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호 과학학술 : 피부로 느끼는 인공지능, 전자피부]

인체의 가장 바깥을 구성하는 피부는 외부와 나를 연결하는 첫 번째 소통구다. 전자피부의 등장은 고정되어있던 인간의 신체 범위를 확장시키는 면에서 획기적이며, 그에 따라 인간의 생활방식은 많은 부분에서 변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본보는 전자피부의 원리와 기능을 알아보고 미래의 활용가치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전자피부의 개발배경

 

과학 기술의 눈부신 발전은 고성능 전자재료와 소형화된 전자소자 개발로 이어져 왔다. 그 결과 생활 속에서 사람과 전자소자와의 거리는 꾸준히 좁혀졌고 현대인의 생활 패러다임을 바꿔 놓았다. 그리고 다가올 미래에는 그 거리가 더 좁혀져 핸드폰이나 노트북과 같은 전자기기를 들고 다니는 것이 아니라 간단히 피부 위에 붙이고 다니게 될 것이다. 전자피부의 등장은 이와 같은 기대의 실현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전자피부 개발은 사람과 전자소자 간의 거리를 배경으로 발전했다. 과거 흔히 PC(Personal Computer)로 불리던 개인용 컴퓨터는 전자소자를 한곳에 고정해 놓고 사용하며 미터(m) 단위로 존재했다. 그리고 현재, 생활의 필수품이 된 스마트폰은 PC의 주요 기능을 거의 모두 흡수하고도 휴대가 가능하며 그 거리는 센티미터(㎝) 단위로 가까워졌다. 또한, 최근 스마트 시계 혹은 스마트 안경과 같이 착용할 수 있는 전자소자(Wearable Device)의 개발은 그 거리를 밀리미터(㎜) 수준까지 좁혔다. 사람과 점점 가까워지는 전자소자의 개발은 과거의 전자소자로는 구현하지 못했던 새로운 기술을 가능하게 만들며 새로운 분야로의 응용 및 활용 가능성에서 큰 잠재력을 가진다. 사람과 전자소자 간의 거리가 최종 제로(Zero Distance)로 수렴할 미래에는 전자소자가 사람의 피부와 같은 형태로 발전할 것이고, 전자피부의 발전은 차세대 전자재료 및 소자 개발의 핵심배경이 될 것이다.

 

전자피부의 기본구성

 

전자피부는 크게 센서, 전자기판, 디스플레이, 전원공급 장치의 4가지 요소로 구성된다. 먼저 전자피부의 센서는 사람의 피부를 모방하며 체온, 외부의 물리적 자극, 땀으로부터 얻은 화학정보 등을 취합해 우리 몸과 주변 환경에 대한 정보를 구성한다. 이러한 정보들은 수치로 변환되어 기준치와의 비교를 통해 몸의 건강상태를 파악하는 데 사용된다. 이 기술은 전자피부의 핵심기능으로, 신체 감각 능력이 저하된 노인들뿐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예방과 점검의 차원에서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우리의 신체 감각 능력보다 뛰어난 감각 수용력을 지닌 센서의 개발은 초감각을 가진 슈퍼히어로의 모습으로 실현될 것으로 보인다. 전자피부의 두 번째 구성 요소인 전자기판은 스위칭 소자인 박막 트랜지스터(Thin-film Transistor)를 기반으로 설계되며 센서로부터 얻은 다양한 정보를 전기신호로 바꿔주는 역할을 한다. 세 번째로, 디스플레이는 회로 기판에서 전기신호로 변환된 정보를 시각화한다.  유기발광다이오드(Organic Light Emitting Diodes) 등 초경량, 초박막 발광 소자들이 전자피부를 위한 디스플레이로 주목 받고 있다. 마지막으로 전력공급 소자는 앞의 세 가지 소자들을 구동하기 위한 전력공급원의 역할을 맡는다. 핸드폰 배터리와 같은 이차 전지가 전자피부의 전력공급원의 후보로 우선 고려되고 있지만, 태양전지 또는 사람의 체온을 이용한 열전소자가 이상적인 전력공급원으로 최근 주목받고 있다. 이를 이용하면 자연 충전을 통해 소자의 지속적인 사용이 가능해지며 사람의 피부 위에서 에너지원과 직접 작용하기 때문에 안전하다. 위의 4가지 요소는 전자피부를 구성하는 기본 요소이며 전자피부의 기본적 역할을 위한 필수 요소로서 전기적 작용 연구에 바탕을 둔다. 전자피부에 사용되는 전자재료의 개발은 전기적인 특성 이외에 다양한 측면으로 발전되고 있다. 전자피부가 사람의 피부와 같이 움직이는 표면 위에서 효율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선 기본적 기능과 물리적인 특성 또한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자소자를 피부에 부착하기 위해선 피부의 변형에 저항 없이 순응해야 하며 자가치유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이러한 재료의 연신 및 자가치유 특성은 기존 전자재료가 갖지 못했던 특성으로, 최근 연구를 통해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전자피부의 연신성과 자가치유 능력

 

사람피부 위에서 작동하는 전자소자는 기존의 전자소자와 달리 사람의 움직임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기계적인 연신성(Stretchability)이 필수로 요구되며, 적어도 사람피부(20~30%) 이상의 연신성을 가져야 한다. 전자재료에 연신성을 부여하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로 발전되어왔다. 첫 번째는 전자재료의 스트레인 엔지니어링(Strain Engineering) 방법이다. 이 방법은 늘어나지 않는 전자재료에 구조적 연신성을 부여하기 위해 고안되었다. (그림 1)은 전형적인 스트레인 엔지니어링 방법으로 제작된 주름진 구조(Serpentine Structure)의 금 네트웍 구조이다.이 구조물은 인위적으로 주름 형태를 부여해 주름진 영역 내에서 연신이 일어나도 재료의 파괴가 일어나지 않도록 체계적으로 설계되었다. 이를 통해 재료는 1차원 연신을 넘어 2차원 연신까지 견딜 수 있게 된다. 또한, 스트레인 엔지니어링 방법은 늘어나지 않는 고성능 전자재료에 구조적 연신성을 부여하여 늘어나는 전자피부에 적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부분에 활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구조적 연신성을 위해 기판 공간 활용이 자유롭지 못한 점은 앞으로 해결해야 할 부분이다. 두 번째는 늘어나는 고무와 전자재료의 혼합을 통해 연신성을 부여하는 하이브리드 컴포짓(Hybrid Composite) 방법이다. 기계적으로 잘 늘어나는 고무 매트릭스(Matrix) 내부에 전도성 충전재(Filter)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늘어나면서도 전기적 특성을 가지는 소자를 만들 수 있다. (그림 2)는 고무와 은 플레이크(Ag Flake)를 사용하여 연신성을 가진 늘어나는 전도체의 제작 과정을 보여준다. 컴포짓 재료의 후처리 중에 함께 넣어준 계면활성제(surfactant)에 은 나노 파티클을 추가적으로서 구성함으로써 보다 더 연신에 안정적인 전기적 특성을 갖게 된다. 이러한 늘어나는 전도체를 이용하여 압력 및 온도를 측정할 수 있는 스마트 글러브(Smart Glove)를 제작할 수 있다. 세 번째 방법은 늘어나는 전자재료의 합성이다. 이 방법은 전자재료 자체가 늘어난다는 점에서 전자재료에 연신성을 부여하는데 개념적으로 가장 이상적이다. 재료의 합성엔 유기물 기반의 고분자를 사용하는 것이 유리하다. 최근에는 다이나믹 본딩(Dynamic Bonding)을 갖는 반도체 고분자 체인을 합성하는, 늘어나는 반도체 분야의 고무적인 결과가 보고되기도 했다. 이 방법의 핵심은 다이나믹 본딩을 이용하는 것이다. 다이나믹 본딩은 가역적으로 본딩이 쉽게 끊어지며 이후 스스로 다시 결합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다. 외부의 힘에 의해 재료가 영구적인 손상을 입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다이나믹 본딩은 먼저 쉽게 끊어지며 스스로 외부 힘을 소멸시킨다. 그 결과 외부 힘에 의해 고분자 체인이 끊어지기 전에 고분자 체인 간의 다이나믹 본딩이 먼저 끊어지게 되고 후에 스스로 재결합하여 재료는 영구적인 손상 없이 늘어날 수 있다. 이러한 기작을 에너지 소멸 메커니즘(Energy Dissipation Mechanism)이라 한다. (그림 3)은 에너지 소멸 메커니즘을 이용한 늘어나는 반도체 고분자의 분자구조를 보여준다. 고성능 고분자 반도체 3,6-di(thiophen-2-yl)-2,5-dihydropyrrolo[3,4-c]pyrrole-1,4-dione(DPP) 체인에 수소 결합을 할 수 있는 대표적인 다이나믹 본딩인 2,6-pyridine dicarboxamide(PDCA)분자 그룹을 고분자 체인에 삽입함으로써 반도체에 연신성을 부여하였다. 이렇게 개발된 늘어나는 반도체는 늘어나는 전자피부 전자기판의 핵심인 박막 트랜지스터의 반도체 재료로 적용된다. 박막 트랜지스터는 전자소자의 가장 기본이 되는 스위칭 소자이며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전자소자에는 박막 트랜지스터가 필수적으로 들어간다. 지금까지 늘어나는 박막 트랜지스터의 성능은 반도체의 성능에 의존해 왔다. DPP-PDCA 고분자 반도체의 개발과 함께 등장한 늘어나는 박막 트랜지스터는 대략 1,000배 개선된 전기적 특성(Field-effect Mobility)을 보여준다. 전자피부의 자가치유 능력(Self-healing Ability)은 연신성과 함께 전자피부가 갖춰야만 하는 능력 중 하나이다. 인간을 비롯해 많은 생물들은 상처가 생겨도 저절로 치유되는 자가치유 능력을 바탕으로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해왔다. 움직이는 표면에서 작동하는 전자피부도 사람의 피부와 마찬가지로 예상치 못한 물리적 손상에 자가치유 능력을 사용해 여러 가지 환경에 적응하는 안정성을 갖춰야 한다. 전자재료에 자가치유 능력을 부여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캡슐을 이용한 방법이다. 전자재료에 수많은 마이크로 사이즈의 자가치유 캡슐을 내장시키고 캡슐은 재료손상에 의해 깨질 수 있도록 설계한다. 그리고 캡슐이 깨지면 캡슐 안에 자가치유를 위한 특수용액이 방출되는 방식이다. 하지만 캡슐 타입 자가치유 방법은 일회성 방법으로, 지속적인 치유가 불가능하다는 점과 캡슐 자체를 혼합하여 사용해야 한다는 한계점을 가진다. 따라서 이상적인 자가치유 전자재료는 재료 자체가 스스로 치유 가능해야 하며 일회성에 멈추지 않고 지속적인 치료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에 따라 두 번째 방법은 앞서 언급했던 다이나믹 본딩(Dynamic Bonding)을 이용하는 것이다. 쉽게 끊어졌다가 재결합하는 것을 반복할 수 있는 다이나믹 본딩의 특성은 늘어나는 고분자 체인에 삽입하여 자가치유재료를 만드는 대표적인 방법으로 활용된다. 메탈 쿨디네이션(Metal Coordination)은 수소결합과 함께 대표적인 다이나믹 본딩 중 하나이다. 메탈 이온과 결합이 가능한 분자 사이에서 다중의 메탈 결합 에너지를 이용하여 체계적인 다이나믹 본딩을 설계할 수 있다. 최근에는 메탈 쿨디네이션 본딩을 늘어나는 고분자 Polydimethylsiloxane(PDMS)체인에 삽입하여 고연신성 자가치유재료를 구현하였다. 새롭게 개발한 자가치유재료는 상온에서도 자가치유가 가능하다. (그림 4)는 자가치유 전후 사진이다. 고연신성과 함께 상온에서의 자가치유 능력까지 갖춘 이 재료를 이용하면 인조 근육을 구현할 수 있게 되고 다양한 센서를 결합해 전자피부의 영역을 확장 시킬 수 있다.

 

 

 

 

ⓒ https://www.bbc.co.uk/news/health-1448920
▲(그림 1) 주름진 금 네트웍 구조

 

 

 

 

 

 

ⓒMatsuhisa, Nature Materials. 16, 834-840, 2017
▲(그림 2) 은 -고무 혼합전도체

 


ⓒ Oh et al. Nature, 539, 411-417, 2016

▲(그림 3) 수소 결합을 이용한 늘어나는 고분자 반도체의 연신 메커니즘

 

실생활과 결합한 전자피부의 개발 방향

 

사람의 피부 위에서 전자재료의 활용가치는 높아진다. 하지만 최근에 상용화된 웨어러블 전자 소자 사용에 있어 소비자들의 피부 자극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현재의 웨어러블 소자는 고무 재질의 박막형 기판이 주로 사용된다. 그러나 이 기판을 이용한 전자소자를 피부에 착용하면 피부의 숨구멍을 막고 땀 배출을 제한시켜 피부 자극이 발생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금 나노메쉬타입이란 새로운 형태의 전자피부 기판이 제시되었다. (그림 5)는 금 나노메쉬 기반 전자피부의 이미지이다. 금 나노메쉬를 전자피부로 사용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우선 물에 녹는 고분자인 Polyvinyl alcohol(PVA)을 이용하여 전기방사를 통해 나노와이어로 구성된 나노메쉬를 제작한다. 그다음 PVA 나노메쉬 기판위에 금을 진공에서 증착한다. 그리고 금 박막이 올라간 PVA를 피부 위에 올려놓고 물을 이용해 수용성 PVA를 제거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금 나노메쉬 기판은 사람의 피부와 전자소자가 닿는 면적을 최소화한다. 또한, 메쉬 타입 구조의 특성으로 피부는 숨을 쉴 수 있게 되고 땀 배출 또한 용이해진다. 위의 새로운 개념을 발표한 연구팀은 금 나노메쉬 기판을 이용하여 사람 피부 위에서 신체정보를 얻을 수 있는 센서 기반 전자피부의 새로운 플랫폼을 구현하기도 했다. 전자피부의 기능향상을 위한 많은 연구와 함께 앞으로의 전자피부 개발은 지속가능성의 측면에서도 살펴봐야 한다. 앞서 언급한 전자재료들의 주원료는 고분자 즉 ‘플라스틱’이다. 고분자 전자재료는 다양한 기능성과 응용력으로 차세대 전자피부를 위한 전자재료로 주목받고 있지만, 환경오염 측면에서 이러한 고분자 전자재료의 활용은 지속가능하지 못하다. 재료 사용 후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도록 스스로 분해가 되는 생분해성(Biodegradability)을 고분자 전자재료에 부여하는 연구가 점차 중요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 Li et al. Nature Chemistry, 8, 618-624, 2017

▲(그림 4) 메탈 쿨디네이션을 이용한 고연신성 자가치유재료

 

 

ⓒ Miyamoto et al. Nature Nanotechnology, 12, 907-913, 2017

▲(그림 5) 금 나노메쉬 기반 전자피부

 

전자피부의 활용가치

 

사람의 피부는 우리 신체의 건강정보를 얻는데 가장 좋은 신체 부분이다. 피부는 온도나 맥박 등 가시적 정보를 표출할 뿐만 아니라 인체의 전기생리학적 과정을 담는 표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람 피부 위에서 높은 접합도를 갖는 전자피부는 건강 신호를 읽기에 가장 적합한 전자소자로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이에 동경대학교 연구팀은 전자피부 헬스케어 시스템 모델을 제안했다. 사람의 피부와 유사한 재료와 다양한 센서를 통해 만들어진 전자피부는 인체의 움직임에도 안정적으로 심박수를 측정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포털은 전자피부가 단순히 심박수를 측정하는 정도를 넘어서서 체온, 심전도, 근전도 등의 정보 또한 측정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렇게 얻어진 정보는 무선 인터넷을 통해서 중앙 데이터 센서에 모이며 건강에 이상이 생기면 주치의에게 건강정보가 전달된다. 전자피부는 스마트 보철(Smart Prosthetic)에도 활용 가능하다. 과거 보철(Prosthetic)은 불편한 신체 혹은 사고로 잃은 팔, 다리를 대체하는 심미적인 도구로만 활용되었고 신체적 기능은 하지 못했다. 하지만 현재는 다양한 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과거 보철의 심미적 효과를 넘어서 실제 신체기능으로 작동하는 보철의 수준까지 이르렀다. 전자피부는 이러한 스마트 보철의 인조 피부로 활용할 수 있으며 촉각, 온도 등 다양한 감각을 수용할 수 있게 한다. 이에 전자피부는 사람뿐만 아니라 사람의 모습을 가진 로봇(휴머노이드,Humanoid)의 피부로 사용할 수 있다. 영화 <스타워즈:에피소드 5 Star Wars:Episode5>(1980)에서 사람의 모습을 한 휴머노이드가 등장하는 장면은 전자피부가 로봇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을지잘 보여준다. 로봇 기반 4차 산업 혁명을 앞둔 우리에게 이러한 휴머노이드 로봇은 더 이상 공상과학 영화로만 존재하지 않을 것이며, 그와 함께 전자피부의 역할과 활용 또한 점차 중요하게 될 것이다.

 

오진영 / 경희대학교 화학공학과 교수

 

 

 

 

작성자: khug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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