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8호 기획:의료과잉] 한국의 의료과잉 현실, 원인과 대책

누구나 한 번쯤 자신이 받고 있는 의료진료나 치료가 의료과잉은 아닐까 의심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과잉진료를 비롯한 의료과잉은 어느 나라나 일어나는 것이지만 한국의 경우 그 형태가 독특하다. 우리나라 의료과잉의 현실과 원인을 알아보고, 이러한 원인들에 대해서 논의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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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공자의 말은 의료에서도 통한다. 미국의 경우 매년 98,000명이 병원에서 진료행위 중 초래된 의료사고로 사망하는데, 이는 당뇨와 알츠하이머성 치매에 이어 6번째 사망원인에 해당한다.1) 의료사고의 증가는 의료서비스 과잉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근거중심의학이 오랫동안 의료계의 주요 키워드였다면, 이제는 의료과잉(Medical overuse)의 억제를 통한 작고 효율적인 진료(reducing practice)가 국제적인 주된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히포크라테스 선서 이래로 의사에게 부과된 최고의 도덕적 의무는 환자에게 선을 행하고 해악을 끼치지 않는 것이다. 의사들의 마지막 자존심인 의학전문직업성(medical professionalism)은의사라면 언제나 환자의 최선의 이익을 위해 행위 할 것이라는 믿음에 근거하고 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의 이러한 믿음의 균열 조짐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당장 꼭 필요한 치료가 전혀 아님에도 마치 꼭 필요한 치료인 것처럼, 그리고 이 치료를 하지 않으면 병이 갑자기 나빠질 것처럼 환자에게 설명한다면 이는 아주 정직하지 못한 진료입니다.”2016년 6월 2일 공영방송인 KBS는 <우리가 모르는 병원이야기> 다큐 프로그램을 통해 국내 의료계의 과잉진료 문제를 작정하고 다루었다. 방송에서 한 주부는 이사 후 새로운 치과를방문하여 각각 210만 원, 165만 원의 충치치료 견적을 받는다. 그런데 대학병원에서는 19,260원의 특진비 외에 관찰만으로 충분하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또한, 적응증이 안 되는 허리 통증환자를 수술하는 병원에 대해 한 대학병원의 신경외과 교수는“이것이 바로 과잉진료고 과잉수술”이라며 분노한다. 방송은 국내 갑상선암 발생률과 수술률이 최근 세계 최고 수준으로 급증한것에 대해서도 과잉진단, 과잉수술의 가능성을 제기한다. 방송 후 각종 언론에서는‘치과에서 과잉진료 피하는 법’‘, 과잉수술 안 하는 양심적인 척추전문병원’을 애써 내세우는 반전 광고들이이어지고 있다.

 

과잉진료의 정의와 분류

과잉진료(overtreatment)란 불필요한 의료라고도 하며, 환자의 건강증진에 거의 이득이 없거나 도움이 된다는 증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시행되는 진료나 시술로 정의된다. 진료 과정에 따라 과잉검진(overscreening), 과잉진단(overdiagnosis), 그리고 과잉진료(혹은 과잉치료,overtreatment)로 구분하기도 하고 이를 아우르는 용어로 의료과잉이라는 개념을 사용하기도 한다. 의료과잉은 환자에게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이익이 거의 없거나 근거가 없는 치료 행위로정의되는데, 여기서 이익이란 제공된 치료행위가 주는 이익에서 해악을 뺀 순이익을 뜻한다. 예를 들어 심혈관질환의 예방을 위한 저용량 아스피린의 투여 시 치료가 가져오는 해로움(비용, 출혈, 위장관장애 등)은 확률적으로 정해진 반면 치료가 주는 이익은 환자가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과 같은 질환이 있는 고위험군인 경우가 건강한 저위험군인 경우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높다.따라서 아스피린 투여가 고위험군의 환자에게는 순이익이 더 많을 것이고, 저위험군의 환자에게는 상대적으로 과잉진료가 될 수 있다. 과잉진료의 반대 개념으로서, 꼭 필요하거나 환자에게 이로운 진료행위를 의료외적인 이유로 생략하거나 축소하는 것을 과소진료(undertreatment)라한다. 질병별로 수가가 정액으로 정해진 포괄수가제의 경우, 의료행위를 적게 할수록 수입이 많아져 자칫 필요한 조치를 생략하거나 값싼 진료로 대처하고 싶은 유혹에 빠질 수 있다.

과잉진료는 모두 비윤리적인가?

국내에서 일반인들은 과잉진료의 주원인이 경제적 이득을 위해 환자에게 불필요한 진료를감행하는 병원과 의사들의 비윤리성에서 온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의사의 윤리성과 무관한 제도나 시스템적 요인에 의한 과잉진료이다. 한국은 인구대비 갑상선암 발생률과 수술건수가 세계 최고인데 주된 원인은 종합검진 항목에 갑상선 초음파가 들어간 것이다. 한국인이 외국인에 비해 갑상선암에 잘 걸리는 것이 아니라, 검사 수가 늘어나 숨겨진 환자들이 많이 발견된 것이다. 갑상선암은 생명을 위협하는 경우가 매우 적은 소위‘순한 암’이기에 수술이 늘었다고 해서 사망률이나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그렇기에 갑상선암은 과잉검진이 과잉진단으로, 그리고 과다수술로 이어진 전형적인 예이다.
또 다른 예로는 고혈압을 들 수 있다. 2017년 11월 미국심장학회에서는 목표 고혈압 기준을140/90mmHg에서 130/80mmHg로 낮춰 발표하였다. 이러한 기준을 국내에 적용하게 되면 발표 이전에는 고혈압 전 단계로 분류되던 130-139/80-89mmHg의 사람들이 졸지에 모두‘환자’로바뀔 형편이다. 아직 국내 역학 자료가 없는 상태에서 비만 인구가 많은 미국의 진단기준을 그대로 가져다 쓰게 되면 과잉진료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러한 사례들은 모두 의사 개인이나 병원의 책임 또는 비윤리성과는 무관하며 정상적인 진료과정에서 발생한 의료과소비나 진단기준의 문제이다. 이뿐만 아니라 대다수 국민들이 가입한 실손보험의 등장 이후 의학적 적응증이 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환자가 요구하는 과잉진료 때문에 의사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외래에서 가능한 검사를 입원해서 해달라거나 입원 기간을 늘려서라도 보험료를 더 타내려는 환자들의 요구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의료영역은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의해 작동되는 여타의 시장영역과 달리 공급자가 수요를인위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특수성을 지닌다. 이는 정보의 비대칭에 의한 것으로, 전문적 지식을 가진 의료공급자는 환자를 대신하여 의료서비스의 종류와 양을 결정함으로써 자신의 경제적이익을 추구할 수 있다. 진료 서비스 항목마다 가격을 지불해야 하는 현재의 행위별수가제는 과잉진료로의 유인 동기가 매우 강한 제도이다. 의사가 경제적 유인에 동기화되면, 환자의 방문횟수를 늘리거나 불필요한 의학적 검사나 서비스를 유도할 수 있다.
그런데 똑같이 행위별수가제를 채택하고 있는 미국과 한국에서 과잉진료의 논점이 서로 다른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의료수가가 비싸기로 유명한 미국의 경우는 잘못된 진단기준과 적응증 등 근거 부족이 과잉진료 문제의 핵심이라면, 진료비가 원가 이하로 책정된 한국에서는 환자 방문 횟수 늘리기, 검사의 남용 등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이는 의료 행위에 대해 지불하는 수가의 차이가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행위별수가제는 이렇게 적정한 수가가 보장되지 않을경우 과잉진료를 유발하는 요인으로 작용해서 윤리적 민감성을 떨어트릴 수 있다. 국내 의료계의 과잉진료 문제는 보건의료 영역에 대한 정부의 강한 규제와 지나치게 낮은 의료수가가 풍선효과로 이어진 이른바 정부 실패의 현상이다. 또한, 환자가 진료와 관련된 불만이나 민원제기를 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방어적 차원에서 각종 검사나 진료행위를 동원하게 된다고 한국 의료계는 주장하고 있다. 이런 점들을 고려한다면‘과잉진료는 의사의 잘못된 이윤추구행위’라는 단순한 도식에서 벗어나 진료의 단계와 제도적, 문화적 맥락을 총체적으로 다루어야 한다.

과잉진료를 근절하려면?

흔히들 제시하는 과잉진료에 대한 강력한 법적 규제나 의사들에 대한 윤리교육이 문제의 근본 해결책이라 할 수는 없다. 보다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위에 언급한 다양한 원인에 대해행위 주체별로 각자가 져야 할 몫을 분담해야 한다. 의사들은 의학전문직업성에 입각하여 윤리교육과 자율규제를 강화해야 한다. 또한, 역학 연구들을 더욱 활성화하여 국내 환자에게 맞는검사, 진단, 치료 기준을 마련하려는 학문적 노력이 필요하다. 환자들과 소비자단체도 실손보험 등을 빌미로 과도한 의료이용을 자제하는 성숙함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는 보험금 때문에 외래에서 충분히 가능한 검사를 입원해서 받거나 치료가 종료되었음에도 입원일자를 늘리려고 하는 것이 환자 주도의 과잉진료이다. 이는 비합리적이며 의사의 전문성을 위협하고 궁극적으로보험료를 인상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정부도 현행 행위별 수가제나 국공립병원을 포함한 대부분의 병원에서 도입 중인 진료실적 위주의 의사 성과급제에 대한 체질개선을 통해 과잉진료의 동기부여를 차단하려는 정책적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
그러나 과잉진료 근절 문제의 주도권은 의사와 의사단체가 가지고 갈 수 밖에 없다. 세계의 많은 의사는“오래전부터 계속 과잉진료는 비효율적일 뿐 아니라 부적절하며, 이득이 없거나 오히려 해가 되고 건강을 악화시킬 수 있다”며 과잉진료 근절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현 정부의 대표적 보건정책인‘문재인 케어’도입을 앞두고 의료계와 정부의 샅바싸움이 치열하게 진행중이다. 모처럼 건강정책의 큰 틀을 다시 짜려고 한다면 졸속 도입으로 화를 부르기보다는 사회전체가 머리를 맞대고, 환자에게 해악을 줄 뿐 아니라 의사들의 전문직업성에 손상을 주는 과잉진료에 대한 대책을 담아낼 수 있어야 한다.

 

정 유 석 / 단국대학교 의과대학 가정의학교실 교수

 

 


1) Institute of Medicine. To err is human: building a safer health system. November 1, 1999.

작성자: khug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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