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8호 과학학술: 우주 풍화와 달의 편광 관측] 달 달 무슨 달, 이제는 쟁반이 아닌 달

올해는 인류가 달에 첫발을 디딘 지 50주년이 되는 해다. 1969년 7월 16일,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우주비행사 세사람이 아폴로 11호 탐사선을 타고 지구에서 달로 출발했다. 아폴로 11호는 50여 시간의 비행 끝에 달 궤도에 도착했고, 다시 50시간 이상 달 주위를 돌며 착륙 준비를 했다. 사령선에 남아 있어야 할 마이클 콜린스
를 제외하고, 닐 암스트롱과 버즈 올드린이 착륙선에 탑승했다. 21일, 두 사람은 무사히 달 표면에 내려앉은 착륙선을 나와 그곳에 발을 디뎠다.

달 표면에 발자국을 찍은 것은 지구에서부터 연습했던 실험 중 하나였다. 달 표면이
대단히 단단한 것인지, 아니면 사막에서처럼 발이 쑥 빠져 들어가는 포슬포슬한 토양인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확실히 알지 못했기 때문에, 닐 암스트롱은 착륙선에서 내려올 때 잠시 머뭇거렸다. 지상에서 여러 종류의 토양에 발자국을 찍어 볼 때 사용했던 같은 장화를 신고 달 표면에 남긴 발자국. 우주비행사들이 보내온 그 사진만으로도 지구에 남아 있던 과학자들은 착륙지 표토의 밀도를 추정할 수 있었다. 아폴로 계획은 그만큼이나 섬세하게 고안된, 성공적인 탐사였다.

달이 생성된 이래로 그 표면은 아무런 보호막 없이 우주 공간에 그대로 노출된 채 수십억 년의 세월을 겪어 왔다. 셀 수 없이 많은 유성체(meteoroid)가 떨어져 달 전체를 온통 충돌구(impact crater) 투성이로 만들었다. 초속 수십 킬로 미터로 날아들어온 유성체가 표면에 충돌하는 순간, 일시적으로 압력과 온도가 솟구치고, 그 충격으로 유성체는 녹아 충돌지의 토양과 섞여 버린다. 흔적만 남는 것이다. 충돌 지
점에 있던 기존 토양의 일부는 파내어져 방사형의 광조(ray) 형태로 멀리 날아간다. 지구에서 볼 때 달의 남쪽 가운데에 가장 밝게 보이는 충돌구 티코(Tycho)의 경우, 광조의 범위가 매우 넓어 북반구 고위도 지역까지 뻗어 있을 정도다.

우주 풍화, 달의 토양이 늙어가는 속도

달이 지나는 길에 큰 유성만 유입되는 것은 아니다. 충돌구를 만들어 내기에는 작지만 그러나 여전히 달 표면의 입자를 파괴할 수 있는 보다 작은 알갱이 입자, 즉 미소유성체(micrometeoroid)가 쉴 새 없이 들어온다. 바윗돌 깨뜨려 돌덩이, 돌맹이, 자갈돌, 모래알이 되듯이, 미소유성체 때문에 겉흙에서 작은 입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점차 높아지게 된다. 토양 중 일부는 녹아 어두운 유리질의 복합체(glass agglutinate)를 만들기도 하고, 광물 내부의 금속 성분이 기화되기도 한다. 그뿐인가, 태양으로부터 끊임없이 날아 들어오는 강력한 태양풍 입자 때문에 표토 입자 내의 원자·분자들이 분리되어 튀어나오기도(sputter) 한다. 이러한 과정을 겪으면서
달의 표면 토양은 입자가 작아지고(communition), 어두워지며(darkening), 스펙트럼이 붉어지는(reddening) 물리·화학적 변화를 겪는다. 스펙트럼 상 몇몇 광물의 흡수밴드도 희미해진다. 이들 현상을 종합적으로 우주 풍화(space weathering)
라고 부른다.

달 표면의 우주 풍화에 대해 우리가 이만큼 알게 된 것은 미국의 아폴로 계획, 구소련의 루나 계획을 통해 달 표면에서 수집, 지구로 가져온 달의 토양과 암석 덕분이다. 이들을 달 시료(lunar sample)라고 부르는데, 오늘날까지도 다양한 실험에 활용되고 있다. 초창기 실험 연구자들은 달에서 가져온 암석을 분쇄해 동일 지역에서 수집된 토양과 비교해 보았는데, 입자 크기를 비슷하게 만들어도 성분은 대단히 다른 것을 발견했다. 암석 쇄설에 비해 토양은 눈으로 보기에도 더 어둡고, 스펙트럼을 살펴보면 철분 등 몇몇 광물의 존재를 입증해주는 흡수밴드의 깊이가 얕다. 다양한 지역에서 수집된 달 시료를 분석하고, 이에 더해 최근까지의 탐사선 관측자료를 더해 보면, 표면에 노출된 지 오래된 토양일수록 이러한 현상이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생성된 지 얼마 안 된 충돌구 근처의 토양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것이 관찰되었다. 명백했다. 이러한 우주 풍화 현상이 토양이 우주 공간에 얼마나 오래
노출되어 있었느냐에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음을 알게 된 것이다. 토양이 이러한 변화를 겪는 것을 ‘노화된다’(mature)고 표현한다.

우주 풍화를 야기할 수 있는 요소로 여러 가지를 꼽을 수 있는데, 영향력이 가장 큰 것만 추리면 태양풍 입자와 미소유성체다. 그러나 그중 어떤 것이 어떻게, 각각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우리는 아직 정확히 알지 못한다. 또한, 같은요소가 입사(入射)한다고 해도 해당 지역의 물리·화학적 환경에 따라 영향을 미치는 정도가 달라질 수 있는데, 우주 풍화 기작을 정확히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요소별 영향력을 분별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문제다. 그러나 한 가지 힌트는 있다. 아마도 태양풍 입자의 영향력이 가장 큰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달의 충돌구를 이용한 연구에서 그러한 힌트를 얻는다.

충돌구에 아로새겨진 풍화의 기록

충돌구는 지형적으로 독립된 공간임과 동시에, 지질학적으로도 주변 배경과 대별되는 영역이다. 충돌구 내의 토양은 유성체가 충돌한 바로 그 시점과 동시에 생성되었고, 그 시점부터 새롭게 표면에 노출되기 시작했음이 분명하다. 또한, 충돌체와
충돌지점의 기존 토양이 한데 섞여 새로운 종류의 입자들이 생성되었으므로, 생성 직후에는 충돌구 내 토양 전체의 성분이 비교적 균일했을 것이다. 게다가 충돌구는 내벽 사면의 기울기, 중첩된 작은 충돌구의 크기별 면적당 개수 분포 등 형태학적 분석을 통해 그 생성 연대를 추정할 수 있다. 따라서, 충돌구 내 토양의 변화를 추적하면 시간에 따른 우주 풍화의 정도를 유추할 수 있는 것이다.

충돌구가 우주 풍화 연구에서 특히 유용한 것은, 초기 성분과 우주 풍화에 노출된 기간은 동일하더라도 표면이 기울어진 방향에 따라 충돌구 내에서도 풍화 요소의 입사 플럭스가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우주 풍화를 야기하는 원인 요소 가운데 태양풍과 같이 방향성이 분명한 입자를 생각해 보자. 태양풍 입자는 언제나 황도면에 평행한 평면을 따라 월면에 입사한다. 적도에 있는 충돌구의 경우 입사하는 태양풍 입자의 플럭스가 충돌구 내에서는 전체적으로 비슷할 것이다. 그러나 고위도
지역에 있는 충돌구라면 상황이 달라진다. 충돌구 안쪽 벽면중 일부에만 볕이 잘 들고 반대쪽은 그림자가 질 것이다. 다시 말하면, 북쪽 고위도에 있는 충돌구에서는 북쪽 사면에 태양풍 입사 플럭스가 높고, 남쪽 사면에 플럭스가 낮다. 그러면
북쪽 사면의 토양이 더 노화된 상태일 것이다. 남반구에서는 반대다.

노화도(maturity)는 반사율(reflectance), 광학적 성숙도(OMAT), 1마이크론에 존재하는 철분 흡수밴드의 깊이, 가시광 스펙트럼의 붉은 정도(reddening) 등의 파라미터들로 정량화할 수 있다. 달 표면에 고루 분포하는 충돌구 가운데 1,800여 기에 대한 일본의 SELENE 탐사선의 다 파장영상기(MI) 관측자료를 분석한 결과, 충돌구 내벽을 동, 서, 남, 북으로 사등분할 때 남쪽 사면과 북쪽 사면의 노화도 차이가 고위도로 갈수록 커지는 것이 발견되었다. 적도를 바라보는 사면(북반구에서는 북쪽 사면)이 극을 바라보는 사면(북반구에서는 남쪽 사면)에 비해 더 노화되어 있음이 확인된 것이다.

이는 우주 풍화를 일으키는 원인 요소가 태양풍과 유사한 방향성을 가지고 월면에 입사한다는 방증이다. 미소유성체의 경우, 달 주변에서의 분포나 입사 기작에 대해 알려진 바가 적다. 재밌게도, 동쪽 사면과 서쪽 사면 사이에서도 노화도의 차이가 발견되었다. 이와 같은 동서방향 비대칭은 달의 뒷면보다 지구를 향하고 있는 앞면에서 더욱 극적으로 나타났다. 달 앞면의 서쪽(왼쪽)에 있는 충돌구에서는 동쪽 사면의 노화도가 서쪽 사면보다 높고, 동쪽(오른쪽)에 있는 충돌구에서는 서쪽 사면의 노화도가 더 높다. 이러한 동서비대칭 노화는 경도 -60°와 +60°부근에서 가장 두드러지고, 지구를 향하는 경도 0°부근으로 그 정도의 차이가 줄어든다. 달의 뒷면에서는 거의 대칭을 유지한다.

충돌구 내 토양의 노화도가 동서방향 비대칭을 보인다면, 우선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미소유성체의 유입 분포다. 달 근처에 존재하는 미소유성체의 분포나 입사 기작에 대해 알려진 것은 적으나, 달에 유입돼 충돌구를 생성하는 유성체가 달의 공전궤도상 진행 방향인 정점(apex)쪽에 더 많이 입사한다는 것은 알려진 바 있다. 진행 반대 방향인 배점(antapex)에 비해 20% 가량 더 자주 충돌구가 생성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충돌구의 입사 위치를 결정하는 것이지, 충돌구 생성 후 우주 풍화 요소의 입사 플럭스와는 관련이 적다.

이러한 현상이 지형적으로는 확인되지 않는다. 만약 충돌구의 가파른 정도가 방향에 따라 다르다면, 경사가 완만한 지역의 입사 플럭스가 급경사지역에 비해 클 것이다. 그러나 달에 충돌구가 생길 때에는 유성체의 입사 방향에 거의 상관없이, 선대칭의 오목한 그릇 형태를 만든다. 충돌구의 생성 과정은 모래에 돌을 던지는 것보다는 총알의 폭발에 가깝기 때문이다. 유성체가 거의 지면에 스치듯이 낮게 들어오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타원형의 충돌구가 만들어진다. 충돌구 지형의 단면도를 살펴보면 특별한 방향성은 보이지 않으며, 여러 충돌구의 지형을 통계적으로 살펴보아도 마찬가지이다. 물리적으로는 전술한 동서비대칭 현상이 설명되지 않는 것이다.

달은 지구 자기장이라는 양산을 쓴다

의외의 원인은 지구였다. 지구 자기장은 원래 도넛 형태의 쌍극자(dipole) 모양이나, 태양풍 때문에 태양 쪽은 눌려서 다소 압축되어 있고, 태양 반대쪽으로는 아주 길게 늘어져 있다. 달은 매달 보름 전후로 4~5일 가량, 지구 자기장의 꼬리영역을 통과한다. 달의 앞면은 늘 지구를 향해 있고, 지구 자기장 꼬리는 늘 태양의 반대 방향으로 펼쳐져 있어, 오묘한 궤도 하모니가 매달 반복된다. 달의 공전주기와 자전주기가 같기 때문에(동주기자전) 항상 달의 같은 지역이 같은 정도로 자기장의 영향권에 드는 것이다.

달의 경도 +60°에 위치한 충돌구를 생각해 보자. 그믐에서 초승달로 넘어가는 월령 1일 무렵에는 태양 반대쪽을 보고 있어 햇빛을 받지 않는다. 상현달을 막 지난 월령 9일 무렵에는 이 충돌구의 서쪽 벽이 태양빛을 정면으로 받는다. 며칠 뒤인 월령 11일 무렵, 이번에는 동쪽 벽이 태양빛을 정면으로 받는데, 곧이어 지구 자기권 안으로 들어가고 만다. 한달 평균을 내어 보면, 동쪽 벽이 태양풍 입자를 덜 받게 되는 것이다. 경도 -60°에 위치한 충돌구에서는 반대로 동쪽 벽이 서쪽 벽보다 더 많은 태양풍 입자를 받고 더 빨리 노화된다.

충돌구의 동서방향 노화도 차이가 경도의 함수이고, 이것이 월평균 태양풍 입사 플럭스만으로 설명된다는 것이 발견된 것인데, 지구 자기장은 태양풍 입자만 막아주고 미소유성체는 막아주지 못한다. 따라서 지구 자기장 효과만으로 관측 자료를 잘 설명할 수 있다면 달에서의 우주 풍화 현상은 태양풍 입자의 영향력이 지배적임을 알 수 있다.

토양의 노화도를 대변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파라미터는 입자의 크기다. 놀랍게도, 표면 가까이에서 현미경 또는 접사 사진기로 관찰하는 대신 원격 탐사(remote sensing)를 통해 입자 크기를 알아낼 수 있다. 현미경이나 접사 사진기로 표면
을 가까이에서 관찰하면 대단히 좁은 지역, 다시 말하면 관측 기기의 시야 크기에 해당하는 미시영역에 대해 입자의 크기 분포를 정교하게 알아낼 수 있다. 보다 거시적 규모, 예를 들면 수십 m에서 수 ㎞에 달하는 영역의 입자 크기를 알고자 한다면 이런 방법을 쓰기는 곤란할 것이다. 이때 대단히 효율적인 방법 중 하나는 편광 관측이다.

현국형 편광 관측, 달 탐사의 새 역사를 준비한다

태양빛은 달 표면에 반사되면서 그 성질이 바뀌는데, 반사되는 지역의 표면 상태에 따라 변화 양상이 달라진다. 이를테면 입자의 크기나 노면의 고르기, 미세한 수직 구조 등에 의해 빛의 편광도와 산란성질이 변하는 것이다. 태양빛은 무편광상태인데, 달표면에서 반사된 빛은 편광된 상태다. 따라서, 반사된 빛의 상태를 분석해 거꾸로 표면의 성질을 유추해낼 수 있다. 지상망원경을 이용한 과거의 달 편광 관측 연구로부터, 최대편광도와 입자크기 사이의 관계를 나타내는 경험식이 알려져 있다. 그러나 지상에서는 달의 앞면만 볼 수 있다. 달의 뒷면은 색도, 지형도, 지각의 두께도 지구에서 보이는 앞면과는 상당히 다르다.

지상 망원경을 이용한 달 편광은 뒷면을 볼 수 없다는 것외에도, 정해진 몇몇 각도에서만 볼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편광도는 위상각, 즉, 광원(태양빛)-달 표면-관측자 사이의 각도에 따라 달라지는데, 달에서는 위상각 110°부근에서 최대가 된다. 그러나 지상에서 위상각 110°로 관측할 수 있는 지역은 달 앞면의 가장자리, 동쪽 끝이나 서쪽 끝이다. 가운데 부분은 보름 전후로만 관측할 수 있는데, 보름에는 위상각이 0°부근이므로, 위상각 110°부근에서의 최대편광도 값을 추정하려면 외삽(extrapolation)하는 수밖에 없다. 정확도가 떨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연구팀은 지상 관측으로는 알아낼 수 없는 탐사를 해내기 위해 달에 직접 가려고 한다. 탐사선이 달 주위를 도는 인공위성이 되어 표면을 편광 관측하는‘광시야 편광 카메라’ (PolCam, 폴캠)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2022년 7월 발사 예정인 ‘한국형 시험용 달 궤도선’(KPLO)의 과학 탑재체 중 하나로 실리게 될 폴캠은 달 궤도에서의 편광 관측을 세계 최초로 시도한다.

미국과 소련은 1960년대, 일본은 1990년대, 인도와 중국은 2000년대부터 달에 탐사선을 보내 수많은 관측과 실험을 수행해왔다. 후발주자인 우리나라는 이제 궤도선을 준비하는 중인데, 미국에서는 소형 달 착륙 프로젝트를 민간 기업의 손에 넘
기고 항공우주국(NASA)에서는 달 기지 건설과 인류 이주와 같은 대규모 사업에 주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넘기 힘든 거대한 과학, 기술, 그리고 경험의 격차에도 불구하고 한국형 달 탐사를 통해 우리가 인류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폴캠이 그것을 하려고 한다. 최초로, 달 궤도에서의 편광 관측을 시도하는 것이다. 고해상도의 지도, 토양의 스펙트럼, 광물들의 성분, 중력장 등 인류가 달에 대해 꽤 많은 정보를 이미 확보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모르는 것이 많이 남
아 있다. 한국형 달 탐사를 통해, 우리가 과거의 달 탐사를 그대로 답습하는 것이 아닌, 새로운 분야를 열어 이끌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후발주자’로 불리기를 거부한다. 전 세계의 달 탐사 과학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동료’가 되고자 한다. 이제 우리에게도 달은‘쟁반 같은’2차원의 대상이 아니다. ‘공처럼 둥근’3차원의 달, 빙그르르 돌려 그 뒷면을 볼 차례다.

심 채 경 / 경희대학교 우주과학과 학술연구교수

작성자: khug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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