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5호 특강취재: 예술의 전당 아카데미, <송원진의 클래식 아다지오 - 불멸의 사랑>] 사랑에 빠질 수만 있다면

인간의 근원적인 감정으로 인류에게 보편화된 ‘사랑’이라는 감정은 많은 예술가들에게 영감과 재능을 불어 넣어주며, 불멸 의 작품들을 후세에 남기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오고 있다. 지 난 4월 11일, 예술의 전당 아카데미는 송원진 강사(바이올리니 스트,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의 <도니제티 오페라 ‘사랑의 묘약’> 강의를 통해 오페라라는 음악의 장르와 가에타노 도니제티(Domenico Gaetano Maria Donizetti, 1797~1848)의 작품《사랑의 묘약 L’elisir d’amore》에 대해 연구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는 3월 7일부터 진행한 <송원진의 클래식 아다지오 – 불멸의 사랑> 강연 중 여섯 번째로, 음악 형식 속에 불멸의 사랑을 어떻게 담아냈는지, 그 표현의 방법을 작품 감상을 통해 직접 느껴보며 그들이 전달하고자 했던 것이 무엇인지 해석해보는 것을 목표로 했다.

2주 만에 탄생한 걸작

1832년 밀라노의 카노비아나 극장은 오페라 초연 공연을 계획했으나 공연을 2주 남긴 시점에서 초연 작품을 준비해주기로 한 작곡가가 갑작스레 사의를 표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에 극장 관계자는 당시 오페라 대본작가로 활동하던 펠리체 로마니 (Felice Romani, 1788~1865)에게 오페라 작품의 대본을 의뢰했고, 로마니는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작품을 남긴 것으로 유명한 도니제티에게 작곡을 부탁하며 이 둘은 2주간 함께 창작의 전쟁을 치러냈다. 로마니는 외젠 스크리브(Eugene Scribe, 1791~1861)의 오페라 대본《미약 Le Philtre》을 기초로 두고 젊고 가 난한 농부인 ‘네모리노(Nemorino)’, 부유한 농장주의 딸 ‘아디나(Adina)’, 군인 부사관 ‘벨 코레(Belcore)’, 떠돌이 약장수 ‘둘카마라(Dulcamara)’를 주인공으로 한 2막 구성의 오페라 대본을 만들었다. 거기에 도니제티의 음악이 더해져 만들어진 종합 무대 예술이 오페라《사랑의 묘약 L’elisir d’amore》이다.

제1막은 마을을 배경으로 하고 전주곡(Preludio)으로 시작해서 네모리노의 카바티나 (cavatina, 아리아 같은 서정적 독창곡이지만 아리아보다는 단순하다) ‘얼마나 아름다운 모습인가(Quanto e bella, quanto e cara)’, 아디나와 네모리노의 이중창 ‘산들바람에게 물어보라 (Chiedi all’aura lusinghiera)’, 둘카마라의 카바티나 ‘마을 사람들이여, 들으시오(Udite, udite, O rustici)’로 이어진다. 제2막에서는 아디나의 집 정원을 배경으로 둘카마라와 아디나 의 뱃노래 ‘나는 부자, 당신은 미녀(Io son ricco e tu sei bella)’, 네모리노의 로만차 ‘남몰래 흐르는 눈물(Una furtiva lagrima)’, 아디나의 아리아 ‘이것을 받으세요(Prendi Prendi, per me sei libero)’로 스토리의 절정을 노래한다.

본 강연 중에 감상한 영상은 네모리노 역의 테너 롤란도 빌라손(Rolando Villazon), 아디나 역의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Anna Netrebko), 벨코레 역의 바리톤 레오 누치(Leo Nucci), 둘카마라 역의 베이스 일데브란도 다르칸젤로(Ildebrando D’Arcangelo) 캐스팅의 2005년 빈 국립 오페라극장 실황이었다.

오페라 부파와 오페라 세리아

오페라 부파(Opera buffa)는 18세기에 발생한 희극적인 요소가 담긴 가벼운 내용의 오페라다. 이전의 그리스 신화나 고대 영웅담을 소재로 한 비극적인 오페라 양식이었던 오페라 세리아(Opera seria)가 너무 길고 재미가 없다고 생각해서 막간극 형식의 인테르메초(intermezzo)가 삽입된 것이 오페라 부파의 시초가 됐다. 이후에 인기가 많아지면서 오페라 부파라는 하나의 장르로 굳어져 사랑받기 시작했고, 오페라 부파 양식으로 작곡된 첫 작품은 페르골레지의《마님이 된 하녀》이며 이후 로시니가《세비야의 이발사》로 오페라 부파의 정점을 찍었다.

오페라 세리아는 오페라의 줄거리를 말하듯이 노래하는 형식의 레치타티보와 그와 상반되는 형식인 아리아를 중요시했다. 아리아는 선율적인 독창 부분으로 음악적으로 가장 충실하며 성악가의 기술을 표현하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초창기에는 곡의 구성이 ‘A-B-A의 세도막 형식’으로 구성된 ‘다 카포 아리아(da capo aria)’가 대세였지만 카바티나풍을 거쳐 19세기에 유명한 멜로디의 로만차, 발라드 등으로 발전했다.

도니제티는 조아키노 안토니오 로시니(Gioacchino Antonio Rossini, 1792~1868), 빈첸초 벨리니(Vincenzo Bellini, 1801~1835)와 함께 19세기 초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오페라 작곡가로, 그는 오페라 부파인《사랑의 묘약》과 오페라 세리아인《람메르무어의 루치아》등 양 갈래의 형식 모두에 수작을 남겼고, 두 양식을 모두 훌륭하게 아우르고 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된다.

남몰래 흐르는 눈물

극중 마을에서 가장 아름다우며 밝고 명랑한 아가씨인 아디나는 모든 남자들의 사랑을 받는데, 그녀를 사랑하는 남자들 중 한 명이 네모리노다. 사랑을 얻기 위해 떠돌이 약장수 둘카마라 를 통해 전재산을 비워 사랑의 묘약(사실은 평범한 와인 한 병)을 얻는다.

오페라 부파에서는 보통 조연으로 출연하는 바리톤이 코믹적 요소를 많이 드러내는데《사랑의 묘약》에서는 바리톤인 벨코레, 둘카마라 뿐만 아니라 네모리노가 급한 성격으로 안절부절 못 하는 모습이나 노래를 부르며 사과로 저글링을 하는 장면, 사랑의 묘약을 마시고 취해 비틀거 리는 모습 등 테너인 네모리노를 통해서도 코믹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본래 중간에 들어가는 희극적 내용의 플롯은 전체의 줄거리와 분위기에 영향을 받지 않고 오로지 재미만을 추구하는 기능적인 의미가 있었다. 하지만《사랑의 묘약》의 코믹적인 장면들은 극의 서정성을 전혀 해치지 않았고 오히려 사랑을 느끼게 한다. 사과로 저글링을 하는 네모리노의 유쾌한 심성이 진지 한 그의 마음을 부각시켰고, 그가 술에 취해 비틀거릴 때는 꼿꼿하던 아디나의 마음도 휘청였다. 깊고 진실된 사랑은 무엇으로도 가릴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녀가 자신과의 사랑에 빠지기만을 바랐던 간절한 그의 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와의 사랑을 이루기까지는 많은 갈등과 어긋남이 생긴다. 아디나가 네모리노의 진실된 사랑을 깨닫게 됐지만 어긋나 버린 그 시점에서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고 네모리노가 불렀던 그 노래가 2막에 등장하는 유명한 아리아 ‘남몰래 흐르는 눈물(Una furtiva lagrima)’이다.

남몰래 흐르는 눈물이 그녀의 두 눈에서 흘렀소… (중략) 그녀는 나를 사랑해요. 그것이 보여요. 단 한순간이라도 두근거리는 것을 그녀의 아름다운 가슴이(두근거리는 것을) 느끼고 싶소! (중략) 오 하늘이여, 나는 죽을 수 있어요. 나는 더 이상 요구하지 않아요. 죽어도 좋아요. 사랑으로 죽을 수 있다면!

오페라《사랑의 묘약》을 통해 ‘사랑’이라는 그 특별함에 빠질 수만 있다면 싸구려 포도주도 묘약이 되어 사랑의 꽃을 피우고, ‘그녀가 행복하다면 나는 죽어도 좋은’19세기 초반 이탈리아 의 짙은 낭만이 묻어나는 도니제티의 음악 세계를 엿볼 수 있었다.

5월에도 이어지는 본 강의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14번‘월광’>, <슈만 교향곡 1번 ‘봄’>, <스트라빈스키 발레 ‘봄의 제전’>,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을 주제로 총 4회에 걸쳐 진행된다. 자세한 커리큘럼은 예술의 전당 홈페이지(www.sac.or.kr) 아카데미 탭에서 확인 할 수 있다.

강가람 | pianist_kgr@khu.ac.kr

작성자: khug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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