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1호 리뷰: 2018광주비엔날레 : 상상된 경계들] 광주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은

 

▲ GB커미션 국군광주병원에 전시된 아피찻퐁 위라세타쿤(Apichatpong Weerasethakul)의 조각설치 작품                      ⓒ 광주비엔날레제공

GB커미션, 과거와 현재의 공존

을씨년스러움이 느껴지는, 폐허처럼 남겨진 낮은 2층 건물이 보인다. 깨진 유리창 사이 바람에 흩날리는 하얀 커튼, 병동이라 적힌 낡은 안내판. 무너진 건물 사이 조그만 입구에 들어서는 것부터가 관람의 시작이다. 널브러진 유리 조각이 발에 밟히고 그 발걸음마저 전시가 되는 곳, 국군광주병원이다.

민주정신의 지속가능한 역사와 이를 둘러싼 담론의 시각화를 위해 기획된 2018광주비엔날레 신작프로젝트‘GB커미션’은 개막 전부터 참여 작가들에게 광주의 역사성이 담긴 여러 장소를 소개했다. 그리고 3명의 작가 카데르 아티아(Kader Attia), 마이크 넬슨(MikeNelson), 아피찻퐁 위라세타쿤(Apichatpong Weerasethakul)이 선택한 국군광주병원은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사에 연행돼 심문하는 과정에서 고문과 폭행으로 부상당한 시민들이 치료받던 장소이다.안전한 관람을 위해 준비된 마스크를 쓰고 도슨트를 따라가다 보면,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둑한 복도를 거닐게 된다. GB커미션 참여 작가들은 ‘건물 자체와의 대화’를 위해 세월의 흔적이 쌓인 건물의 역사성과 현장성을 살리는 데 주력했다.

태국 출신 현대 미술가이자 실험영화 감독인 아피찻퐁 위라세타쿤은 무인으로 움직이는 기계장치들을 통해 이야기를 건넨다. 당구공들이 움직이고, 무너져 내린 지붕 아래 틈 사이 영상을 보고 있자면 다소 간담이 서늘해진다. 보이지 않는 혼이 함께 하고 있음을 내포하는 전시공간엔, 역사의 흔적과 이를 기억하려는 현재의 흔적이 공존하고 있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Asia Culture Center), 북한미술 ‘조선화’

ACC 6관에 전시되고 있는 <북한미술: 사회주의 사실주의의 패러독스>에서는 세계 최초로 다양한 이미지의 조선화를 만날 수 있다. 조선화는 북한식으로 발전시킨 동양화로, 사회주의와 사실주의에 기반하여 발전된 북한 회화의 한 장르이다.

흔히 북한미술을 생각하면 사회주의 메시지가 깃든 선정성 강한 그림들을 연상한다. 하지만 본 전시 작품‘소나기’에는 평양 시내의 어느 날 버스 정류장에서 소나기를 만난 시민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미소를 잃지 않는 인물들의 표정엔 북한의 서정적 정서가 녹아들어 특유의 순수함과 아름다움이 돋보였다.

광주비엔날레는 상업 목적의 촬영을 금지하고 있지만, 북한미술전은 ‘작가를 지키기 위한 목적’으로 촬영이 제한되어 있다. 만일의 상황을 대비해 가명을 넣은 오른쪽 귀퉁이에 못내 마음이 머물렀다. 보이지만 여전히 가려지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됐다.

광주의 상상된 경계 너머

작품이 전시된 ACC와 국군광주병원은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시간이 만든 예술 작품이었다. 광주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은 과거에도, 현재에도 여전히 자리하고 있는 매 순간이었다. 곳곳에 묻어있는 세월의 흔적과 제각기 흐트러진 건물들은 어느 곳에나 있을 법했지만, 아픔이 서린 장소에 전시된 작품들은 비엔날레를 찾는 사람들에게 광주가 어떻게 기억될지 모르는 상상된 경계였다.

오는 11월 11일까지 진행되는 2018광주비엔날레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진행되며, 입장권 소지자는 전시 기간 동안 광주비엔날레전시관 및 ACC 모두 입장이 가능하다. ACC는 매주 월요일 휴관이며, GB커미션은 휴관일 없이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시간을 맞춰 도슨트와 함께 동행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관람이 될 것이다.

김수애 | suaepic@khu.ac.kr

작성자: khug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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