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9호 책지성: 하지현, 『도시심리학』] 심리학으로 바라보는 도시인의 삶

 

 

24시간, 도시의 어딘가는 항상 깨어있다. 잠들지 못하는 도시에서 내일의 일과삶을 위해 잠들어야만 하는 우리는 늘 피곤할 수밖에 없다. 도시라는 같은 공간안에서 비록 제각기 삶의 무게는 다르지만, ‘행복’이란 지향점마저 다르다할 수 있을까? 정신과 의사인 저자는‘도시인의 피곤함’에 대한 이유를 심리학으로 접근하며, 소소하게 지나치던 우리의 행동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본다. 같은 공간에 자리하고있는 모두의 심리를 듣는다면 우리는 얼마나 공감하고 치유받을 수 있을까.

소통방식의 변화, 촘촘해지는 연결망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기술은 우리에게 끊임없는 변화와 학습을 요구한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전화로 얘기하면 될 일을 문자메시지 같은인스턴트 메시지로 해결하게 되었으며, 사회라는 큰 틀에 도태되지 않기위해 부지런히 적응하고 있다. 그 중 핸드폰의 등장은 시공간적 제약을뛰어넘어 언제든지 소통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 채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통신수단이 되었다. 이제는 핸드폰이 없다면 친구와도 소통할 수 없으며, 회사 또는 조직 등의 업무 연락에서도 어려움을 겪게 되어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불가능해진다. 즉, 혼자 살아갈 수 없는 도시에서 핸드폰은 단순한 연락 도구가 아닌 안정감과 소속감을 주는 긴밀한 매개체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핸드폰이 꺼지지 않는 한 사회와 나의 연락망은 조용해지지 않는다. 때로 우리는 피곤함에 지쳐“단 하루만이라도 핸드폰 없이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다”라는 바람을 갖지만, 막상 핸드폰이 없으면 불안함을 느낀다. 이처럼 생각과 다르게 핸드폰이 없을 때 나타나는 분리 불안 증상은 현대인이 핸드폰에 얼마나 많이 의지하고 있는가를 보여준다. 저자는 현대인이 핸드폰에 갖는 애착을도널드 위니콧(Donald Winnicott)의 이행대상(transitional object)으로 설명한다. 이행대상은‘내가 아닌(Not-me)’유아의 최초의 소유물이다. 이것은 보통 아이가 일차적 사랑 대상(주로 어머니)과 감정적으로 분리되는 과정, 즉 잠자리에 들 때 또는 고통스러울 때 집어 들고 만지작거리며 손에 꼭 쥐고 있는 친숙한 장난감 종류나 담요 조각(어머니의 유방과 같은)을 의미한다. 이것을관찰자 입장에서 보면 이행대상은 환경에 대한 유아 경험의 상징이다. 쉽게 말해 어린아이가 내적현실에서 벗어나 사회적으로 연결된 외부 현실의 존재로 이행하게끔 도와주는 매개체이다. 현재의 시점에서 핸드폰은 우리가 도심 속에서 살아가며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매개체이자 이행대상인 것이다.소통의 편리함을 가져온 핸드폰은 개인과 도시, 개인과 개인 사이의 거리를 좁혀주었지만 마음의 거리까지 좁혀주지는 못했다. 오히려 많은 사람과 연락을 하다가 혼자 있을 때면 느껴지는 공허함은 SNS(Social Network Service, 이하 SNS) 중독으로 이어진다. 이는 촘촘해지는 연결망이관계의 본질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방증이 된다. 소통의 방법이 많아질수록, 우리는 처음 마주하는 낯섦 속에서 저마다의 방법으로 관계를 설정해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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획일화된 사회, 그 안에 잠재된 개성화

SNS는 현대인에게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표현방법이다. 사람들 사이의 관계망을 새롭게 구축하고 있는 SNS는 각자 자신만의 특색으로 세계 각지의 사람들과 소통하는 하나의 네트워크로 자리 잡았다. SNS의 가장 큰 특징은 개인의 성향이 드러난다는 점이다. 사실 인간 본성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개성화로, 누구에게나 끊임없이‘나만의 나’를 만들려는 본능이 잠재되어 있다. 하지만 우리는 개성화의 본능을 숨기며 사회의 규범과 약속을 따를 수밖에 없다. 본래 인간은 본능적으로 문화적 특징을 보고 익히는 모습을 타고났기에, 은연중 사회적 약속이라는 것이 학습되어 집단의 규범을 충실히 따르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나를 표현하고자 하는 욕망과 사회적 규범을따를 수밖에 없는 현실 속에서 현대인의 자아는 흐려지고 있다.이처럼 자아가 불명확한 현대인들은 다른 성향을 가지고 있는 타인과 만날 때, 부러움이나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보다‘나와 다르다’라는 배타적 감정부터 생기게 된다. 그렇다면 만약 자아의 경계가 모호해진다면 우리는 어떻게 될까? 정신분석학으로 살펴보면 자아의 경계선이 불확실할수록 편집장애, 조현증과 같은 망상이 발현될 위험이 커진다. 타인과 다른 내 모습을 고민할수록, 사회적 획일화에 녹아들어 나의 경계선이 모호해질수록 정신 건강에 더욱 해로운 것이다.자아가 확고한 사람일수록 스스로에 대한 합리화가 강해지지만, 확고하지 못한 사람은 자신에대한 질책이 늘어난다. 국립정신건강연구소에서는 최근 진행한 연구를 통해 현대인의 네 명 중 한명이 정신적 장애를 겪고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그들은 타인에게 이해를 구하기보단, 나의 문제점을 파고들며 치료하기 위해 정신과를 찾아간다. 하지만 이것이 옳은 방법인지는 깊게 고민해 볼필요가 있다. 때로는 나의 문제가 아닌, 아무에게도 이해를 구하지 않아도 되는‘나다운 자아’일수도 있기 때문이다. 획일화와 개성화를 고민할수록, 역으로 나의 생각과 마음을 지켜낼수록 나의자아는 건강해질 수 있다.

이타적인 삶을 학습하다

도시는 수많은 사람이 경제적, 정치적, 사회적 활동을 하는 복합적인 생활 공간이다. 이러한 공간에서 살아가기 위해 우리는 서로 배려하며, 공존하는 법을 배워나간다. 하지만 다양한 사람들 속에서 완벽한 공존이란 없다. 다만, 사회라는 큰 틀 안에서 여러 타인과 부딪히며 끊임없는 경험과학습을 통해 발전해 나감으로써 이타적인 삶을 조금씩 배워나가는 것이다.그렇다면 이타적인 삶이 학습되는 것임을 논증할 수 있을까? 오스트리아 정신과 의사 지그문트프로이트(Sigmund Freud)는‘즉각적 만족(immediate gratification)’과‘지연된 만족(delayedgratification)’을 정의하며, 우리가 본능적으로 가진 욕구 또한 학습될 수 있음을 설명했다. 예를들어 아이가 원하는 무언가를 위해 발을 구르며 떼를 쓰는 것은 즉각적인 만족을 충족하지 못했기때문인데, 점차 성장하면서 순간의 기쁨보다 이후의 기쁨을 경험하며 만족을 지연시키는 방법을배우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지연된 만족이며, 경험에 의해 이성적 사고로 전환된 경우이다. 이로써 인간의 발전은 이기적인 본능에서 이타적인 삶을 배워나감에 그 의미가 있음을 알 수있다.

이해와 공감을 말하는 책

이 책은 복잡한 도시에서 사는 현대인의 심리를 분석한 점에서 독자의 대상이 뚜렷하다. 하지만도시에 살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독자가 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상황을 분석하고, 목차에 나열된 22개의 주제는 우리의 고민이 하나로 묶일 수 없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책은 마음의 양식이 되기도 하지만 때론 우리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하나의 치료제가 되기도한다. 책이 가진 공감 능력은 마음이 괴로울 때 복잡한 생각을 정리하게 도와주며, 때론 생각을 바꿔 평온함을 가져온다. 마음을 치유해주는 공감의 치료제로 이 책은 어떨까? 삶을 이루는 주축은도시 생활의 편리함이 아닌 나를 채워주는 마음이다. 당신이 진정으로 도시에 머무는 이유를 생각해본다면, 나를 채워주는 것을 좀 더 가까이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도시 속에 살고 있지 않아도괜찮다. 이 책을 읽고 너와 나, 우리를 조금이라도 이해하게 된다면, 그만큼 나에 대한 이해의 폭도함께 깊어지며 건강한 마음의 길잡이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는것이 사회와 도시가 조금 더 행복한 곳으로 바뀔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라 믿는다.

 

김수애 | suaepic@khu.ac.kr

작성자: khug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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