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2호 리뷰: 아시아나 국제단편영화제, ] 단편영화의 매력

단편영화의 매력은 짧다는 것이다. 하나의 짧은 이야기를 보고 나서 남는 여운은 영화의 상영시간보다 길게 이어진다. 11월 1일부터 6일까지 씨네큐브 광화문과 CGV 피카디리 1958에서 제16회 아시아나 국제단편영화제가 개최되었다. 독립영화에 속하는 단편영화는 배급 시장이 체계적으로 마련되어 있지 못해 영화제 내에서만 한정적으로 상영되는 경우가 많다. 아시아나 국제단편영화제는 단편영화에만 집중하는 몇 안 되는 영화제 중 하나로, 이번 영화제에선 총 91편의 작품이 상영되었다. 총 6개의 섹션으로 이루어진 프로그램은 경쟁 섹션으로 국제경쟁, 국내경쟁, ‘뉴 필름 메이커’, 특별 섹션으로 ‘시네마 올드 앤 뉴’, ‘숏쇼츠필름페스티벌 & 아시아 컬렉션’, ‘㈜인디스토리 20주년 특별전’이 마련되었다. 그 중 올해 새롭게 신설된 ‘뉴 필름 메이커’ 부문에선 신인 감독들의 첫 연출작 중 우수한 작품을 선정하여 총 다섯 작품을 상영했다.

 

작은 이야기, 사이의 공간

‘뉴 필름 메이커’ 부문의 최우수상인 ‘KAFA상’을 수상한 부은주 감독의 ‘5월 14일’은 단편영화의 매력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과도한 설명 없이 주인공 민정의 하루를 가만히 뒤따라가는 연출은 24분의 상영시간이 끝난 후에도 긴 여운을 남긴다. 작품의 시간적 배경인 5월 14일은 여동생의 결혼식이자 석가탄신일이자 주인공 민정의 생일이다. 시끌벅적한 행사들 속에서 민정은 혼자만의 시간을 채워나간다. 민정이 겪는 외로움 속에서도 영화는 온종일 다채롭다. 5월의 눈부신 봄날은 결혼식장의 화려한 조명과 절의 오색 연등과 어우러지며 축제의 분위기를 더한다. 그곳에서 민정의 보라색은 (민정은 보라색 블라우스를 입고 있다) 분위기와 잘 어우러지지 못하는 듯 보인다. 하지만 찬란한 낮의 하루가 지나고 해가 막 넘어갈 무렵 하늘은 어느 순간 절묘한 보랏빛 색깔이다. 다채로운 색감 속에서 어울리지 못하던 민정의 보랏빛 외로움은 저물녘 하늘의 아름다운 빛깔과 함께 오색의 빛 사이 자기만의 자리를 찾는다. 단편 ‘5월 14일’은 사이의 공간과 시간을 담아낸다. 동생의 결혼식과 석가탄신일 사이에 끼어있는 민정의 생일은 남자친구의 눈치 없는 행동과 직장상사의 계속되는 업무 전화가 더해져 최악의 생일로 남겨질 만하다. 하지만 영화의 말미, 길 사이에 숨어있는 허름한 슈퍼에서 주인할머니가 쥐어주는 약과 하나는 민정의 마음을 조용히 달랜다. 거대한 이야기로는 닿지 못하는 곳에서 단편 ‘5월 14일’은 작은 이야기의 창으로 단편이 가지는 매력을 은은하게 보여준다.

▲ 단편영화 ‘5월 14일’ 스틸컷. 고단한 하루의 해질녁, 보랏빛 하늘을 배경으로 정처 없이 걷는 주인공의 보라색 블라우스가 겹쳐진다.

 

미래의 시간

단편영화제는 ‘미래의 시간’을 보는 곳이다. 단편영화는 그 감독이 미래에 만들 영화의 잔영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단편의 단순한 이야기가 품는 거대한 잠재력은 짧은 러닝타임이 지난 후에 점차 강렬히 다가온다는 점에서 미래의 시간을 담고 있다. 단편영화는 단순히 장편영화의 전 단계가 아닌 분명 그만의 매력을 가진 예술의 한 장르인 것이다.

‘5월 14일’을 포함한 아시아나 국제단편영화제의 수상작들은 앞으로 열리는 다른 영화제에서 볼 수 있으며 각각의 일정은 해당 작품의 배급사를 통해 알 수 있다.

 

허승모 | suam3480@khu.ac.kr

작성자: khug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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