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호 기획: 환경복지와 불평등] 환경정의 정책을 위한 제언

우리나라 헌법 제3조에 따르면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진다. 하지만 특정계층은 환경 · 사회경제적 요인 등으로 인해 열악한 환경에 살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이 겪는 환경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는 실현가능한 방안에 대해 제언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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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여름, 111년만의 기록적인 폭염이 한반도를 덮쳤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 8월 16일까지 폭염사망자는 48명, 온열질환자는 4천 342명이었다. 온열질환자 중 31%가 65세 이상 고령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의 폭염현상으로 관련 취약계층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자연히 이들에 대한 복지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환경복지와 환경정의

개인마다 환경복지(Environmental Welfare)와 환경정의(Environmental Justice)를 바라보는 시각이 다를 수 있다. 필자는 환경복지를 ‘환경이라는 공공재를 모든사람들이 공평하게 향유할 수 있는 제도적장치를 의미한다’고 정의한다. 반면, 환경정의는 ‘환경이라는 공공재가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제공되어야 하지만, 환경자원 불균형 문제를 사회적 제도로 해결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정의한다. 따라서 환경복지가 환경정의보다 넓은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 다르게 말하면 환경복지는 보편적인 복지의 프레임에서 계층에 관련 없이 접근하고, 환경정의는 환경불평등을 겪고있는 계층을 위한 선택적 복지의 프레임에서 접근하는 것이다. 폭염에 관한 국가정책도 폭염기간 동안 누진세를 해제한다고 하면 이것은 보편적 복지에 해당하는 환경복지라고 할 수 있다. 특정지역에 주거환경이 열악한 노인들을 위한 폭염지원정책은 환경정의 관련 정책이라 할 수 있다. 복지도 개념적으로 보편적, 선택적으로 구분하고 있는 측면을 고려하면 필자의 이러한 구분은 매우 자의적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필자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환경’이라는 공공재에 대한 공평한 향유가 무너졌을 때, 환경정의 혹은 환경복지에 대한 구분에 앞서 제도적 장치를 통해 환경불평등을 해결해야 한다는 점이다.

 

환경정의 개념

환경정의는 인간이 훼손한 환경으로 인한 부담과 편익이 공평하게 부과되어야 한다는 대명제에서 출발한다. 예를 들어, 한 사람이 산업단지를 조성하면 이 사업으로 인해 대기오염물질이 배출된다. 오염물질의 배출이 인근 지역 주민들의 장기적인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사업의 편익이 지역 주민이 아닌 외부인의 경제적 이득에만 한정된다면, 지역 주민 입장에서는 편익 없이 환경부담만 지게 되는 괴리가 생긴다. 환경정의는 이러한 불균형을 분석하고 저감하려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것은 분배적 측면에서 환경정의이고, 절차적 · 교정적 측면에서 환경정의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절차적인 측면에서 환경정의는 환경과 관련된 의사결정 과정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의미 있는 참여(meaningful involvement)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교정적(Corrective) 측면에서 환경정의는 불법적인 환경훼손에 대한 감시 혹은 합의된 환경보전 방안의 준수 여부를 관리 · 감독함이 공평하게 진행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의미한다.

 

우리나라 환경정의 현황

우리나라는 2016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로부터 환경성 평가를 받았다. OECD 환경성 평가는 10년 주기로 한 국가의 정책에서 환경성이 얼마만큼 고려되었는지 평가받고, 결과에 따라 방향성을 제언 받는 제도이다. OECD 환경성 평가는 일반 검토항목과 각 나라가 선정하는 집중검토 항목으로 구분이 되고, 우리나라는 2016년 중점검토 항목으로 자원순환과 환경정의를 선택하였다. 환경정의를 선정한 사유는 분명하지 않지만, 환경정의가 우리나라 국민에게 매우 생소할 것이라는 측면을 고려한다면 환경정의를 중점검토 항목으로 선정했다는 점은 놀라웠다. OECD는 우리나라 환경정의 노력에 대해 굉장한 혹평을 가했다. 첫 번째는 국내 환경불평등 현황에 대한 진단이 부족하고, 두 번째는 정책적으로 환경정의가 하나의 선언적인 내용으로 구체성이 결여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국내 환경불평등 현황에 대한 진단이 부족하다는 것은 매우 뼈아픈 지적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정책적인 노력을 통해 주어진 문제를 해결할 때 문제에 대한 현황 분석이 선행되어야 하지만, 현재 우리는 국내 환경불평등의 양상이나 특징을 파악하지 못한 실정이다. 또한, 환경정의 증진을 위한 목표가 무엇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부재한 상황이다. 따라서 국내 환경정의 정책을 입안하기 위해서는 긴 호흡을 가지고 기초에서 부터 출발해야 한다.

 

해외 환경정의 관련 제도적 노력

환경정의가 사회운동으로 발생하여 제도적으로 정착된 나라는 미국이다. 미국은 1992년 미국환경청(US Environmental Protection Agency)에 환경정의국(Department of Environmental Justice)을 신설해 환경정책 전반에 환경정의 증진을 위한 노력을 경주해 왔다. 이와함께 1994년 클린턴 행정부에서 반포한 행정 명령 12898호로 인해 미국 연방 정책에서 환경정의가 주류화 될 수 있었다. 이 행정명령은 연방정부 자금이 투입된 사업의 경우 사업으로 인한 환경정의 영향을 분석하도록 하였다. 상기 행정명령을 바탕으로 환경영향 평가에서 환경정의가 하나의 평가항목으로 추가되었고, 다양한 연방정부의 자금 또한 환경정의 증진이 요구되는 커뮤니티에 우선적으로 투입될 수 있는 명분이 되었다. 이에 비해 유럽은 미국과 같이 분배적인 측면의 환경정의 증진을 요구하기 보단 절차적인 측면에서 환경정의 증진에 더욱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유럽연합은 일명 오후르스 협약(Aarhus Convention)이라 알려진 ‘정보에 대한 접근, 의사결정 과정의 대중참여, 권리구제를 위한 사법적 접근(Access to Information, Public Participation in Decision-making and Access to Justice in Environmental Matters)’을 제정하였다. 이 협약은 유럽연합 회원국에게 대중들이 생활환경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공유된 정보를 토대로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국내적인 노력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규정하였다.

그럼 미국과 유럽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이기에 환경정의에 대한 접근이 상이한 것인가? 미국의 경우 환경정의가 인종문제를 중심으로 전개되었지만, 유럽연합의 경우 계층문제를 중심으로 전개되었다. 미국은 과거로부터 소수인종들이 사회 · 경제적으로 소외되어 왔기 때문에 소수인종으로 태어나는 것 자체로부터 차별이 시작된다. 하지만 인종은 자신이 선택할 수 없는 것 이기 때문에 인종으로 인한 차별은 국가의 정책적 노력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점에 동의한다. 반면 유럽에서는 계층을 자신의 노력을 통해 극복이 가능한 것 으로 보기 때문에 국가가 나서서 계층적 차별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만일 사회구조적인 요인으로 계층 간 이동이 제한된다고 한다면, 그때는 계층도 인종과 마찬가지로 국가의 정책적 노력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에 대다수가 동의할 것이다.

 

환경정의 정책 입안을 위한 시사점

우리나라는 국가의 현실이 미국보다는 유럽쪽에 가깝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환경정의 정책을 입안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적절한 명분을 마련해야 하고, 명분은 사회적 합의를 통해 도출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환경은 공공재이고, 환경을 개발하여 추가적인 이익을 득하는 경우 이에 상응하는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인간의 인위적인 활동으로 인한 환경훼손은 ‘환경보전협력금 제도’처럼 사업자가 일정한 부분 대가를 지불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다. 하지만 이러한것을 더욱 확장하여 환경 전반 가치이용에 대가도 지불되어야 하는 문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상기 합의가 마련되고 난 후에 환경정의의 중요 전제인 환경부담과 편익 간 불균형을 진단할 수 있다. 또한, 환경정의 대상 계층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필요하다. 미국의 경우 소수인종이 과거로부터 사회적 약자였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보호를 해야 한다는 명분이 마련되어 있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 계층적인 사회적 약자를 환경정의 대상 계층으로 설정해야하지만, 계층 간 이동은 개인의 노력으로 극복이 가능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한 반박논리가 필요하다. 따라서 계층의 경우도 사회적 약자가 사회구조적인 요인으로 다른 계층의 이동이 제한되어 있고, 따라서 국가의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

전술한 두 가지 사회적 합의가 담보되지 않으면 우리나라의 환경정의 정책 입안은 단기적인 노력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환경정의 가치는 너무나 숭고하여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환경정의가 구체적인 실천방안 없이 원론적인 부분으로만 환경정책 전반을 아우르는 대전제가 되면 이것은 빛 좋은 개살구가 될 수밖에 없다. 서둘러 먹는 밥이 체한다는 속담을 염두하고 환경정의 증진을 위한 장기적인 노력을 사회적 합의 형성에서 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이 상 윤 /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부연구위원

작성자: khug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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