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호 테마서평: 인간다움과 과학기술의 역행] 과학기술의 발전과 인간다운 소통방식 탐색

『내 인생의 의미 있는 사물들』(셰리 터클 저· 정나리아, 이은경 역, 예담, 2010)
『외로워지는 사람들: 테크놀로지가 인간관계를 조정한다』(셰리 터클 저·이은주 역, 청림출판, 2012)
『대화를 잃어버린 사람들: 온라인 시대에 혁신적 마인드를 기르는 대화의 힘』(셰리 터클 저·황소연 역, 민음사, 2018)

                   

 

셰리 터클(Sherry Turkle, 1948~) MIT대 교수는 인간과 기계(혹은 테크놀로지) 간에 발생하는 심리적 인터랙션 연구 분야의 1세대라 할 수 있다. 1980년대부터 테크놀로지가 더 이상 단순한 도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삶에 사회 심리적으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시작한 기술심리 분야 선구자다.
그는 기술이 우리가 무엇을 하느냐 뿐만 아니라 어떻게 생각하느냐와도 관련 있음을 주장하면서, 기술의 위험성과 유용성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더불어 로봇 같은 관계 지향적 기술들의 산물이 인간 심리와 사회관계 등에 끼치는 영향력, 그리고 휴대폰 및 디지털 애완동물 같은 가상의 창조물로부터 받는 영향력의 주관적 측면을 분석하고 있다.
그의 대표 저서로는, 과학기술과 인간의 관계에 관한 3부작이라 일컫는 『제2의 자아: 컴퓨터와 인간의 영혼』(1985), 『스크린 위의 삶: 인터넷과 컴퓨터 시대의 인간』(1997), 『외로워지는 사람들: 테크놀로지가 인간관계를 조정한다』가 있으며, 그가 평생의 연구주제를 정하게 된 연유를 짐작할 수 있는 『내 인생의 의미 있는 사물들』, 그의 연구 이론의 기초가 되는 『라캉과 정신분석 혁명』(1995) 등이 있다.

일상에서 만나는 사물의 의미

아이폰이 등장하여 우리를 놀라게 한 2007년에 출판된 『내 인생의 의미 있는 사물들』은 셰리 터클이 모두 집필한 게 아니라 에디터로 참여한 책이다. 그러나 그가 집필한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읽어보면 그의 저서나 다름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셰리 터클은 부모의 이혼으로 인해 두 살 때 아빠의 부재를 경험하게 된다. 유년 시절, 주말이면 조부모 댁(외가의 오역인 듯)에 놀러가곤 했는데, 그 집 주방 벽장에 보관되어 있던 옛날 물건들, 그러니까 엄마나 이모가 사용했던 책이나 장신구들을 꺼내 가지고 놀기를 좋아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행위가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 아빠의 흔적을 찾기 위한 무의식적인 노력이었다는 것을 셰리 터클은 레비-스트로스(Claude Levi Strauss)와 구조주의를 공부하면서 깨닫게 된다. 이것이 그가 다른 세상 혹은 상실한 것과의 매개로써 ‘사물’에 주목하게 된 동기가 되었다고 한다.
이 책에서 셰리 터클은 철학의 도구로 형이상학적 논리를 동원해 온 서구사회에서는, 사물이 인간의 감정과 생각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생각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러면서, 현대인들이 특정 사물을 통해 사고의 영역을 넓히기도 하고 감정을 다스리며 인생의 중요한 좌표를 마련하기도 한다는 점을 레비-스트로스의 ‘브리콜라주(bricolage)’란 개념을 통해 잘 설명하고 있다. 브리콜라주는 긴밀한 재료들을 결합하고 또 결합하여 새로운 생각들을 만들어 내는 하나의 방법을 말한다. 여기서 재료란 생각을 떠올리게 하는, 다시 말해서 의미 있는 ‘사물’이라고 할 수 있다.
『내 인생의 의미 있는 사물들』은 과학자, 인문학자, 예술가 등 다양한 분야의 저자들이 자신의 삶에 큰 영향을 준 소중한 사물에 관해 쓴 짧은 자전 에세이이다. 첼로, 별, 발레화, 단어장, 기차 같은 어린 시절에 경험한 사물을 통해 그때 품었던 꿈과 희망을 기억하려는 이들도 있고, 혈당계, 노트북 컴퓨터처럼 이제 일상 그 자체가 되어 버린 사물에 대해 운명공동체 같은 감정을 느끼는 이들도 등장한다.

SNS와 로봇의 그림자

페이스북과 트위터 친구들은 늘어나는데 왜 속마음을 털어놓을 친구는 줄어들까? 문자와 이메일을 사용할수록 왜 대화가 서툴러질까? 사교 로봇과 함께 성장한 아이들은 어떻게 인간관계를 맺을까? 셰리 터클은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외로워지는 사람들』에서 밀도 있게 탐색한다. 네트워크화는 우리의 인간관계를 단순화시켜 버린다. 효율성을 이유로, 피하고 싶은 상대와 대화 없이 의사전달을 할 수 있다는 이유로 전화 대신 이메일과 문자를 사용함으로써 우리는 상대방의 목소리를 잃어버렸다. 더 큰 문제는 문자와 이메일을 통한 의사전달이 서로의 감정을‘축약’시켜 버릴 뿐만 아니라 상대를 ‘처리해야 할 물건’으로 여기게 만든다는 점이다.
셰리 터클은 『대화를 잃어버린 사람들』에서 연구를 한 단계 더 진척시켜, SNS가 이제는 심리적인 불안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말한다. ‘기회 상실의 두려움(fear of mission out)’이 대표적인 불안 요소인데, 이는 수많은 선택지 앞에서 늘 나의 선택이 최선이 아닐 수 있다는 불안감에 시달리는 현상을 말한다.
사람들은 상대와 이야기를 주고받는 순간에도, ‘지금 여기가 최선’일 수 있다는 것을 망각하고, 놓쳤을지도 모를 다른 기회들을 생각해 내느라 심도 있는 대화 속으로 들어가지 못한다. 결국 현재에 집중하지 못함으로써 상대와 깊은 관계를 맺을 기회도 놓치고 만다. 그래서 사람들은 점점 더 비인격화되고 외로워진다는 것이다.
셰리 터클은 이러한 불안감과 외로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공감 능력’이 중요하다고 진단한다. 그리고 이 공감 능력을 키우려면 SNS나 로봇 같은 기계와 나누는 가짜 대화보다 사람과 마주하여 나누는 깊은 대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로봇과 인간의 관계는 어떤가? 셰리 터클에 의하면, 사람들이 이미 로봇을 생명체라 여기기 시작했으며 로봇의 존재를 ‘없는 것보단 낫다’에서 ‘어떤 것보다도 낫다’로 여기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로봇을 생명체로 여기며 로봇에 의존하는 것은 어떠한 문제가
있을까? 로봇에 의존하는 것은 위험 요소가 전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로봇을 친구로 여길 경우 제일 먼저 잃게 되는 것은 타자성, 즉 다른 이의 눈을 통해 세상을 보는 능력’이다. ‘요구 없는 로봇과의 교제’에 익숙해지면, 뭔가를 요구하는 사람들과의 삶이 몹시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다.

 

ⓒMind Map Team – Illustration

‘인간다움’의 진정한 의미는?

『내 인생의 의미 있는 사물들』에서 셰리 터클은, ‘특정한 사물’이 한 인간의 심리에 많은 영향을 끼칠 수 있고, 이를 매개로 인간끼리 서로 기억하고 소통할 수 있으므로 일상에서 사물들과 가까이 지낼 것을 권한다. 사소하고 익숙한 그 사물이 바로 우리가 일상을 살아내고 삶에 대한 애착을 놓지 않게 해주는 힘이며, 우리를 새로운 세상과 이어주는 끈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외로워지는 사람들』에서는 개인과 개인, 개인과 사회의 소통 채널에 ‘네트워크’라는 것이 등장하였고 객체로써 로봇 같은 인공물이 등장하여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바꾸고 있으며, 인간 본연의 공감 능력이 훼손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대화를 잃어버린 사람들』에서는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인간다운 진정한 대화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온라인 시대에는 대화의 힘이 혁신적 마인드를 기를 수 있다고 ‘현실적’대안을 제시한다.
위의 세 책을 기준으로 보자면 셰리 터클이 말하는‘인간다움’이라는 개념의 범주는 근대 이후 서양 문화권에서 주류로 형성된 사상이나 철학에 근거한 것이다. 그러나 유발 하라리가 『호모 데우스』(2017)에서 펼쳐 보인 세상, 즉 ‘만물인터넷’을 통해‘알고리즘’을 장악한 초인류가 모든 것을 통제하는 사회에서는 어떤 사상이나 철학이 주류가 될지 현재로서는 알 수가 없다. 이미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다른 방식으로 소통하는 신인류(?)가 등장하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화를 잃어버린 사람들』의 끝에서“테크놀로지를 거부하자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을 찾자는 것이다. 우리가 누구인지를 기억해야 한다. 우리는 역사의 산물이자 심오한 심리의 산물이며, 복잡한 관계의 산물이다. 얼굴을 마주하고 나누는 솔직하고 대담한 대화의 산물이다”라고 한 셰리 터클의 주장에 대해서는, 앞으로 많은 논쟁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
셰리 터클도 이미 『내 인생의 의미 있는 사물들』의 에필로그에서 “저절로 생겨난 것과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 그리고 인간과 그 밖의 것들 사이의 경계에 도전을 가하는 사물들과 살기 시작하면, 우리는 스스로에게 전과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어야 한다”고 논쟁의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김정규 / 한국방송통신대 출판문화원 디지털융합팀장, 시인, 북칼럼니스트

작성자: khug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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