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7호 리뷰] 서촌 이상의 집, 이상을 추억하는 국내 유일의 공간

기억은 추상적이고 불안정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누군가를 떠올리기 위해 장소를 찾곤 한다. ‘그 장소’에 간다면 내가 생각하는‘그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거란 기대를 안고서. 물론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 있다 할지라도 모두가 같은 감정을 느끼진 않는다. 각자가 가진 기억이 다르기 때문이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이다. 그렇지만, 이상의 집은 딱 그런 공간이다. 서촌 이상의 집은 자신만의 이상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모두가 알고 있는 이상

소설가 이상(李箱, 1910~1937)의 본명은 김해경(金海卿)으로, 어렸을 때 서울 큰아 버지 집에 양자로 들어가 고등학교 졸업 이후 조선총독부 건축기사로 일했다. 하지만 이상은 오랫동안 예술가의 삶을 꿈꿔왔다. 그의 필명‘이상’에 대해서 여러 설이 존재하나 그와 절친했던 서양 화가 구본웅이 선물한 화구상자에서 따왔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이상은 1930년, 소설『12월 12일』로 데뷔했다. 그는 생업과 작품 활동을 병행하다 폐결핵을 진단받고 황해도 온천에 요양을 떠나는데, 바로 기생 금홍이를 만난 곳이다. 금홍이와 사랑에 빠진 이상은 종로1가에 다방을 차려 문학가들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커피를 마시는 공간을 꿈꾸었다. 그는 이후 작품 활동을 이어 갔으나 1936년, 일본에서 폐결핵이 재발해 결국 그곳에서 생을 마감한다. 그의 임종을 지켰던 아내 변동림은 이상이 죽기 직전“멜론을 먹고 싶다”하였으나 겨우 멜론 향기만 맡았다고 전한다.

내가 알던, 그리고 몰랐던 이상

나에게 이상은, 교과서에서 접한 독창적이고 난해한 작품으로 기억된다.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를 아시오?”(『날개』, 1936) 라든지, “13인의 아해”(『오감도』, 1934) 등, 읽는 이로 하여금 끝없이 의미를 찾게 만들고 책을 덮을 때까지 찝찝한 마음이 들게 하는, 그런 괴팍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서촌 이상의 집에서 만난 이상은 훨씬 더 인간적 이었다. 그가 남긴 유일한 동화『황소와 도깨비』의 내용을 소개한다. 이 동화에 대한 감상과 그로 인해 이상에게 덧씌워질 새로운 기억은 각자의 몫에 맡긴다.

어느 날, 한 소년은 숲에서 도깨비를 만났다. 도깨비는 소년에게 몸이 너무 안 좋다 면서 두 달간 그의 황소 뱃속에서 지내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소년에게 황소는 제일 친한 친구였으나 그는 도깨비의 부탁을 들어주었고, 이윽고 약속했던 두 달째가 되었다. 그런데 도깨비는 잘 쉰 덕분에 몸집이 너무 커져 나올 수가 없다는 것이다! 황소의 배는 점점 커다래졌고, 결국 시름시름 앓게 된다. 소년은 자책하며 밤새 황소를 간호하다 졸린 나머지 하품을 크게 했는데, 옆에 있던 황소도 따라서 하품을 하자 그 힘에 밀려 어느새 도깨비가 튀어나왔고 황소도 무사할 수 있었다.

각자 저마다의 이상을 그리는 곳

서촌 이상의 집은 초등학생부터 어르신까지, 누구나 자신만의 이상을 만나러 오는 곳이다. 이상을 어디서 알게 됐고,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최근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촬영한 이후, 그리고 한 래퍼가 그의 시를 소재로 한 곡을 발표한 이후 찾아오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고 한다). 이상을 아는 방법은 모두가 달라도, 이 공간에서 그의 생애와 작품을 따라가다 보면 자신이 알던 이상, 그 이상을 만나게 될 것이다. 서촌 이상의 집은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문을 연다.

류제원 | jewonryu@khu.ac.kr

작성자: khugnews

이글 공유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