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9호 사설] 홍콩시위 대자보 갈등이 또 다른 폭력이 되지 않도록

홍콩시위가 대학가에서 한-중 학생 간 대자보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그리고 그 갈등상황은 우리 학교도 예외가 아니다. 6월 16일 홍콩 정부의 범죄인 인도법안에 대한 반발로 200만 명의 홍콩시민이 거리에서 평화행진을 벌인 후로 6개월간 시위가 지속되고 있음에, 우리나라 대학가에서 연대의 목소리가 적극적으로 나오기 시작한 것은 11월부터이다. 하지만 연대를 호소하는 대자보들이 중국인 유학생과의 갈등으로 훼손되거나 철거되는 일이 벌어졌고 중국 정부를 향한 홍콩의 민주화 운동은 중국 유학생을 향한 한국 대학생들의 대자보 지키기 운동의 양상으로까지 변화돼 나타났다.

홍콩시위 연대를 요구하는 대자보를 비판하는 중국 유학생들은 제삼자인 한국(인)이 홍콩시위의 연대를 주장하는 것이 내정간섭이라고 주장한다. 대자보 훼손을 막고 학생들이 각자의 의견을 낼 수 있도록 따로 설치된 청운관 1층의 홍콩시위 관련 대자보 게시판에는 “ONE CHINA”라고 쓰인 포스트잇과 “STOP interfering in CHINA’S internal affairs”라는 문구의 인쇄물이 대거 부착돼있다. 군데군데 붙여져 있는 “조선 응원”이라는 포스트잇은 한국 학생의 홍콩시위 연대 호소가 중국인의 한반도에 대한 통일 호소와 다르지 않다는 의미의 표현이다. 게시판에 붙어있는 대자보 중엔 ‘홍콩을 장작 삼아 공산주의를 불태워라,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이라는 제목의 글도 있다. 이는 자유민주주의 이데올로기를 이상적 이념으로 설정해 공산주의를 배척하는 또 하나의 폭력으로, 대학이라는 민주적 공간에서 중국 유학생들을 배척하는 비민주적 행위다. 하지만 홍콩 시위대를 향한 중국 정부의 폭력적 탄압에 맞서 세계적 연대의 움직임을 만드는 것은 내정간섭이나 이념정치가 아니다.

우리 학교 중앙 게시판의 ‘홍콩 민중의 지팡이는 어디로 가는가? -홍콩 경찰의 국가 폭력을 규탄한다-’라는 제목의 대자보에는 “홍콩(시위대)은 현재 폭력이 있기 때문에 홍콩 경찰을 지지한다.”라는 글씨가 매직으로 크게 쓰여져 훼손돼있다. 하지만 폭력의 주체를 시위대에 두는 것은 시위의 시작이 평화행진이었음을 생각지 않은 것이고, 매직으로 쓴 커다란 글자에 의해 지워진 대자보의 활자는 홍콩에서 일어나는 폭력이 한국의 대학가에서 재현되고 있음을 강조할 뿐이다. 경찰의 강경 진압에 사상자가 속출하는 홍콩의 급박한 문제가 한-중 학생 간 대자보 지키기 문제로 희석되면 안된다. 우리 대학가에서 홍콩 문제는 민주적 가치에 대한 연대의 문제가 되어야 하고 대자보 갈등은 그 가치가 중국식 사회주의 이념과 어떻게 융합될 수 있을지에 대한 토론이 돼야한다. 그리고 우리나라 대학 중 두 번째로 많은, 2,761명의 중국인 유학생이 재학 중인 우리학교는 그 토론의 장이 되어야 할 것이다.

작성자: khugnews

이글 공유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