 ‘스카이캐슬’밖에 서는 사뭇 결이 다른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경북대 총학생 회는 성명을 통해 조 후보자에 대해 제기되는 의혹뿐 아니라, 고위 공직자 자제들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를 진행하라고 요구 하였다. 아울러 대한민국의 입시제도와 교육정책을 전면 재검 토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하지만 이렇게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는 “조국 퇴진이냐, 수호냐”라는 이분법적 프레임에 묻히고 말았다. ‘ 조국 논란’은 여태까지 조국전 장관의 가족 문제를 떠나 대학과 교육계가 풀어야 할 수많은 과제를 상기시켰다. 이제 한국사회가 진정한 공정의 가치에 다가갈 수 있을지는 교수, 학생을 포함한 대학사회가 이 과제 들에 어떻게 응답할 것인지에 달려있다.


이기라 /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 교수

작성자: khug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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