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5호 인터뷰] 강혜숙,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대표

대한민국 전체인구에서 이주민이 차지하는 비율은 3.4%로 높은 수치는 아니지만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다양한 민족·문화권의 사람들과 공존하는 오늘날, 사회 취약계층 중 하나인 이주여성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언제부턴가 다문화라는 표현은 우리에게 익숙하게 들려왔지만 아직 한국 사회에서 이 주민 현황을 살펴보면 개선돼야 할 점들이 있다. 이에 대해 이주여성 인권을 위해‘소통 창구’역할을 하는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강혜숙 대표를 만나 이야기 를 들어보았다.

이주여성의 ‘소통 창구’

강혜숙 대표와 이주여성

Q. 대학 시절부터 여성운동을 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주여성에 관심을 갖게 되신 이유가 무엇인가요?

여성학 석사를 마친 후 박사 과정을 시작하며 젊은 페미니스트 출신의 후배들과 같이 공부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 후 배들과 몇 명이 어울려‘우리 새로운 여성 운동을 해보자’하며 단체를 하나 새롭게 만들었죠. 우리가 꾸린 여성단체는 사회적 소수자들과 연대 사업을 다양하게 해왔습니다. 그러던 중 이주여성 문제에 눈뜨게 되었죠. 통계상으로는 여성들이 겪는 차별들이 아직 존재하나, 한국 여성들은 과거보다 좀 더 나은 삶을 살고 있습니다. 하지 만 이주여성의 삶 또한 함께 나아져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기존에 속했던 여성단체에서 이주여성과 함께 하고자 이주 여성인권위원회와 지원팀을 구성해서 활동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주여성이 늘어나 선주민 단체, 그러니까 한국인 중심 의 단체에 오는 이주여성이 늘어나면서 공간의 문제가 생기기도 하여 독립하였고 대구 이주여성인권센터를 창립하게 되었습니다.

Q. 이주여성을 위한 활동을 하시면서 많은 일을 겪으셨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하나 부 탁드립니다.

우리 센터에서 교육을 듣고 활동을 하던 분들이 외국인 인력지원 센터, 다문화 가족 지원센터, 산업인력 개발 공단 등으로 상당히 많이 나가서 일하고 있어요. 그런 것도 보기가 참 좋죠. 재미있는 에피소드라 고 하면, 베트남 이주여성이었는데 남편의 폭력으로 우리 쉼터에 있었어요. 결국 이혼 과정을 거쳤고, 대부분 그런 경우에 귀환하는데, 이 여성은 계속 체류하다가 새로운 인연을 만나게 된 거죠. 그래서 재혼을 했는데, 재혼해서 정말 행복하게 사는 거예요. 대구 근교에서 농사를 짓는데 작년에는 남편이 사줬다면서 경차까지 몰고 매실을 한 박스를 들고 왔더라구요. 그래서 상담사들과 쉼터 사람들이 다 같이 매실청을 담갔습니다. 그런 것들이 굉장히 흥겹죠. 삶의 굴곡을 지나 행복하게 살면서 자기가 직접 농사지은 것을 맛보여주고 싶어 하는 모습이 굉장히 건강하게 느껴지고 기분 좋았습니다.

Q. 이주여성을 위해 법적인 제도만큼 중요한 것이 이주여성의‘정체성’이라는 말씀을 하셨 는데요. 조금 더 자세한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여성이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을 인식했을 때 여자들에게 가해지는 차별을 볼 수 있는 것 이고 그것이 개선되기 위한 노력을 할 수 있잖아요. 그렇다 하면 이주여성도 이주여성으 로 정체성을 받아들일 때 이주여성으로 차별받는 것은 없는가를 볼 수 있는 눈이 생기는 거라고 생각해요. 이주민 속에서는 여성으로 차별받는 지점이 존재하고 또 여성이라는 지점에서는 이주민이어서 차별받는 지점이 있는 거죠. 흔히 우리는 교차성이라고 이 야기하는 부분인데 이주민으로서 여성으로서 복합차별을 겪는 독특한 지점이 있습 니다. 그런 것들을 보기 위해서는 선주민 여성들과는 다르게 이주여성으로서의 정체 성을 끌어안고 가야만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나를 어떤 사람으로 받아들이냐 에 따라 당면한 문제를 바라보는 잣대가 달라지고 그 문제를 해결하는 행동방식이 달 라집니다. 문제해결의 출발이 정체성과 연관되어 있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이주 여성이다”라는 당당함을 가질 수 있도록 같이 노력을 하는 거죠.

연대하는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Q. 센터에서는 이주여성의 성장을 위한 교 육문화사업을 한다고 들었습니다. 이주여성이 센터를 통해 어떤 교육을 받고 무슨 일을 하는 지 궁금합니다.

센터가 제일 중점을 두는 것은 아까 말씀 드린 것처럼 이주여성의 정체성을 강구하는 것입니다. 모든 운동은 당사자들이 직접 나 섰을 때 가장 큰 힘이 발휘되니까요. 그래서 그 당사자성을 가지고 이주민이 이주민을 돕 고, 지원하는 인권 강사 양성을 하고 있어요. 또 이주여성 상 담을 위한 가정폭력 상담, 성폭력 상담 등의 상담사 양성 교육 을 하는데 주로 이주여성들이 많이 참여합니다. 한국인이 상 담을 할 경우, 피해 이주여성이 한국어를 구사한다 해도 이주 민으로서 겪은 그 정서를 온전하게 알지는 못한다고 생각해 요. 그래서 이주여성들이 직접 활동할 때 피해 이주여성이 공 감대를 형성하고, 보다 심리적으로 안정적인 상태에서 상담을 받을 수 있는 거지요.

Q.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가 시민단체와 연대하여 정부에 다 양한 정책들을 제안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변화된 정책 중에 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일단 저희 같은 경우에는 한국에서 최초로 이주여성 쉼터 를 운영한 기관입니다. 아무래도 이주여성의 인권이 너무 열 악했기 때문에 주로 인권과 관련된 활동을 해왔습니다. 대표 적으로 2004년도에 국적법 개정입니다. 귀화(한국 국적취득) 하는 방법에는 간이 귀화와 일반 귀화가 있어요. 간이 귀화에 혼인 귀화를 포함하는 국적법 개정을 이끌어 냈습니다. 이와 관련해 결혼이 파탄 났을 때 이주여성에게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니라면, 체류권을 허용해야한다는 출입국관리법을 2005년 에 개정하게 됩니다. 또 같은 해 취업이 제한되어 있던 결혼 이주여성들이 자유 취업을 할 수 있게 개정했습니다. 2006년에는 많은 일이 있었는데요. 그중 이주민들을 지역 민으로 정착하기 위한 기구가 필요하다고 봤고 결혼 이민자 지원센터를 설립하는 것을 제안했습니다. 그래서 설치가 되었 죠. 하지만 국제결혼을 한, 그것도 한국 남성과 결혼한 외국 여성들을 위한 센터처럼 자리 잡게 된 것은 한계점입니다. 우 리가 제안한 내용과 달리 굉장히 한정적이지만, 이런 제도들 이 이루어진 것에 의미를 두고 있어요. 또, 가정폭력 법을 개 정해서 이주여성 긴급전화와 이주여성 쉼터를 설치할 수 있는 규정을 마련했습니다. 2007년 1월에는 드디어 이주여성 쉼터를 제도화하도록 했 어요. 그리고 국제결혼을 한 여성들 같은 경우 결혼중개업체 에 의해 배우자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받지 못하고 피해를 보 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해당 연도에는 국제결혼중개업 관리법 을 제정하게 되죠. 이러한 것들이 저희가 많은 토론회와 제안 들로 인해서 이뤄낸 것입니다.

Q. 센터에서는 작년에『아무도 몰랐던 이야기』라는 도서를 출간하였는데요. 이 책이 만들어진 과정이 궁금합니다.

먼저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는 전남, 전북, 부산, 대구, 경 남, 충북 이렇게 6개의 지부가 있어요. 우리가 폭력피해 이주 여성이라 하면 미디어 매체들을 통해 봤을 때‘참 불쌍하다’ 이 정도로만 알잖아요. 동정만 있지 실제로 어떤 어려움이 있 는지 잘 모르더라고요. 그래서 이 책의 부제에도 등장했듯이 폭력피해 이주여성의 생존 분투기를 담았습니다. 한국이주여 성인권센터에서 운영하는 쉼터에 입소한 여성들을 인터뷰 한 거죠. 이주여성이 겪었던 여러 폭력의 형태들을 파악하고, 폭 력피해자이지만 체류권을 확보하는 데 있어서의 어려움, 그리 고 폭력 피해자로 남아 있는 것이 아닌 살기 위해, 자립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그런 다양한 삶들을 인터뷰하 였습니다.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 전문가들이 필요한 정책이나 변해야 할 것들에 대해 멘트를 넣는 형태로 만든 책이죠.

Q.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에서 준비 중인 사업 혹은 행사가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아까 이야기했지만 폭력 관련 법 개정, 국적법 개정 등을 하 기 전에는 폭력피해 여성들은 무조건 돌아가야 했어요. 한국 에서 범죄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돌아가야만 했던 여성들이 있어요. 저희는 그 여성들에 대한 책무감이 있습니다. 그래서 몇 년 전에 제가 베트남을 방문해 귀환한 여성들을 만난 것이 계기가 되어 올해 센터에서는 귀환한 이주여성들을 직접 만나 그들의 삶을 조사할 계획입니다. 6월, 7월에 걸쳐 필리핀, 태 국, 몽골 등의 국가들을 방문해 귀환한 여성들을 만나 이야기 를 듣고 그 조사를 바탕으로 앞으로 우리가 어떤 정책들을 지 향하고 어떤 활동들을 펼쳐야 할 것인지 모색해보려고 합니 다. 또한 저희가 오랫동안 이주여성상담소가 필요하다는 것을 제안하고 그것을 실현시킨 만큼, 이주여성상담소들이 제 역할 을 할 수 있도록 잘 세팅하고 열심히 일하려 합니다.

우리 사회 이주여성의 위치

Q. 이주여성이라고 하면 여성 결혼이민자가 대부분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강한데요. 그렇지 않은 이주여성은 어떤 목적으 로 한국에 와 무엇을 하며 살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실제 우리나라의 전체 인구의 3.4%가 이주민입니다. 200만 명이 넘죠. 아직 5%까지는 되지 않아 이민정책이라는 것이 없어요. 그런 가운데 있는 것이 다문화 정책인데, 이 다문화 정 책은 실질적으로 한국인 배우자가 외국인과 결혼한 가정을 주 대상으로 하는 정책입니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국제결혼으로 이루어진 가족만을 위한 정책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실질적으로 전체 이주민 중에서 결혼 이주민이 차지하는 비율은 11%밖에 안 됩니다. 그런데 모든 정책과 사업들이 주 로 국제결혼 가정을 대상으로 하다 보니 결혼 이주민이 전부 일 것이라고 생각을 하는데요. 그 이주민 중에서 가장 많은 비 율을 차지하는 것은 F-4 비자(재외동포)입니다. 이 외에 H2(방문 취업), 주로 남성이지만 E-9 비자(노동자). E-6 비자 (예술), B-2 비자(유학) 등이 많습니다. 유학생으로 오시는 분들도 많아요. 각 대학이 정원 유지가 힘들어 유학생들 유치를 많이 하죠. 그러다 보니 이 유학생들 특히 여학생들 같은 경우 아르바이트를 하고 이런 과정에서 성 폭력 피해에 많이 노출된 것이 사실이에요. 그래서 우리 센터 에서 유학생 성폭력 사건을 지원하기도 합니다. 각 대학의 국 제교류센터나 유학생들한테 성폭력 예방 교육이나 자료를 배 포하라는 요구도 하고 가능하면 저희가 유학생 들하고 많은 접촉을 늘려 이런 예방에 대한 자료 를 직접 안내하기도 하고 활동하고 있습니다. 반복적으로 말씀드린 것처럼 우리나라의 정 책들의 문제점은 결혼 이주여성에게 집중되어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이제는 한국에 들어와 있는 다양한 비자의 이주여성을 포괄할 수 있는 이주여성 정책을 여성 정책에 포함시켜서 나가 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성폭력을 당한 이주여성들이‘고용허가제’ 라는 제도로 인해, 신고를 못 하는 상황도 있다고 하는데 이‘고용허가제’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예를 들어서 한 이주여성이 어떤 공장에서 일하는데 한국 관리자 혹은 동료 노동자에 의해서 성폭력을 당했습니다. 그 럼 누가 그 가해자랑 일하고 싶겠어요, 그렇죠? 그런데 이 여 성은 꼼짝없이 여기서 일을 해야 했어요. 왜냐하면 고용허가 제로 오는 이주 노동자들 경우“나 여기 성폭력 가해자가 있으니, 고소하는 것과 별개로 여기서 일 못 하겠어. 도저히 저 인 간 얼굴을 못 보겠어”라고 해도 고용허가제로 인해 사업장 이 동에 자유가 없는 거죠. 즉 고용허가제는 고용을 허가하는 것이 아닌 노동을 허가하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성폭력 피해자 임에도 자유롭게 작업장을 변경할 수 없던 거죠. 해당 사업장 사장의 서명이 있어야만 옮길 수 있는 이런 문제점들에 대해 저희가 성토했고 이제는 성폭력을 사유로 하면 사업장 변경이 가능해졌습니다. 근데 이것도 모르면 못하는 것이니 앞으로 상담소에서 대대적으로 이런 것들을 홍보하고, 노동청에서도 홍보를 많이 해야겠죠.

Q. 대표님의 말씀을 들어보니 이주여성을 위한 정부 제도나 정책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가장 우선적으로 마련되어야 할 제 도로 어느 것이 있을까요?

외국인 등록이나 체류 연장을 할 때 혹은 영주권이나 국적 을 신청할 때 남편의 신원보증이 필수입니다. 이는 사법적인 권력을 한 개인(남편)에게 준거죠. 그래서 실질적인 신원 보 증제도가 폐지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성폭력을 비롯한 성매매, 가정폭력 피해 여 성들이 한국 사회에서 범죄 피해자잖아요. 그 범죄 피해를 받 은 사람들을 구제해주는 방법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 래서 여성 피해자들이 체류할 수 있는 비자가 전문가들의 토 론을 거쳐 신설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다문화 시대 속에서 아직도 편견(선입견)으로 이주여성들 을 바라보는 이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2006년부터 이미 한국 사회는 다문화 사회를 지향하고 다 문화 사회임을 정부 정책으로 공표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사 람들이 실감을 못해요. 내 옆에 베트남 이주여성이 있고 중국 에서 온 사람이 있고 하다못해 예멘 난민들도 내 이웃으로 살 고 있음에도 구호로만 다문화 사회를 인식하고 있죠. 그래서 우리가 다문화 사회가 되려고 하려면 나와 피부색이 달라도 출신 민족이, 국적이 다르더라도 내 이웃으로 살고 있다는 것 을 받아들여야 해요. 우리 사회에서 이주민 차별은 인종차별이죠. 젊은 세대일 수록 이 벽은 좁아지고 있지만, 앞으로는 반인종 차별 교육 등 이 이루어져 한국 사회에 함께 살아가는 이들로 이주민을 바 라보길 바랍니다.

대담·정리: 김유진 | beapolar0819@khu.ac.kr

사 진: 유혜선 | hsyoo25@khu.ac.kr

작성자: khug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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