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호 인문학술: 루머의 메커니즘] 퍼지지 않으면 루머가 아니다

퍼지지 않으면 루머가 아니다

– 사회적 커뮤니케이션으로서의 루머와 확산의 메커니즘 – 

 

우리 주변에는 음모이론에서부터 도시괴담, 더 나아가 증권가‘찌라시’까지 다양한 루머가 산재해 있다. 루머란 집단, 사건, 단체와 관련해 입증되지 않은 사실을 진실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처럼 대부분의 루머가 거짓된 정보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루머에 관심을 기울이고 궁금해 한다. 루머는 어떤 메커니즘을 통해 사람들 입에서 오르내리는 것일까? 루머 확산의 메커니즘에 대해 ‘SIR 모델’을 통해서 살펴보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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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 사이 언론에 많이 오르내리는 단어 가운데 하나가 바로 ‘괴담’이다. 출처가 불분명하고 내용의 진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들이 무분별하게 확산되면서 여러 사회적 피해를 유발한다고 한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 아고라 논객 ‘미네르바’사건, 방사능 오염 수산물 등 여러 사안들에 대해 미확인된 괴담이 유포되면서 국민들의 판단을 흐리고 사회적 혼란을 야기한다는 (주로 정부측의) 지적이 있다.

일반적으로 ‘루머’라고 불리는 이 현상은 소셜 미디어의 확산으로 인해 더욱 보편적인 것이 되어가고 있는 양상이다. 과거 오직 매스 미디어만이 존재하던 때에는 신문이나 방송 같은 매스 미디어의 공간은 한정되어 있었고, 오직 소수의 사람들만이 그 한정된 공간에 접근하여 자신의 의견을 개진할 수 있었다. 그에 비해 이제는 소소한 일상에 관한 이야기로부터 정치적 사안에 대한 견해까지,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을 갖게 됐다. 하지만 이런 가능성이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왔는가 하는 점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즉 많은 사람들이 모두 자신의 의견을 개진할 수 있게 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결과만을 가져올 것인지 하는 의문이 제기되는 것이다. 표현의 자유가 민주주의 사회를 지탱하는 기본 원리인 것은 자명하지만, 모든 사람의 자유로운 의사 표현 자체가 오히려 민주주의 사회를 위협하게 되는 역설적인 부작용이 있게 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이다.

정보 과잉, 정보 독점, 디지털 디바이드(digital divide) 등 여러 문제점과 함께 심각한 문제로 꼽히는 것이 바로 루머이다. 누구나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은 바꿔 말하면
어떤 의견이라도 여과장치 없이 바로 공론의 장에 던져질 수 있다는 뜻이다. 소위 ‘사상의 자유 시장(marketplace of ideas)’에서 여러 의견들의 경쟁을 통해 근거 없거나 저급한 의견들이 걸러질 수 있다면 아무런 문제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고도로 분업화된 현대 사회에서 모든 분야에 걸쳐 충분한 양의 정보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없기 때문에, 어떤 의견이 근거가 있는지 없는지를 즉각적으로 판단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여기에 신기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대중의 관심이 결합되면, 근거 없고 저급한 의견들은 루머가 되어 사회 곳곳에 급속도로 확산된다.

이처럼 루머에 대한 이미지는, ‘괴담’이라는 단어가 나타내는 것처럼 부정적이다. 따라서 각종 사안에 대한 루머의 유포자를 찾아내어 처벌하는 등 강력 대응을 하겠다는(주로 정부측의) 반응이 한편으로는 이해할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반드시 루머를 그렇게 부정적으로만 봐야 하는 것일까? 달리 말해, 루머를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강력 처벌하는 식으로만 대응하면 루머 확산을 방지하고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해 그렇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어떤 사안에 대해 극단적이거나 특이한 주장은 언제나 있게 마련인데, 어떤 경우에는 그런 주장이 확산되어 루머가 되는 반면 어떤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루머는 일단 확산이 되어야 루머가 된다는 점을 생각하면, 어떤 경우에 확산이 일어나고 어떤 경우에 그렇지 않은지가 루머에 접근하는 또 다른 방법일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이런 식의 접근은, 루머를 부정적이 아닌 중립적인 의미로 정의한다는 점,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확산되는지를 중심으로 생각한다는 점을 그 특징으로 한다.

 

루머는 사회적 병리현상인가?

 

루머에 대한 정의 자체도 크게 부정적인 의미를 내포한 것과 그렇지 않은 중립적인 의미로 사용된 것으로 나뉜다. 부정적인 의미의 정의들을 먼저 살펴보자. 루머는 보통 우리말의 유언비어(流言蜚語)에 해당한다고 간주되어 ‘근거 없이 널리 퍼진 소문’이라고 정의된다. 유언비어에서 ‘비(蜚)’는 바퀴벌레를 뜻하는 한자로, 애초에 부정적인 의미가 내포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현존할 것이라는 명백한 증거 없이 사람들 사이에서 주로 구전되어 신뢰하도록 만드는 진술’이라는 정의도 있다. 이 정의에서의 핵심은 진술의 내용이 실제인지에 대한 명백한 증거가 없다는 점으로서, 이러한 비실체성이 루머의 본질적인 특징이라고 여겨지기도 한다.

반면, 부정적인 의미를 내포하지 않고 중립적인 의미로 루머가 정의되기도 한다. 뉴스와 루머가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어떤 루머가 유포되고 있다’는 것이 뉴스가 되기도 하고, 반면 ‘어떤 뉴스가 있었다’는 것이 루머가 되어 확산되기도 한다. 또는 황우석 연구 부정 사건처럼 초기에는 루머로 치부되었다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사실로 밝혀진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들은 뉴스와 루머의 경계선이 생각만큼 고정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편,  ‘비슷한 의견들이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를 통해 짧은 시간 동안 널리 퍼져나가는 사회적 현상’이라는 정의도 있다. 이 정의는 짧은 시간 동안 널리 퍼져나간다는 특성에 주목하는 것으로서, 역시 부정적 의미를 내포하지 않은 중립적인 의미에서 루머를 정의하고 있다.

이 두 가지 정의 가운데 앞선 부정적 정의는 루머를 이른바 ‘사회적 병리 현상’으로 본다.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일어날 수 없거나 일어나지 않아야 할 현상이라는 것이다. 소수의 일탈 행위자들이 근거없는 내용의 메시지를 생산해내고, 합리적이지 못한 다수 대중이 그 메시지를 무분별하게 수용/재(再)배포함으로써 루머가 확산되는 현상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이렇게 루머를 사회적 병리 현상으로 보게 되면, 루머에 대한 대응책 역시 과학적 탐구가 아닌 질병의 치료와 같은 모습을 띠게 된다. 누군가가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의도적으로 배포한 것이 루머이기 때문에, 루머의 내용이 사실이 아님을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대처하기보다는 최초 유포자에 대한 색출과 처벌에 주력하게 된다.

하지만 루머는 단순히 병리 현상으로 치부해 버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내용의 진실 여부도 중요하지만, 해당 이슈에 대해서 루머가 발생하고 그것이 널리 퍼져나갔다는 사실 자체가 큰 의미를 지니는 경우가 많다. 보통 루머가 다루는 내용은 정부, 대기업, 연예인 등 공적 관심의 대상과 관련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만약 그런 대상들과 관련된 어떤 이슈에 대해 공식적인 경로를 통해 제공되는 정보가 없거나 불충분할 경우에, 사람들은 정보 부족에서 오는 불안감을 비공식적인 정보를 통해 해소하려 하게 된다. 공식적인 경로를 통한 정보가 충분하고 만족스럽다면, 아무리 자극적이고 호기심을 자극하는 내용이라 하더라도, 사람들은 굳이 비공식적인 경로에서 오는 이야기들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없다. 중요한 것은 상황의 불확실성에서 오는 불안 요인을 줄여주고 해당 이슈를 어떻게 인식해야 하는지에 대한 틀을 제공해주는 것인데, 정부와 기업의 공식 발표나 언론의 보도가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주지 못하게 되면 사람들은 비공식적인 정보에 귀를 기울이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루머는 사회적 커뮤니케이션 현상의 한 종류로 봐야 한다. 루머를 이렇게 부정적 함의가 없는 중립적인 의미로 정의하게 되면 루머에 대한 대처 방식도 달라지게 된다. 특정한 주장이나 소식이 루머가 되는 과정에서, 그것이 어떤 메커니즘에 따라 널리 퍼져나가게 되는지가 중요한 관심의 대상이 된다. 루머를 최초에 만들어낸 사람이나 루머의 내용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 사이의 상호작용의 과정이 어떻게 그 속에서의 확산 메커니즘을 만들어내는지를 중심에 놓는 것이다.

 

확산의 메커니즘 – SIR 모델

 

확산(diffusion)은 인간의 사회 생활에서 자주 관찰되는 현상 중 하나이다. 새로운 소식이 널리 알려지는 것, 새로운 기술이나 단말기의 보급과 유행, 전염병의 창궐, 특정 정당이나 후보에 대한 지지도의 상승 등은 모두 확산의 사례들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비록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은 다르지만, 위와 같은 현상들은 모두 하나의 메커니즘을 통해서 바라볼 수 있다. 확산을 다루는 메커니즘 가운데 대표적으로 SIR 모델(Susceptible-Infected-Recovered model)이 있다. 이 모델은 모든 확산 현상에 적용할 수 있지만, 처음 만들어졌던 분야가 전염병 연구 분야이기 때문에 전염병의 용어를 통해 확산의 메커니즘을 알아보도록 하자.

SIR 모델에서는 전체 인구수가 불변이라고 가정하고 전염병에 대한 상태에 따라 사람들을 세 종류의 하위 집단(Susceptible, Infected, Recovered)으로 구분한다. S 집단은 아직 전염병에 걸리지 않은 집단으로서 이후 감염될 가능성을 가진 집단, I 집단은 이미 전염병에 걸린 집단으로서 S집단을 감염시킬 수 있는 집단, R 집단은 전염병에 걸렸다가 회복되어 면역성을 획득한 집단이다. S 집단의 사람들과 I 집단의 사람들 사이에서 단위 시간마다 1인당 β만큼의 사람에게 감염이 이루어진다. 또한 I 집단의 사람들 가운데 단위 시간마다 γ만큼의 사람들이 전염병으로부터 회복되어 R 집단으로 넘어간다. 따라서 β는 전파율, γ는 회복률을 나타낸다. SIR 모델을 그림으로 표현하면 아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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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살표의 방향에서 알 수 있듯이, SIR 모델에서 S 는 반드시 I 의 방향으로만, I 는 반드시 R 의 방향으로만 이동한다고 가정한다. I 가 다시 S 가 되거나 R 이 다시 I 또는 S 가 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런 상황이 일어난다고 가정하면 또 다른 모델이 된다. 예를 들어, SIS 모델은 감염된 집단의 일부가 회복되긴 하지만, 면역성을 획득하지 않고 다시 S 집단으로 돌아가는 모델이고(S → I → S), SIRS 모델은 SIR 모델에서 면역성을 획득한 R 집단 중 일부가 면역성을 상실하여 다시 S 집단으로 돌아가는 모델이다(S → I → R →S). 이런 변형 모형들이 여럿 있지만, 그 중에서 SIR 모델은 가장 일반적인 표준 모델이라고 받아들여지고 있다.

SIR 모델은 많은 경우 수치적(numerical)인 방식을 통해 시뮬레이션을 실시하는데, 시뮬레이션의 목적은 특정한 조건 하에서 전염병의 발병(outbreak)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어떤 규모와 양상으로 이루어지는가를 살펴보는 것이다. 여기에서 특정한 조건이란 β와 γ의 값과 S, I, R의 초기값들을 통해 표현된다. 전파율과 회복률이 얼마나 큰 병인지, 초기 발병자가 전체 인구 중 얼마만큼의 비중을 차지하는지가 특정한 조건을 구성하는 요소들이다. 만약 기존에 전염병이 발생했던 지역에서의 역학조사 데이터가 있다면, 그 데이터를 사용하여 β와 γ의 값을 구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이후에 다른 지역에서 같은 전염병이 발생했을 때, 그것이 어떻게 확산되어갈 것인지를 예측하여 대비책을 모색할 수 있다. 또는 데이터가 없더라도, β, γ의 값과 S, I, R의 초기값들 사이의 관계에 따라 전염병의 확산 양상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시뮬레이션을 통해 탐색해 볼 수 있다. 아래 그림은 시뮬레이션의 사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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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쪽 그림은 β= 1.2, γ= 0.75 인 경우이고, 아래쪽 그림은 β= 0.69, γ= 0.73 인 경우이다. S의 초기값은 1,000, I 의 초기 값은 1로 동일하다. 위의 경우는 I 곡선이 봉우리(peak)를 이루는 모습을 보여, 전염병이 확산되었음을 나타낸다. 반면 아래의 경우는 발병한 전염병이 확산되지 못하고 소멸한 모습을 나타낸다. 이처럼 전염병의 확산 여부 및 규모를 보여주는 지표로서 R0〔Rnaught; 기초재생산수(basic reproduction number)〕이 있다. R0이 1보다 크게 되면 전염병이 퍼져나가게 되고, 1보다 작으면 확산되지 않고 소멸된다. R0을 1 이하로 낮추기 위해, 다시 말해 위 그림 중 왼쪽을 오른쪽 경우처럼 만들기 위해서 어떤 활동과 제도들이 필요한지를 연구함으로써 전염병의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앞선 언급과 같이 전염병과 루머 모두 동일한 메커니즘을 공유하는 확산의 과정이라 볼 수 있기 때문에, 루머를 ‘마음의 감염(infection of the mind)’이라 간주하고 SIR 모델을 통해 루머의 확산을 연구해온 여러 사례들이 있다. 전염병에서 전파율을 의미하는 β는 루머의 파급력과 관련되어 있다고 볼 수 있으며, 회복력을 의미하는 γ는 루머의 지속성과 관련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어떤 루머는 매우 빠른 속도로 퍼지지만 금세 수그러드는 반면, 어떤 루머는 전파 속도는 비교적 느리지만 매우 오랜 기간 동안 지속되는 경우도 있다는 점을 떠올리면 된다. 질병에서의 초기 감염자 개념 역시 비슷하게 이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정부가 어떤 정책을 발표한 후 여러 사람들이 동시 다발적으로 의문과 비판을 제기하여 루머로 발전해가는 경우도 있는 반면, 소수 전문가가 문제점을 지적한 후 그것이 서서히 퍼져나가는 경우도 있다. 전자와 후자는 각각 초기 감염자수가 많은 경우와 적은 경우에 빗대어 생각할 수 있다. 이처럼 전염병의 확산과 루머의 확산은 그 메커니즘에 있어서 동일하다고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두 메커니즘 사이에 공통점뿐 아니라 차이점도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대표적으로 감염된 사람이 어떻게 그 감염성을 잃어버리는가 하는 점에서 양자 사이에 차이가 있다는 지적이다. 전염병의 경우 I 집단에 속한 사람이 죽거나, 고립되거나, 병에서 회복되면 감염성을 상실하고 더 이상 S 집단의 다른 사람들에게 전염병을 전파할 수 없게 된다. 반면 루머의 경우에는 좀 더 복잡한 메커니즘이 존재한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예를 들어 R 집단의 사람과 I 집단의 사람이 만난 경우를 생각해보자. 이미 어떤 루머가 거짓으로 밝혀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서 더 이상 그 루머를 신뢰하지 않는 사람과 아직 그 사실을 알지 못해서 여전히 루머를 신뢰하고 있는 사람이 만난 것이다. 이 경우에는 I 집단의 사람이 감염성을 상실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아니면 반대로 더 이상 루머를 신뢰하지 않던 사람이 I 집단의 사람으로부터 영향을 받아 다시 I 상태가 될 수도 있다. S 집단의 사람과 R 집단의 사람이 만난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애초에 S 집단의 사람은 루머를 접하지 않은 상태였다가 R 집단의 사람과 만나 루머 자체에 대해서 처음 듣게 될 수도 있다. 이 경우에는 R 집단의 사람이 S 집단을 감염시키게 되는 상황도 가능하다. 이런 식으로 전염병의 확산과 루머의 확산이 같은 메커니즘인가 하는 것에 대해서 의문이 존재하기도 한다.

 

루머에 대한 또 다른 시각

 

모델은 그것을 만드는 사람의 필요에 따라 대상의 현상 가운데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요소들을 골라 재구성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같은 현상에 대해서도 무수히 다양한 모델이 만들어질 수 있으며, 그들 가운데 어떤 것이 더 좋은 모델이냐 하는 것은 적절한 질문이 아니다. 만든 사람의 목적에 부합하는 유용성만 갖추고 있다면 모든 모델은 나름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현실과 얼마나 일치하느냐 하는 측면을 전혀 간과할 수는 없지만, 이 역시 현실의 정확히 어떤 부분과 일치시킬 것인가 하는 선택의 문제가 따라오게 되고, 이러한 선택으로 인해 다시금 모델이 어떤 목적으로 만들어졌는가 하는 문제로 되돌아오게 된다.

SIR 모델 역시 마찬가지이다. 원래 전염병 분야에서 만들어졌던 SIR 모델을 루머 분야에 적용해 보는 시도 자체는 특정한 목적을 전제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 목적은 루머라는 현상 자체를 약간은 다른 시각에서 보려는 시도와 관련된다. 어떤 내용이냐, 누가 처음 만들어 유포시켰느냐와 같은 개별 루머들이 갖는 세부 속성들이 아니라, 루머 일반이 확산이라는 측면에서 갖는 공통적인 특성에 주목하려는 것이다. 이것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루머를 병리 현상이 아닌, 고유의 기능을 갖는 사회적 커뮤니케이션 현상으로 보려는 시각과 맥을 같이 한다. 이를 위해서 루머가 사람들 사이에서 퍼져나가는 메커니즘만을 단순화시켜 제시한 SIR모델은 루머를 포함한 다양한 확산 현상을 관통하는 일반적인 원리를 이해하는데 크게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수학적 모델링이 대상 현상을 지나치게 단순화한 것이라는 비판은 언제나 존재한다. 특히 보편적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자연 현상이 아닌 사회 현상에 대한 수학적 모델링은 그 비판의 강도가 상대적으로 높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때로는 한 발 뒤로 물러나 큰 그림을 보는 것이 더 큰 통찰을 줄 때도 있다. SIR 모델을 통해 확산의 메커니즘을 중심으로 루머 현상을 바라봄으로써, 루머가 갖는 사회적 커뮤니케이션으로서의 기능을 염두에 둔, 보다 이성적인 논의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나아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으면서도 사회적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합리적인 해결책 모색에 기여할 수 있게 되기를 기원한다.

 

김 윤 환 / 한국외국어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강사

그림 설명 및 출처

<그림 1> 루머는 사람들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퍼져 나간다. (출처: images.sodahead.com/polls/001793213/82250012_rumors1_answer_2_xlarge.jpeg)

작성자: khug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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