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3호 인터뷰: 이상률, 항공우주연구원 부원장] ‘천리안 2A호’가 이끄는 우주 천리안(千里眼) 시대

지난해 12월, 우리나라의 독자적인 기술로 개발한 정지궤도복합위성 ‘천리안 2A호’의 성공적인 발사가 이뤄졌다. 그동안 외국과의 기술협력을 통해서만 인공 위성 제작이 가능했었기에 협업을 통하지 않은 이번 위성의 발사성공은 더욱 의미가 크다. 이에 본보는 정지궤도복합위성 ‘천리안 2A호’를 중심으로 우리나라의 우주산업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 지난 2월 13일, 과천의 한 북카페에서 이상률 항공우주연구원 부원장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이의 넥타이에는 인공위성이 떠있는 우주공간이 표현되어 있었고, 그 하늘색 우주공간의 모습 속에서 진정한 우주공학인의 미가 풍겨지는 듯했다.

독자적인 기술로 이뤄낸 정지궤도복합위성

Q. 정지궤도복합위성인 ‘천리안 2A호’의 발사 성공을 축하드립니다. 최초로 우리나라의 기술로만 제작한 위성이라고 들었습니다.
사람들이 ‘우리나라의 기술로만 이뤄냈다’는 것에 대해서 오해가 있을 수가 있어요. 우리가 독자적으로 했다는 것은 처음으로 이것을 설계하고 개발한 것을 말하지만 전체 부품이 모두 한국 제품이라는 것을 의미하는 건 아닙니다. 해외의 부품을 들여오거나 해외에서 부품을 사서 국내에서 또 다시 새롭게 만드는 작업을 했죠. 이는 우주 선진국이라 불리는 다른 나라들도 마찬가지로, 자국이나 자회사에서 부품을 모두 담당하지는 않습니다.
우주공간에 위성이 올라가서 고장이 나면 고칠 수가 없기 때문에 발사를 하는 시점에서 위성을 최대한 완벽하게 만들어서 올려야 합니다. 이 까다로운 기술력을 해외에서 사오지 않고 우리의 자체적인 설계와 개발기술을 담아 제작한 이번 정지궤도복합위성 천리안 2A호는 앞으로 한국의 인공위성 기술 발전에 큰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Q. 우리나라는 그동안 여러 나라와 기술협력을 통해서 위성을 제작해왔습니다. 수년간 협업을 진행해 온 과정이 궁금합니다.
정지궤도복합위성을 준비하면서 프랑스와 공동 작업을 했고, 일반저궤도위성을 만들 때는 미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와, 카메라 쪽은 이스라엘과 협업을 했습니다. 발사를 위해서 러시아, 일본과도 일을 했고요. 위성개발을 하면서 우주분야의 선진국이라고 하는 나라들과는 거의 다 접촉하여 일을 진행했습니다.
물론 협업 초반에는 상당히 어려웠습니다. 1994년 11월 아리랑 1호 위성 사업을 준비해 미국과 1995년부터 일을 했습니다. 우리는 초등학교과정 수준이라고 한다면, 미국은 대학원 박사과정 이상의 수준이었으니까 수준차이도 굉장히 많이 났고, 상대는 그런 의도는 아니었는데 배우는 입장에서는 잘 알려주지 않는 것 같아서 서운한 마음이 들 때도 있었죠. 그런 것들 때문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여러 위성들을 만들면서 하나하나 극복을 해나갔습니다. 천리안 2A호를 만들기까지 천리안 1호뿐만 아니라 그 이전 5개의‘아리랑 위성 시리즈’(1호, 2호, 3호, 3A호, 5호) 개발을 거치면서 경험과 노하우가 쌓이고 상당 부분이 연계되어 도움이 됐습니다.

Q. 독자적으로 설계하고 제작한 이번 위성은 한국의 항공우주연구계에 큰 의미가 될 것 같습니다.
2010년에 발사해서 지금 우주공간에서 동작하고 있는 천리안 1호는 프랑스에 있는 기업체와 공동개발을 했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공동개발은 서로가 기술, 예산을 합쳐서 함께 개발을 하는 형태인데, 실제로는 그렇지가 않았어요. 당시 우리가 기술이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모든 개발비용은 한국이 대고 실질적인 기술 부분은 프랑스 기업에서 담당을 한거죠. 하지만 이번 천리안 2A호는 쉽게 말해 ‘선생님’없이 개발 작업을 수행해낸 것입니다. 그전까지는 선생님의 어깨너머로 봐왔던 기술들을 우리가 독자적으로 해낸 것이 큰 의미를 가집니다.
천리안 2A호는 인공위성 본체와 그 위에 올라가는 탑재체로 구성이 되는데, 구글 스트리트뷰와 비교해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구글 스트리트뷰는 자동차 위에 카메라를 올려서 거리를 찍고 많은 사람들에게 길의 정보를 제공합니다. 여기서 사진자료를 찍을 수 있도록 이동을 도와주는 자동차가 천리안 2A호의 인공위성 본체에 해당하고, 실제로 사진을 찍는 카메라가 위성의 탑재체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천리안 2A호는 기상탑재체가 올라가 있는 기상위성인데, 만일 여기에 기상탑재체가 아니고 통신탑재체를 올리면 통신위성이 되는 겁니다. 이렇듯 우리가 자동차에 해당되는 부분을 한번 성공시켰기 때문에 공통 활용이 가능합니다. 개발 부분을 해외 기술에 의존해왔던 과거에는 위성을 계획할 때마다 사와야 하는 실정이었는데, 이제는 우리가 본체의 전체성능에 대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그 기술 위에 탑재체를 올리기만 하면 되는 것이죠. 앞으로 우리나라가 위성에 대해 여러 계획이 있는데 그 토대에 우리의 본체기술을 계속해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의미예요.

정지궤도복합위성, ‘ 천리안위성시리즈’

Q.‘ 천리안 2A호’가 수행할 임무는 무엇인가요?
천리안 2A호의 주된 임무는 지구의 기상을 관측하는 일입니다. 기상탑재체가 실려 있는 기상위성으로 위성에서 기상 사진을 찍어서 조속하고 정확한 일기예보를 할 수 있게 전송합니다. 기상탑재체와 함께 우주기상탑재체도 함께 실려 있는데, 이것은 우주의 기상(Space weather)을 관측하는 데 이용돼요. 지구의 기상현상은 구름이 끼고, 눈·비가 오고, 번개가 치는 것들을 말하는데, 우주기상은 태양에서 태양풍이 불어오거나 자기장이 변화하는 것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태양풍이 세게 불어오면 통신위성 같은 것들이 고장 날 수도 있고 지구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연구가 꼭 필요하죠. 이 우주탑재체는 경희대학교 선종호 교수팀이 담당을 했습니다.

Q. 그렇다면 기존의 기상위성인‘천리안 1호’와 다른 점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2010년에 발사한 천리안 1호에 들어간 기상탑재체는 이동 통신 기술에 비유하자면 2G에서 3G를 넘어가는 수준이라고 할 수 있고, 천리안 2A호는 4G 이상으로 볼 수 있습니다. 천리안 2A호로 넘어가면서 채널수도 5개에서 16개로 증가됐고, 흑백영상에서 컬러영상을 제공하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기상카메라도 훨씬 자세하고 빠른 속도로 많이 찍을 수 있는 업그레이드 버전이라고 할 수 있죠.

Q. ‘천리안 2A호’에 이어‘천리안 2B호’도 2020년 초에 발사 예정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천리안 2B호’는 어떤 임무를 맡게 되는지, 이러한 정지궤도복합위성은 어떤 중요성을 갖고 있는지 말씀해주십시오.
천리안 2B호에는 대기오염물질이나 미세먼지를 감지하는 환경탑재체가 실립니다. 정지궤도상에서 환경적인 문제들을 관측하는 역할을 하게 되겠죠. 그리고 바다를 찍어 해양을 관측하는 해양탑재체도 같이 들어갑니다. 세계 어느 나라도 천리안 2B호와 같은 역할을 하는 정지궤도위성을 발사하지 않았고, 현재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유럽과 미국도 시도 중입니다.
정지궤도는 지구가 도는 속도와 인공위성이 도는 속도가 같아지는 지점, 지구로부터 35,786㎞에서 지구와 똑같이 원으로 한 바퀴를 돌고 적도상공에 있는 조건의 궤도를 말합니다. 이것은 곧 정지궤도위성을 쏘아 올릴 수 있는 궤도와 주파수가 한정적이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누가 먼저 쏘아 올리느냐에 따라서 그 위치의 주인이 결정되기 때문에, 우주 영토와 자원을 선점하기 위해서 굉장히 중요한 위성입니다.

우주공학인으로서의 삶과 소망

Q. 언제부터 우주와 위성에 관한 꿈을 갖게 되셨나요?
어린 시절에는 여름방학만 되면 곤충채집을 해서 집안 한 벽면을 나비로 쫙 꾸며보고자 꿈을 꿨던 콜렉터였습니다. 점점 커가면서 천문학에도 관심이 생겼고, 내가 확실히 이공계열에 적성이 맞는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후에 대학진학을 할 때는 공과대학의 항공공학과를 택했죠. 항공공학이라서 우주와는 연관이 없는 것 같지만 항공우주공학(Aerospace Engineering)이라고 해서 넘나들기도 합니다. 졸업을 하고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우주 발사체관련 일을 하게 됐고, 그게 계기가 되어 이 자리에 오게 된 것 같습니다. 석사를 마친 후에는 천문우주과학연구소에 들어갔습니다. 천문과 우주과학을 같이하는 연구소였는데 현재는 두 분야를 분리했고, 우주 과학 분야가 빠져나와서 설립된 것이 오늘날의 항공우주연구원입니다.

Q. 우주공학을 위해 오랜 세월 정진하셨는데, 올해에 계획하고 계시는 연구 방향을 말씀해주십시오.
올해에는 작년처럼 발사 이벤트는 없고, 한국형발사체의 3단 엔진에 대한 시험이 계획되어있습니다. 위성으로는 천리안 2B호를 준비중이고, 500㎏정도 되는 차세대중형위성이 올해 총 조립 시험을 거치게 됩니다. 두 개 모두 내년 상반기에 발사 계획이고요. 처음에 이 위성 계획을 제가 제안을 했었고 당시 이름을 영문명으로는 ‘CASS(Compact Advanced Satellite System)’라고 지었습니다. ‘아리랑’이나 ‘천리안’은 공모를 통해 지어진 이름인데, 차세대중형위성은 아직까지 한글 이름이 지어지지 않았어요.

Q. 지구의 시대를 지나 우주의 시대를 살고 있는 원생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우주가 점점 생활의 일부가 되는 것 같아요. 우주 기술에 가장 필요한 것이 인공위성인데, 인공위성이 없으면 현대사회 유지가 힘듭니다. 네비게이션이나 시간정보를 GPS 위성을 통해서 얻고 있고, 해외축구 경기와 월드컵 경기 중계도 다 위성으로부터 영상을 받는거고요. 현대사회의 많은 것들이 위성과 위성기술에 연동이 되어있습니다. 이렇듯 우주 기술이 생활의 일부로 들어와 점점 확대가 되는 추세이기 때문에 위성을 없애고 현대사회를 살아보자고 한다면 성립이 안 될 정도입니다. 수백 년 전에는 한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자기가 보는 마을의 지평선과 수평선이 세상의 전부인 줄 알았잖아요. 이렇게 지구가 둥글고, 오대양 육대주가 있다는 사실을 몰랐지만 지금은 우리가 너무나도 당연하게 알고 있는 일들이죠. 마찬가지로 예전에는 지구를 벗어나서 사는 것은 상상도 못했는데 점점 사람들이 화성에서 사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도 하고, 우주여행이라는 것도 현실화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
만큼 영역이 넓어지는 거죠. 이렇게 넓은 우주를 생각하면서 원생들이 꿈을 크게 가졌으면 좋겠어요. 대한민국이 작다고 불평하면서 제한적인 생각을 갖지 말고, 젊을 때는 우주를 생각하면서 상상의 나래를 크게 펼치길 바랍니다. 한 사람의 작은 상상일지라도 하다보면 굉장히 큰 결실을 맺게 될 수도 있으니까요. 물론 중간에 본인이 하는 연구나 일을 진정 내가 좋아하는지 아닌지는 체크해야 합니다. 아니다 싶으면 매몰비용이 아쉽다고 생각하지 말고 다른 쪽으로 갈 수도 있는 거죠. 저는 정말 좋아하는 일을 향해 가다보면 언젠가는 된다고 믿는 사람입니다.


대담·정리: 강가람 | pianist_kgr@naver.com
사 진 : 허승모 | suam3480@khu.ac.kr

작성자: khug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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