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호 과학학술: 바이러스] 바이러스, 진화역사의 아웃사이더인가?

지난 1월 전북 지역에서 발병한 조류인플루엔자(H5N8)가 석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전북 고창의 오리농가에서 처음 발생했으며, 충남, 전남, 경기, 경남, 최근 충북 음성군까지 AI 감염 확진을 받은 닭, 오리들이 대규모로 살처분되고 있는 상황이다. 대체 바이러스란 무엇이기에 감기바이러스와 같이 우리 주변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것부터 A형독감 바이러스, 노로바이러스 등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는 것일까? 본보는 바이러스의 구조와 종류, 기원과 진화 등 그동안 우리가 모르고 지나쳤던 바이러스에 대해서 자세히 다루고자 한다.

 

1981년 후천성면역결핍증후군, 즉 에이즈의 병원체인 HIV의 발견은 그동안 천연두, 소아마비, 독감 등과 같이 전통적 바이러스 병원체에 익숙해 있던 대중들의 시선을 새로운 멤버의 출현 현장으로 집중시킨 대형 사건이었다. 그 전에도 다양한 신·변종 바이러스들의 출현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위 시점을 기준으로 동남아에서의 니파 바이러스, 북아메리카에서의 급성폐출혈열 바이러스와 웨스트나일 바이러스, 홍콩과 중국에서의 사스 바이러스, 전 세계 식중독의 60% 이상의 원인체인 노로바이러스, 지난 2012년 9월부터 수면으로 떠오른 중동지역에서의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바이러스에 이르기까지 20세기 후반부터 범세계적 감염병의 주요 후보들이 속속 확인, 보고되는 모습은 지극히 편치 않다. 이 기간 중에도 지속되어 온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들의 급속한 진화는 2014년 4월 현 시점에서 우리나라 전국에 확산되어 포유류까지 전염시킨 H5N8 조류인플루엔자(AI)에서 보듯이 거의 매년 전 세계를 두려움의 장으로 몰아세운다. 따라서 이제는 전문가 영역의 울타리를 열고, 엄정한 과학적 증거에 바탕을 둔 바이러스의 실체를 일반 대중의 객관과 합리적 판단 영역으로 확장하는 일이 마땅하고 또 필요한 사안이 되었다.

 

바이러스의 정체와 구조

 

그렇다면 대체 바이러스란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은 질의의 방향성에 따라 극적으로 다양한 설명이 가능하겠지만 우선은 전문가들이 소개하는‘고전적 정의’에 따르면 바이러스는 ‘초현미경적 크기를 가진 필연적 세포 내 기생체’이다. 그러나 바이러스에 관한 현대 생물학의 연구결과들이 쌓여가며 작은 세균(ex. 마이코플라스마)보다도 큰 바이러스(ex. 폭스바이러스, 미미바이러스 등)들이 발견되었고 오늘날 초현미경적이라는 표현은 절대성을 잃고 있다. 한편, 바이러스는 고전적 의미의 생명체와는 다른 방법으로 개체를 형성하며 숙주세포의 밖에서는 생명현상을 보이지 않는 ‘단백질 결정체’일 뿐이라고 설명되기도 한다. 바로 이러한 관점을 바탕으로 대중은(때론 일부 전문가들까지) 바이러스를 생물과 무생물의 ‘중간’이라고 표현하기를 선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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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발견한 어떤 것이 생물인지 무생물인지, 혹은 그 ‘중간’어디쯤인지를 정하고자 한다면 생물과 무생물의 정의 또는 이들을 나누는 기준이 필요하다. 생물(生物)은 ‘살아 있는 물체’또는‘생명을 가진 물체’의 줄임말이다. 같은 맥락에서 당연히 무생물은‘생명을 갖지 않은 물체’의 뜻일 것이다. 물체(또는 물질)의 정의는 부피와 질량을 갖는 모든 것이다. 따라서 이제 남겨지는 문제는 결국 생명의 정의일 것이다. 오늘날 전 세계에서 사용되는 대학교재에서는 ‘생명이란 몇 마디 말이나 문장으로 정의할 수 없을 만큼’복잡하기 때문에 ‘생명체가 나타내는 주요 특성들을 알아봄’으로써 생명의 개념에 접근하는 시도가 일반적이다. 이러한 특성들은 질서(order), 조절, 에너지 전환, 성장과 발생, 생식, 자극에 대한 반응, 그리고 진화적 적응 등으로 나열되지만 최근에는 이를 함축하여 질서(개체 내에서 진행되는 조절, 에너지 전환, 성장과 발생, 자극에 대한 반응 모두 개체의 질서, 즉 음의 엔트로피를 유지하기 위한 시도이기 때문이다), 생식, 진화의 세 가지로 정리하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세포는 생명체를 구성하는 기본 단위이다’라는 개념이 부가되어 생명체는 세포이어야만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곤 한다. 이와 함께 ‘모든 생물은 세포들로 구성된다’와‘모든 세포는 기존의 세포에서 유래한다’는 세포설은 1839년 Matthias Jakob Schleiden(1804~1881)과 Theodor Schwann(1810~1882) 및 1855년 Rudolf Virchow(1821~1902) 등이 주장한 것이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바이러스의 존재를 확인해 준 전자현미경 관찰은 인간이 광학현미경의 발명과 함께 맞이한 미생물학의 중흥기에 발표된 세포설보다 근 100년이 지난 후의 사건이다. 유럽의 르네상스기를 지나며 한껏 고무된 인류의 과학지성을 폄훼하지 않을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은 어쩌면 바이러스를 생물과 무생물의 중간 어디쯤 애매한 곳에 놓아두는 것이 아니었을까?

이상의 내용을 정리하면, 에너지를 활용하여 음의 엔트로피를 추구하고 핵산(DNA 또는 RNA)을 유전정보의 저장매체로 사용하며 생식(번식)을 통해 존재의 연속을 이어가는 모든 생명체는 ‘독립적인 진화사’를 갖는다는 점, 그리고 (유전)정보란 물질의 특정 배열을 통해 체화된 실체라는 점에서 생명이란 ‘시공간의 물리적 질서가 매개하는 (유전)정보의 영속화 과정’이라고 정의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바이러스라는 명칭은 숙주세포 내에서 진행하는 생식 또는 증식 상태와 자원이 고갈된 숙주를 떠나 새 자원이 풍부한 다른 숙주를 찾아가는 모습인 입자(비리온, virion)상태의 두 가지 상태를 포괄하는 용어이다. 이러한 모습은 먹을 물과 신선한 풀이 풍부한 장소에서 번식하고 자원이 고갈되면 새 자원을 찾아 수천 킬로의 먼 여행을 감수하는 아프리카 코끼리나 그 외의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물에서 나타나는 모습이지만 유감스럽게도 바이러스의 정체에 대한 우리의 초점은 입자, 즉 이동 중인 모습에 집중되어 있다. 유전정보가 없는 바이러스는 없다. 그 정보 중에 물질대사의 핵심인 효소 유전자가 없는 바이러스도 없다. 바이러스만큼 구조적 질서가 도드라진 생명체도 드물며 개체의 번식능력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고 미토콘드리아나 엽록체가 갖지 못한 독립적 진화역사도 증명되어 있다. 결국 우리와 같은 ‘세포성 생명체’가 주로 비생물적/생물적 환경자원을 모두 이용하여 생명현상을 나타낸다면 바이러스란 어쩌면 최소의 장비로 생물적 환경자원을 주로 이용하여 또 다른 얼굴의 생명현상을 나타내는 ‘비세포성 생명체’로 정의되어야 하지 않을까?

 

바이러스의 종류와 기원

 

1) 바이러스의 구조와 분류체계

18~19세기를 지나며 사람들은 감염성 질병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체가 박테리아(세균)라는 것을 인지하기 시작했고 마침내 1884년 독일의 의학자인 Robert Koch(1843~1910)는 Friedrich Loeffler(1852~1915) 등과 함께 감염병과 미생물 사이의 인과관계를 규정하는 ‘The postulates’를 발표했다. 그러나 이 원리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감염현상들이 발견되었고 기실, 바이러스의 존재를 가늠하게 된 처음 이유는 어떤 질병이 박테리아가 아닌 정체불명의 독성물질에 기인한 것으로 판단되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바이러스 연구의 초기에는 신경계 바이러스, 소화계 바이러스 등과 같이 질병 증상을 중심으로 바이러스들을 분류하였다. 이러한 분류경향은 1939년 최초의 상업화된 전자현미경이 출시되면서 입자 상태의 바이러스가 관찰되고 비리온의 외관구조를 바탕으로 한 분류체계로 이동하였다. 일반적으로 바이러스 유전체는 불과 3K(1K는 뉴클레오티드 염기 1000개) 내외 크기부터 1.2M 염기를 넘는 것까지 다양하지만 7K~15K 길이가 가장 흔하다. 이 범위에서는 유전자의 수도 십 수개를 넘지 않지만 한정된 범위에 가능한 많은 유전자들을 정렬하는 효율은 모든 생명체 중 최고로 꼽힌다. 이 유전체를 감싸고 있는 비리온의 외피인 캡시드는 단백질로 만들어지며 나선형 대칭과 정이십면체형 대칭 등 2가지의 기하학적 형태로 대표되지만 이 두 건축술의 복합 형태이거나 또는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 복잡구조(complex structure) 입자들도 발견된다. 각 외피는 다시 지질 성분의 외피막(envelop)으로 덮이는지의 여부에 따라 나출형 입자와 피막형 입자로 구분된다. 한편 분자생물학을 토대로 한 오늘날에는 바이러스 유전체가 DNA 또는 RNA인지, 각 핵산이 단일가닥(single-stranded, ss) 또는 이중가닥(double-stranded, ds)인지, 일체형 또는 분절형인지, 그리고 각 유전체의 복제전략에 따라 분류하며 이러한 체계는 1971년 David Baltimore(1938~ )에 의해 집대성된 ‘볼티모어 분류법’을 모체로 하고 있다. 이 체계에 의하면 모든 바이러스를 7가지 그룹으로 나눈다: 1그룹-dsDNA, 2그룹-ssDNA, 3그룹-dsRNA, 4그룹-ssRNA(positive-sense), 5그룹-ssRNA(negative-sense), 6그룹-레트로바이러스(ssRNA→dsDNA→ssRNA 순의 전환과정), 7그룹-파라레트로바이러스(dsDNA→ssRNA→dsDNA 순의 전환과정). 현대의 과학자들은 이와 같은 유전체 정보와 비리온 구조 등 몇 가지 기본정보가 확보되면 주어진 바이러스의 증식전략과 과정을 어렵지 않게 추정해낸다.

이처럼 시대적 여건과 전자현미경의 발명, 그리고 현대 생물학 연구기법의 발달을 기반으로 바이러스의 계통분류는 종(species)-속(genus)-아과(subfamily)-과(family)-목(order) 단계의 묶음이 이뤄졌다. 그러나 목을 넘어선 강(class)-문(phylum)-계(kingdom)-영역(domain) 등의 묶음은 아직 없다. 사람을 포함해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세포성 생명체에는 나름대로의 감염 바이러스 그룹이 존재한다. 일반적으로는 박테리아 감염 바이러스인 박테리오파지, 고세균에는 고세균 바이러스, 원생생물에는 원생생물 바이러스, 그리고 식물 바이러스와 동물 바이러스 등으로 나누기도 하지만 이들의 유전적 유연관계와 복제전략 등을 중심으로 국제바이러스계통분류위원회(ICTV)에서는 매년 분류보고서를 공개하고 있다. 2013년 현재, 총 7개 목, 104개 과, 22개 아과, 454개 속으로 정리되어 있다. 각 속마다 한 종에서 수십 종 이상이 있고 각 종에는 아형(subtypes)과 변종(variants)들이 무수히 존재한다. 예를 들면, 작금에 우리의 큰 관심을 받고 있는 H5N8형 AI 바이러스는 ‘orthomyxoviridae’과, ‘influenzavirus A’속, ‘influenzavirus A’종 중에서 H5N8의 항원특성을 갖는 아형이라고 말할 수 있다(인플루엔자 A형에는 18가지 H항원과 11가지 N항원의 조합으로 표현되는 아형들이 존재-2014년, CDC). 흔히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바이러스의 종류를 숫자로 표현한다면 최소 수만 가지가 있다고 말할 수 있지만 사실 이 수치는 질병 등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거나 우연한 기회를 통해서 발견된 것들이기에 그야 말로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것이며 실재하리라고 예상되는 바이러스들의 대부분은 아직 미지의 세계에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2) 바이러스의 기원과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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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의 다양성은 현존하는 세포성 생물체 전부를 합한 것보다 크며 개체의 숫자 또한 지구상 모든 생물 개체를 합한 수보다 월등히 많다는 것이 정설이다. 실제로 바닷물 1리터 속에는 약 10억 개체 내외의 바이러스 입자들이 존재한다. 이처럼 많고 다양한 바이러스의 기원을 한두 가지로 추정하는 것 자체가 무리한 시도이겠지만 바이러스의 기원에 관한 가설은 크게 세 가지 정도로 나뉜다. 첫째, ‘ 세포의 퇴화설(degeneracy)’이다. 그 예로 천연두 병원체인 폭스바이러스나 대상포진 등을 일으키는 허피스바이러스의 유전체는 매우 큰 DNA 이중가닥으로서 80~100개에 이르는 유전자들이 있으며 바이러스 입자도 아주 작은 박테리아보다 커서 일부 세포가 퇴화하여 바이러스의 라이프스타일로 수렴했을 가능성을 제시한다. 그러나 이 가설만으로는 현존하는 바이러스의 절반을 훨씬 넘는 RNA 바이러스들의 기원을 설명하기 어렵다. 둘째, 세포로부터의‘탈출가설(escapee)’이다. 즉, 세포 유전체의 일부분이 세포를 벗어나 자신의 복제와 증식에 필요한 효소나 구조단백질 유전자를 추가로 획득하여 독자적인 생태학적 위치(niche)를 확보했을 가능성이다. 마지막은 ‘독립적 기원가설(independent origin)’이다. 경우에 따라 ‘virus-first 가설’로도 대체되는 이 추정은 바이러스와 세포의 기원이 각각 독립적으로 출발하여 서로의 진화경로에 영향을 주고받으며 오늘의 모습에 이르렀을 것으로 본다. 사실, 레트로바이러스 계통의 기원은 적어도 현재의 세포형태가 완성되어 각 방향으로 분지되기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갈 가능성도 적지 않다. 그러나 특정한 기원가설이 현존하는 바이러스의 다양성을 모두 만족시키지는 못하며 위의 사례 이외에도 다수의 바이러스 기원(또는 진화)가설들이 존재한다. 결국 현존하는 바이러스들의 기원은 위에 소개된 가설들이 모두 합해진 형태이거나 혹은 그 외의 추정까지 더한 ‘다중계통(polyphylectic)’기원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단 하나의 기본 전략은 모든 바이러스 종류가 하나같이 생물적 환경자원을 이용하여 증식생태를 이어간다는 점이다. 바이러스의 개체 증식전략이 세포성 생물체와는 완연히 다른 측면을 보이는 반면, 바이러스의 생존과 증식에 필요한 유전정보들은 세포와 많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 가장 뚜렷한 공통점은 바이러스든 세포든 모두 동일한 유전정보의 언어체계를 사용한다는 점이며 여러 유전자들이 공유되고 있어 생물의 공진화(coevolution) 역사 동안 적지 않은 상호교류가 있었음을 엿볼 수 있다.

1956년 Francis Harry Compton Crick(1916~2004)이 주창한 분자생물학의 중심원리(DNA→RNA→단백질 한 방향의 유전정보 흐름)는 1971년 Howard Martin Temin(1934~1994)과 Baltimore 등이 밝혀낸 레트로바이러스의 RNA 유전정보가 DNA로 전환된다는 사실로 인해 상당부분 일반성을 잃게 되었다. 이 발견으로 인해 첨단 생명공학이 꽃을 피우게 되었고 인류사의 획기적 전기를 마련하게 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이 사건이 우리에게 가져온 의미는 어쩌면 오랫동안 세포성 생명체에만 집중해온 생명과학의 사 유영역을 과감히 넘어설 수 있는 디딤돌이 아니었을까? 모든 세포는 기존의 세포에서 나온다는 1800년대의 세포설에 갇혀 그 세포 이전의 시원에 대한 사유를 애써 외면해온 것은 아닐까? 어쩌면 바이러스는 자가 복제 단위체의 총아인 세포 이전의 시원을 부분적으로나마 들여다 볼 수 있는 작은 창은 아닐까? 사실, 인간이 가진 DNA 유전체 총량 중 약 8%는 다양한 레트로바이러스 유전체의 흔적임이 밝혀졌다. 1940년대 Barbara McClintock(1902~1992)의 옥수수 연구로 밝혀진 이동성유전인자(transposon)의 한 종류인 레트로트랜스포손을 포함하면 총량의 40%를 넘는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자신의 RNA 유전체를 DNA로 전환하여 감염한 숙주의 유전체에 통합하고, 이로부터 다시 RNA 유전체를 복사해내는 레트로바이러스의 증식특성으로 인해 상당량의 바이러스 유전체가 숙주의 몸에 화석화되어 남았다는 이야기이다. 레트로바이러스의 기원이 세포의 유전체에 이미 존재하던 레트로트랜스포손이 탈출한 것일 수도 있다는 가설까지 여기에 엮으면 결국 생명체의 긴 진화역사를 지나며 레트로바이러스와 숙주세포 사이에 지속적인 상호교류가 있어 왔음을 추정할 수 있다.

 

신·변종 바이러스의 출현과 원인

 

1차 세계대전과 맞물려 유럽인구의 절반을 희생시켰다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100년 가까이 지나는 지금까지도 계속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지난 2011년 신종플루로 인해 우리
나라에서도 수많은 인명이 희생되었고 걸핏하면 출몰하는 고병원성 AI도 언젠가 인간사회로 넘어오게 될까 전전긍긍이다. 오늘날 우리의 일상과 맞대고 있는 바이러스들은 세포성
생물체의 시원 단계를 함께 겪어왔든지, 아니면 그 이후 세포성 생물체들로부터 파생되어 왔든지를 막론하고 수십억 년 동안 숙주와의 필연적 공진화 역사를 써내려 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박테리아가 나름의 모습을 형성했다고 보는 시기는 약 35억년 전이며 곰팡이와 식물이 육상으로 오르고 이들을 먹이 삼아 번창한 곤충의 출현 시점은 각각 10억 년과 7억 년 정도 전으로 추정된다. 이에 비해 척추동물의 출발점은 3억 5천만 년전 정도로 짧은 편이다. 각 숙주그룹을 먹이로 하는 바이러스들 사이에 부분적인 유전적, 생태적 교류도 있었지만 나름대로의‘생존 영역’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즉, 박테리아와 고세균, 원생생물, 진균과 식물계에 감염하는 각 바이러스 그룹은 아직도 나름의 생태학적 위치를 유지하고 있지만 식물과 척추동물 사이에는 곤충의 교차적 활동반경으로 인해 이 숙주들에 감염하는 바이러스의 생존영역도 함께 뒤섞이고 있다. 이와 같은 공진화 과정은 여러 숙주 종들에 대한 연이은 자연선택과 맞물려 각 바이러스 그룹에 대한 자연선택의 결과들을 도출할 것이며 이는 곧 다양한 신·변종 바이러스들의 출몰로 이어질 것이다. 이에 더하여 지구의 생태계에 대한 지배력을 점차 강화해나가는 인간의 활동은 자연이 부여한 각자의 생존영역을 적극적으로 침탈해왔으며 이로 인한 생존영역의 상호교차와 침투 또한 새로운 바이러스의 출현빈도와 범위를 확장시킬 것이 자명하다. 어쩌면 인류와 바이러스와의 전쟁은 20세기를 넘어서며 바야흐로 본격적인 단계에 진입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영화나 소설에 나오는 것처럼 인류가 바이러스를 정복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은 순진하다 못해 차라리 어리석다. 우리는 눈에 보이는 모기나 파리, 바퀴벌레조차도 정복을 꿈꾸지 못한다. 인류는 바이러스와 공존할 수밖에 없으되 다만 우리의 영역을 넘어서는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정 용 석 / 생물학과 교수

그림 설명 및 출처

<그림 1>: 캡시드를 갖는 바이러스들과 세포성 생명체의 세 영역이 모두 가장 최근의 공통조상에서 진화했다는 개념을 나타냈다. (출처: Redefining viruses: lessons from mimivirus, Nature Reviews Microbiology 6, 315-319, April 2008)

<그림 2>: 레트로바이러스(retrovirus: retro는‘거꾸로’라는 뜻임)는 역전사효소(reverse transcriptase)를 가지고 있어 RNA으로부터 DNA가 합성되는 과정인 역전사(reverse transcription)가 일어난다. 이로써 유전정보의 흐름이 DNA에서 RNA로 되는 일반적인 방향과 반대인 RNA에서 DNA로 흐르는 과정이 첨가된다. (출처: 두산백과)

작성자: khug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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