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2호 테마서평: 디아스포라 문학] 디아스포라, 근대 이후의 존재 형식

『디아스포라 이즈is』(케빈 케니 저, 최영석 역, 앨피, 2016)
『디아스포라 기행-추방당한 자의 시선』(서경식 저, 돌베개, 2005)
『Native Speaker』(이창래 저, RiverheadBooks, 1995)

디아스포라(diaspora)는 그리스어 전치사 ‘dia’(~를 넘어서)와 동사 ‘speiro’(뿌리다)에서 유래한 것으로 ‘이산’(離散)을 뜻하는 말이다. 역사적으로는 보통 대문자 ‘Diaspora’를 써서‘팔레스타인 또는 근대 이스라엘 밖에 거주하는 유대인’을 가리키는 용어였으나, 최근 디아스포라에 관한 논의가 활발해지면서“유대인의 경험뿐 아니라 다른 민족들의 국제 이주, 망명, 난민, 이주노동자, 민족공동체, 문화적 차이, 정체성 등을 아우르는 포괄적인 개념”1)으로 확장되어 쓰이고 있다.

용어의 유래에서 알 수 있듯, 민족 이산은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유대인의 경우뿐 아니라 유사 이래 지속된 인간의 이동과 이주는 끊임없이 세계 대륙의 지정학적 경계를 바꾸면서 그 흔적을 남겨왔다. 우리 역사의 경우만 보더라도, 가깝게는 만주와 러시아 연해주로 이주한 경제유민, 일본과 미국의 한국인들, 탈북자들에 이르기까지 국경을 넘는 이산의 흐름은 끊이지 않았다. 시야를 세계로 넓히면 노예무역에 희생된 아프리카인들, 대서양, 태평양 등지로 반강제적인 이주를 당한 아시아인들, 냉전체제 이데올로기와 정치이념에 희생된 망명자들, 전쟁과 기아를 피해 개인 또는 집단으로 국경을 넘어 탈출하는 난민과 유민들에 이르기까지, 지난 세기 폭력적인 세계사를 명백히 드러내는 민족 이산의 흐름은 끊임없이 이어져 왔고, 여전히 실존적 문제로 남아있다.

더불어 디아스포라에 대한 관심은 최근 가속화되고 있는 지구화(globalization) 현상과 더 밀접한 관련이 있다. 2000년부터 매년 12월 18일을 세계 이주민의 날(International Migrants Day)로 선언한 국제연합(United Nations)에 따르면, 점차 증가하고 있는 국제 이주민은 2010년 기준 약 2억 1,700만 명(세계 인구의 3.1%)에 이른다. 이를 국가로 치면, 중국·인도·미국·인도네시아에 이어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인구가 많은 국가2)가 된다. 해외의 700만 명의 교포, 국내의 60만 명의 외국인 노동자, 그리고 최근의 예멘 난민 문제를 상기해볼 때 디아스포라는 비단 ‘바깥’의 일이 아니라 우리 일상에 깊숙이 침투해 들어와 있는 현상임을 알 수 있다.

 

디아스포라란

『디아스포라 이즈is』는 디아스포라에 관한 개론서이다. 디아스포라의 어원과 기원에서부터 이주의 역사, 관계, 귀환, 세계화 등의 범주로 나누어 디아스포라의 외연을 쉽게 설명해주고 있다. 미국 보스턴칼리지 역사학 교수 케빈 케니(Kevin Kenny)가 추적하는‘디아스포라의 역사’는 대체로 유대인의 이주(770만 명), 아르메니아인 집단학살과 대서양 노예무역(1,100만 명), 아일랜드인 이주(850만 명), 아시아인 이주 등의 범주로 구성된다. 대체로 유대인과 아프리카 이주민에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어 아시아인의 이주에 대해서는 소략되어 있다는 것이 다소 아쉬운 점이다.

하지만 디아스포라 개념의 기원과 전 세계적 흐름, 관련 문제들을 살피는 데에는 좋은 안내서이다. 특히 민족이나 인종마다 다르게 나타나는 디아스포라 양상에 대한 각별한 주의와 문제의식은 눈여겨볼 만하다. 가령, 유대인의 이산에는 ‘신학적 개념’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는 ‘신의 율법에 복종하지 않는 죄를 저질렀고 그 벌로 추방과 고통을 겪어야 하며, 궁극적인 구원’을 의미한다는 것, 혹은 팔레스타인의 경우 유대인에서 기원한 이 용어 대신에 추방을 당해 쫓겨나 이동하는 것을 가리키는 ‘알 나크바(al-Nakba) 재앙의 날’을 쓴다는 것 등이 그 예이다. 또한, 유대인 연구자 측에서 보면 ‘정착하지 않고 그 지역에 소속되지 않는 유대인 특유의 문화’는 ‘민족 정체성을 넘어서는 문화적 차이의 인정과 개방적인 공존의 강조와 디아스포라의 긍정성’을 의미한다. 하지만 원주민의 입장에서는 반유대주의를 가질 수밖에 없다는 것도 그 예로 볼 수 있다.

저자 케빈 케니에 따르면, 대개의 ‘귀환’은 실질적인 귀국을 뜻하기도 하지만 정서적이며 상징적인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이를테면 1930년대 흑인들의 아프리카 복귀를 제창한 라스타파리 운동(Rastafari Movement)은 특정 장소인 에티오피아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아프리카 대륙을 가리키는 것이다. 또한 라스타파리아니즘(Rastafarianism)은 범아프리카주의로 이어져 흑인에게 자긍심을 고취시킬 뿐 아니라, 자메이카 밥 말리(Bob Marley)의 레게음악과 연계되어 새로운 대중문화를 낳기도 했다.

『디아스포라 이즈is』의 세계사적 흐름과 개념에서 좀 더 나아가 구체적인 현실을 살펴보고 싶다면 디아스포라 경험을 담은 문학작품을 읽어보는 것이 좋다. 중국 조선족, 재일 한국인, 재미 한국인의 작품들은 현지에서 각별하게 조명받은 바 있으며 국내에도 번역된 것이 많다. 그중에서도 일본의 서경식 작품과 미국의 이창래 작품을 살펴보고자 한다.

추방된 생존 · 예술

『디아스포라 기행-추방당한 자의 시선』의 저자 서경식은 널리 알려진 대로 『나의 서양미술 순례』(1992)의 저자이며, 한국 군사정권에 의해 정치범으로 각각 19년, 17년을 옥살이했던 서승, 서준식 형제의 동생이기도 하다. 그는 도쿄경제대학 법학부에 교수로 재직했고 비교적 성공한 재일 한국인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그의 삶과 저서에는‘추방당한 자’의 불행한 역사와 그 신산함이 깊이 각인되어있다. 『디아스포라 기행-추방당한 자의 시선』은 망명 예술가들의 생애와 흔적을 추적한 기행문이다.

서경식이라는 디아스포라인의 시선은 예술작품들의 그 개개의 미학적 탁월성을 분석하는 데 머물지 않고, 그 작품이 뿜어내는 아우라의 연원, 그 역사적 배경과 기원으로 향한다. 서경식의 시선에 포착된 망명 예술가들의 생의 면면은 아우슈비츠 강제 수용소에서 생존한 프리모레비(Primo Levi)의 저서 『이것이 인간인가』(Auschwitz Report, 1947)라는 탄식, 바로 그것이다. 유대인 민족의 피난처로써 이스라엘 건설을 지지하였으나 공격적인 내셔널리즘을 비판하다가 결국1987년 자살로 생을 마감한 유대계 이탈리아 작가 프리모 레비, 아우슈비츠행 마지막 열차에 실려 결국 사망한 유대인 화가 펠릭스 누스바움(Felix Nussbaum), 광기와 자살로 생을 마친 비극적시인파울첼란(Paul Celan)에 이르기까지 이들은 모두 2차 대전과 나치에 의해 물리적·정신적으로 살육당한 비극적 디아스포라의 백성들이다. 우연한 생에 의해 그들이 속한 공동체의 언어와 문화를 육화했으나, 그들은 바로 ‘그곳’에서 추방당하고 끝끝내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해야 했던 것이다. 근대국가 이데올로기와 제국주의적 침략전쟁에 의한 희생은 이들의 죽음으로써 막을 내린 것은 아니다. 서경식에 의하면, 이러한 과거의 야만적 역사가 가져온 디아스포라의 고통은 계속되고 있으며 세계는 여전히 전쟁과 자폭 테러, 폭력이 넘쳐나고 있다

삭제된 존재와 디아스포라 언어로 말하기

이창래는 첫 장편 『Native Speaker』로 미국의 각종 권위 있는 상을 휩쓸면서 등장한 한국계 미국 작가이다. 이창래가 미국 평단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대중적인 호응을 얻고 있는 것은 그의 문학이 이민자의 정체성 혼란과 소수민족의 현실이라는 특수한 문제를 보편적인 문제로 확대하고, 보편적인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태어나 세 살에 정신과 의사인 아버지와 함께 미국으로 이주한 이창래는 거의 원어민과 다를 바 없는 삶을 살았지만, 부모와 그 주변의 공동체로 인해 이중정체성, 둘러싸인 환경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문학적으로 탁월한 작품이라 할 수 있는 이 작품이 대중적으로도 큰 인기를 끌 수 있었던 것은 탐정소설에 가까운 서사에 힘입은 바 크다. 사설탐정 기관에서 일하는 주인공 헨리 박은 직업상 자신의 정체성을 끊임없이 숨겨야 하는데, 이러한 ‘지워진 정체성’은 디아스포라의 이중정체성, 혼종성 등과 긴밀하게 연관된다. 그리고 과묵하게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첩자’ 헨리 박은 아내로부터도 삭제당한다. 그러나 이 작품의 성취는 무엇보다 디아스포라 헨리 박의 각성과 전진에 있다. 그는 정치인 ‘존 강’을 추적하면서 그의 삶의 방식을 수용하게 된다. 즉“자아에 대한 확고한 생각이 없다면 다른 사람이 자기 맨머리를 두드리게 할수 없다”는 존 강의 말대로, 은밀한 삶을 청산하고‘보이는 존재’로, 공적 영역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것이다.

위에서 간략하게 살펴본 개념과 문학작품은 광대한 디아스포라 영역의 편린에 불과하다. 그것은 케빈 케니가 지적했듯 실제적인 디아스포라 지형을 살펴보면 단일하고 공통된 것으로 묶여질 수 없는 다양한 갈래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들이 추방, 망명, 소외라는 고통스런 경험을 공유하면서 이들을 내치는 근대국가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한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그들의 노스탤지어 의식은 궁극적으로 ‘다른 미래에 대한’ 우리의 공통된 소망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정 은 경 / 문학평론가,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1)『 코리안디아스포라』(윤인진, 고려대학교출판부, 2004), p.5
2)『 디아스포라이즈is』(케빈케니, 최영석역, 앨피, 2016), p.162

작성자: khug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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