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호 특강취재: 서울자유시민대학, <마중물 - 삶과 배움을 나누고 싶은 시민을 위한 맞춤형 강좌>] 서울, 다시 바라보기

서울, 다시 바라보기

 

서울자유시민대학은 8월 13일부터 9월 10일까지 ‘마중물 – 삶과 배움을 나누고 싶은 시민을 위한 맞춤형 강좌’라는 릴레이 특강을 선보인다. 특강은 ‘도시, 4차 산업혁명, 통일, 기후변화, 독도’의 주제로 다섯번에 걸쳐 진행된다. 이번 강의는 시민대학을 처음 접하는 시민을 대상으로 하며,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획된 무료 강좌이다. 지난 8월 13일에는 이병태(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조교수) 강연자가 <도시: 메트로폴리스 서울의 전언(傳言)>이라는 주제로 특강을 진행했다. 특강에서는 거대 도시 서울의 주거 형태 변천사를 통해 서울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성찰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 강연을 진행하고 있는 이병태 교수

 

거대 도시의 탄생

우리가 알고 있는‘서울’은 어떤 도시인가? 대한민국의 수도이자, 인구 천만의 거대 도시다. 그렇다면 서울은 언제부터 우리가 알고 있는 도시의 모습을 갖게 된 것일까? 20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서울은 20만 명에 불과했다. 이후 산업화를 거치면서 지방에 있던 인구가 도시로 유입되고, 반세기만에 10배를 훌쩍 넘길 만큼 폭발적으로 인구가 증가한다. 강연자는 인구 증가의 원인을 영국의 ‘인클로저 운동’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영국에서 시작된 인클로저 운동은 농촌 인구를 대도시의 노동자로 유입시키기 위한 정부 주도의 도농 분리 정책이다. 농업을 소작농이 필요없는 방식으로 전환하면서, 자연스럽게 일자리를 잃은 소작농들이 일자리를 찾아 공장이 밀집한 도시로 이동하도록 한 것이다. 국가 주도로 농촌이 붕괴하면서, 사람들은 새로운 희망을 찾아 무작정 도시로 몰려든다. 하지만 부푼 꿈을 안고 상경한 이들에게 가장 큰 문제는 ‘집’, 바로 주거 문제였다. 당시 주거 공간에 대한 국가적인 정책이나 배려는 없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자연스럽게 도시형 빈민가인 ‘슬럼’이 형성된다. 학자들은 서울에 형성된 최초의 슬럼을 일제 강점기에 지어진 토막집으로 추정한다. 토막집은 흙과 가마니, 나무 등을 쌓아 만든 것인데, 지금의 아현동이나 애오개 부근에 자리를 잡았을 것으로 본다. 슬럼은 한국전쟁 이후 ‘판자촌’이라는 이름으로 서울에 퍼져나간다. 그 중심에는 청계천에 만들어진 판자촌이 있었다. 사람들이 청계천에 모이기 시작한 이유는 단 하나, 생존의 문제였다. 당시 청계천이 위치한 종로에는 재봉공장과 염색공장이 집중되어 있었다. 아무런 기반 없이 오로지 ‘먹고 살고자’ 서울에 온 사람들은 공장이 있는 청계천에 터를 잡았고, 그렇게 슬럼이 형성되었다. 동대문 평화시장 근처였던 창신동에도 비슷한 이유로 슬럼이 발달한다. 이후 한국의 눈부신 경제 성장과 함께 ‘한강의 기적’을 이룬 서울은 세계적인 주목을 받게 된다. 서울이라는 도시가 성장하고, 국제적 위상이 높아지는 과정에서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판자촌은 가장 먼저 정리되어야 할 곳이 된다. 결국 국가는 판자촌을 재개발하고 사람들은 사대문 밖인 사당동, 상계동, 광주 대단지(현재 성남) 등으로 강제 이주 당한다. 이들이 점점 도시 외곽으로,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이동하면서 새로운 형태의 슬럼이 발달한다. 이 시기에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이 높은 산에 위치한 ‘달동네’다. 하지만 도심에서 밀려난 사람들의 수난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도시의 발전과 그림자

1970~80년대는 서울 각지에서 재개발이 이뤄지는 시기였다. 이 과정에서 잡음 없는 곳이 없었는데, 강연자는 그 이유를 “생존의 공간으로 거주지에 대한 국가 권력의 가벼운 접근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청계천이나 창신동에 슬럼이 형성된 것은 그곳이 생계의 기반이었기 때문이다. 교통이 열악하던 당시를 생각해보면 직장 근처에 자리를 잡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이들에게 재개발로 인한 강제 이주는 하루아침에 ‘밥줄’이 끊기는 것이었다. 그곳에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존문제는 고려하지 않은, 국가에 의한 폭력이라고 할 수 있다. 거의 모든 재개발 지역에서 철거와 강제 이주에 반대하는 격렬한 시위가 발생한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히 거주의 문제에서 오는 것이 아닌, 생존과 관련된 철거민들의 절박함에서 비롯된 것이다. 물론 이들은 국가의 폭력에 못 이겨 점차 밖으로 밀려나게 된다. 재개발 추진 과정에서 논란이 많았던 개포동 구룡마을,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로 알려진 중계동 백사마을처럼 서울에는 아직도 몇몇 지역에 슬럼이 남아 있다. 물론 이곳들도 재개발을 앞두고 있어 ‘슬럼’이란 공간은 곧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이렇게 슬럼의 자리를 대신하는 것이 지금 우리가 사는 ‘아파트’이다.

한국 사회에 아파트라는 주거형태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시기는 1960년대 말로 보고 있다. 초기에는 일본식 모델을 따라 시공했는데, 지금과는 달리 대중의 반응은 매우 부정적이었다고 한다. 아파트를 둘러싼 온갖 흉흉한 소문을 잠재우기 위해 동물실험까지 했다는 일화도 있다. 이런 부정적인 인식도 잠시였을 뿐,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 본격적으로 아파트 광풍이 불기 시작한다. 동시에 서울의 집값은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데, 40여 년이 지난 지금도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이런 광풍의 원인은 유난히 아파트를 선호하는 한국인의 성향이 가장 클 것이다. 대개 아파트를 선호하는 이유는 ‘신식, 서구적, 현대적, 편리함’이다. 강연자는 여기서 가장 주목해야 할 단어로 ‘서구적’을 꼽는다. 과연 아파트는 서구적인 주거 형태일까? 답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신발을 벗고 들어서는 현관부터 동양식 사고방식에 따라 만들어진 공간이다. 모든 방에 온돌이 깔린 구조부터, 방바닥에 눕는 우리의 행동까지 아파트가 ‘서구적’인 공간임을 반박하는 이유는 셀 수없이 많다. 여기서 강연자는 우리에게 두 가지 질문을 던진다. 주거 공간으로 아파트를 선택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과연 아파트는 최선의 선택이었을까? 우리가 아파트를 선택하게 된 것은 일종의 열등감에서 비롯된 선택이었을 것이라고 덧붙인다. 다들 아파트에 사니까, 남들보다 뒤처지지 않기 위해 점점 비싼 돈을 주고 살게 된 것이다. 결국 아파트가 최선의 선택일 지는 어느 누구도 확신할 수 없으며, 열등감과 경쟁 심리에서 비롯된 선택은 터무니없이 비싼 서울의 집값 문제와 연결된다.

 

청년과 서울의 미래

반세기 전만 해도 청년들에게 꿈과 희망의 도시였던 서울, 지금은 어떨까? 강연자는 주거 문제에서 비롯된 청년들의 절망이 이 도시에 팽배해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지금 서울에서 청년들의 주거문제는 재난에 가까울 정도로 심각하다. 청년들이 살 수 있는 집은 점점 좁아지고, 이마저도 부모의 도움 없이 스스로 서울에 거처를 마련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 되었다. 대도시의 치솟는 집값 문제는 단순히 서울만의 일이 아니다. 세계 여러 대도시에서도 발생한 문제이지만, 이런 상황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기성세대가 더 큰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최근 주민들의 반대로 지어지지 못하는 공공 기숙사 문제나 대학가에서 유독 비싼 월세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렇게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미래세대를 위한 일말의 배려 없이 이익만을 추구하는 어른들의 모습은 결국 청년들의 미래를 갈취하는 행위인 것이다. 주거 문제에서 비롯된 청년들의 절망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고 강연자는 지적한다.
특강의 끝에서 강연자는 장유(張兪)의 한시 ‘잠부(蠶婦)’를 인용하며 청년 세대의 절망감과 문제 인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시는 누에 치는 시골 아낙이 도시에서 느끼는 빈부격차의 절망을 노래한다. 온몸에 비단을 휘감은 도시 부자들을 보면서 잠부가 느꼈을 절망감은 이 시대의 청년들이 느끼고 있는 감정과 비슷할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전에는 누구도 이런 문제를 생각해본 적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 때문에 이런 상황을 문제로 받아들이는 첫걸음이 아주 중요하다. 이전에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았던 문제인 만큼, 서울의 주거 문제는 세대를 뛰어넘어 모두가 함께 고민
해야 할 문제임을 언급하면서 강의를 마무리했다.
돌아오는 9월 10일에는 다섯 번째 특강 <독도: 역사적 사실로 본 독도>가 진행된다. 이외에도 서울자유시민대학은 다양한 주제의 강연을 수시로 운영하고 있다. 자세한 정보는 서울시 평생학습포털 홈페이지(http://sll.seoul.go.kr)에서 찾을 수 있다.

 

유혜선 | hsyoo25@khu.ac.kr

작성자: khug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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