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1호 특강취재: TED×KyungHee-나와 세상의 연결] 청춘에게 보내는 메시지

본교 미래문명원은 지난 9월 14일’TED×KyungHee-나와 세상의 연결’특강을 주최했다. ‘TED×KyungHee’는 의미 있는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싶은 경희대학교 학생들이 진행하는 행사이다. 이번 특강 기획단은 경희대학교‘문화 세계의 창조’라는 철학 정신과 TED의 신조인‘Idea Worth Spreading’을 융합하여 이 특강을 선보였다. 기획단이 선정한‘나와 세상의 연결’주제는 나와 세상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그리고 내가 이를 대하는 태도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날 열린 특강은 오후 6시 30분부터 9시 30분까지 약 3시간 동안 본교 서울교정 크라운관에서 진행되었으며, 연사마다 각 30분씩 강의를 맡은 뒤 45분가량 Q&A 시간을 가졌다. 이날 특강에 참여한 연사는 안재희(정치외교학과 졸업생), 김태우(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학생), 송채원(행정학과 학생), 장영은(국제통상금융투자학과 학생) 총 4명이었다.

▲ 4명의 연사들에게 포스티잇 질문을 하고 있는 사회자

김칫국을 먼저 마셔보자

‘김칫국 마시고 있네’라는 속담을 들어본 적 있는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지레짐작하고 일을 벌이는 것을 지양하고자 만든 옛말이다. 그런데 정말 김칫국 마시는 게 지양해야만 하는 일일까? 본 특강의 안재희 연사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안재희 연사는 본교에 처음 입학했을 때는 하고 싶은 일이 많았지만, 점차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히며 자신감을 잃었다고 한다. 회사의 인재상에 맞춰 자기소개서만 쓰던 그녀는 문득 자신이 진짜 좋아하는 게 뭔지 생각했고, 외국어에 흥미가 많다는 걸 깨닫고 스페인어를 배우고자 학원에 다녔다. 학원에 다니면서 그녀는 스페인어를 유창하게 하는 김칫국을 마셨다. 김칫국을 마시면 어느 순간 목표가 생기고 그것을 성취하고 싶어진다고 한다. 그래서 안재희 연사는 스페인어 연수를 선택했고, 방법을 모색한 후 멕시코로 떠났다.
멕시코에 도착한 후 그녀는‘내가 여기서 뭘 하면 잘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다. 프리랜서 번역가 직업을 떠올린 그녀는, 40도에 육박한 사막기후를 피해 스타벅스에 들어가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노트북으로 일하는 모습을 상상했다. 그리고 주말마다 그 상상을 실현하던 중 유명한 RPG 게임 회사에서 현지화를 위한 게임 번역가를 뽑겠다는 공고를 발견했는데, 운 좋게도 그 게임은 그녀가 예전에 PC방에서 10시간씩 즐겨했던 게임이었다. 그 길로 그녀는 게임 번역가에지원했고, 지금은 어엿한 프리랜서 게임 번역가가 됐다. 김칫국을 마실 땐 자세한 상상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본인을 믿고, 믿음이 가지 않는다면 김칫국 한 사발씩 마셔보자. 어떤 선택을 하든지 희망을 품고 기회가 왔을 때 그걸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달팽이의 집은 짐이 아니다

도종환 시인의‘달팽이’라는 시를 아는가? 달팽이는 자신의 등짐이 버겁기는 하지만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열심히 살아간다. 누구에게나 각자의 등짐이 있기 마련이지만, 송채원 연사의 등짐은 시각장애였다. 그녀는 2002년 월드컵 때 불의의 사고로 6살 어린 나이에 한쪽 시력을 잃었다. 기적적으로 살아난 아이는 다시 세상을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과 장애를 가지고 살아야 한다는 절망을 동시에 느낄 수밖에 없었다. 원근감 없는 좁은 시야로 인해 부딪히거나 넘어지기 일쑤였던 아이는 다시 행복을 찾기 위해 달리기에 도전했다. ‘건강만 해라’라고 말씀하시는 어른들에게 자신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던 아이는 매일 달리기 연습을 했고, 운동회 날 손등에 달리기 1등 도장을 찍을 수 있었다.
그렇게 자신감을 찾은 것도 잠시,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사춘기에 접어든 소녀는 자신을 밀어내는 세상으로 인해 비장애인에 대한 열등감, 자신에 대한 원망으로 가득 차버렸다. 자존심 하나로 공부해 대학에 들어온 소녀는 이전의 모습에서 벗어나기 위해 장애인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장애인 배식 봉사를 간 소녀는, 장애인들이 서로 도와가며 스스로 식사를 하는 모습을 보고 자신이 그동안 장애인에 대해 오해하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장애인은‘할 수 없는 사람(disable people)’이 아닌‘다르게 해낼 수 있는 사람(differentiable people)’이었다. 그녀는 이제 더는 정상에 자신을 맞추려 하지 않는다. 자신이 바로 서야 타인과의 관계 또한 바로 설 수 있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우리 역시 그녀처럼 달팽이가 될 수 있다. 각자가 가지고 있는 등짐이 무엇이든 간에 자신의 등짐을 사랑하고 아낄 수 있다면 말이다.

내가 내는 작은 목소리, 세상을 바꾸는 첫걸음

지금 살고 있는 세상에 만족하는가? 만족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원하는 세상으로 바꾸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작은 목소리는 모여 큰 목소리를 만든다. 그리고 큰 목소리는 세상을 바꿀 원동력이 된다. 김태우 연사는 자신이 바라는 세상을 위해 큰 목소리에 자신의 작은 목소리를 더했다. 그가 바라는 세상은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사과를 받는 세상, 여성 성매매 제도가 없는 세상, 그리고 올바른 역사를 가르치고 배우는 세상이다. 김태우 연사는 2015년 12월 28일 한일 위안부 협정과 관련해 큰 울림을 받았다. 피해자인 할머니들의 뜻과 다른 국가의 결정은 그에게 문제 상황을 직시하게 해주었다. 그래서 그는 위안부 문제를 세계인에게 알려야겠다고 생각했고, 친구와 함께 ‘Triple A’프로젝트에 참여했다.
‘Triple A’프로젝트는 일본 정부에 과거 범죄 사실을 인정(admit)하고, 피해자 할머니들께 진심으로 사과(apologize)하도록 요구하고, 피해자 할머니들과 동행(accompany)하겠다는 뜻을 가진 프로젝트이다. 2015년에 처음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매년 여름, 로스앤젤레스에서 뉴욕까지 자전거 횡단을 하면서 수요집회 등 여러 프로그램을 통해 현재 미국 시민들에게 위안부 문제를 알리고 있다. 이들은 자전거 운동복을 입고, 바퀴 양쪽에 단 가방 끝에‘LA to NY for comfort women’이라는 문구를 달아 미국 시민들의 궁금증을 유발했다. 관심 있는 시민들은 먼저 다가와 위안부 문제를 물어본 후 경청해주었고, 각고의 노력 끝에 미국 중남부 텍사스주에 있는 엘패소(El Paso) 도시에서 ABC 뉴스, FOX 뉴스와 같은 언론매체와 인터뷰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날 밤 9시 뉴스와 다음 날 아침 뉴스에‘Triple A’프로젝트와 위안부 문제가 보도될 수 있었다. 만약 진정성 없는 실천이었다면, 이들은 위안부 문제를 알리는 데 실패했을 것이다.
누군가 나 대신 목소리를 내주기만 바란다면 이 세상은 내가 바라는 세상으로 바뀌기 힘들 것이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이 점점 좋아지는 세상으로 발전하는 이유는 누군가가 본인들을 스스로 희생해서 목소리를 내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목소리에 어떠한 목소리도 보태지 않는다면 이 목소리는 작아지고 언젠가는 사라질 것이다. 우리는 이미 사회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자격을 모두 갖추고 있다. 이제 본인들이 바라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스스로의 목소리를 내보는 건 어떨까?

불확실한 청춘의 삶을 사랑하라

24살에 연봉 오천만 원 받는 금융 공기업에 다니는 직장인과 26살에 그 흔한 토익이나 자격증 하나도 없는 대학교 3학년생 중 누가 더 행복할까? 대한민국 취업준비생이라면 전자가 행복할 거라 이야기할 것이다. 위 직장인과 대학생은 바로 장영은 연사이다. 그녀는 특성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고졸 취업 정책에 의해 바로 금융 공기업에 들어가 일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목표였던 좋은 회사 취직 이후 겪은 사회생활은 쉽지 않았다. 어리고 덜 배웠다는 이유로 그녀를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는 사람들을 매일 웃으면서 마주해야 했고, 부서나 팀을 옮길 때도 고졸 직원이다 보니 항상 눈치가 보였다. 정말 어렵게 힘들다고 속내를 털어놓아도 그녀에게는‘어린 나이에 좋은 회사에 취업했으면 감사한 줄 알아야지, 배부른 소리 하지 마라’는 타박만 돌아왔다. 그래서 그녀는 대학에 가겠다고 결심했다. 사회적 시선을 바꾸기 위해 특성화 고졸 재직자 전형으로 대학에 진학했고, 일과 학업을 모두 잘 병행했다. 그러나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독하다’는 평이 더해졌다. 그녀는 결국 퇴사하고 세계 여행을 가기로 했다. 그리고 여행을 통해 그녀는 인생에서 중요한건 결과뿐만 아니라 과정도 중요한 것임을 깨달았다. 여행하면서 계속 떠돌아다니는 삶을 살다 보니 무언가 불확실한 규정되지 않은 상황을 즐길 수 있는 사람이 돼 비로소 행복해졌다. 그녀는 “인생의 가치는 안정적인 게 아니라 마음껏 도전하고 그 안에서 성장해 나가는 삶이다”라는 조언을 끝으로 특강을 마무리했다.

이 특강은 미래문명원, 미래혁신원, 지구사회봉사단, 커뮤니케이션센터 총 네 곳의 지원을 받아 한 학기에 한 번씩 열리고 있으며, 경희대 구성원이라면 연사 혹은 청중으로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다음 특강 일정은 미래문명원 홈페이지(http://gafc.khu.ac.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계은진 | nina01@khu.ac.kr

작성자: khug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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