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8호 테마비평] 영화 속 이미지와 음악의 내러티브 전달 방식 차이

영화 이미지와 영화 음악

영화는 작가의 상상이나 현실의 일부분에 의미를 더하여 만들어진 창작물로, 철학·과학·인문 등이 내포된 총체적 예술이다. 영화는 단순히 즐거움을 향유하는 것에서 나아가 인간의 정신세계, 심리상태, 사회현상을 표현하는 매체로서 적합하다. 작가는 의도적으로 미장센이나 사운드에 의미를 부여하여 영화를 구성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여러 학자들은 영화를 구성하고 있는 요소들을 분류하고 의미를 찾아 여러 관점에서 영화를 분석하고 연구하여 그 역할과 기능을 분석한다.
영화는 크게 이미지와 사운드로 분류되며 각 요소의 역할과 내포된 의미를 밝히는 것으로 작가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다. 먼저 이미지의 분석은 주로 카메라 무빙, 조명 및 색채의 구성, 공간의 배치, 사건, 사물, 등장인물의 특징(성격, 배경, 의상 등)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사운드 분석은 영화를 구성하는 소리인 음악, 음향효과, 대사로 분류되어 이루어진다. 이 세 가지 요소는 영화의 서사 진행에 필요한 상황과 사실을 지시하는 역할을 주로 담당하지만, 음향효과나 대사와 달리 음악은 인지적, 심리적 지시로서 언어적 지시와 구분되는 비언어적인 내러티브 전달방식을 가진다.
무성영화 시대의 영화음악은 영화의 내용과 크게 상관없이 연주자의 연주 실력에 따라 곡을 선정하여 연주하거나 영화가 상영될 때 발생하는 주변 소음을 완화하기 위한 용도로 사용되었다면, 유성영화 시대 이후로 음악의 사용에 대한 인식은 크게 변화했다. 영화음악은 이미지의 내러티브적 요소와 접목되어 영상 이미지에 대한 설명, 특징화, 묘사, 암시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게 된 것이다.

영화 음악의 내러티브 형성방식

영화에서 이미지와 음악의 내러티브 전달 방식은 상이하다. 영화의 이미지가 주제, 내용, 스토리 등을 직접적으로 전달한다면, 영화 음악은 이미지를 바탕으로 분위기, 함축된 의미, 암시 등을 소리로 표현하며 내러티브 전달에 일조한다. 즉 영화가 이미지 요소인 카메라, 조명, 등장인물 등의 구성요소로 서사 언어를 만들 때, 영화음악은 리듬, 멜로디, 화음, 음색 등으로 서사 언어를 보완하며 이미지 요소와의 관계를 통해 내러티브를 이룬다.
먼저 리듬은 소리 운동의 일정한 규칙 패턴이 형성되는 것으로 규칙 리듬과 불규칙 리듬으로 분리된다. 패턴의 반복이라는, 형식을 통한 사운드의 내러티브 전달은 이미지의 내러티브 전달 방식과의 차별점이다. 그럼에도 리듬은 영상 이미지의 리듬이나 등장인물 언어의 템포, 행동 등과 연관되어 구성된다. 멜로디는 상행, 하행, 평행 진행과 같은 방향성을 가지는 선율의 움직임이다. 이때 생기는 방향성은 등장인물의 심리상태나 행동의 Up & Down에 상응하며 정서적 반응과 관계 맺는다. 화음은 협화음과 불협화음로 분류되는데 협화음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어서 즐거움을 나타낸다면 불협화음은 협화음에 비해 불안정하여 불쾌, 불안, 긴장 등의 분위기를 조성한다. 영화 <팀버튼의 크리스마스 악몽>(Tim Burton’s The Nightmare Before Christmas, 1993)의 샐리의 노래에서, 같은 멜로디이지만 해결음이 장3화음과 단3화음으로 구분되는 것에 따라 감정이 다르게 느껴지는 것은 화음 사용에 따른 내러티브 변화의 한 예이다. 음색은 주로 악기를 통해 나타난다. 같은 멜로디여도 어떤 악기를 사용했는가에 따라 분위기가 다르게 나타나며 시대와 국가에 따라서도 악기가 다르게 사용된다. 이처럼 영화음악은 영화의 분위기를 만들거나 암시하고 재해석을 유도하는 등 영화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며 특히 심리적 기능에서 두드러진 역할을 한다.

영화 속 음악 내러티브와 이미지 내러티브의 관계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영화음악은 이미지가 표현할 수 없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그리고 직, 간접적인 감정의 전달 등을 위해 사용된다. 이에 영화음악은 사건과 사물, 등장인물 등이 나타내는 이미지적 내러티브의 전개방식을 고려해야 하고 그 관계 속에서 이미지가 제시하는 내러티브와는 구별되는 새로운 내러티브를 구성한다. 이미지를 통해 직접적으로 나타나는 사건과 사물은 영화의 주제를 포함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사건의 발생과 전개는 스토리의 구성요소로서 중요한데, 중심적인 사건의 발생과 전개에는 주로 메인 테마곡이나 라이트모티브1)가 사용된다.
스토리를 보완하는 기본적 역할로서 영화음악이 사용될 때 음악은 이미지 내러티브를 그대로 쫓아간다. 영화 (1982)에서 주인공 일행이 경찰에 쫓기다가 E.T.의 능력으로 자전거를 타고 하늘을 나는 장면을 생각해 보자 . 이때 사용된 곡은 존 윌리엄스(John Towner Williams)의 로 음악은 상승-하강의 영화 이미지를 그대로 따라간다. 경찰이 쫓아오는 극적인 상황과 자전거를 날 수 있게 한‘E.T.’의 능력을 표현하기 위해 현악기 파트가 고음역대에서 연주되고 다시 착륙할 때는 음계가 하행진행 되는데 자전거가 내려가는 이미지와 음악과의 연관성은 명확하다.
영화 이미지의 성격이 음악으로 구체화되는 경우도 있다. 영화에서‘죽음’은 자주 등장하는 사건의 소재다. 죽음의 종류는 자살과 타살, 질병사, 자연사, 사고사 등 스토리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나고 음악은 죽음의 성격을 섬세히 표현한다. 예를 들어 영화 <위트>(Wit, 2001)와 <어바웃 타임>(About time, 2013)에 나타나는 질병사는 공통적으로 아르보 패르트(Arvo Part)의 곡 <거울 속의 거울>(Spiegel im Spiegel)을 통해서 표현되는데, 곡은 3화음으로 이루어진 반주와 음계의 순차 상행, 멜로디의 하행 구성으로 단순하게 들린다. 타살의 표현은 영화 <싸이코>(Psycho, 1960)의 음악이 대표적이다. 살인 장면에서 사용된 고음역대의 강력한 불협화음은 마치 여자 주인공이 비명을 지르는 것 같은 느낌의 자극적인 소리다. 이는 타살 장면의 공포와 잔인함을 완성한 좋은 예다. 죽음이라는 소재 이외에도 결혼, 삶 등 다양한 소재는 내러티브에 상응하는 영화 음악을 통해 이미지의 기술적, 내용적 측면을 보완해주거나 강화시킨다.
음악의 내러티브 방식으로 이미지 내러티브를 변화시키는 경우도 있다. 아이젠슈타인(Sergi M. Eisenstein) 감독이 사용한 몽타주(Montage) 기법은 쇼트를 조합하는 편집방식으로 현대 영화의 기본적인 영화문법으로 자리 잡았다. 쇼트의 조합은 시대나 시간의 흐름 전개에 차이를 발생시켜 이질감을 생성하는데 영화음악은 그를 다시 묶어내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그 봉합은 원본 이미지의 내러티브 방식에 변화를 준다. 애니메이션 영화 <업>(Up, 2009)에서 ‘칼’과‘엘리’의 신혼-중년-노년을 압축해 보여주는 4분가량의 몽타주는 애니메이션계의 명장면으로 꼽힌다. ‘칼’이 혼자 남겨지기까지 부부 삶의 전 과정을 보여주는 몽타주에 흐르는 음악은 프라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단의“A Married Life”이다. 이 곡은 3박자 계통의 왈츠 풍으로 주인공 부부의 즐겁고 행복한 삶의 이미지를 강화하며 시간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연결해준다. 또한 이 곡은‘칼’과‘엘리’의 라이트모티브로 상황에 따라 악기, 음역대를 다르게 편곡함으로써 이미지와 음악의 상관관계가 명확히 드러나고 대사 없이 음악만으로도 이들의 상황을 알 수 있다.

캐릭터를 형성하는 영화음악의 역할

영화에서 등장인물은 대사와 행동을 통해 정보를 전달하거나 감정을 표현하고, 영화음악은 이를 보완하고 강화한다. 영화 <슈퍼맨>(Superman, 1978)의 슈퍼맨을 떠올릴 때 슈퍼맨의 헤어스타일과 의상, 등장할 때의 포즈와 함께 기억되는 것은 영화음악이다. 슈퍼맨의 메인테마는 완전5도의 음정간격을 통해 슈퍼맨의 영웅적인 이미지를 완성시킨다. 슈퍼맨이 등장할 때마다 테마음악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며 관객에게 슈퍼맨의 이미지는 음악을 통해 형성되고 각인되는 것이다.
등장인물뿐만 아니라 동물 또한 음악을 통해 그 성격이 부여되기도 한다. 영화 <죠스>(Jaws, 1975)는 상어에 라이트모티브를 사용하여 긴장감을 조성한다. 이 곡을 들으면 드보르작의 교향곡 <신세계로부터> 4악장이 연상된다. 음계는‘미’와‘파’두 음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단2도 간격으로 긴장감을 유발한다. 카메라는 상어의 시점에서 상어의 움직임을 대신하고 있으며 상어가 화면에 이미지로 등장하는 빈도가 적은 것은 상어 이미지가 음악으로 대체되기 때문이다. 음악은 상어 이미지의 시각적 역할을 넘어서며 공포감과 존재감은 시각 이미지보다 크게 부각된다. 이처럼 영화음악은 캐릭터의 성격이나 심리상태를 나타내기 위해 라이트모티브의 음정 간격이나 조성으로 표현될 수 있고 이미지로는 불가능한 추상적인 정보 전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영화음악은 단독적으로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이미지 요소와의 관계 속에서 사용된다. 그리고 영화음악은 작곡가의 의도를 넘어서는 이미지와의 상관관계가 성립되기도 한다. 인간의 심리는 시각과 청각 그리고 다른 여러 감각들의 혼합으로 형성되고, 영화에서 이미지와 음악이 각각의 내러티브 전달 방식을 가지고 표출되는 것은 삶의 재현이다. 영화는 얽혀있는 역사적 사건과 그 시대의 이슈, 인간의 심리상태가 반영되어 제작되고 영화음악 작곡가와 영화음악 분석가는 그 속에 표현된 음악의 언어를 길어내는 것이다.

황진희 / 상명대학교 뮤직테크놀로지학과 박사

각주) 
1)
본래 무대극 용어로 인물, 상황이 반복되는 짧은 주제나
동기를 묘사할 때마다 반복적으로 사용되는 주제선율을 말한다.
오페라에서 주로 사용된다.

작성자: khug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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