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3호 보도기획: 원생자치기구 점검] 우리 학교 원생자치기구, 학술단체협의회를 아시나요?

본교 일반대학원에 설립된 총학생회, 학술단체협의회, 대학원보 세 곳은 원생의 권리증진과 연구지원을 위해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원생자치기구이다. 하지만 원생들의 이익과 권리를 위해 존재하는 원생자치기구는 원생들의 관심에서 점차 멀어지며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본보는 지속되는 서울교정 총학생회의 총학생회장 부재에 대해 보도했다. 총학생회장 부재의 직접적 이유는 회장직에 지원한 원생 후보자가 한 명도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총학생회에 대한 원생들의 관심 부족이나 총학생회의 홍보 부족 문제를 넘어 원생자치기구 역할 자체에 대한 원생들의 인식변화와 관련 있다. 원생들에게 자치기구의 의미는 점차 변화하고 있다.

원생의 연구와 학문의 자유, 그리고 복지를 위한 자치 운동의 기조 위에서 탄생한 원생자치기구는 2019년 현재, 변화하는 연구환경 속에서 어떠한 변화를 맞이하고 있을까. 이번 호는 원생자치기구 중 원생의 연구지원 사업을 맡고 있는 학술단체협의회(이하 학단협)의 현재를 점검해보며 변화하는 연구환경 속 학단협, 그리고 원생자치기구의 위치를 재고해보고자 한다. 연구를 위한 공간인 대학원에서 원생들이 대학원자치기구에 가장 크게 바라는 것은 연구 활동 지원과 관계된 것이고 학단협은 연구환경의 변화에 따라 원생들이 바라는 연구지원의 변화를 가장 잘 인지할 수 있는 단체이기도 하다.

학단협에 대한 원생의 인식을 파악하고 이들이 바라는 자치기구에 대한 의견을 들어보기 위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은 2월 13일부터 18일까지 6일간 이메일을 통해 양 교정 재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했으며, 총 189명(서울교정 129명, 국제교정 60명)의 원생이 설문에 참여했다.

학단협의 주요 사업

학단협은 “경희대학교 대학원 학술단체협의회 내에 등록된 제 학술단체의 진보적·전문적·대중적 연구 활동을 지원하고, 학술단체(학단협 소속)들 간의 원활한 교류를 보장함으로써 경희대학교 대학원의 학술 분위기 고양과 학문 발전에 일익을 담당”하는 단체이다. 학단협의 주요 사업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되며, 학술단체에 대한 연구지원, 학술특강 개최, 고황논집 발간이 그것이다. 구체적으로, 학술단체에 대한 연구지원은 등록 기간 내(3월 초, 9월 초) 학술단체등록서류를 제출하고 심사를 통과한 학술단체에 한해 연구비를 지원하는 사업으로 학단협에 소속된 학술단체는 한 해 동안의 활동 평가 결과에 따라 지원금을 받는다. 학술특강 사업은 기획특강과 통계특강 등 원생의 연구능력 향상을 위해 단기적 강좌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고황논집은 매해 2회(상반기, 하반기) 전 분야의 논문을 대상으로 투고를 받아 발간하는 원내 논문집으로 신진연구자 발굴과 양성을 목표로 한다.

원생들의 연구역량 강화를 위한 학단협의 사업은 이외에도 소수전문특강, 학술제 개최, 논문집필실 운영 등으로 다양하다. 하지만 사업의 도움을 받는 원생의 범위는 제한적이다. 지난 학기 학단협에 소속되어 지원을 받은 학술단체는 총 32곳이다. 그중 지난 3년간 새로 등록된 학술단체는 5곳으로 학술단체 지원사업은 대부분 이전부터 지원을 받아온 단체가 계속해서 지원을 받는 형태였다. 이와 같은 사업의 비유동성은 홍보의 문제와 더불어 원생들의 커뮤니티 형성 방식과 연관된다. 학단협의 지원을 받는 학술단체의 학과 분포는 넓지 않다. 예를 들어, 특정 학과 소속의 학술단체 하나가 학단협의 지원을 받게 되면 그 학과 내에서 또 다른 학술단체가 생겨나 학단협에 소속되는 식으로 학단협 소속 학술단체는 학과 중심으로 확장된다. 원생들은 더 이상 총학생회나 학단협 차원의 큰 커뮤니티에서 하향식으로 학술적 도움을 찾는 것이 아니라 학과 단위, 개인 연구분야 단위에서 자신에게 필요한 연구 발전 방향을 고민한다. 계열별 특성이 세분화되는 연구환경 아래 학술사업은 단과대, 학과, 실험실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원생들은 그 안에서 학술적 정보를 얻는다. 학단협에 대한 원생 인식조사 결과는 대학원 단위의 거대 기구가 더 이상 원생에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학단협에 대한 인식

설문에 따르면 “귀하는 학술단체협의회에 대해 알고 계십니까?”라는 질문에 74%가 ‘모른다’라고 답했으며, 25%만이 ‘알고 있다’고 응답해 학단협에 대한 원생의 인지도가 매우 낮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학단협을 알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 중에서도 학단협이 시행한 사업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원생은 34%뿐이었다. 학단협의 존재를 알고 있는 원생 중에서도 사업의 혜택을 받은 원생의 수는 절대적으로 적음을 알 수 있다.

이어 사업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원생에게 어떤 사업에 참여했는지 묻는 질문에는 ‘학술·기획·통계 특강’(41%)이 가장 많은 응답을 보였다. 원생들은 학술단체에 소속되거나 고황논집에 투고하여 지속적이고 직접적인 연구지원을 받는 것보다 단발적 특강을 통해 더 많이 학단협을 접하고 있었다. 이는 학술단체 지원사업이나 고황논집 발간사업에 대한 홍보가 부족함에 더하여 원생들이 학단협을 이용하는 방식이 자신의 연구에 필요한 정보들을 짧은 시간에 얻고 개인의 연구실로 돌아가는 형태임을 추론할 수 있다.

학단협의 주요 사업 중 하나인 고황논집에 대해서도 원생의 의견을 물었다. 연 2회 자유주제로 논문을 투고 받아 발행하는 고황논집에 투고할 의향을 묻는 질문에 49%의 원생이 ‘있다’라고 답하고 51%가 ‘없다’라고 답했다. 이어 고황논집에 투고할 의향이 없는 이유에 대해서는 ‘고황논집에 대해 잘 모름(65%)’, ‘향후 논문 중복 투고의 문제(13%)’, ‘자신의 연구분야와 맞지 않음(10%)’, ‘학술지의 전문성 부족(6%)’ 순으로 답했다. 많은 원생들이 고황논집에 대해 잘 인지하고 있지 못함을 알 수 있다.

연구환경의 변화와 학단협의 변화

전 분야에서 논문을 투고 받아 학문 간 소통의 장으로 기능하던 고황논집이 더 이상 원생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과거와 현재의 연구환경 변화를 알아보기 위해 대학원 시절 학단협에 소속되어 활동했고 현재 일반대학원 서울교정 부원장직을 맡고 있는 박규창 교수와 전화인터뷰를 진행했다. 1994년 학단협이 처음 자치기구로서 체제를 갖춰 나가기 시작할 때 고황논집은 원내 논문집으로서 차별화된 역할을 갖고 있었다. 논문을 투고할 학술지나 논문집이 많지 않던 시절 고황논집은 학술 소통의 장으로 기능하며 신진연구자를 발굴, 양성했다. 박규창 부원장은 “하지만 현재 전문적 학술지들이 많아졌고 연구자의 수준이 높아져 SCI급 논문이 다수 나오고 있는 상황에 고황논집의 방향성이 애매해졌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자기표절문제가 예민한 현재의 연구환경에서 비교적 경쟁력이 약한 원내 논문집에 자신의 논문을 싣고자 하는 원생이 적어질 수밖에 없음을 덧붙여 설명했다.

그렇다면 학단협은 이러한 변화에 어떠한 대응을 하고 있을까? 육송이 학단협 회장과의 대면 인터뷰에서 학단협이 겪는 어려움과 사업의 변화에 대해 들어보았다. 육송이 회장은 “학술 사업은 성과나 수치만을 따라 운영될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말하면서도 “다양한 학과에서 학술단체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학과별 소통을 진행하는 등, 변화하는 연구환경에 발맞추어 학단협의 기존 사업에도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학단협은 단과대나 학과 단위로 밀집하는 원생의 연구 활동 특성을 고려해 각 학과와 접촉해 계열별 특성을 파악하고 학교 측과 연계해 학과 간의 협동 어젠다 학술대회를 열어 학단협을 학문의 소통구로 만드는 기획을 하고 있다. 고황논집 또한 원내 논문집의 특색을 살리기 위해 2018학년도부터 우리학교 우수학위논문을 함께 게재하고, 외부 학술지에 논문을 투고해야 한다는 졸업요건에 고황논집이 추가되도록 일부 학과들과 협력하는 등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학단협의 미래

타 대학의 일반대학원에서 이루어지는 학술지원 사업이 총학생회에서 일괄적으로 운영되는 것과 달리 우리 학교는 90년대부터 학단협을 독립적으로 분화해 원생들의 학술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왔다. 그리고 현재의 원생들은 그렇게 다져진 학술적 기반 위에서 새로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달라진 학술적 기반 위에서 원생자치기구는 원생의 요구에 발맞춰 변화해야 하며 달라진 연구환경 속에서 학단협은 그에 맞는 새로운 역할을 찾아야 한다. 그러나 동시에, 학술 활동 지원사업은 곧바로 눈에 보이는 성과를 얻어내는 사업이 아니다. 당장의 연구논문에 도움을 주는 것을 넘어 미래의 연구자를 키워내는 것이 학술지원 사업의 지향점이기 때문이다. 학단협 본래의 역할과 시대가 새롭게 요구하는 역할 그 사이에서 학단협의 미래를 기대해본다.

허승모 | suam3480@khu.ac.kr

작성자: khugnews

이글 공유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