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8호 사설] Proposal to Narcissist

 대망의 프로포절이 끝났다. 이번 학기 내에 꼭 논문을 제출하리라 다짐하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이내 직감한다. 프로포절 이전부터 논문을 준비해왔지만 수없이 반복되는 수정에 몇 개월이 지난 지금, 이렇다 할 결과물이 없는 게 사실이다. 몇 차례 지도교수님과의 면담을 통해 방향을 잡고, 틀을 만들어 내용을 구성해보지만 ‘개성이 없다’, ‘ 진부하다’는 말로 공든 탑이 무너지기 일쑤였다. 나의 논문 주제를 기억하지 못하는 게 화나는 것이 아니다. 본인의 코멘트를 담은 방향과 틀과 내용에 생소하게 반응하는 태도가 놀랍도록 소름 끼치는 것이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걸까? 나는 알고 있었다. 한 교수가 담당하는 지도 학생이 많으면 많을수록 나에게 할당되는 관심도는 현저히 낮아진다는 것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연구실을 택한 계기는 별다른 방안이 없었기 때문이다. 한 친구가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희 연구실은 좋은 환경이라고. 본인 지도교수님은 논문에 일체 관여하지 않으신단다. 같은 연구실 내 선배 혹은 논문을 잘 쓰시는 박사님께 소정의 사례를 하고 도움을 받는 게 관습이란다. 과연 이러한 관습은 누가 만드는 것이며, ‘지도교수’라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그저 연구실의 ‘방장’같은 존재일까? 하지만 이마저도 도움받지 못하는 원생이 있다. 오로지 혼자만의 힘으로 어렵고 힘든 길을 감내해야 한다고 호소한다. 모든 교수들이 그렇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존재 자체만으로도 아우라가 뿜어지는, 존경과 존엄의 대상이 있기 마련이다. 본받아야 마땅할 분들의 이면적인 모습을 마주했을 때,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어쩌면 순리대로 관습의 관습을 지켜내며 묵묵히 제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답을 들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신의 위치에서 그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가는 누군가에게 당신은 어떠한 존재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당신은‘제 살 깎아 먹기’를 하고 있지는 않은가?

작성자: khug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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