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2호 문화비평: 요약형 정보] 현대사회와 요약형 정보

ⓒ pixabay

 

우리는 누구나 인터넷 포털 검색 서비스를 이용하면 엄청난 정보를 일거에 획득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렇지만 자기가 필요로 하는 정보는 그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범람하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적확한 정보를 가려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또한, 외국어로 된 책이나 영화 등을 접했을 때, 그것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없거나 시간이 부족한 경우도 종종 있다. 제목과 내용이 유사한 책 중에서 어느 것을 골라 읽을까가 고민될 때도 있다. 그 경우, 누가 그 내용을 정리하여 알려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러한 대중의 욕구를 반영한 ‘요약형 정보’ 서비스가 인기다.
요약형 정보는 ‘텍스트의 줄거리만 추린 정보’로 정의할 수 있다. 그 형태로는 서평과 영화평 등 내용 요약과 평가를 한 데 버무린 고전적 형태가 있는가 하면, 평가자의 주관을 배제하고 핵심사항만 요약한 것도 있다.

 

서평: 고전적 형태

일반인 대상 서평으로는 1896년 10월 창간된 <뉴욕 타임스 북 리뷰>(The New York Times Book Review)가 유명하다. 뉴욕타임스의 부록으로 매주 발간되는 잡지인데, 정치·경제·사회·문화·과학 등 각 분야의 최신 사조의 흐름을 서평, 저자 인터뷰, 다이제스트(digest) 등으로 꾸미고있다. 특히 ‘북리뷰베스트셀러’목록은 널리 인용되며 영향력이 매우 크다. ‘시사편집인(preview editors)’이 매주 출판사 또는 저자가 보낸 약 1,000여 권의 책 중에서 20~30권을 추려 전문가에게 서평을 의뢰하는 형식을 취한다.
국내 주요 언론에서도 주말판 등에 ‘서평’을 게재한다. 독자들은 언론사 서평을 보고 책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게 되므로, 출판사나 저자는 한결같이 서평 게재를 희망하나, 지면 제약으로 선별 과정을 거친다. 결과적으로 언론사의 ‘서평’은 독자들에게 양서 정보를 제공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영화나 연극 평론도 유사한 방식으로 작동한다.
한편, 전문가 대상 서평도 있다. 1972년 1월 창간된 <현대 사회학: 리뷰 저널>(Contemporary Sociology: A Journal of Reviews)은 미국사회학회가 격월간으로 발행하는 전문 학술지로, 사회학자들의 관심을 끌 만한 사회학 또는 관련 분야의 최근 저술에 대한 리뷰 또는 비판적 토론 논문을 수록하고 있다. 모든 사회학 저술을 검토할 수 있는 것은 아니므로, 해당 연구 분야의 중요한 동향과 쟁점을 반영하여 리뷰 대상 저술을 선정한다. 이 저널에 실리는 논문은 동료 전문가 심사를 거쳐 게재 여부가 결정되는데, 피인용지수(impact factor)는 사회학 분야에서 최고 수준이다.
한국사회학회는 학술지 <한국사회학>에 국내외에서 간행된 사회학 저술 중 일부를 선정하여 서평을 게재한다. 한국사회학회 편집위원회에서는 정해진 절차를 밟아서 서평 대상 저술을 선정한다. 즉, 독자들은 <한국사회학>의 서평을 통해 연구 동향을 파악하고, 그중에서 관심 있는 저술을 골라 깊이 있게 탐독한다.
서평은 일반인 또는 전문가의 선택을 돕는 기능과 더불어 평론자의 의견 개진을 통하여 토론을 유도하기도 한다. 국내외 학술지 또는 언론에서는 논평자의 비판과 저자의 답변 등으로 이어지는 토론(debates)을 게재하기도 하고 때로는 독자가 제3의 토론자로 참여하기도 한다.

 

다이제스트: 현대적 형태

한편, 최근에는 텍스트의 핵심만 단순히 요약한 다이제스트가 널리 유통되고 있다. 전문가, 일반인 등 개인 또는 사회집단 등 인간이 직접 요약 작업을 하기도 하지만, 인공지능이 그 역할을 대체하기도 한다. 예컨대, 네이버 뉴스는 칼럼과 동영상을 제외한 기사 대부분에 인공지능 ‘요약봇’을 적용해 자동 추출 기술로 세 문장으로 요약된 내용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인간의 손을 거친 것보다는 그 질이 떨어진다.
책이나 영화의 내용을 짧은 글로 줄인 ‘요약 텍스트’, 책이나 영화 줄거리를 5분 안팎으로 줄인 ‘요약 영상’, 기사를 짧고 명료하게 정리한 ‘카드뉴스’, 멀티미디어를 활용하여 사람들이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한 ‘인포그래픽’ 등 구체적 표현 방식은 다양하다.
‘요약 텍스트’는 한국인에게 낯설지 않다. 초중고교 ‘참고서’와 ‘대학수학능력시험 연계 교재’가 여러 교과서의 중요한 핵심만 모아 수록한 것이기 때문이다. 상업 목적으로 도서 요약문을 제공하는 업체도 있다. 북코스모스(bookcosmos)는 경영·경제, 자연과학·공학·천문우주, 인문·철학·심리·종교, 사회·정치·법·환경·문화, 기독교, 청소년, 어린이 등 다양한 분야를 포괄한다. 또한, 동서양 고전과 문학, 과학 등 5개 분야를 아우르는 ‘서울대 추천 도서 100선’에 대한 요약문도 제공한다.
서머리스 닷컴(summaries.com)은 “책 한 권에 있는 최고 아이디어를 빠짐없이 추려서 만든”간결한 요약문 서비스를 제공 하는데, 책 한 권을 30분 이내에 이해할 수 있어 “경영·경제 분야 서적을 읽는 더 좋은 방법”이라고 광고한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여 새로운 경향을 파악하고, 참신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북집(BookZip)이라는 브랜드를 가진 네오넷코리아도 유사한 서비스를 하고 있다. 북집은 국내 서적 요약, 해외 서적 프리뷰, 글로벌 트렌드의 세 가지 하위 영역을 두고 있다. 해외 서적의 경우, 제휴업체인 서머리스 닷컴에서 제작한 요약문을 번역하여 제공한다.
그뿐 아니다. 해피캠퍼스(happycampus)나 레포트월드(reportworld) 등 리포트 공유 사이트에서는 전문 서적 요약문은 물론이고 누군가가 작성한 다양한 주제의 리포트를 구매할 수 있다. 위키백과(Wikipedia)나 나무위키(namu.wiki) 등에도 수록된 표제어에 책이나 영화 등이 다수 포함되어 있고, 그 각각은 충실한 요약문을 제공하고 있다. 일례로, 필자는 영화 ‘황해’를 보고난 후 그 이야기가 이해되지 않아 인터넷 검색을 한 적이 있는데, 나무위키에 게시된 줄거리를 읽고 혼돈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한편, 1인 미디어가 발달하면서, 책을 갖고 동영상 플랫폼인 유튜브에서 활동하는 사람도 다수 있다. 그들을 북튜버 또는 북크리에이터라고 부른다. 북튜버는 책(Book)과 유튜버(Youtuber)의 합성어이다. ‘책읽찌라’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이가희 씨는 직접 고른 책을 읽고, 사건 위주로 육하원칙에 따라 요약한 다음, 하루 이틀 정도 걸려 시나리오를 작성하여, 3분짜리 동영상을 제작한다. 그는 책을 읽지 않고 영상만 보더라도 한 가지라도 알고 느낄 수 있도록 하려는 ‘완결성’을 추구한다.
카드뉴스는 이미지를 주로 활용한 뉴스 양식 중 하나로, 모바일 플랫폼용으로 가독성과 이미지 비율을 높인 신개념 뉴스 포맷이다. 인포그래픽은 정보, 자료 또는 지식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복잡한 정보를 빠르고 명확하게 설명해야 하는 기호·지도·기술문서 등에서 사용된다. 카드뉴스나 인포그래픽은 독자의 이해력을 높이는 데 이바지하므로, 그 활용 범위를 점차 확산하고 있다.

 

평가와 전망

요약형 정보를 이용한 사람들은 단편적 지식을 빨리 습득할 수는 있으나, 요약 과정에서 본문의 주요 내용이 제외될 수 있어 전체 내용을 파악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정보 가공자의 능력이나 취향에 따라 내용이 왜곡되거나 잘못 전달될 가능성도 크다. 또한, 개인이 어릴 때부터 참고서가 제공하는 ‘정리하여 소화된 지식’을 받아들이는 데 익숙해지면, 자기 스스로 현상을 관찰하여 분석하거나 사고하여 추론하는 능력이 무뎌지게 마련이다.
사회적으로는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요약문 몇 개만 읽고 자신이 전문가라고 착각하는 사람이 늘어났다는 점이 문제다. 톰 니콜스(Thomas M. Nichols)는『전문지식의 죽음』(The Death of Expertise, 2017)에서 “인터넷에서 무한한 사실들을 공급받은 사람들이 스스로 전문지식을 가졌다는 착각에 빠져서, 마치 지적 기량이 풍부한 사람인 양 허풍을 떨 수 있게 된 것”으로 진단하였다.
그렇지만 요약형 정보 자체는 아무런 죄가 없다. 사람들이 요약형 정보를 디딤돌 삼아 특정 분야에 더 관심을 가져 전문지식을 얻은 사례가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앞으로 요약형 정보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사람들이 요약형 정보를 발판으로 전문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길을 확충해야 한다. 대학과 언론이 그 과정에서 핵심적 역할을 수행해야 함은 두 말의 여지가 없다.

설 동 훈 / 전북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작성자: khugnews

이글 공유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