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호 문화비평: 추리게임의 현재와 미래] 우리는 어떤 추리의 시대에 살고 있는가?

ⓒ Pixabay

 

바야흐로 추리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다 할 추리문화라 할 것이 없었던 대한민국에도, 이제는 남녀노소 쉽게 즐길 수 있는 추리소설이나 영화, 드라마, 게임, TV프로그램 등 다양한 콘텐츠를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다. 지적인 매력을 뇌가 섹시하다고 표현한 것에서 비롯한 ‘뇌섹남’, ‘ 뇌섹녀’라는 단어는 이미 신조어라 부르기에도 너무 오래된 표현으로 느껴질 정도다.

추리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꺼내면 탐정이 실제로 있는 직업인지를 묻는 사람부터, <명탐정 코난>과 같은 추리 만화를 좋아한다는 사람, 어렸을 적 <셜록홈즈> 전집을 한 권쯤은 읽어보았다는 사람, <더 지니어스>, <크라임씬>, <문제적 남자>, <대탈출>, <셜록> 등 예능 프로그램이나 드라마를 즐겨보았거나 보고 있다는 애청자들까지 만나볼 수 있다. 더 나아가서는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방탈출 카페>를 방문하여 탈출에 성공하거나 아쉽게 실패했다며 추리와 관련된 콘텐츠를 가깝게 접하고 있노라 말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추리장르와 추리게임

추리란, 알고 있는 것을 바탕으로 알지 못하는 것을 미루어서 생각한다는 뜻이다. 흔히 많은 사람들이 떠올리는 것은 살인사건 현장에서 탐정이 멋지게 사건의 진상과 범인을 밝히는 장면일 것이다. 추리소설이나 드라마, 영화를 통해 추리장르를 제한적으로 접하던 시절을 지나면서 갖게 된 ‘클리셰 효과’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국내에는 관련된 증거품들을 모아 사건을 해결하는 콘텐츠, 좀 더 세부항목을 예로 들자면 그러한 사건 현장을 다루는 추리게임 종류는 생각보다 찾아보기 힘들다. 살인사건을 풀어나가는 콘텐츠를 짜임새 있고 전문적으로 만드는 것은 어려운 편에 속하고, 동시에 일부 마니아들이 아닌 대중들의 흥미를 끌기에 아직은 문화를 향유하는 소비층이 적어 수준이 평준화되지 않았다는 시장논리에 의한 판단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추리를 소재로 한 독특한 게임들(추리형 예능 프로그램, 방탈출 카페, 모바일 추리게임 등)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주목할 만한 추세다. 무척 흥미로운 반응은 추리라는 단어만 들어도 머리가 아프다며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줄었다는 것이다. TV프로그램이나 각종 SNS를 통해 추리라는 장르가 많이 친숙해 진 탓인지 대부분 눈앞에 던져진 사건이나 게임에 흥미를 가지고, 해결하려 고민하고, 마침내 나온 결론이 정답인지 확인하는 과정에 관심을 가진다. 자극적인 살인사건 현장이나 극적인 능력을 가진 탐정 주인공만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줄면서 추리게임이라는 장르가 더 다양한 분야와 문화로 자리 잡게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는 것이다.

 

추리게임의 과거와 현재

흔히 생각하는 추리게임의 시초는 각종 예능 프로그램의 어떤 포맷을 먼저 떠올릴 수 있을 테지만, 생각보다 추리게임의 역사는 오래되었다. PC 또는 비디오게임으로 즐기던 전략게임이나 퍼즐, 퀴즈쇼를 추리게임의 시작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게임을 즐기기 위해 사용되는 도구들은 한정적이었고, 보통은 소수로, 극단적으로는 홀로 그 게임을 진행해야만 했다. 하지만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같은 문제를 누가 더 빨리 푸는지, 1인칭 주인공인지, 관찰자인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상황을 공유할 수 있는지에 따라 진행방식이 바뀌고, 마주할 수 있는 결과와 매력이 변화했다. 그 이유는 추리게임은 보드게임처럼 혼자보다는 여럿이 함께 할 수 있을 때 더 큰 재미를 느끼기 때문이다.
현재 각광받는 추리게임은 두뇌유희의 일환으로 전문지식보다는 센스나 기지를 발휘하여 대부분 해결할 수 있을법한 수준의 퀴즈를 해결해 나가는 것들이 주를 이룬다. 높은 IQ를 가진 멘사 회원들이 풀 수 있는 추리퀴즈나 전문지식이 필요한 것들은 대중의 흥미를 끌지 못하기 때문에 찾아보기 힘들다. 과거와 달리 이제는 온라인에서 벗어나 오프라인에서 ‘직접’추리게임을 접한다. 이를테면 국내에 2015년부터 급격한 속도로 늘어난 <방탈출 카페>를 예로 들 수 있다. 추리소설이나 영화 등 간접적인 경험에서 벗어나 직접 움직이고 함께 추리하는 과정을 공유하며 체험할 수 있는 점이 유행을 끌고 있는 주된 요소다. 특정 장소나 상황이 갖춰진 테마 내에 입장하여 문제들을 풀고, 답을 자물쇠나 장치에 입력하여 제한시간 내에 탈출하는 게임이다.
초창기에는 감옥, 병원, 학교 등에서 스토리의 연계성 없이 수수께끼 수준의 문제를 풀어 탈출하는 형식이 많았으나 테마의 인테리어나 장치 수준들이 좀 더 현장감을 더하는 높은 수준으로 변화하고 있다. 마니아층도 형성되어 체험 후기를 공유하고 추천하는 등 플레이어의 수준 또한 계속해서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 요즘 인기 있는 TV 예능프로그램 <대탈출>은 <방탈출 카페>의 형식을 빌려 예능화한 프로그램이다. 첫 방송을 앞두고 <방탈출 카페>와 협업하여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탈출에 도전해 볼 수 있는 밀실 팝업부스를 만들어 홍보를 하기도 했는데, 매일 현장에서 예약제로 운영되는 부스가 금방 예약마감이 되어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해외의 비슷한 행사로는 일본 도쿄 시내에서 체크포인트를 돌며 미션을 해결하는 <Journey to the end of the night>가 있다. 일본에서 열리는 행사의 경우 추리게임의 느낌은 약하지만, 야외에서 미션을 해결해야 한다는 점에서 맥을 함께한다.
요지는 플레이어 본인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형태로, 전문지식 없이도 누구나 참여하기 편한 형태의 것이 환영받고 있다는 것이다. 친구나 가족끼리 팀으로 참여하여 등수나 상품보다는 참가자체에 의의를 두는 사람들도 많다. 점점 입소문을 타 추리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의 연령대와 향유층이 넓어질 수 있는 요소다.
인터넷상에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미궁게임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게임, 최근 기술의 성장으로 누리게 된 VR을 도입하는 가상현실게임들은 시간, 장소, 인원의 제약을 덜 받는 점에서 오프라인 추리게임과는 다른 장점과 매력이 있다.

 

왜 추리게임에 열광하는가

함께 추리게임을 즐기는 사람들보다 먼저 문제를 풀었다는 것에 심리적 우월감이나 과시욕이 일부 포함되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학교, 회사, 가정 등 사회생활에서 겪은 어려운 문제들을 잠시나마 잊고 무언가에 집중하고 해결하는 것에서 오는 쾌감이 사람들로 하여금 추리게임에 점점 더 빠져들게 하는 것이다. 시간을 들여 깊이 고민했던 문제를 풀었을 때나 본인의 전략대로 승리했을 때의 희열은 직접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게다가 남녀노소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건전한 새로운 놀이문화가 많지 않은데, 추리게임이 그러한 문화로 자리잡아 가고 있는 것 같다. 두뇌 유희의 욕구, 팀워크를 이뤄 결과를 성취해냈다는 만족감과 유대감까지. 아직 겪어보지 못한 사람들도 몇 번 추리게임을 해볼 수 있는 기회만 제공된다면 이제까지 느끼지 못했던 흥미와 매력을 느끼게 되지 않을까. 아직 한국에서 추리장르, 추리게임의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추리게임의 향후 전망

조금씩 변형된 형태의 추리게임은 계속해서 출현할 것으로 보인다. 추리게임뿐만 아니라 추리장르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질수록 추리 콘텐츠는 다양해질 것이다. 영화나 드라마의 마케팅에서 추리장르가 쓰이는 것은 현재도 드문 일은 아니다. 추리형 예능에 대한 분석도 지금보다는 더 많이 이뤄져 현재까지 나와 있는 예능의 수준을 넘어 더 많은 종류의 추리게임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추리라는 소재가 관심을 끈다고 하여, 퀄리티가 낮은 콘텐츠가 양산형으로 찍혀 나온다면 대중들은 더 이상 추리라는 콘텐츠에 매력을 느낄 수 없다. 콘텐츠의 다양화와 전문화가 이 문화를 더욱 성숙하게 만들어야 한다. 최신 기술의 도입이 더 다양하게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즐길거리를 제공하고, 일본의 추리마을과 같이 문화나 일상생활에도 추리게임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수동형이 아니라 능동형으로 직접 체험하는 콘텐츠가 인기를 끄는 현상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그에 따라 문화를 향유하는 대중들의 문화적 수준과 인프라도 함께 갖춰진다면 더 즐겁고 발전한 형태의 추리게임을 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노 영 욱 / 추리컨텐츠회사 RS PROJECT 대표

작성자: khug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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