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8호 사설] 대학교 내의 연구 상속, 계급 상속

지난 5월 교육부의 미성년 논문 공저자 논문 실태조사 결과 2007년 이후 10년간 전국 50개 대학의 87명 교수가 139건의 논문에 자녀를 공저자로 등재한 것이 드러났다. 그리고 이달 교육부의 미성년 공저자 논문 특별감사에선 특별감사대상 15개 대학 중 7개 대학에서 15건의 논문이 본인과 지인 자녀 등의 공저자 부당 기재로 연구 부정 판정을 받았다. 자유롭고 평등한 학문의 장은 세습과 상속의 장이 되었고, 교수의 공정한 직무 수행은 법의 문제가 아닌 ‘윤리의 문제’로 받아들여지며 학교 내의 지위 상속은 상속세조차 부과되는 않는 재생산 도구가 되었다.

특별감사 결과 적발된 15건의 논문에 대해 해당 교수는 직위해제, 해임과 같은 중징계부터 주의, 견책 등의 경징계까지 위법수준에 따라 처벌받았다. 이번에는 교수의 자녀나 지인에 대한 특별조사가 이루어졌지만, 사실 자녀 논문 공저자 등재의 문제는 학벌이 계급으로 직행되는 사회구조 아래 가진자들의 상속 도구로 공공연히 이용돼왔다. 입시컨설팅으로 시작되는 강남의 상속코스는 법과 학교의 규정을 철저하게 분석한 결과이고, 이번에 교수들이 법의 처벌을 받는 것은 교수라는 지위가 법의 처벌을 받지 않을 만큼 충분히 높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다.

5월에 발표된 미성년자 논문 공저자 조사 현황에서 우리 학교에선 한 개의 논문이 해당됐다. 서울대학교에서 47개의 논문이 해당된 것과 비교했을 때 우리학교의 미성년자 공저자 논문이 적은 것은 우리학교 교수의 도덕성이 높아서라기보다는 어떤 목표를 가진 학부모에게 경희대학교의 논문은 서울대학교에 비해 매력적이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서울대학교와 고려대학교에서 촛불시위가 벌어지고 우리학교에선 잠잠히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 온도차만큼 학생들은 거대한 박탈감을 느낀다. 지금도 논문을 쓰기 위해 각자의 분야에서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우리학교 원생들은 불평등의 현실을 어느 정도 외면해야 차분히 펜을 쥘 수 있고, 한편으로 쌓여가는 박탈감은 언젠가 터져나오게 될 것이다.

작성자: khug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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