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4호 책지성:코샤 주베르트·레일라 드레거,『 세계 생태마을 네트워크』] 서로 배우고 연대하며 그리는 아름다운 생태발자국

서로 배우고 연대하며 그리는 아름다운 생태발자국

“우리는 기후 변화에 대비할 마지막 세대입니다. 우리에겐 행동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우리는 우리에게 편리한 삶을 제공해주는 다양한 물건들 속에 살아가고 있다. 오늘 아침 사용한 세면도구부터 온종일 손에서 떨어지지 않는 스마트폰까지, 24시간 내내 우리의 생활을 편리하게 해주는 물건들에 둘러 쌓여있다. 이 넘쳐나는 물건 속에서 우리는 가끔 막연한 외로움과 무언가의 결핍을 느끼곤 한다. 풍족함 안에서 느껴지는 외로움과 결핍이라니 이상하지않을 수 없다. 대체 우리는 무엇 때문에 이러한 감정을 느끼는 걸까? 자신의 내면을 채우고 외면을 가꾸어도,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다고 해도 왜 우리는 공허함을 느끼는 걸까?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세계 곳곳에서 지구를 위해 실천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생각해 보자.
지구 전역에는 각 국가와 공동체의 상황 및 조건에 맞춰 생태마을을 설립해 생활하는 사람들이 있다. 세계 각국의 생태마을은 사회적 차원, 세계관적 차원, 경제적 차원, 생태적 차원, 참여적 마을 디자인 총 5개의 가치관을 바탕으로 한다. 이들은 모인 이유는 제각각이지만, 공통적으로는 위태로운 지구에서 생태적이고 지속 가능한 삶을 추구한다.

생태발자국 최소화 – 연대하는 삶


1995년 세계 생태마을 네트워크(Global Ecovillage Network, 이하 젠 GEN)가 설립됐다. 젠 GEN은 시골과 도시, 전통공동체와 계획공동체들의 연대를 돕는다. 또한, 삶의 질을 높게 유지하되 자연에는 영향을 적게 미치는 것을 지향한다.
생태(生態: 생물이 살아가는 모양이나 상태)적이고, 지속적인 삶을 추구한다는 것은 생태발자국을 최소화함을 말한다. 생태마을에서는 주민들과 함께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보고 대화한다. 할 수 있는 만큼 자급자족을 하고, 그들이 사용한 모든 것이 최대한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게끔 생활한다. 예를 들면, 우리가 편리하게 사용 중인 수세식 화장실. 수세식 변기 사용은 성인 기준으로 하루 108ℓ 물을 소비한다. 이렇게 소비된 물은 하천을 더럽히는 오염물질이 된다. 그리고 그 오염물질은 우리의 식탁에 올라오는 음식에 영향을 준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환경을 사랑하고 절약해야 한다고 막연하게 배워왔다. 하지만 이를 생활에서 실천하기란 참 어렵다.
무심코 자연을 해치는 행동들을 인식하고 이를 개선하고자 공동체를 꾸려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좁게는 대한민국에서, 넓게는 세계 곳곳에서 그들은 자연을 위해 생태발자국 최소화를 몸소 실천하고 있다. 충북 보은의 한 생태마을(선애빌)에서는 재래식 화장실을 개선한 생태 화장실을 사용 중이다. 대소변을 분리해 근처 퇴비장에서 왕겨와 화목을 태운 재를 섞어 발효해 그것을 먹을거리를 키우는 양분으로 사용한다. 또한, 보름에 한 번씩 전기 없는 날을 보낸다.이날에는 마을 사람들이 모여 놀이도 하고, 음식도 함께 해서 나눠 먹고, 아이들과 대화를 하며 시간을 보낸다. 일반적인 우리의 삶에서는 보기 드문 일이다. 우리는 종일 허구의 세계에 속하고자, 편리함을 위해 손에서 한시도 스마트폰 사용을 멈추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선애빌 생태마을에서는 그 하루만큼은 전기를 일절 사용하지 않고 사람과 자연이 함께 시간을 보낸다.
우리는 주변에 관심이 없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식당에서, 심지어 길을 걷는 중에도 전자 기기에 몰두해 있다. 누가 내 앞에 앉았는지, 내가 탄 전철이 지나가는 곳이 어떤지 창문 밖을 내다보지 않는다. 이는 도시의 삶을 선택함에 따라오는 당연한 것일까? 일본 스즈카(Suzuka)는 도시형, 개방형 생태마을이다. 도시 안, 거리 주변을 어린이 세대부터 노인 세대까지 농작물과 친밀해질 수 있는 밭으로 만들어 놨다. 사실 우리에게도‘주말농장’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그러나 일상에서 농작물을 가꾸고 동네 이웃들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스즈카 마을의 아이들은 평상시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흙을 만지는 경험을 한다. 또한, 매월 ‘밭에 가자, 밭에서 먹자’라는 체험을 개최한다. 이 체험은 그 지역 주민들뿐만 아니라 이웃 지역
주민들이 참여하는 등 지역 간의 상생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생태마을 안의 갈등 해결


스페인 사회운동가들은 독재자 프랑코의 오랜 통치가 끝나고 나바라(Navarra)지방의 라카베(Lakabe) 마을에 자리 잡았다. 1980년 초 이들은 정치적 탄압에서 벗어나 그들 자신의 힘을 되찾는 과정에 만족했다. 하지만 공동체가 커지며 갈등이 시작되었다. “공동체 안에 아이나 강아지가 있는 걸 원하지 않는다”,“ 기계사용을 멀리해야 한다”등의 문제부터 원칙적으로 모든 것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생겨난 것이다. 풍요로운 삶을 누리고 싶은 이들과 금욕적인 삶을 살려는 이들 사이의 갈등이었다. 점차 더 많은 이들이 공동체보다 자신의 삶과 개인적인 동기를 우선시하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떠나는 사람들이 생겼다. 갈등의 1990년대를 지나 현재는 생태를 지키며 아이들과 함께하는 공동체로 굳건해졌다.
미국 어스헤이븐(Earthaven) 생태마을에서도 설립 초에 아이가 있는 가족들을 마을에 받아주지 않았다. 이유는 초기 마을 건설에 참여할 시간과 여력이 충분한 구성원을 필요했고, 또한 기저귀 처리는 물 오염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어스헤이븐의‘반가정적 분위기’에 실망하여 마을을 떠나기도 했다. 하지만 남아있는 젊은이들이 계속해서‘가족 친화적’인 내용을 제안했고, 많은 논의와 협상을 거쳐 모든 연령층이 함께할 수 있는 현재의 공동체를 만들어냈다.
공동체가 커지고 생태발자국을 최소화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갈등을 해결하는 데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세계의 각 생태마을에서는 갈등으로 인해 떠난 사람들과 남겨진 사람들, 서로의 생각을 되돌아본다. 그리고 떠난 이들이 다시 돌아오거나 새로운 사람들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대화를 통해 연대할 방법을 찾아간다. 그들이 갈등을 해결해 나가는 모습은 우리에게 공동체의 중요성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당장 개인의 생활과 이익만 중요시하지 않고 더 넓게 바라보는 시각이 우리에게 필요하다. 개인의 삶에 치중해 있는 우리들은 잃고 있는 것이 너무 많다.


우리의 관계 돌아보기 – 따로 또 같이


이 책에서는 6대륙(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북아메리카, 남아메리카, 오세아니아)에 존재하는 생태마을의 모습을 보여 준다. 뜻이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 마을을 설립하고, 그 공동체만의 생활방식 및 규칙을 정해 살아간다. 이에 그치지 않고 생태마을 사람들은 그 주변 지역을 뛰어넘어 다른 국가의 생태마을 방문해 학습한다. 그리고 돌아와 또 다른 주변과 상생하는 노력을 끊임없이 한다. 읽다 보면‘히피들이네’, 또는‘사이비 공동체 아니야?’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이 책을 통해 봐야 하는 것은 그들이 무엇을 위해, 어떻게 하고 있느냐이다.
생태마을 사람들 사이의 관계는 단순하게‘좋아요’클릭으로, 짧은 댓글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얼굴을 마주하고 개인의 생각을 말할 수 있고, 타인의 생각에 귀 기울인다. 어떤 주제이건 중요치 않다. 누군가 자신의 이야기를 남들에게 하고 싶어 한다면, 사소한 것이라도 모두 모여 귀 기울인다.
현재 우리는 개인의 삶을 과도하게 중요시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그래서 타인에게 무관심하고 어찌 됐든 나 자신, 개인의 이익을 우선시한다. 그렇다보니 순간적으로 다가오는 외로움과 허무함에 무기력해진다. 그리고 이 무기력함을 해소하고자 다시 겉치레에 집중하고, 무기력함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된다.
엮은이는 독자에게 전 세계 각 생태마을의 모습을 통해 결국 나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는 타인과 그리고 자연과 함께해야 한다는 것을 생각하게 한다. 세상에 혼자 존재할 수 있는 것은 없다. 같이 있어도 외로움을 느끼기도 하지만 혼자보단‘함께’가 덜 외롭다. 그리고 그 ‘함께’는 진정한 대화를 통해 맺어져야 한다. 우리의 관계를 돌아보자. 이 관계는 무엇으로 맺어진 걸까?


김유진 | beapolar0819@khu.ac.kr

작성자: khug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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