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9호 과학학술 : 새와 공룡의 상관성] 새는 공룡인가?

과학은 미래지향적인 학문이기도 하지만 축적된 과거의 보고인 지구를 탐구하는 역사학적 학문이기도 하다. 어린 시절, 공룡은 우리에게 있어서 그야말로 신비의 존재였다. 빙하기? 운석충돌? 명확한 원인은 알 수 없지만 지구상에서 사라져 버린 존재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누군가 우리에게 아직 공룡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말한다면 믿겨지겠는가?

첫 번째, 시조새


새와 공룡의 관계를 알아보기 전 현생 새(Aves)를 정의하는 기준부터 알고 시작해야한다. 새(bird)는 깃털이 달린 날개로 하늘을 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는 점에서 모든 척추동물과는 쉽게 구별된 다. 날지 못하는 새는 이차적으로 비행 능력을 상실한 새들(가령 타조, 키위 등) 이다. 새의 정의는“깃털이 있고 날개가 있으며 이족보행을 하고 온혈동물이며 알을 낳는 척추동물”로 사전에 기술되어 있다. 현재 조류는 약 일만 종이 발견되 었으며, 우리 인간을 포함한 포유류가 약 5,400종에 이르므로 거의 두 배나 많은 종이 지구 곳곳에서 번성하고 있는 아주 성공한 동물이다.
그렇다면 이처럼 특이한 동물은 언제 어떻게 지구상에 출현했을까? 새가 갑자기 창조된 것이 아니라면 새의 조상이 필히 존재해야 한다. 새의 기원을 언급할 때 항 상 언 급 되 는 화 석 이 시 조 새 (Archaeopteryx lithographica)이다.
조류가 파충류에서 진화했다는 주장은 시조새의 발견으로 시작되었다. 1861년 독일 뮌헨의 졸렌호펜 석회암 채석장에서 시조새가 처음 발견되었고(그 당시 영국 런던자연사박물관에 700파운드에 팔렸다), 1875년 완벽하게 보존된 새로운 표본(독일 베를린 자연사박물관에 수장, 전시)이 발견되었다. 그 후 현재까지 12개체의 시조새 화석이 이 지역에서 발견되었는데 이 화석들은 1억 5천만년 전 (후기 쥐라기)에 이미 조류(Aviale)가 존재했었다고 말해준다.
시조새 화석을 보면 시조새는 분명히 깃털과 날개가 발달한 새임을 알 수 있지만, 깃털자국을 제외 하고 시조새의 골격만을 보면 시조새는 신체구조가 현생 새와는 사뭇 다르다. 전형적인 현생 조류인 비둘기와 비교하면 쉽게 그 차이점이 드러난다. 우선 비둘기는 이빨이 없지만 시조 새는 주둥이 안에 이빨이 있다. 비둘기의 앞발은 손가락뼈가 융합되어 있고 손톱도 없는 반면, 시조새의 앞발은 날카로운 손톱이 발달해 있다. 비둘기의 꼬리는 짧고 뭉툭하지만, 시조 새의 꼬리는 파충류처럼 길게 뻗어 있다. 시조새의 가슴뼈는 매우 작아서 실제로 잘 날 수 있었는지 의심이 들 정도지만, 비둘기의 가슴뼈는 매우 크고 강력한 비행근육이 발달했다.
만약 시조새에서 깃털자국이 없었다면, 그 당시 고생물학자들은 아마 시조새를 작은 육식공룡으로 분류하였을 것이다. 골격학적으로만 보면 시조새가 원시 조류인지 진화된 공룡인지 구별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두 번째, 조류가 가는 길

시조새가 공룡과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처음으로 알아차린 사람은 토마스 헉슬리(Thomas Henry Huxley, 1825~1895) 였다. 그는 졸렌호펜 석회암에서 발견된 콤프소그나투스 (Compsognathus)라는 조그만 육식공룡을 연구한 후, 새의 조상이 공룡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즉 조류가 파충류에서 진화했다는 연구는 다윈의 진화론에 큰 힘을 실어주게 된다. 하지만 헉슬리의 견해는 얼마가지 못해 뒤집히게 되는데, 그것은 덴 마 크 조 류 학 자 인 헤 일 만 (Gerhard Heilmann, 1859~1946)이 1926년『새의 기원』이란 책에서 새의 특징인 차골(叉骨, furcula)이 공룡에겐 없기 때문에 공룡이 새의 조상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을 하였기 때문이다. 차골은 쇄골이 하나로 결합된 V자 형태의 뼈로 새가 비행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 하다. 그러나 당시 발견된 공룡의 종류가 매우 적고 불완전했기 때문에 공룡뼈에서 차골을 확인할 수 없었다. 따라서 헉슬 리의 주장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고 말았다.
하지만 그 후 새롭게 발견된 거의 모든 수각류 공룡에서 차골이 존재하고 있음이 확인되고 있다. 따라서 차골이 없기 때문에 공룡이 새의 조상이 될 수 없다는 헤일만의 주장 근거는 사라지게 된다. 헤일만 이후 전세계에서 다양하고도 수많은 공룡화석들이 발견됨에 따라 공룡 연구는 새로운 방향으로 전 개되며 공룡 르네상스 시대가 시작되었다.
과거 공룡은 흔히 악어처럼 굼뜨고 꼬리를 땅이 끌고 다니는 느린 파충류로 묘사되었지만 이러한 견해는 1970년대 들어 획기적으로 바뀌게 된다. 공룡은 악어와 같은 파충류가 아니라 활동적이고 신진대사가 매우 높은 조류에 더 가깝다는 주장들이 여러가지 증거들에 의해 독립적으로 발표되었다. 예일대학교의 오스트롬(John Ostrom, 1928~2005) 교수가 발 표 한 1969년 의 데 이 노 니 쿠 스 (Deinonychus) 논문과 1976년“시조새와 새의 기원”에 관한 논문은 진화된 수각류 공룡인 드로마에오사우루스(Dromaeosaurus)류 공룡이 새의 골격과 얼마나 유사한지를 해부 학적으로 밝힌 기념비적인 논문들이다. 오스 트롬 교수는 조류와 공룡의 골격 공통점이 100가지가 넘을 뿐 아니라 조류의 골격학적 특징들이 공룡의 진화와 함께 오랜 시간에 걸쳐 단계적으로 진화했음을 밝혔다.
새의 진화의 첫 단계는 뒷발로만 걷는 이족 보행의 완성이다. 이러한 특징은 중기 트라이아스기가 시작되면서 공룡들에게서 이미 나타난 특징이다. 직립의 이족보행 공룡 들은 다리가 휘어진 다른 원시파충류들을 압도하면서 출현하자마자 생태계의 우위를 점한다. 수각류 공룡들은 육상에서 이동하는데 앞발을 전혀 사용하지 않음으로써 앞발은 자유로워졌다. 공룡은 발바닥이 아니라 발가락 으로 걷는데, 그 중 가운데 3개의 발가락만 사용하며 첫 번째 발가락은 작아지고 점점 뒤를 향하게 된다. 3개의 발바닥뼈는 서로 확고하게 붙어 새에 와서는 하나의 뼈(부척골, tarsometatarsus)로 합쳐지게 된다. 위치가 상대적으로 높은 조류의 무릎 관절은 항상 구부러져 있으며, 마치 무릎 관절처럼 보이는 높은 곳에 위치한 뒤로 꺾인 발목 관절은 이미 이족보행 공룡에게서 물려받았다.
앞발의 변화도 중요한데 맨 처음 5개의 손가락뼈가 있었지만 다섯 번째, 네 번째가 차례로 퇴화되고 3개의 손가락만 남게 되면서 두 번째 손가락이 길어지게 된다(닭발과 형태가 비슷하다). 더 진화되면 손목뼈가 반달형의 뼈로 변화되고 어깨 관절이 옆을 향하면서 날갯짓을 할 수 있게 해 준다. 용반류 공룡의 특징인 앞으로 뻗은 골반의 치골도 새처럼 점점 뒤로 향하게 되며 뒷발 길이에 비해 앞발이 점점 길어지게 된다. 앞발이 날개로 변화될 필요조건이 모두 충족되었다는 의미다.
요약하면 공룡은 처음 출현했을 때부터 새의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악어와 같은 원시적인 파충류와 달리 공룡은 다리가 곧게 뻗어 직립을 했고 앞발을 사용할 수 있었다. 수각류 공룡 들은 새처럼 3개의 뒷발가락으로 걸었고 앞발은 자유로웠으며 손목관절은 유연하게 회전이 가능했다. 진화된 수각류 공룡인 드로마에오사우루스류들은 크기도 작아졌다. 공룡들이 처음 지구상에 출현하던 후기 트라이아스기 시기는 고생대말 대멸종으로 인해 지구상의 산소농도가 오늘날 보다 낮았다.
공룡들은 산소를 더 효과적으로 흡입하기 위해 목뼈와 앞쪽 등척추 속에 기공을 발달시켰다. 이러한 특징은 후에 조류로 진화하며 기낭이라는 매우 독특한 호흡시스템으로 발전한다.
기낭은 뼈의 무게를 줄여 몸무게를 가볍게 한다. 이렇게 공룡들은 하늘을 날준비를 마쳤다.

세 번째, 공룡의 깃털


하지만 하늘을 날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구조, 즉 깃털이 있어야한다. 공룡에 갑자기 깃털이 발생하여 하늘을 난 것이 아니라면 여러 공룡들에게서 깃털의 전조가 보여야만 한다. 깃털은 피부 조직이 변한 것이다.
1990년대까지 시조새와 현생 조류 사이에 존재했던 후기 중생 대의 조류화석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약 20년 전부터 새로운 중생대 조류화석들과 다양한 형태의 깃털을 가진 공룡들이 발견되면서 조류 진화사의 획기적 전기가 마련된다.
1990년대부터 중국 요녕성(遼寧省)의 북표(北標)라는 조그만 시골마을이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게 된다. 요녕성 지방은 이미 오래 전부터 매우 중요한 화석들이 발견되는 장소로 알려져 있었다. 이곳은 전기 백악기 석호 퇴적층이 발달했는데, 졸렌호펜 석회암처럼 완벽하게 보존된 화석들이 발견된다. 이곳에서 산출된 화석들은 두 판으로 얇게 쪼개지는 셰일에 깃털이나 내장과 같은 부드러운 부분까지 찍혀 매우 정교하게잘 보존되어 있다. 드디어 1996년 깃털을 가진 원시공룡인 시노사우롭테릭스(Sinosauropteryx, 일명 중화용조(中華龍 鳥)) 화석이 처음 세상에 공개되었다. 시노사우롭테릭스의 가장 큰 특징은 머리에서 꼬리 끝까지 등의 중앙부에 발달된 털과 같은 구조이다. 배 부분에는 마지막 먹이로 여겨지는 포유류 아래턱 파편이 함께 화석화되어있다. 전체 크기는 약 1m 정도이나 꼬리가 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형태는 조그만 육식 공룡인 콤프소그나투스와 매우 유사하다. 머리에서 등과 꼬리 까지 섬유형의 원시깃털이 발달했다. 최근 이 섬유형의 깃털 에서 화석화된 멜라닌 색소체가 발견되어 원시 깃털의 색깔까 지도 밝혀졌다. 그 후 다양하고도 수많은 깃털공룡들이 이곳 에서 쏟아져 나오게 된다. 당연히 이러한 발견들은《네이처》, 《사이언스》를 비롯한 주요 학술지에 논문으로 발표되었다.
깃털도 섬유형의 깃털부터 방사형으로 벌어진 깃털, 좌우 대칭 깃털, 대칭 비행깃털, 비대칭 비행깃털까지 다양하게 나타난다. 깃털공룡들에게서 다양한 조합의 깃털들이 발견된 것이다. 최근에는 수각류 공룡뿐 아니라 초식공룡인 조반류 공룡들에게서도 원시적인 섬유형 깃털이 발견되어 공룡에게서 깃털은 보편적인 특징이 되었다. 가장 진화된 공룡에서는 비대칭의 비행깃털이 발달하고 있지만, 원시적인 공룡들에게서는 이러한 비대칭의 비행깃털이 없다. 이제 깃털은 새의 유일한 특징이 아니라 이미 공룡 때부터 존재했었고 깃털을 비행에 이용하기 전, 공룡들은 체온을 조절하거나 짝을 유혹하기 위해, 혹은 먹이를 잡기위해 다양한 용도로 사용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언제부터 비행이 가능했을까? 중국 전기 백악기 지층에서 산출된 진화된 수각류 드로마에오사우루스류인 약 50cm 크기의 미크로랍토르(Microraptor)는 시조새, 원시조 류인 안키오르니스(Anchiornis)와 마찬가지로 뒷발에서 비행깃털이 발달한다. 뒷다리의 깃털은 당연히 땅에서 걷기에 부적합한 구조이다. 이러한 공룡과 시조새는 오늘날 날다람 쥐처럼 나무와 나무사이를 활공 비행했을 것으로 보인다. 납작하고 긴 꼬리에 발달한 깃털들은 활공 중 균형을 잡기위한 방향타 구실을 했다. 조류로 진화하기 전 이미 공룡들이 하늘을 날았다는 것은 공룡과 새가 얼마나 밀접한 관계인지를 말해준다. 더 진화된 조류들은 성가신 긴 꼬리를 줄이고 대신 강력한 앞날개를 발달시켜(커다란 가슴뼈) 활공이 아닌 날갯 짓을 이용한 완전한 비행을 완성시켰다. 시조새보다 다 진화한 원시조류들을 보면 꼬리도 점차 줄어들어 뭉툭하게 미단 골(pygostyle)로 바뀌며 부리 속의 이빨은 점차 사라진다.
날갯짓을 상하로 하기 위해 상박골의 관절은 위를 향하게 되며 점점 더 비행 근육이 커짐에 따라 흉골이 더욱 크게 발달 하게 된다.


네 번째, 공룡의 생태

골격학적 특징뿐 아니라 생태적인 측면에서도 공룡과 새는 매우 비슷하다. 특히 진화된 수각류 공룡의 생식과 성장은 더욱 그렇다. 모든 공룡알 껍데기의 단면구조는 크게 9종류로 나눠지는데 유독 수각류 공룡의 알껍데기만이 단순한 2층 혹은 3층 구조로 되어있으며 숨구멍이 좁고 갯수도 적어 현생 조류의 알 단면구조와 매우 유사하다. 특이한 것은 공룡의 난관은두 개로, 동시에 두 개의 알을 낳는 반면에 현생 조류는 무게를 줄이기 위해 난관을 한 개로 줄였다. 공룡의 치골 끝은 융합되어 있어 상대적으로 큰 알을 낳지 못하지만 새의 치골 끝은 벌어질 수 있어 자기 몸집에 비해 큰 알을 낳을 수 있다(가령 키위). 새처럼 알을 품는 포란 자세로 보존된 화석들이 오비랍토르류, 트로오돈류, 드로마에오사우루스류, 원시조류에서 확인되는데 이는 새끼돌보기 행동을 하였단 의미이다.
특히 오비랍토르(Oviraptor)의 긴 앞발과 깃털, 꼬리깃털은 포란과 관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 수각류 공룡들이 한꺼번에 알을 낳고 복잡한 둥지를 만들며 새끼들이 부화되는 것은 공룡의 체온과 포란 장소가 주변 온도보다 높았다는 것임을 암시한다. 즉, 이러한 산란습성은 중생대 수각류에서 중생대 조류, 그리고 현생 조류로 가면서 조류의 습성을 점차 얻은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공룡의 성장곡선을 보면 파충류보다 빠르지만 조숙한 새끼 새에 비해 조금 느리고 미성숙 새끼 새에 비해 훨씬 느리다. 진화된 공룡과 시조새, 원시 조류의 성장속도도 현생조류보다 느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현생조류의 성장속도는 중생대 시기에 더 진화된 조류(Ornithurae)에서 출현했음을 암시 한다. 공룡이 항온(endothermy)동물 이었는지 변온(ectothermy)동물이었는 지를 화석으로 밝히기는 쉽지 않다. 그럼 에도 불구하고 뼈조직 연구를 통해 공룡들은 항온성과 변온성을 복합적 으로 갖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 으며 신진대사에 기초해 공룡은 중온(mesothermy)동물 이라는 주장도 있다.


다섯 번째, 공룡시대


결국 현재 조류를 정의하는 거의 모든 특징들이 공룡에게서도 발견됨에 따라 공룡과 새의 구분이 더욱 모호하게 되었다. 어떤 특징을 기준으로 보느냐에 따라 시조새가 가장 오래된 새가 될 수 있고 가장 진화된 수각류 공룡 중 어떤 종이 시조(始祖)새의 자리를 차지할 수도 있다. 거꾸로 시조새를 가장 진화된 수각류 공룡 그룹에 넣을 수도 있다. 실제 이러한 논란이 지난 10년간 계속되었고 현재 안키오르니스가 ‘가장 원시적인 새’로 분류되고 있다. 시조새가‘가장 오래된 새’라는 사실은 변함없지만 이제‘가장 원시적인 새’라는 타이틀은 잃게 되었다. 이러한 사실은 공룡과 새의 구분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보여주며 역설적으로 공룡과 새가 얼마나 비슷 한가를 증명한다. 중생대가 끝나며 대부분의 공룡은 멸종했지만 새로 진화한 공룡은 친척들이 멸종한 이후 신생대 들어 폭발적으로 진화해 오늘날 하늘을 지배하고 있다. 우리는 아직 공룡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이융남 /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작성자: khugnews

이글 공유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