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6호 보도기획] 공부 잘 하고 계신가요?

“요즘 대학원은 예전 같지 않아”라는 말을 한 번이라도 들어본 적 있는가? 예전에는 학자로서의 아우라가 있었는데, 요즘 원생들에게선 그런 것들을 찾을 수 없다는 식의 아쉬움. 이에 대해 필자는 서두에는 구체적인 문제를, 말미에는 추상적인 문제를 언급하는 방법론적 차원에서 본보의 상반기 <보도 기획>이 명확하게 비판적 위치에 있었다는 점을 숨기고 싶지 않다. 학교의 구성원으로서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을 건너온 우리는 이제 조금은 추상적인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이번 236호 보도기획에서는‘대학원생으로서 공부한다는 것’이란 주제를 통해 원생으로서 공부함에 있어 느끼는 고충을 다층적으로 살펴보고자 했다. 먼저 5월 17일부터 4일간 진행한‘공부 잘 하고 계신가요?’설문조사를 통해 113명의 원생에게서 공부에 대한 개인적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또한, 내국인 원생과 외국인 원생이 함께한 대담회를 통해 설문조사 결과를 심층적으로 다루면서 학업을 둘러싼 여러 문제의식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공부하는 게 힘들어요


설문조사의 첫 질문은 대학원에 진학하게 된 계기다. 이에 대해 연구를 위해서라고 응답한 원생이 64%에 달했다. 이러한 결과는 대학원생이라면 학문에 뛰어들어 공부한다는 인식이 여전히 지배적이라는 사실을 엿볼 수 있게 해준다. 그럼에도‘대학원생으로서 공부함에 있어 어려움을 느끼고 계십니까?’라는 질문에 94%의 원생이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라고 응답했다. 94%의 원생들 가운데 공부를 방해하는 가장 큰 요인에 대해‘생계유지를 위한 아르바이트’로 응답한 원생이 23%였으며, ‘조교활동’은 21%의 원생이, ‘수업에서의 의사소통의 어려움’은 25%의 원생이 응답해 균형을 이뤘다. 기타 의견도 비슷한 수준의 응답률을 보였는데,‘ 앞선 답변 모두에 해당한다’,‘ 강의 수 제약과 수강인원의 숫자가 너무 많은 것’등 이 주를 이뤘다. 이를 통해 공부함에 있어 환경의 문제를 다양하게 느끼고 있다는 판단이 가능했다. 더불어 대학원생에게 공부와 관련해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 하나는 바로 수업이다. 이에 수업에 대한 만족도 조사를 한 결과, 만족한다는 의견이 50%를 넘었지만 근소한 차이로 만족하지 못한다는 의견이 뒤따랐다. 불만족의 원인에 대해 심층적으로 조사한 결과, 만족하지 않는 이유는 강의 선택의 제약이 가장 컸으며 그 다음으로 커리큘럼의 불만족, 수직적인 관계의 수업방식 등이 뒤를 이었다. 수업의 주체적인 참여자로서 강의 선택의 제약이 있다는 것, 석박통합 방식의 수업이 주는 강의수준의 상이함, 외국인 원생에게는 낯선 도제식 수업 등이 수업 자체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를 양산하고 있었다. 그러나 공부라는 것은 개인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이에“대학원생으로서 공부한다는 것에 대해 자유로운 의견을 들려주십시오”라는 질문을 통해 원생들의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었다. 그중 몇 가지 응답의 전언을 옮기면 다음과 같다. “대학원생으로서 공부한다는 것은 더 구체적이고 심오한 연구를 할 수 있다는 점에 있어 큰 의미로 다가온다”,“ 일과 학업을 병행하는 것이 힘들지만 스스로 성장해 가는 것을 느끼면서 공부하고 있다”,“ 대학원생에게 공부란 당연한 것. 그러나 완전히 그것을 위한 여건이 주어지지는 않는 나이”,“ 대학원생은 공부하고 싶어 진학하였는데 어느 샌가 하고 싶은 공부는 못 하고 시키는 일에 빠져있는 사람”,“ 연구를 전업으로 해야 하지만 전업 시 생활비 감당이 안 되기 때문에 불안하다”등의 의견이 줄을 이었다. 즉, 공부를 함에 있어 그 가치를 알지만 생계유지나 불안감 같은 개인적인 문제로 인해 심리적 압박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의견을 통해 대학원생으로서 공부함 있어, 개인적인 문제와 구조적인 문제로 고충을 느끼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설문만으로는 이러한 문제를 심도 있게 공감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대학원생 대담회를 진행했다.

개인의 문제일까 환경의 문제일까


지난 5월 21일 서울교정 본관 대학원보사에서 진행된‘공부 잘 하고 계신가요’대담회에는 메일로 참여의사를 밝혀 온 이창현(관광학과 박사과정) 씨, 최언희(국어국문학과 박사과정) 씨, 최민지(국어국문학과 석사과정) 씨가 참석했다. 그들은 대학원생으로서 공부함에 있어 가질 수 있는 고충에 대해 공유하는 것을 시작으로 학업 환경 전반에 걸친 문제들을 이야기했다. 가장 먼저 운을 뗀 사람은 최언희 씨였다. 그는 개인적인 대학원 생활의 소회를 밝히면서“주변의 많은 외국인 원생들은 자신의 실력이 부족해서 학업에 뒤처지고 있는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라며 유학에 대한 개인적인 심리적 압박감이 크다고 토로했다. 그는 앞선 설문조사에서‘대학원 생활에 만족하십니까?’라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답변했음을 밝히면서, “주변의 외국인 원생과 마찬가지로 자신도 자신감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다”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그것은 과제나 수업을 진행하면서 스스로 학업의 한계가 느껴질 때 더욱 그렇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최민지 씨는“외국인 원생뿐만 아니라 내국인 원생의 입장에서도 스스로 자신감을 잃어버릴 때가 많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내국인 원생과 외국인 원생의 협동을 통해 비교학문의 길을 더 넓게 가질 수 있다”면서 의사소통의 기회가 늘어나기를 바란다며 공감과 함께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나 공부함에 있어 대학원 자체의 학업 환경이 미흡한 점은 모두 체감하고 있었다. 그들이 입을 모아 말한 것은 학교 측이 학업을 지원하려고 노력하고는 있지만, 전반적인 체계가 잘 갖춰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참여자들은 연구 공간에 대한 문제, 강의 수 제약에 따른 수강인원 문제, 그리고 장학금 문제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창현 씨는“단적인 예를 들면 대학원생을 위한 연구 공간의 체계나 기준이 없다”라며 연구 공간에 대한 문제를 가장 먼저 지적했다. 그는 연구 공간이나 연구조교 등 학업과 연계된 환경 지원이 학교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갖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민지 씨 또한“이런 문제는 공론화를 시켜서라도 해결해야 할 것”이라며 학교에 공실로 내버려진 공간들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라 말했다. 두 번째 문제에 대해서 최언희 씨는 스스로가 외국인 원생임에도 불구하고 학교의 외국인 원생 입학 기준이 매우 낮은 점을 지적했다. 그것은 학교의 재정적 문제를 해결할 수는 있겠으나 개인적인 입장에서는 수강인원이 많아져 공부 환경을 저해하는 일일 수도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이창현 씨 또한“학교의 재정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강의 수는 줄어들고 학생 수만 늘어나는 현 세태는 학교의 자충수가 될 수 있다”라며 우려를 표했다. 그러면서도 원생의 입장도 이에 대해 자유로울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즉 강의평가 등을 통해 우리의 입장을 충분히 개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장학금 문제에 대해서 그는“장학금이 너무 소수에게만 돌아가고 있다”라며 장학금액을 최대한 다수가 지원받을 수 있는 형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최언희 씨는“생계형 장학금은 많지만, 원생들의 경쟁을 유도할 수 있는 학업형 장학금은 없는 듯하다”라며 장학금이 주는 순기능에 대한 재고를 요청했다. 최민지 씨도“어떤 학업적 성취를 이루었을 때 주는 리워드 형식의 장학금이 있다면 더욱 의미가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지금까지 설문조사와 대담회를 통해 도출한 사실은 대다수의 원생이 공부를 함에 있어 어려움을 느끼고 있었다는 것으로 다소 당연한 결과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이유는 복잡했다. 우리는 먼저 구조적인 측면에서 학업 환경에 대해 학교의 지원이 있었으나 그것을 원생이 체감하기에는 부족했음을 상기할 수 있다. 더불어 개인적인 측면에서도 생계문제나 자신감문제 등으로 학업에 대한 심리적 압박감을 가지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인과적 분석에 대해 어떻게 해야 한다는 식의 결론을 말할 수는 없다. 앞으로 모든 원생이 각자의 진로를 향해 각자만의 방식으로 정진해야 하기 때문이다. 단, 하나의 의의가 있다면 이러한 문제를 많은 원생이‘공부하는 사람으로서’이야기 할 수 있는 지점들이 여전히 많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야기가 끊이지 않도록 소통의 창이 되어달라는 원생의 말을 우리는 새겨듣겠다.


김웅기 | dndrl0314@khu.ac.kr

작성자: khug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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