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1호 책지성: 프란츠 카프카, 『변신』] 인문학적 사고, 우리는 진정 사회적 동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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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장갑차처럼 딱딱한 등을 대고 벌렁 누워 있었는데, 고개를 약간 들자, 활 모양의 각질(角質)로 나뉘어진 불룩한 갈색 배가 보였고, 그 위에 이불이 금방 미끄러져 떨어질 듯 간신히 걸려 있었다. 그의 다른 부분의 크기와 비교해 볼 때 형편없이 가느다란 여러 개의 다리가 눈앞에 맥없이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프란츠카프카,『변신』中)

만약 당신이 자고 일어났더니 위와 같은 상황이라면 어떠하겠는가? 그 상황을 상상해보자. 어느 날 아침 눈을 떠보니, 자신이 흉측한 모습의 벌레가 되어있다는 상상은 그 자체만으로도 괴롭고 소름이 끼치게 만든다.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변신』은 방금 우리가 꺼리던 그 상상을 밖으로 꺼내왔다. 그는 소설 속 주인공을 하루 아침에 벌레로 만들면서 주인공이 겪는 소외감을 이야기한다. 그는 왜 하필 주인공을‘벌레’로 변신시켰을까?

그레고르 잠자는 인간인가?

주인공 그레고르 잠자는 자신이 벌레가 되었다는 것을 알고 걱정에 빠진다. 영업사원으로 일하며 가족을 부양하던 그는 자신의 변신으로 인해 닥쳐올 직장과 생계 문제부터 침대에 누워 고민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마치 우리들의 부모님을 보는 듯한 그의 생각은 어머니의 부름으로 잠시 중단된다. 가족들은 그레고르를 발견하고 경악과 공포에 빠져 도망치기에 바빴고, 결국 그는 그의 방에 감금되다시피 갇히게 되었다. 여동생 그레테가 챙겨주는 식사로 겨우 연명하는 그는 점차 인간의 모습을 잃어버리고, 벌레화되어 갔다. 프란츠 카프카는『변신』을 출판할 때 절대 그레고르의 변신 모습을 그리지 말 것을 요구하였다. 그는 독자들이 그레고르가 벌레가 된 모습을 자유롭게 상상하도록 원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카
프카의 의도에 맞춰 그레고르가 점차 벌레화되어가는 과정을 상상해보자. 각자 생각나는 벌레의 모습이 다르겠지만, 하나의 공통점은 각자 자신이 가장 혐오하는 벌레의 생김새일 것이라는 점이다. 우리는‘벌레’라는 말을 말하거나 들을 때 같이 떠오르는 단어로‘혐오감’을 뽑는다. 그렇다면, 카프카는 왜 주인공을 우리가 혐오하는‘벌레’로 변신시켰을까?
그레고르는 벌레가 됨으로써 점점 인간과 다르게 행동한다. 싱싱한 음식을 거부하고 썩은 음식을 먹으며, 걷지 못하고 바닥이나 벽, 천장을 기어 다닌다. 그리고 사람들의 눈을 피해 어둡고 좁은 곳으로 들어간다. 그레고르는 벌레가 되었고, 우리는 그를 더는‘인간’이라고 부르지 않게 되었다. 만약 그가‘벌레’가 아닌 동물이나 파충류였다면 어땠을까? 그를 격리하기보다는 보살피고, 같이  지내려고 하지 않았을까? 카프카는 주인공을 다른 무엇도 아닌‘벌레’로 변신시킴으로써 인간에
게 버림받는 인간을 그렸다.

현대사회에도 존재하는 그레고르

그레고르는 처음부터 버림받지 않았다. 그는 초반에 여동생의 보살핌으로 연명할 수 있었지만, 아버지가 던진 사과에 맞고 점차 쇠약해져 갔다. 그는 충격으로 더 이상 음식을 먹지 않았고, 깊이 구석진 곳에 숨으며 밖으로 나오려 하지 않았다. 그의 몸은 말라갔고, 기력도 줄어들었다. 그의 자리가 사라진 가정에서 다른 가족들은 그들의 힘으로 돈을 벌어 생계를 유지해야 했다. 여동생이 취직하고, 어머니는 집을 하숙집으로 내놓으면서 생계를 유지했고, 그에 따라 그레고르에 대한 관
심은 줄어들었다. 시간이 지나 가족들은 마침내 그를 버리자는 결론에 도달하였고, 그레고르는 자신의 무용(無用)함에 지쳐 죽음을 맞이하였다.
그레고르의 죽음을 보면서 우리는‘너무하다’,‘ 안쓰럽다’등의 연민을 내비치거나‘어쩔 수 없다’,‘ 사람은 살아야 하니까’등의 현실 타협적 감상을 내놓는다. 하지만 그레고르는 소설 속에만 존재하고 있지 않다. 그는 현실에도, 특히 우리 주변에 존재하고 있다. 흔히 뉴스에서 접하는 독거노인들의 쓸쓸한 죽음을 떠올리면 이해가 빠르다. 그들은 한평생 가족의 생계를 위해 일하고 가족의 행복을 위해 봉사했지만, 나이가 들고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게 되자 집에만 있게 되었다. 그리고 결국 버림받고 혼자 외롭게 지내다 죽음을 맞이한다. 지금 언급한 이러한 상황을 통해 우리는 그레고르와 독거노인을 연관시킬 수 있다. 즉, 그레고르는 은퇴한 부모님, 그리고 외롭게 혼자 지내는 독거 노인을 부르는 말이 될 수 있다. 위의 그레고르의 상황을 다시 읽어보고 독거노인의 모습을 그려보자. 두 상황이 맞물리는 게 보인다. 벌레로 변하여 일을 할 수 없게 된 그레고르와 나이가 들어 일을 할 수 없게 된 부모님, 그를 대신해 일을 하게 되었고, 이로 인해 그들에게 관심이 적어진 가족들, 가정부 혹은 요양원에 맡긴 그레고르와 부모님. 제대로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그들 그리고 쓸쓸한 죽음. 이 모든 것이 소설과 현실에서 일어난 일이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에 대하여

한 사람이 죽음을 맞이할 때 외로이 죽는 것을 관망하는 우리 자신을 돌아보면, 여러 가지 의문이 든다. 인간은 그동안 학자들이 이야기한 사회적 동물이 맞는 것일까? 혹시 그러한 학설에 학습되어 이기적인 본성을 숨긴 채 사회적 동물인 척하
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라면 왜 독거노인, 1인 가구가 생기며 혼자 죽게 놔두는 것일까? 인간이 모여 살기 시작한 때는 농업 혁명이 일어난 신석기 시대부터이다. 그 이전 구석기 시대는 채집과 사냥으로 이동 생활을 하였고, 집단의 개념이 뚜렷하지 않았다. 그러나 농업을 시작하고 정착하기 시작하면서 대가족, 마을, 국가 순으로 점차 집단생활로 발전하였다. 집단생활을 하면서 인간은 서로 물물교환을 하거나 군대를 조직하여 싸우는 등 사회적 관계를 맺으며 삶을 영위하였다. 국가가 세워진 이후에는 계급이 생겨나면서 사회적 관계에 대한 인식은 더욱 극심해졌다. 사람들에게는‘권력과 부’라는 개념이 생겨났고, 그 권력과 부를 위해 서로에게 무력을 행사하였다. 이러한 상황은 가족 공동체 안에서도 발생하였는데, 재산을 차지하기 위해 사기, 모함, 폭력, 살인까지 일어났다.

그러나 신분제가 폐지된 현대사회에서도 이러한 이기적 다툼은 지속되고 있다. 현 사회에서는자신의 부를 축적하기 위하여 친구, 지인은 물론 가족을 배신하고, 죽이고, 외면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소설『변신』의 그레고르가 가족에게 배신당하고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것처럼, 현대인들도 사회적으로 버림받고 생을 마감한다. 즉, 노동력이 있을 때는 사회적 존재로 인정받지만, 그 조건이 깨지면 즉시 사회에서 배출되는 이러한 인간의 행위가 과연 사회적인 행동일까? 우리는 점점 사회적 동물이라는 세뇌에서 벗어나 이기적인 본성을 드러내고 있다. 자신만 살겠다고 거치적거리는 주변 사람들을 버리고, 남을 이용하고, 배신하고, 나아가 살해하는 현대인의 모습이 소설을통해 비춰진 것은 당연『변신』에서만이 아니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소설은 인간의 민낯을 우리 앞에서 들춰내었다. 소설은 사회적 동물이라 주장하는 인간을 비웃듯 그의 반례를 어김없이 보여주었고, 그를 통해 우리는 반성하거나 침묵하였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사회적 동물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이기적인 자아를 누르고 이타적인 자아를 깨우기 위해서는 어떠한 노력을 해야 할까? 사람들은 그 해결책으로‘인문학’을 내걸었다. 즉,‘ 인문학’이라는 추상적인 단어를 통해 인간의 이타주의를 되살리려 노력하고 있는 것이 인간의 현 위치인 것이다. 하지만 그 인문학을 통한 인본주의를 배우는 과정은 쉽지 않다. 여러 인문학 강의를 들어보아도, 인문학자들의 의견을 들어보아도 그 해답이 뚜렷하게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필자는 우리가 다시 사회적 동물로 회귀하기 위해서는 인문학 도서를 통해 스스로 깨닫는 방법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현 사회를 꼬집는 인문학 도서를 읽고 스스로 생각해 자신을 되돌아보는 것이 어떨까? 이를 위한 인문학 도서 중 이번에 이야기한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변신』을 읽고 다시 한 번 그레고르를 되새기며 현실 사회의 소외된 자들에게 따뜻한 손길을 한 번 내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호메로스의『일리아스』를 읽은 김영하 작가는 이런 말을 했다.“ 잔혹함을 이기는 건 인간성이다.”카프카의 작품과 다른 인문학 도서를 통해 다시 잃어버린 인간성을 찾아 우리가 사회적 동물로 돌아갈 수 있길 기대한다.

계은진 | nina01@khu.ac.kr

작성자: khug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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