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9호 인터뷰: 차득기, 한국국토정보공사(LX) 공간정보연구원장] 공간정보의 미래를 개척하는 연구자

본보는 지난 228호 인터뷰에서 정치경제학적인 관점으로 ‘공간’을 다룬 바 있다. 이와 함께 공간의 개념은 과학기술의 발전과 나란히 팽창하고 있어 4차 산업시대의 핵심적인 키워드로 부상하고 있다. 이에 지난 5월 16일, 차득기 한국국토정보공사(Korea Land and Geospatial Informatix Corporation, LX) 공간정보연구원 원장에게 공간이라는 개념이 가진 가치와 미래의 공간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공간정보 연구소 ‘공간정보연구원’

 

Q. 공간정보라고 하면 조금 낯선 용어인데요. 자세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공간은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3요소인 ‘인간’, ‘ 시간’, ‘ 공간’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공간에 대한 정보는 사람과 연결되고, 또 시간과도 연결됩니다. 그만큼 인간의 삶에 중요한 것이죠. 공간정보는 일정 공간을 이루는 자연물과 인공물에 대한 위치정보, 공간이 가진 인문적 속성을 포함합니다. 이런 데이터를 모으고, 가공하는 절차를 거쳐서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탄생하는 것이죠.
이전의 공간정보라는 개념은 단순한 지도 같은 의미였어요. 그런데 약 10여 년 전부터 GPS 위성을 이용한 내비게이션(navigation)이 상용화되면서 사람들이 공간정보의 중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했죠. 근래에는 인터넷 기술의 발달로 누구나 스마트폰을 이용하여 지도를 비롯한 공간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공간정보에 대한 개념은 과학기술과 접목되어 함께 확장되고 있습니다. 미래에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하면 공간정보가 폭넓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Q. 공간정보연구원은 정확히 무엇을 연구하는 기관인가요?

공간정보연구원은 한국국토정보공사 산하 연구기관입니다. 1994년에 지적연구소로 시작해, 2005년 지적연구원, 2012년 3월에 공간정보연구원으로 개편되었습니다. 연구소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현장 공간정보를 취득할 수 있는 신기술을 받아들이는 역할을 합니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프라로 공간정보가 주목을 받고 있는 가운데, 정보통신기술과 융합된 신기술을 개발하고 국가정책과제 등을 수행함으로써 새로운 국가 공간정보생태계를 구축해 나가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리고 기술의 활용과 상용화에 대한 제도적 부분에도 관여하고 있죠. 흔히 연구원에서는 기술과 관련된 분야만 다룬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기술이 있더라도 법제가 미비하다면 기술이 빛을 보지 못하고 사장되기도 하거든요. 기술은 항상 제도보다 10년은 빠르기 때문에 개발된 기술을 잘 활용하려면 법제화 단계를 넘어가는 전략의 수립도 중요하다고 볼 수 있어요. 이처럼 우리 연구원에서는 공간정보와 지적에 대한 제도, 관련 기술 연구를 통해 공간정보의 방향성을 제시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Q. 점점 공간정보의 중요성이 커지는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연구원은 어떤 목표를 갖고 있나요?

연구원이 개설된 지 24년이 되었는데요. 그동안 측량 기술과 시스템, 공간정보 오픈플랫폼 등 여러 방면에서 많은 성과를 이루었습니다. 공간정보의 개념이 확장됨에 따라 사용자들의 다양한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죠. 공간정보연구원에서는 연간 약 50여 건의 연구가 이루어지는데, 시의성 있는 주제의 비중이 높아 요즘은 북한 관련 연구가 많아요.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따라 경제 협력이 시작될 것을 대비하여 도로 개설이나 토지 소유권 개념 변화에 대한 사전적인 연구가 진행 중입니다. 이처럼 각종 연구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연구원을 우리나라 최고의 공간정보 허브로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심장이 인체에 피를 보내주듯 국내 공간정보 분야에서는 우리 연구원이 심장의 역할을 맡는 것이죠.

 

누구에게나 생소했던 측지학, 1세대

 

Q. 측지학을 전공하시고 오랜 세월 공간정보 분야에 매진하셨습니다. 왜 이 분야에 대해 연구하게 되셨나요?

중학교를 다닐 무렵 옆집 어른이 지적공사에 다니셨어요. 어깨너머로 그 분이 땅을 측량하는 걸 보고, 어린 마음에 멋진 직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마음이 이어져 대학에 입학할 때 측지공학과에 진학했죠. 당시에 측지는 낯선 기술 능력이었어요. 처음에는 이 학문에 대한 설명을 하는 것도 쉽지 않았던 시절이었죠. 아주 생소한 학문이었지만 얼리어답터처럼, 새로운 학문을 받아들이는 것이 즐거웠습니다. 대학을 다니면서는 측지학과 관련된 암석학이나 광학에 관한 책들은 구하기가 어려워 도서관에 가야만 겨우 읽을 수 있었어요. 그래서 그 책들을 보기 위해 도서관에서 매일 살게 되었죠. 저는 그때 도서관에서 읽었던 모든 새로운 것들에 흥미를 느꼈어요. 그때부터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즐거움으로 측지학에 매진해 박사과정까지 마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오랜 세월 학문을 연구한다는 것은 힘든 일이에요. 이렇게 흘린 연구자의 피땀이 수많은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지속할 수 있었죠. 제 연구 성과가 많은 사람들에게 편의와 만족을 선물한다고 생각하면 연구한다는 것은 굉장한 보람입니다. 이처럼 학문을 연구한다는 것 자체에 대해서도 큰 매력을 느끼고 있습니다.

Q. 1988년 프랑스국립측량대학(IGN/ENSG)에서 석사과정을 수료하셨습니다. 프랑스 유학을 가게 되신 계기와 그곳에서의 생활이 궁금합니다.

1980년대네요, 당시 저는 전공을 살려 지적공사에서 일하고 있었습니다. 현장에 자주 나가곤 했는데, 더 깊이 있는 연구를 하고 싶었던 마음이 있었죠. 때마침 한·불 과학기술협력이 체결되었습니다. 우리나라가 프랑스 원전을 구입하는 대신에 우리나라 과학기술자들이 프랑스에서 유학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겁니다. 그 당시에는 한국과 프랑스의 기술 차이가 컸기 때문에 선진기술을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였어요.
프랑스에서는 측지학의 여러 영역 중 ‘지도제작’에 대해 연구했습니다. 지도를 만들기 위해서는 측지학 이외에도 심미학이나 색채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죠. 지도제작에 대해 연구하면서 필요한 컴퓨터 OS에 대한 기술과 더불어 다양한 색감이나 프린팅 기술도 배울 수 있었습니다. 당시 프랑스 사람들과 연구를 하다 보니 다소 높은 수준의 불어 실력이 요구되기도 했어요. 고등학교 때부터 꾸준히 불어와 영어를 공부했던 것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Q. 오랜 시간 연구자로서 많은 경험을 해오셨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연구자로서 성취감을 느꼈던 순간과 애환이 있다면 답변 부탁드립니다.

우리나라 측량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데 있어 도움이 되었을 때, 연구자로서의 성취감을 느꼈습니다. 기존의 현장에서는 아날로그 방식의 측량을 선호했습니다. 종이에 기록하고 계산기로 계산하는 방식이죠. 지금은 여러 장비들을 도입하고, 컴퓨터로 측량데이터를 계산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했어요. 새로운 기술로 공간정보를 데이터로 기록할 수 있게 된 것이죠. 하지만 현장의 직원들이 신기술에 갖는 저항감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이를 해소하는 데만 3년의 시간이 필요했죠. 이런 과정을 거쳐 우리나라의 측량 시대를 2세대로 바꿔놨다고 할 수 있어요. 앞으로는 1인 측량 시스템을 갖춘, 다음 세대의 측량으로 나아가려는 목표도 있습니다.
하지만 기술적인 연구와 이것을 활용해서 얻을 수 있는 금전적인 성과 사이에서 중심을 잡는 것은 여전히 쉽지 않은 것 같아요. RnDB라고 하는데 연구개발(RnD)과 비즈니스(B)를 일컫는 말입니다. 사람들이 연구에서 비즈니스까지 완성되어야 완벽한 연구가 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 거죠. 비즈니스에 집중하면 연구개발에 소홀해질 수 있어요. 연구자로서 연구에 집중하지 못하고 다른 부분에 큰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은 힘든 일입니다. 이런 부분이 애환이라고 할 수 있겠죠.

확장되는 미래의 공간개념

 

Q. 공간정보의 범위가 무궁무진합니다. 앞으로 공간정보는 어떤 분야로 다가오게 될까요?

앞서 말했듯 사람은 기본적으로 공간에서 살고 여기에 시간이라는 개념을 더할 수 있죠. 이것을 스파임(Spime, Space + Time)이라는, 시간과 공간이 융합된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이 개념으로 바라보면 일정한 공간의 과거도 볼 수 있고, 미래까지 예측할 수 있는 시대가 곧 온다는 것이죠. 인공지능(AI)이나 사물인터넷(IoT)과 같은 기술이 발전하면서, 가상공간이 현실세계와 융합되는 것입니다.
범위를 좁혀서 측량 분야를 보면, 올해 말부터 스마트폰에 센티미터(cm) 단위까지 위치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수준의 GPS 칩이 들어갑니다. 이 칩이 위치를 아주 정확하게 측정하기 때문에 스마트폰을 이용한 자율측량을 가능하게 합니다. 지금까지는 기술자만 토지측량이 가능했지만 일반인도 상당 수준 정밀한 측량을 할 수 있게 되는 거죠. 또한 차량들도 지금까지는 차선 구분에 오차가 있었다면 점차 정밀하게 차선을 구분하고, 주변 차량과의 충돌을 방지하는 제어가 가능해질 수 있습니다. 통신 속도 면에서도 5G 기술이 상용화되면 상호간의 위치데이터를 0.001초 만에 인식할 수 있습니다. 앞차와 뒤차가 서로 운전정보를 빠른 시간 내에 전달해서 사고를 예방하는 것이죠. 이것이 실현된다면 차량의 자율주행도 완벽하게 구현될 겁니다.

Q. 현재는 러시아나 중국 같은 인접국들이 독자적인 GPS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고 들었는데요. 우리나라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까요?

GPS는 원래 군사 목적으로 미국과 러시아가 최초로 도입해 현재는 세계 각국의 다양한 목적에 의해 활용되고 있습니다. 군사적 목적을 비롯한 항공기, 선박, 자동차에 관련된 서비스를 모니터링하고 제어하는 거죠. 우리나라에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가가 서비스를 차단한다면 우리는 전혀 대응할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자체적인 공간정보 활용 위성을 발사하기 위해 국가적인 전략이 필요합니다. 아직 우리가 공간정보를 위한 위성을 쏘아 올린 것은 아니지만, 다행인 점은 영상촬영 기술이 굉장히 발전한 것입니다. 한국은 정밀한 위성영상을 찍는 기술을 외국에 수출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독자적인 GPS 구축에 대해서는 전망이 밝다고 할 수 있죠.

Q. 우리나라의 공간정보 산업을 위해서 개선하거나 극복해야 할 것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공간정보 산업 분야에 거버넌스(Governance)에 관한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발전 방향을 체계적으로 수립하여 미래의 전략을 구상해야 하는데, 거버넌스가 여러 단체에 의해 흔들리면 발전하기 어렵습니다. 또한 공간정보에 대한 중요성을 국가가 인식해야 합니다. 공간정보는 여러 기관들이 사업을 수행하는데 있어 윤활유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만큼 다양한 분야에 활용가치가 높습니다. 또한 공간정보의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스타트업 기업이 연구개발 분야에 도전적인 시도를 할 수 있도록 크라우드 소싱(CrowdSourcing)과 인재 육성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하지만 공간정보의 중요성에 대해서 많이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국가 경쟁력 확보와 공간정보 서비스 증대 차원에서라도 미래를 보고 투자해야 합니다.

Q. 마지막으로 원생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미래를 바라보며 꾸준히 한 곳에 열정을 쏟아 부으면 언젠가 결과가 보답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순간적인 열정도 중요하지만 장기적 안목으로 어떤 분야의 최고가 되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노력한다면 결과로 보상 받을 수 있을 거에요. 이처럼 자신의 미래에 대해 뚜렷한 방향성을 가지고 나아가면 낭비하는 열정도 적을 겁니다. 이런 다짐으로 어느 분야에 10년 이상 꾸준히 행동하면 바라던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사람들은 앞으로 열심히 나아가다가도 때로는 좌절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를 극복하고 다시 일어서는데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원생들이 자신의 연구분야에 대해 자부심과 자긍심을 갖기를 바랍니다.

 

 

대담·정리: 최유락 | cyr6160@naver.com
사 진 : 김수애 | suaepic@khu.ac.kr

작성자: khug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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