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4호 특강취재: 철학아카데미, <그리스 음주문화와 동성애>] 그리스 음주 문화 : 디오니소스부터 동성애까지

그리스 문화의 본질은 흔히 아폴론적인 것과 디오니소스적인 것으로 대비된다고 한다. 지난 3월 14일, 철학아카데미는 김진성 강사(정암학당 연구원, 철학아카데미 운영위원)의‘그리스 음주문화와 동성애’특강을 통해 그리스의 디오니소스적 문화를 탐구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는 3월 7일부터 진행하는 <그리스 문화 – 이성과 감성의 뿌리> 강연 중 두 번째로, 당대의 예술작품을 통해 그리스의 문화에 대해 알아보는 것을 목표로 했다.

음주를 즐긴 이유

포도주의 신으로 알려져 있는 디오니소스는 올림포스 12신 중 하나이다. 그는 신 제우스와 인간 세멜레의 아들로, 연애·도취·연극·정열과 자유로운 감성을 대표한다.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Platon) 그의 저서『크라튈로스』에서 “디오뉘소스(Dionysos)는 포도주(oinos)를 주는 자(didous)로, 디도이뉘소스(Didoinysos)라고 장난스럽게 부를 수 있을 걸세”라고 말한 바 있다. 또한, 오늘날 많은 그리스의 유물에서 향락을 즐기는 디오니소스와 그를 따르는 정령 마이나데스(Maenades)가 피리를 불거나 북을 치면서 격렬한 춤에 몰입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이처럼 그리스에서 음주는 생활의 일부였다. 그렇다면 그리스인들은 음주를 통해 무엇을 얻으려고 했던 걸까?

먼저, 마음의 즐거움이다. 고대 그리스의 비극 시인 에우리피데스(Euripid´es)는『박코스의 여신도들』에서 포도주는 인간에게 슬픔과 근심을 망각하기 위한 치료제라고 묘사했다. “세멜레의 아드님께서는 / 포도 음료를 생각해내시어 인간들에게 / 가져다주셨고, 그것은 가련한 인간들을 고통에서 풀어주지요. 그들이 포도의 액즙을 실컷 마시고 나면 / 그것은 또 잠을 가져다 주고 그날그날의 고통을 잊게 해주니”

한편, 포도주는 의학적인 용도로도 쓰였다. 플루타코스(Plutarchos)의『영웅전』에는 다음과 같은 대목이 나온다. “스파르테의 여인들은 갓난아이를 물이 아니라 포도주에 목욕시켰는데, 갓난아이의 체질을 검사해보려는 것이었다. 갓난아이가 간질병이 있고 병약할 경우 물 타지 않은 포도주에 경련을 일으키며 의식을 잃지만, 건강할 경우 오히려 더 단련되고 체질이 강해진다는 말이 있었기 때문이다.”그리스의 의사 히포크라테스(Hippokrates)는 회복기를 완화하거나 열병 치료를 위해 혹은 방부제로 와인을 사용했다. 실제로 그리스 의사들은 진통·이뇨· 강장·소화를 위해 다양한 종류의 와인을 처방했다고 전해진다.

음주를 즐기는 방법

주연(酒宴)은 성인 남자 시민들의 사교 모임으로, 서정시를 읊고 악기를 연주하고 다양한 주제의 대화가 이뤄지는 장이었다. 당시 불렸던 음주 노래가 다음과 같이 전해져 온다. “ 나와 함께 마시자. 나와 함께 음악을 연주하자. 나와 함께 사랑하자. 나와 함께 화관을 쓰자. 내가 미칠 때 나와 함께 미치고, 내가 정신을 차릴 때 나와 함께 정신을 차리자.”(노래 Carmina convivalia 중)

주연의 좌장은 와인 희석의 비율과 규칙, 술잔이 채워지는 빈도수를 정했다. 그리스인들은 희석되지 않은 와인을 마시는 것을 심각한 실수로 간주했으며, 따라서 희석비율은 매우 중요했다. 플루타코스는『식탁이야기』에서 “(포도주와 물의) 좋은 혼합은 화음과 같은 것. 잔을 드는 것은 뤼라를 켜는 것, 훌륭한 연주가처럼 마치기 위해”라고 묘사했다. 일반적으로 물과 포도주의 비율은 2대 1이었다.

그리스인들은 첫 술독을 제우스와 올림포스 신들에게 헌주했고, 영웅들은 두 번째 술독부터 대접받을 수 있었다. 헌주는 그리스인들에게 매우 중요한 것으로서, 그 상세한 방법까지 기술되어 전해져 내려온다. “끊임없이 흐르는 샘에서 신성한 물을 깨끗한 손으로 길어온다. 양털실로 장식된 동이를 물과 꿀로 채운다. 얼굴은 동쪽으로 돌리고 잔은 서쪽으로 기운다. 헌주가 뿌려진 땅 위에 올리브나무 잔가지를 아홉 개씩 세 번 두 손으로 그 위에 올려놓는다. 들리지 않게 기도하며 뒤돌아보지 않고 물러난다.” (소포클레스(Sophokl´es)의『콜로노스의 오이디푸스』, 천병희 옮김)

음주 문화와 동성애

주연에는 시동(侍童)과 가무, 놀이가 빠지지 않았다. 이러한 문화의 기원은 가니메데스 신화에서 찾을 수 있다. 가니메데스는 다르다니아의 트로스 왕과 칼리로에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로, 인간 중 가장 아름다웠다고 전해진다. 그는 그의 미모에 반해 독수리로 변한 제우스에게 납치되어 올림포스산에서 신들의 음료인 넥타르를 따르는 시중을 들게 되었다. 이러한 신화는 성인 남성과 소년 간의 성적인 관계, 즉 동성애(paiderastia)의 모델이었다.

아테네에서는 남성이 30세가 되도록 결혼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대신 30대의 ‘erastes(lover)’와 10대(13세~18세)의 ‘eromenos(beloved)’간의 관계가 일반적이었다. ‘eromenos’는 정서적으로나 성적으로 수동적이어야 하나 쉽게 복종하지 않는 것이 미덕이었다. 플라톤의 『향연』과 『파이드로스』에서는 이런 관계가 이상적이며 고귀한 교육적 목적이 있는 것으로 여겨졌다는 대목이 나온다

그리스인에게 동성애적 욕구는 삶의 자연스런 부분이었으며, 공공선에도 이용되었다. 그리스인들은 종종 체육관에서 자신의 육체미를 뽐냈고 이를 본 사람들은 토끼나 수탉, 뤼라(거북이 등껍질로 만든 현 악기)를 선물함으로써 구애했다고 한다. 오늘날, 종종 ‘x is kalos’라는 낙서가 새겨져 있는 그리스 유물이 발견되는데, 이는 ‘아무개(x)는 미남이다’란 뜻이다. 이는 당시 타인의 몸을 보면서 얻는 심미적 쾌락이 자연스러운 것으로 여겨졌으며 특히 소년애는 사회적 관행으로 인정됐음을 의미한다.

심지어 스파르타에서는 소년애가 제도화되기까지 했다. 연장자가 소년을 택하면 그들은 결혼할 때까지 짝이 되어 군사기술 등을 전수받았다. 알렉산더 대왕의 아버지 필립포스 2세에 대항하다 장렬하게 전사한 테바이(고대 테베)의 ‘신성한 군대’는 150쌍의 연인으로 구성됐는데, 연인을 지키려는 마음이 용맹의 비결이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성인 남성의 성적 태도와 습관이 어떠하든지 간에, 결혼하여 아이를 낳는 것이 신과 국가 그리고 조상에 대한 의무를 이행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아이를 낳지 않으면 처벌받았으며 아들이 셋이면 그 아버지는 병역을 면제받았고, 넷이면 면세 혜택을 받았다.

술자리 즐기기와 끝내기

기원후 100년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세이킬로스 석비(Seikilos stele)에서 발견된 악보에는 다음과 같은 가사가 적혀 있다. “ 네가 살아 있는 동안 빛나라 / 아무 일도 전혀 슬퍼 마라 / 인생은 짧은 순간이고 / 시간은 종말을 청할 테니.”이는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악보이다. 한편 그리스인들은 술자리에서 놀이를 즐기기도 했다. 예를 들어, 기원전 5~4세기 행해졌던 ‘코타보스(kottabos)’는 자리에 기댄 자세에서 술잔 손잡이를 손가락에 걸어 남은 와인을 정해진 목표지점에 던지는 놀이로, 정확히 맞추면 사랑의 성공을 예언한다고 여겨졌다. 이러한 놀이 외에도 술부대 타기, 술잔 중심 잡기, 즉흥극 보기 등의 놀이가 있었다고 한다.

술자리를 즐겼던 그리스인들에게 술을 과도하게 먹어 자신을 통제하지 못하는 사람은 비난의 대상이었다. 그리스 희극작가 에우불로스(Eubulus)의 작품 『세멜레 또는 디오니소스』에는 “세 잔을 나는 적당하다고 보네. 첫 잔은 건강을 위해, 두 번째 잔은 사랑과 즐거움을 위해, 세번째 잔은 잠을 위해”라는 대목이 나온다. 주신(酒神)인 디오니소스만이 아무 위험 없이 마음껏 마실 수 있는 자로 여겨졌다. 그리스의 시인 테오그니스(Theognis)는 “불에서 기술자는 황금과 은을 시험하지만, 와인은 사람의 혼을 드러낸다”라고 말했고, 비극 작가 아이스킬로스 (Aeschylus)는 “청동거울은 외모를 비추지만 와인은 마음의 거울이다”라며 과음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도기에 그려진 작품 <헤파이스토스의 귀환>은 다음의 장면을 묘사한다. 헤라는 자신의 아들 헤파이스토스가 날 때부터 불구이자 추하다며 올림포스 산 밖으로 내던진다. 이에 헤파이스토스는 복수로 멋진 황금 의자를 만들어 헤라에게 선물한다. 헤라가 그 의자에 앉자, 그녀는 다시는 일어설 수 없었다. 이 사단을 해결하기 위해 헤라는 디오니소스를 불러 헤파이스토스를 취하게 만들어 그를 올림포스로 데려오게 한다. 즉, 술을 통해 화해의 분위기를 만든 것이다. 이처럼 그리스인들에게 음주는 삶 그 자체였다. 그들은 음주를 통해 즐거움을 얻고 몸과 마음을 치료했으며 신을 경배했다. 단지 술을 마시고 노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음주 자체를 즐기는 문화를 만든 것이다.

철학아카데미는 4월 1일부터 매주 월요일마다 총 8회에 걸쳐 플라톤의 『향연』에 대해 강의한다. 술자리의 사랑 이야기를 통해 그리스인의 사랑, 플라톤의 사랑관, 그리고 소크라테스의 철학에 대해 공부할 수 있는 기회다. 본 강연을 맡은 김진성 강사가 강연한다. 그 외에 강연에 대한 자세한 커리큘럼은 철학아카데미 홈페이지(www.acaphilo.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류제원 | jewonryu@khu.ac.kr

작성자: khug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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