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6호 사설] 연구 공간의 모순

대학은 무엇을 하는 곳일까? 표준국어대사전은 대학을 ‘고등 교육을 베푸는 교육 기관. 국가와 인류 사회 발전에 필요한 학술 이론과 응용 방법을 교수하고 연구하며, 지도적 인격을 도야한다’라고 정의한다. 사전적 정의 그대로 ‘대학’이라는 공간은 가장 순수하게 지식을 다루는 곳이기도 하지만, 의외로 정치적인 공간이다. 이 공간의 정치적인 모습은 여의도에 있는 그곳 못지않게 치열하다. 사실 학교에 있으면서 학문보다 더 철저하게 보고 배운 것은 ‘정치’다. 물론 잘한 것과 잘못한 것은 명확하게 밝혀야 하고, 잘못된 것이 있다면 책임을 묻고 그 소재를 밝히는 것이 맞다. 하지만, 학문을 가르치고 연구하는 공간에서 타인의 잘잘못을 가리고 서로를 비난하는 광경을 더 자주 목격하게 된다. 서로 헐뜯고 비난하고, 온갖 권모술수가 난무한다. 이것이 옳은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대학이 정치적인 공간으로 변질하면서 자연스럽게 학문의 깊이는 기대할 수 없다. 연구자는 본인의 연구와 학문으로 인정받기 힘들다. ‘모 교수의 제자’ 혹은 ‘맨날 모 교수 옆에 붙어 다니는 애’일 뿐, 내가 어떤 사람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저 내가 따르고 있는 ‘그분’이 중요하다. 나는 그 꼬리표를 위해 나의 연구보다 그분을 ‘모시는 것’에 최선을 다하게 된다. 심지어 그분께서도 이러한 노력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이것은 나만의 문제라고 할 수 없는, 꽤 많은 구성원이 처한 문제다. 많은 제자 사이에서 돋보이려고 연구보다 의전에 혈안이 된 사람들을 볼 때마다 안타까울 따름이다.
물론 여러 사람이 모여서 사회를 이루면, 그 안에서 정치가 일어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하지만 대학, 그리고 대학원은 연구를 위한 공간이다. 서로가 정치적 관계로 평가받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연구하는 학문적 가치로 평가받고, 평가하는 대학원이 되기를 바란다.

작성자: khug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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