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8호 문화비평: 반려동물과 동물권] 동물권에 대한 인식과 현 동물보호법의 현황과 한계

2018년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실시한‘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개, 고양이 등 반려동물 양육 가구 수는 약 511만 가구로 전체 가구의 23.7%로 조사되었다. 4가구 중 한 가구는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가 증가한 것과 비례하여 동물에 대한 인식도 예전과는 많은 부분에서 달리 변화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현재 동물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으며 반려동물을 넘어 동물권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그리고 현 동물보호법의 현황과 한계는 무엇인지에 대해 살펴본다.

오늘날 반려동물의 의미

집에서 키우는 동물에 대한 호칭이 애완동물에서 점차 반려동물로 변화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이것은 동물을 대하는 보호자들의 태도 변화에 따른 결과이다. 사전적으로 애완(愛玩)이라는 단어는‘동물이나 물품 따위를 좋아하여 가까이 두고 귀여워하거나 즐김’을 뜻한다. 이는 사람이 주체가 되어 동물을 객체로서 일방적으로 귀여워하고 즐기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과 동물의 관계는 단지 동물을‘귀여워하고 즐기는’ 차원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동물과 함께 하는 시간은 동물과 상호 교감하며 희로애락을 같이 하는 시간이다. 그래서 이들에겐‘짝이 되는 동무’를 뜻하는 반려(伴侶)동물이라는 호칭이 더 적절하다고 받아들여진다.
2018년 문화체육관광부와 농촌진흥청이 공동 진행한 <2018 반려동물 보유 현황 및 국민 인식 조사 보고서>에 의하면 반려동물을 키움으로 16세 미만 자녀 72.9%가 생명의 소중함을 느꼈고, 68.8%는 외로움 감소, 64.4%는 관대함이 증가함을 느꼈다. 또 부부의 55.1%가 스트레스 감소를, 55.0%가 부부 사이에 대화가 증가하는 변화를 느꼈고 65세 이상의 노인층은 78.2%가 외로움의 감소를, 72.2%가 정서적 안정감을 느꼈다고 답했다. 이러한 변화는 반려동물이 사람에게 있어 단순히 귀여움으로 즐거움을 주는 존재를 넘어서서 삶의 동반자로 살아감을 보여준다.

반려동물을 넘어 동물권으로

동물에 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이슈가 되는 것이 동물권(Animal rights)이다. 동물권은 사람에게 그가 여성이든 남성이든 또 인종이 무엇이든 지위가 어떻든 간에 누구에게나 가장 기본적인 권리인 인권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동물들 역시 기본적인 권리를 가진다는 개념이다.


세계적으로 동물권이라는 말이 처음 언급된 것은 1892년 헨리 솔트(Henry Stephens Salt)의『동물의 권리』(Animals’Right)에서이다. 그리고 동물을 본격적인 철학적 논의의 대상으로 확대한 철학자는 피터 싱어(Peter Albert David Singer)와 톰 리건(Tom Regan)이다. 싱어는 그의 저서『동물해방』에서 “한 존재가 고통을 느낀다면, 그와 같은 고통을 고려의 대상으로 삼길 거부하는 자세를 옹호할 수 있는 도덕적인 논증은 있을 수 없다”며 “한 존재의 본성이 어떠하든, 평등의 원리는 그 존재의 고통을 다른 존재의 동일한 고통과 동일하게 취급할 것을 요구” 하였다. 그는 동물의 고통에 대하여 단지 그 대상이 인간종이 아니기 때문에 무시한다면 그러한 생각을 ‘종 차별주의(speciesism)’라고 불렀다. 싱어와 비교해 리건은 동물 이 ‘삶의 주체’로서 고유의 가치를 갖는 존재들이기 때문에 사람들의 이익이나 욕구, 사용 가치 등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였다. 그는 동물을 포함한 삶의 주체들에게는 기본권(Basic rights)이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동물의 기본권은 동물권과 구별된다. 『동물해방』에서 동물의 기본권을 이야기하기때문에 싱어가 동물권을 주장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는 공리주의자로 고통을 줄이는 것에 관심이 한정되어 있다. 그에 따라 싱어는 인간의 목적을 위하여 동물을 계속 이용할 수는 있으나 동물의 권익 보호를 위해 현재 동물에게 부여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복지가 고통을 완화하는 방식으로 동물에게 주어져야만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에 반해 리건은 동물은 누구로 부터 침해받지 않을 권리를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인간의 관행적인 동물 이용은 단순히 규제만 할 것이 아니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싱어와 리건의 동물에 대한 논의는 인간의 도덕적 고려의 대상을 인간을 넘어 동물에까지 확장시켰다는 긍정적 평가를 받는다. 하지
만 이들의 주장 또한 나름의 한계를 안고 있다. 싱어는 고통을 느끼고 즐거움을 경험하는 능력으로 유정성(有情性, sentience)을 언급하며, 무척추동물이나 나무는 자신들에게 일어난 일에 대해 신경 쓰거나 고통을 받지 않기 때문에 그들의 복지를 고려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리건은 삶의 주체라는 기준을‘1년 혹은 그 이상 된 정신적으로 정상적인 포유동물들’에만 적용하였다.

오늘날 심각해지는 생태계 파괴는 인간이 자기중심적으로 자연의 생명체를 이용하고 파괴했기 때문이다. 2019년 UN은 지구 생물 중 50~100만 종이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고 경고했다. 그대상은 동물뿐만 아니라 식물을 포함한 자연계의 모든 생물이다. 따라서 우리는 단지 동물뿐만 아니라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생명체가 어떻게 하면 온전한 유기적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지 고민할 필요가 있고, 동물권의 확립은 대상의 범위를 식물, 그리고 생태계로 넓혀나갈 하나의 발판이다.


현 동물보호법의 한계


현행 동물복지법의 체계를 갖춘 최초의 동물보호법은 1911년 영국에서 만들어졌고, 1978년 10월 15일 유네스코에서 세계동물 권리선언을 선포하였다. 우리나라에서는 1991년 처음으로 동물보호법이 제정되었다. 하지만 그 당시 만들어진 동물보호법은 1988년 올림픽을 개최하며 개식용을 비롯한 우리나라의 동물 학대 상황이 세계적으로 비난의 대상이 되면서 이를 무마하기 위해 형식적으로 만들어진 측면이 없지 않다. 그로 인해 당시 만들어진 동물보호법은 실제로 학대받는 동물들을 보호하기에는 많이 미흡했다. 그러한 동물보호법은 지금까지 16차례에 걸쳐 개정되며 개선된 부분도 있지만, 여전히 부족한 부분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도 현행 동물보호법은 체계의 문제점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 법은 헌법을 근간으로 하여 하위 법령이 제정된다. 헌법은 국가의 통치조직과 통치작용의 기본원리 및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근본 규범으로서 법률의 제정근거가 된다. 하지만 우리 헌법에는‘동물’이 단 한번도 언급되지 않고 있다. 그러다 보니 동물보호에 대한 근본 규범 없이, 필요에 의해 동물보호법 등 동물과 관련된 여타의 법률들이 제정되고 있는 형편이다.

가령 산책시키고 있는 다른 사람의 개를 발로 차서 상해를 입히는 경우 형법상 타인의 소유 ‘물건’을 손상한 것으로 간주하여‘재물손괴’로 본다. 이는 헌법에 동물을 보호해야 한다는 규정 없이 법에 의한 규제가 필요할 때마다 단편적으로 관련법이 제정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동물보호단체에서는 헌법에 동물을 보호해야 한다는 규정을 추가할 것을 요구하였고, 개헌 논의가 한창이었던 2018년 3월에 ‘국가가 동물보호를 위해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라는 의무를 명시한 헌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기도 했다. 이 개정안은 통과되지 못했지만, 동물의 지위에 대한 많은 논의가 이루어지는 계기가 되었다.

법체계의 문제 외에도 동물보호법은 그 자체로 개선해야 할 지점이 존재한다. 현재 동물보호법은 동물 학대를 “정당한 사유 없이 불필요하거나 피할 수 있는 신체적 고통과 스트레스를 주는 행위 및 굶주림, 질병 등에 대하여 적절한 조치를 게을리 하거나 방치하는 행위”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러한 조항은 ‘정당한 사유’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킨다. 더불어 동물보호법에서는 몇 가지 동물 학대 행위를 규정하고 있는데, 그로 인해 규정을 교묘하게 벗어난 학대 행위는 법의 처벌을 받지 않는다. 이처럼 실제로 동물 학대를 방지하기에 문제가 있는 부분들이 있지만, 아직 동물 학대 행위는 인간 중심의 법체계에 의해 벌금형 정도로 가볍게 다루어지고 있다.

동물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는 점차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추세에 맞추어 동물에 대한 인식 개선과 법 체제의 변화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박 종 무 /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작성자: khug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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