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3호 사설] 업무 중심의 대학원

원생들이 대학원을 선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서로 다른 이유를 갖고 있겠지만, 그 중 가장 큰 이유는 ‘연구’일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원생들은 연구에 집중하지 못한다. 조교, 학회, 연구실, 수시로 울리는 교수님의 메시지까지 대학원생에게 연구를 후순위로 미루는 일은 일상적이다.
대학원 생활의 중심이 ‘연구’가 아닌 ‘업무’가 되는 상황에서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기도 한다. 정상이라 할 수 없는 이 상황을 타개하는 방법 중에 하나는 ‘안 하는 것’이다. 가장 단순하고 효과적이지만 가장 도달하기 어려운, 불가능에 가까운 방법이다. 대부분의 경우 금전적인 이유나, 언젠가는 안정적인 궤도에 진입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까 하는 희망 때문에 참고 견디는 쪽을 선택한다. 간혹 아주 극단적으로 학교를 떠나는 선택지를 택하는 원생도 있다. 그렇게 원생들은 연구와 멀어지고 개인의 삶을 포기한다.
원생들의 간절한 희망이 모여 대학원이 존재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우리는 대학원이라는 진리의 상아탑 정상에 오르는 그 순간을 꿈꾼다. 정말 신기루 같은 진리의 상아탑에 다다를 수 있는 것일까? 물론 누군가는 그곳에 안착하여 어느 미래의 희망이 될 것이다. 그 누군가는 내가 될 수
있을까? 오늘도 원생들의 기약 없는 희망이 쌓여간다. 언젠가 원생들은 자신이 태산이 되지 못할 티끌만을 쌓고 있었음을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 그 순간 대학원은 반석이 아니라 모래 위의 누각이 될 것이다. 그제서야 대학원은 지성인을 키우는데 실패했다고 성토할 것인가. 아니면 지금 현실을 직시할 것인가.

작성자: khug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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