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3호 문화비평 : <백종원의 골목식당>과 회기동 골목] 골목상권 이슈화의 그림자

외식산업, 커뮤니케이션, 미디어

커뮤니케이션은 관광·외식산업의 필수적 요소이다. 소비자들은 새롭고 익숙하지 않은 지역과 식당을 방문하면서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활동이 필요한데, 그 종류로는 관광지·외 식상품 공급자 그리고 그 지역 주민과 소통하는 개인 간 커뮤니케이션의 과정(interpersonal communication), 그 지역의 음식과 생활양식, 문화와 전통을 체험하는 문화 간 커뮤니케이션 과정(intercultural communication), 여행을 통해 자신에 대한 성찰 또는 음식을 통한 심미적인 성취 및 만족을 얻는 자아 커뮤니케이션 과정(intrapersonal communication) 등이 있다. 이 중에서 언론과 각종 미디어를 통하여 관광지와 외식업체에 대한 정보를 얻는 커뮤니케이션 활동은 잠재 소비자들에게는 필수이며, 소셜미디어의 발전은 상품 제공자로부터의 정보뿐만 아니라, 소비자들 간의 커뮤니케이션을 활성화하여 상품의 성공여부를 좌우하고 있다. 이렇게 소비자들이 관광·외식상품 선택에 있어 여러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필요로 하고 미디어에 의존하게 되는 이유는 이들 상품의 경험재적 특성에 기인 한다. 소비자는 상품을 구매한 후 소비를 끝내기 전까지는 그 상품의 가치를 온전히 평가할수 없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소비의 합리성을 추구하고 경제적인 낭비를 줄이기 위하여 관광·외식상품을 선택하기 전에 다양한 정보가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은 둘 이상의 행위자들이 어떠한 정보 내지 의미를 특정 경로를 이용하여 교환하는 것인데, 이때 커뮤니케이션의 주요 목적은 불확실성의 감소(uncertainty reduction)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커뮤니케이션은 단순한 소통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생각과 의견, 정보를 공유하여 상대방 또는 어떠한 대상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높여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소비자들은 이러한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통하여, 관광·외식상품 선택에 위험성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다수의 관광·외식상품 콘텐츠들이 다양한 미디어를 통하여 제공되고 있다. 기존의 언론과 방송뿐만 아니라 각종 SNS를 통하여 수많은 관광·외식상품 정보가 생산되고 있으나, 많은 경우 정보의 출처가 확실하지 않다. 이러한 현상은 오히려 마케팅 목적의 홍보성 정보로 가득하여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 특히 외식분야는 각종 생활정보 방송 프로그램을 통하여 하루에도 셀 수 없이 많은 맛집이 창출되고 있다. 실제로 우리는 방송에 출연했던 사진들로 벽면을 가득 채운 식당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소비자로서는 일반적인 맛집 소개프로그램을 통해선 불확실성의 제거가 어려워진 것이 사실이다. 이에 따라 기존의 외식업 소개 프로그램과 차별화하여 전문가, 미식가 또는 외식업 CEO의 평가를 바탕으로 맛집을 소개하는 <수요미식회>나 <백종원의 3대천왕> 같은 프로 그램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이와 연관하여 최근에는 SBS에서 방영되고 있는 <백종원의 골목식당>이라는 프로그램이 화제다.

<백종원의 골목식당>과 골목상권 활성화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기획의도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맛집 소개 프로그램이라기보다는, 문을 열었다가 어느 샌가 문을 닫는 식당 자영업의 문제점을 전문가 입장에서 파악하고 이를 해결해주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외식사업을 시작하여 겪었던 시행착오와 프랜차이즈 성공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백종원 대표의 직설적인 조언은 음식장사를 위해 가져야 할 기본적인 자세와 식당을 운영하는 과정에 대한 컨설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따라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자영업자들이 매섭고 따가운 질책을 듣는 장면도 자주 나온다. 얼마 전 방영된 청파동의 피자집과 고로케집 사장들의 태도는 시청자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각종 온라인 사이트와 SNS에는 다양한 의견이 교환되었고 언론에 기사화되는 등 주목을 받았다. 이러한 관심 속에 최근 우리 경희대학교가 소재한 회기동의 골목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이 제작 및 방영되었다.
회기동은 소위 대학가 상권이지만, 경희대학교 학생들을 주 대상으로 하고 신촌, 대학로, 홍대거리, 이대 등과 비교하여 외부 유입 인구가 상대적으로 많지 않은 곳이다. 방송에서도 언급되었고, 경험적으로도 알 수 있듯이 회기동 상권의 대다수 식당들은 가게를 연지 몇 달을채 넘기지 못하고 사라지고 있다. 물론 회기동하면 일순위로 검색되거나 일반인들에게 떠오 르는 것은 파전골목이며, 그 이외에는 회기동 또는 경희대 주변을 대표하는 맛집이나 특색있는 상점을 꼽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번 방송에서는 소위 벽화골목이라는 곳에 소재한 피자집, 닭볶음탕집, 고깃집, 그리고 컵밥집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는데, 이 골목지역은 학기 중과 방학 중에 유동인구의 차이가 매우 큰 곳이며, 실제로 많은 상점들이 창업과 폐업을 반복하고 있는 곳이다.
이번 방송으로 대학가로서 다소 소외되었던 회기동 지역이 일반 대중들에게 알려지는 계기가 될 것은 분명하다. 이번 회기동 편은 꾸준히 8%이상의 시청률을 올렸으며, 케이블을 통하여 수시로 재방송 되고 있다. SNS에서도 다양한 의견 공유와 논쟁 등이 이루어지고 있어서 이는 회기동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는 계기와 동시에 방송에 나온 식당들은 이미 문전 성시를 이루고 있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방송된 식당 앞에 줄 서 있는 수많은 인파 ⓒ SBS funE

회기동 골목상권 활성화까지…

그러나 이런 방송의 힘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그리고 회기동 전체 상권을 변화시킬지는 의문이다. 그 이유는 본래 이 방송이 골목상권의 활성화보다는 식당 자영업 운영의 노하우에 초점을 맺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방송에서도 언급되듯이 어떤 특정 상권이 특화되고 지역 대표성을 띠게 되면 방문객이 증가하게 될 것이고, 이로 인해 스필오버(spillover) 효과를 본다면 주변 상점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줄 개연성이 없지는 않다.
우리가 어떤 테마 음식 거리를 가서 보면, 매스컴이나 SNS를 통하여 아주 잘 알려진 식당은 손님들이 길게 줄을 서 있지만 그렇지 않은 바로 옆 식당들은 비록 같은 메뉴에 비슷한 맛이어도 아무도 찾지 않는 풍경을 쉽게 볼 수 있다. 소비자들의 입장에서는 일부러 찾아간 곳인데 유명식당이 아닌 다른 식당에 가는 것은 그 식당에 대한 불확실성이 제거되지 않은 측면도 있고, 맛이야 어떻든 여기까지 시간과 비용을 들였는데 유명한‘이곳’에 왔다는 인증샷을 찍지 못한다는 것이 억울하게 느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 하기 위해서 최근의 대다수 소비자들은 각종 정보를 습득한 후 특정 지점(spot-點)을 찾아 오지만 여기서 그치지 않고 특정 지점의 방문이 골목을 따라 주변으로 확산되는 선형(linear)으로 전환하기 위한 방안도 필요할 것이다.
지역상권이 활성화되려면 특정 대표 상점의 존재도 중요하겠지만, 전체 그 지역을 관통 하는 이미지, 테마, 분위기 등이 정립되어야 한다. 과거에 비하여 퇴색되었다고는 하나 대학로와 홍대거리, 이대, 신촌이 주는 상징적인 이미지는 일반인들에게 각인되어 있고, 이러한 상징성은 대중들을 이곳으로 끌어오게 하는 이유이자 동력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이번 프로그램에서 피자집, 닭볶음탕집, 컵밥집, 고깃집이 성공을 거둔다고 하여 이들 식당의 조합이 회기동, 또는 경희대학교 대학가에 어떠한 상징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낼지는 의문이 다. 여전히 점(點)과 점(點)일 뿐인 것이다.
<백종원의 골목식당-회기동 벽화거리>편이 이곳 골목상권을 활성화시키지 못한다고 해서 그것이 프로그램의 책임은 아니며, 프로그램의 목적 또한 아니다. 회기동 주변에서 한끼를 해결해야하는 경희대학교 구성원들의 입장에서는 이 프로그램 덕분에 주변에 조금이 라도 괜찮은 식당이 생긴다면 다행일 것이다. 그리고 지역 공동체 차원에서 회기동의 상권이 활성화되고 많은 상점들이 번창하기를 바란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개별 특정 상점의 성공도 중요하고, 매스컴을 통한 주목 끌기도 필요하다. 무언가 내세울만하고 사진 찍을 거리가 될 골목의 벽화도 필요할 것이다. 물론 개별 식당이나 상점들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영업에만 집중하고 살아남기도 벅찬 상황이다. 또한 여전히 일반인들에게 회기동은 특별하지도 않고 그냥 가기에는 무언가 불확실한 곳이다. 이때, 우리 경희대학교 구성원들이 회기동 지역공동체의 중심으로 지역주민, 상인공동체와 더불어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고민 해볼 시점이다.
더구나 이번 <백종원의 골목식당-회기동 벽화거리>편은 회기동의 파전골목이 조명되지 않은 점에서 아쉬움을 더했다. 여전히 회기동하면 파전골목이며, 이곳만의 상징적이고 차별적인 테마 또한 파전이기 때문이다. 파전 역시 대중적인 음식임을 감안한다면 파전골목에 위치한 수많은 파전집 중 한 곳을 솔루션해주는 것도 좋았지 않았을까 하는 소회를 밝힌 다. 파전골목도 예전 같지는 않아서다.

남 윤 재 / 경희대학교 호텔관광대학 문화관광콘텐츠학과 부교수

작성자: khug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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