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1호 기획: 만성피로증후군] 매일 피곤한 나, 혹시 만성피로증후군?

혹시 매일 밤 충분한 잠을 자도 아침에 개운하지 못한 느낌을 받거나, 두통을 동반한 적이 있는가? 낮 동안 졸음 및 무기력감 등으로 학업이나 직장 생활에 제대로 집중할 수 없다면, 스스로 만성피로증후군이 아닌지 의심해봐야 한다. 만성피로증후군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는 통계가 있지만, 아직도 만성피로증후군의 진단기준은 모호하다. 본 지면에서는 만성피로증후군에 대해 의학적으로 접근해보며, 정확한 정의와 원인 및 증상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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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야 가라’, ‘그날의 피로는 그날에 푼다’, ‘피로는 간 때문이야’.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본 유명한 피로회복제 광고 문구들이다. 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이 가장 염려하는 건강 문제가 바로 피로회복이며,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비타민과 피로회복제를 포함한 건강기능식품의 시장규모도 매년 10%를 웃도는 성장률을 보인다고 한다. 급변하는 사회변화 속에서 직장업무, 학업, 사회적 경쟁 및 불화 등의 다양한 스트레스로 야기되는 피로는 앞으로도 현대인의 관심을 끄는 주요한 건강 문제가 될 전망이다.

일반적으로 피로는‘과도한 활동으로 인하여 정상적인 일상생활이 제약받는 기분, 능률 및 자극반응 저하 상태’로 정의된다. 피로 증상은 일생을 통해 누구나 한 번 이상은 경험하는 현상이기에 단순히 주관적으로 느끼는 모든 피로 증상이 건강의 문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휴식이나 수면을 통해 회복되는 경우 정상 피로 혹은 일과성 피로라고 한다. 그러나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피로는 비정상적이며 때로는 질병의 전조증상(前兆症狀)으로 간주된다. 일반적으로 원인에 관계없이 1개월 이상 피로 증상이 지속되는 경우를 지속성 피로(prolonged fatigue)라고 하며, 6개월 이상 지속되거나 반복되는 경우를 만성 피로(chronic fatigue)라고 한다.

만성피로증후군의 정의와 원인

18세기 중반 발열, 통증, 전신 무력감을 동반한 심한 피로를 주 증상으로 하는 질환이 처음 보고된 이래, 19~20세기에 걸쳐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유행 질환이 간헐적으로 보고되어 왔다. 하지만, 다양하게 명명(命名)되며 질환의 정의가 확립되지 않은 점 때문에 이 질환의 임상 소견, 검사 소견에 대해 많은 혼란이 발생하였고 정확한 진단 및 치료에 한계가 있었다.

이에 1988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에서 만성피로증후군(chronic fatigue syndrome, 이하 CFS)이라는 새로운 용어를 최초로 제시하였다. 이 증례 정의에 따르면 CFS는 ‘피로 증상을 설명할 수 있는 기질적, 정신적 질환을 배제한 상태에서, 현재의 힘든 일로 인해 발생한 피로가 아닌, 휴식에 의해서 호전되지 않고 발병원인이 설명되지 않는 6개월 이상 반복 혹은 지속되는 새로운 피로에 의해 개인의 활동이 제약받는 상태’이어야 한다. 이와 더불어 ①기억력 혹은 집중력 장애 ②인후통 ③림프선 압통 ④근육통 ⑤관절통 ⑥두통 ⑦수면 후에도 개운하지 않은 상태 ⑧운동 후 심한 권태감 등의 증상 중에서 4가지 이상이 동반되어야 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하지만 증례 정의가 포괄적이고 동질한 집단군의 선택이 어렵다는 점에서 이 정의의 적절성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기도 한다.

CFS의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질환의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명확하게 밝혀진 바가 없다. 일반적으로 의학(醫學)에서 증후군이란 용어는 원인이나 병태생리를 모르는 경우에 사용된다. 과거 이 질환이 다양한 이름으로 불렸던 것처럼 발병기전에 대해서도 다양한 가설들이 제시되었다. 이에 원인 가설에 대한 활발한 연구가 이루어졌지만 일관된 결과를 획득하는 데에는 실패하였다. 결과적으로 현재는 이러한 원인들이 질환의 선행인자, 유발인자, 유지·악화인자, 예후 인자로 각각 작용하며 질환 발병에 복합적으로 기여할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만성피로증후군의 임상양상과 진단

CFS는 젊은 성인에서 많이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으며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남녀 모두에서 40대의 유병률이 가장 높은 것으로 보고되었다. 일반적으로 여성 유병률이 남성보다 더 높으며 성인 유병률은 0.02%~2.8% 정도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CFS환자의 가장 중요한 증상은 장기간(6개월 이상) 지속되는 만성피로이며 이와 더불어 소화기 증상, 두통, 근육통, 관절통, 기억장애, 집중장애, 인지장애, 어지러움 등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국내요양급여자료 분석결과에서도 CFS환자의 동반 상병으로 위염 및 십이지장염, 자극성 장 증후군 등의 ‘소화기계통의 질환’이 가장 많았고 ‘정신 및 행동 장애’, ‘근육골격 계통 및 결합조직의 질환’등이 많이 관찰되었다.

CFS의 정의상 피로를 유발하는 신체의 기질적 이상은 제외되므로 일반적으로 의학적 진찰과 검사소견은 정상이다. 현재 CFS를 확진하거나 중증도를 측정할 수 있는 특수한 검사는 없다. 따라서 진단에 있어서 상세하고 정확한 문진과 이학적 검사가 필수적이다. 이후 심리상태 분석, 혈액검사 등이 추가되어야 하는데, 이는 CFS 자체의 진단을 위한 것이라기보다 다른 질환을 제외시키는 데 목적이 있다고 하겠다. 또한 만성피로를 일으킬 수 있는 만성간염, 울혈성 심부전, 홍반성 루푸스, 갑상선 기능저하증, 빈혈, 암 등의 감별에 대해서도 항상 염두해 두어야 한다.

한편, 임상적으로 피로는 우울증의 대표적인 증상이고 또한 CFS환자의 1/3~1/2가 이차적인 동반 증상으로 우울증을 나타내므로 일부 전문가들은 CFS가 우울증의 비전형적인 종류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인두통, 림프절비대, 운동 후의 심한 권태감 등과 같은 증상은 우울증에서 드물고, CFS에서는 죄책감, 자긍심 저하, 자기 비난 같은 우울증의 전형적인 증상이 드물다는 점, 우울증에서는 고코티졸혈증을 종종 보인다는 점, 우울증과 차이를 보이는 뇌 SPECT 촬영 소견, 그리고 중추신경계 자극에 따른 프로락틴의 분비 반응이 서로 반대 양상을 보인다는 점, 마지막으로 항우울제 치료는 CFS환자에게 효과가 불분명하다는 점 등을 보면 CFS가 단순히 우울증의 비전형적인 유형이 아니라 우울증과 별개의 질환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여겨진다.

만성피로증후군의 치료

현재까지 표준진료지침으로 확립된 CFS치료법은 없다. 이는 원인이 불분명하고 원인 가설이 다양하게 제시되어 이에 따른 치료 방법이 다양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 임상적으로 연구 결과가 축적되고 CFS환자의 증상개선에 비교적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방법으로는 항우울제 등의 약물요법, 인지 행동 치료, 점진적 유산소성 운동이 있다.

대부분의 CFS환자가 우울증을 동반하고, 흔히 동반되는 통증, 수면 장애 증상도 항우울제 사용으로 호전된다는 점을 근거로 실제 임상 현장에서는 삼환계 항우울제,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를 이용한 약물요법이 많이 사용되고 있다. 또한 CFS환자에게서 관찰되는 저코티졸혈증 개선을 위해 스테로이드(예: hydrocortisone)가 사용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 약물을 이용한 대규모 무작위대조시험들의 결과는 일정하지 않아 치료 효과에 대해 논란이 존재한다. 그 외 면역글로불린, 성장 호르몬 투여요법이 사용되기도 하나 그 결과에 대해서는 현재 결론이 내려진 상태는 아니다. 신체 활동을 점차 늘려가는 재활적 치료와 환자 자신의 신념이나 생각을 의도적으로 개선하는 정신적 접근을 병행하는 인지행동요법도 흔하게 사용된다. 이 방법은 CFS환자의 신체기능, 피로 증상을 비롯해 전반적인 호전 효과를 관찰할 수 있고 CFS와 관련된 스트레스 완화에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치료자에 의한 효과 차이가 많이 발생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과거에는 운동 후 피로감을 호소하는 CFS환자에게 증상악화의 이유로 운동을 권장하지 않았지만,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걷기, 자전거, 수영 등을 통한 유산소 운동량의 점진적 증가가 CFS환자의 증상개선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나 규칙적이고 무리하지 않는 운동을 환자들에게 권고하고 있다. 그 밖에도 바이오피드백 치료, 아미노산 투여, 항생제 및 항바이러스제 투여, 인터페론 요법, 갑상선 호르몬 투여요법 등 수많은 치료 방법들이 소개되었으나 그 치료 효과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의 이견(異見)이 많아 일률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단계의 치료법은 아니다.

현재 CFS치료는 환자의 완전 회복보다는 증상 완화를 통해 정상적인 일상생활로의 복귀를 목표로 하고 있다. 따라서 환자 개개인의 증상을 고려한 적절한 치료 방법의 조합 선택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치료 원칙은 이러한 증상 치료와 더불어 환자에게 CFS란 병을 정확히 인지하도록 설명하여 치료에 잘 순응하고 불필요한 정신적 소모를 최소화하도록 하는 것이다.

향후 전망과 과제

현시점에서 이 질환과 관련하여 의학계가 당면한 가장 시급한 문제는 정확한 진단과 효과적인 치료법의 확립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미국국립보건원은 아직 과학이 밝히지 못한 많은 원인불명의 인체 질환 중에서 CFS를 가장 도전적인 과제 중 하나로 지정하고 CFS환자 개인에 대한 집중적인 연구를 강화하기로 하였다. 이를 위해 국립신경질환 및 뇌졸중 연구소, 국립 알러지 및 감염성 질환 연구소, 국립간호연구소, 국립혈액연구소 등의 연구진들이 참여한 워킹그룹을 결성하여 만성피로증후군 환자의 등록 및 관리부터 임상 및 생물학적 특성의 연구에 이르는 체계적인 임상실험을 수행하고 있다. 또한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새로운 진단 기준과 이 질환에 대한 새로운 이름으로 전신성 과로과민증(systemic exertion intolerance disease, SEID)의 사용 권장을 제시하였다. 새로 재개되는 연구들을 통하여 이 질환의 원인, 병태생리를 규명하고 나아가 새로운 예방법 및 치료법이 개발되기를 기대한다.

 

정 기 영 / 경희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작성자: khug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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