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호 특강취재: 학술단체협의회 여름 학술 특강 <분위기>] 몸으로 느끼는 미학, 분위기


 

경희대학교 일반대학원 학술단체협의회는 지난 7월 21일부터 5일간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서울교정 오비스홀 251호에서 2014년도 상반기 학술특강을 개최했다. <분위기>라는 제목으로 진행된 이번 특강은 독일의 철학자 게르노트 뵈메(G. Bohme, 1937~)의 간학제적 미학개념이자 미학의 실제이론인‘분위기(Atmosphare)’이론을 살펴보고자 기획됐다. 구체적으로 이러한 새로운 미학의 기본개념으로서‘분위기’가 연극과 기타 장르에서 어떻게 생성되고 지각되는가를 살펴봤다. 나아가 분위기라는 일상적인 개념이 연극화·미학화 돼가는 동시대의 사회문화를 비판하는 데 사용될 수 있는지 타진해보고자 했다. 특강 마지막 날, 김정숙(국민대학교, 극단 공터 대표) 강연자는 뵈메의 관상, 엑스터시 개념 그리고 기호, 상징이론과 피셔-리히테(E. Fischer-Lichte, 1943~)가 말한 공연의 창발성 개념에 대해 설명했다. 그리고 앞서진행했던 강의내용을 정리하는 시간도 함께 가졌다.

 

새로운 미학의 기본개념으로서의 ‘분위기’

뵈메는 그의 저서『분위기』(Atmosphare: Essays zur neuen Asthetik, 1995)와『지각의 미학』(Aisthetik, 2001)에서 분위기를 새로운‘미학적 개념’으로 포섭하고, 자신의 새로운 미학이라 할 수 있는 지각 이론의 중심개념으로 분위기를 내세운다. 강연자는 수강생들에게 ‘왜 이 새로운 미학이 요구되는가, 그리고 그 새로운 미학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볼 것을 주문했다. 결론은 뵈메가 바로 분위기 개념, 지각의 미학으로서 분위기 미학, 분위기를 분석해낼 수 있는 방법론적 개념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20세기 중반 이후 예술사와 연극사는 급격한 변화를 겪었다. 소위 1960년대 이후의 뉴 아방가르드와 포스트모더니즘 계열의 문학과 예술에서 몸과 감각 중심의 물질성을 통한 소통이 대두됐다. 더 이상 텍스트 중심, 언어/논리, 기호 중심의 예술이 아니라, 신체의 물질성이중점적으로 논의됐고 비평가들도 몸의 담론을 이야기했다. 이는‘몸의 귀환’이라고도 불렸다. 그렇다면 예술에 대한 철학적 학문이라 할 수 있는 미학에서 이 현상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가 발생한다. 과연 기존의 미학 개념으로 이러한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해 뵈메는 기존 미학의 개념에 대한 비판과 새로운 미학개념으로서 ‘아이스테시스(Aisthesis)’를 제안했다. 아이스테시스는 그리스 용어로‘인지하다’, ‘지각하다’, ‘지각’을 의미하는 말로, 뵈메에 의하면 20세기 중반 이후 미학은 새로운 미학과 인식론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것이 바로‘감각과 지각적 인식에 대한 이론’이며, 분위기는 기존의 미학적 논리로는 설명할 수 없고 지각의 이론(Aisthetik)으로 설명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일반 지각이론으로서의 분위기 미학

 그렇다면 ‘지각(Wahrnehmung)’은 사전적으로 무슨 뜻이고, 뵈메는 지각을 어떻게 정의할까? 강연자가 말하길, 지각한다는 것은 “몸으로 어떤 것의 존재함을 느끼는 것”이다. 지각의 미학은 몸으로 존재하는 방식에 대한 학문이며 지각은 나의 몸이 현재 존재함을 전제로 해 시각,청각, 후각, 촉각, 미각 등을 포함한 총체적 감각의 경험이다. 나아가 지각이란 몸으로 어떤 것의 존재함을 느끼고, 이것에 정서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뵈메는 이를 “Affektive Betroffenheit”라고 표현하는데, 바로 정서적·감정적으로 나에게 와 닿는 것이다. 마음을 콕 찌르는 느낌을 가지는 것이 지각이며 주관적 정서의 참여가 지각에 포함된다.

뵈메는 우리가 몸으로 지각하거나 어떤 것을 느끼기 어려워지는 것이 바로 현대의 문화양식 또는 삶의 방식이 우리의 지각방식을 결정짓는 스킴(Scheme)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가령 성과를 위한 일과 즐거워지기 위해 하는 일이 분리되며, 내가 분리 된다는 것이다. 또한 머리로 하는 일과 손으로 하는 일의 분리와 같은 근거들이 지각의 방식을 결정하는데, 이러한 삶의 근거들이 대상물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세상을 실재(Reality)의 연관관계로 바라보면서 자신을 읽는 것으로 보았다. 결국 몸으로 느끼는 나는 없다는 것이다. 뵈메에 의하면 “어떤 것의 현존재를 몸으로 느낀다”는 것은 사물과 환경, 인간과 세상에 대해 근본적이고도 총체적으로 지각하는 방식이다. 총체적이고도 근본적으로 어떤 것이 현재에 존재함을 느낀다는 것은 분위기를 지각하는 것이다. 분위기를 지각한다는 것, 분위기를 느낀다는 것은 전체적 ‘인상’을 보는 것이다.

 

연극적 분위기 – 공감각, 관상 그리고 사물의 엑스터시

분위기는 자연이나 일상의 영역에서도 경험되지만 특히 예술을 통해 강력하게 경험될 수 있다. 오늘날 연극학은 무대예술만을 연구대상으로 삼지 않고 대상을 인류학, 사회학, 문화학으로넓혀 논의한다. 강연자는 뵈메의 이론을 가장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분야도 연극학과 공연학일 것이라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이어서 강연자는 연극적 분위기란“자신이 존재하는 현재에 나타난 연극적 주위환경에 대한 주체의 공간경험”이라고 말했다. 연극적 분위기를 만드는 것은 빛, 날씨, 소리, 냄새와 같은 ‘분위기적인 것’이다. 그 밖에 공연의 분위기를 만드는 것으로서 뵈메의 개념을 사용하면 인물이나 사물의 관상이 있다. 관상은 인물이나 동물, 식물, 풍경의 성격(Character)을 의미하는데, 분위기 미학에서 성격이 있다는 것은“어떤 존재가 느낄 수 있을 때”이다. 즉, 관상은 모든 분위기의 성격을 만드는 ‘생성자’다.

관객이 지니게 되는 감정은 연출된 분위기에 의한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연출된 분위기가 관객에게 받아들여지는가? 뵈메에 의하면 지각하는 자는 사물의 속성을 기능적으로 파악하지 않고 몸으로 감흥이 된다고 보았다. 그는 이를 공감각(Synasthesien)으로 설명하는데, 분위기를 지각할 때 우리의 감각은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을 개개의 감각기관으로 사용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공통의 감각, 전체의 감각(Gemeinsinn)을 사용하여 총체적으로 지각한다고 본 것이다. 그런데 만약 지각의 대상으로서 사물의 분위기를 느낀다면 뵈메는 이를 ‘사물의 엑스터시(Ekstase)’라고 했다. 엑스터시란 사물의 구성과 배치 그리고 고유의 성격이며 뵈메에 의하면 사물은 엑스터시 할 때 그 분위기가 지각될 수 있다. 즉, 사물의 엑스터시란 “사물이 그 자체로서 자기 자신으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것”이며 개개의 사물의 성격이 아니라 그 총합이다.

 

분위기와 상징 그리고 공연의 창발적 의미형성

분위기와 의미의 관계를 형성하는 개념들이 몇 가지 있다. 그중 뵈메의 기호와 상징이론 그리고 피셔-리히테의 공연의 창발성 개념이 대표적이다. 뵈메에 따르면 분위기를 파악한다는 것은 기호보다는 상징을 의미한다. 왜냐하면 상징은 그 사물의 물성에서 파악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왕관은 왕의 권위의 상징이고, 메르세데스 벤츠는 오늘날 부의 상징이다. 이들은 각각 눈에 보이지 않는 권위와 부의 상징인 동시에 물성을 지니고 소유한다. 그것 자체로 존재하고 지각되는 것이다. 관객이 연극을 미학적으로 체험하고 수용하는 것은 결정적으로 공연의 분위기와 분위기의 표현에 달려 있다. 공연의 기호성은 바로 분위기 파악에 있다. 관객은 연극공연을 보면서 대사를 통해 상황에 대한 정보와 언어적 의미를 제공받지만 그러한 언어의 의미가 완결되진 않는다.

즉, ‘어떤 의미가 주체에게 다가오는 것, 주체에게 의미가 되었다’, ‘감동했다’는 공연의 분위기를 통해 전염된다는 것이다. 피셔-리히테에 의하면 관건은 공연의 창발성과 분위기 개념의 관계에 있다. 창발성의 개념은“모티브 없이 떠오르는, 그러나 부분적으로 뒤에 설득력 있게 드러날 수 있는 현상”을 의미한다. 창발성의 가장 큰 특징은 “다양한 의미들이 주어진 콘텍스트(Context)에 따라 다르게 생성되어 질 수 있다”는 비지속성을 띤다는 점이다. 즉, 이러한 창발적 기호성은 “열려있으며 끝나지 않는 기호적 과정들”에 의해 형성된다. 이때 의미를 떠오르게 하는 근거는 “이미 전부터 가지고 있던 기억과 이 기억과 연관된 그 이전에 경험한 것, 배운 것, 체험한 것에 대한 연상, 단 한 번 있을 수 있는 특수한 주체적 경험과 상호주체적으로 유효한 문화적 코드”에 기인한다.

김정숙 강연자는 창발성의 개념을 정리하며 “이유도 모티브도 없는 현상의 나타남은 연이은 지각을 불러일으키는 일종의 전제이며 그 자체의 현상적 존재로서 가장 먼저 지각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지각된 것에 대한 기표가 흐려지기 시작하면서 다양한 연상, 상상, 기억, 느낌, 감정, 생각과 함께 기의와 연결된다”고 밝혔다. 끝으로 강연자는 “앞으로 분위기를 우리의 몸으로 지각함으로써 내가 현재 존재하고 있다는 감정을 느끼며 자신의 상태를 점검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자”고 주문하며 강의를 마무리했다.

 

황성연|betabori@khu.ac.kr

 

그림 설명 및 출처

– 그림1: 게르노트 뵈메(G.Bohme, 1937~) (출처: de.wikipedia.org)

작성자: khug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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