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8호 인터뷰: 조명래, KEI(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원장] 생태계와 인간사회의 상생

최근 정부에서 발표한 개헌안에 토지공개념이 포함되면서, 토지가 갖는 공공성과 사유재산권의 상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에 대해 논란이 많았다. 대한민국은 자본주의 국가이지만 국가를 이끌어나가기 위해서 정부의 개입은 불가피하다. 본보는 지난 4월 17일 조명래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orea Environment Institute, 이하 KEI) 원장에게 공간정치경제학적으로 바라본 상생의 가치와 토지공개념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조명래가 생각하는 더불어 사는 공간

 

Q. 원장님은 스스로를 공간정치경제학자라고 칭하시는데요. 공간정치경제학이란 무엇인가요?

공간정치경제학은 프랑스와 영국을 중심으로 발생한 비판적 사회이론의 한 분야로 공간을 마르크스의 정치경제학적인 관점에서 바라봅니다. 근대 자본주의 사회가 갖고 있는 문제를 환경과 공간이라는 눈으로 들여다보는 것이죠. 주택 불평등, 지역 간 불평등, 환경재 차단 등과 같은 공간에서 발생하는 자본주의 사회문제를 행정학적 접근이나 경제학적 접근으로만 다가가면, 이면에 존재하는 근본적인 불평등한 사회구조를 이해할 수 없습니다. 공간정치경제학은 이러한 사회문제의 근본적·구조적 원인을 찾아내고 급진적인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학문입니다. 한국에는 1980년대 자본주의 경제의 급격한 발전으로 토지주택문제나 환경문제와 같은 사회문제가 생기면서부터 공간정치경제학이 도입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나라의 토지문제와 환경문제는 자본주의의 구조적 문제와 결부되어서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기 때문에, 그 문제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서는 공간정치경제학적 관점이 필요합니다.

Q. 강서지역 특수학교 설립 문제와 같이 상생과 개발 사이에서 발생하는 도시 공간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발언을 하고 계시는데, 원장님이 생각하시는 이상적인 도시 공간은 무엇인가요?

공간은 태생적으로 사람의 신체 주위로 형성되어있습니다. 따라서 인간에게 진정한 공간은 신체작용이 이루어지는 장이죠. 이는 앙리 르페브르(Henri Lefebvre)와 같은 마르크스주의 공간 철학자들이 공간을 규정하는 개념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공간의 주체가 내가 될 수 없습니다. 공간 자체가 상품화되어있어 내가 자본주의 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위력을 갖고 있지 않다면, 내 삶을 온전하게 살아가는 터전으로써 공간에 대한 접근이 근본적으로 차단되는 것이죠. 따라서 진정한 도시 공간은 인간 본래의 삶이 형성되고 확보되는 도시 즉, 사람 중심의 도시라고 생각합니다. 이와 같은 도시 공간은 많은 유토피아 이론가들이 꿈꾸는 공간이며, 역사적으로 본다면 고대 그리스의 아테네나 폴리스와 같은 도시라고 생각합니다.

Q. 원장님의 연구들을 보면 도시 공간뿐만 아니라 자연환경과의 상생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으신 것 같습니다. 언제부터 자연환경에 관심을 갖게 되셨나요?

1990년대 초반 영국에서 유학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서 그동안 공부했던 공간정치경제학적 관점을 현실에 적용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공간 환경 문제의 일환인 도시건설문제,교통문제, 환경오염문제를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활동을 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관심대상이 자연환경에도 옮겨가게 된 것이죠. 그래서 환경에 대한 학술적 연구를 많이 했고, 환경 관련 학회의 학회장 및‘환경정의’와 같은 환경단체의 대표직을 맡기도 했습니다.『 환경과 생명』과 같은 환경 잡지의 편집을 하기도 하고, 환경 관련 글을 쓰는 경우도 많았습니다.이렇게 다양한 형태로 환경운동을 이어나가게 되면서 더욱 환경과의 상생에 대해 관심이 커졌습니다.

 

토지공개념의 출발과 미래

 

Q. 개헌안을 통해 많이 알려진 토지공개념도 상생의 문제와 관련이 깊습니다. 토지공개념이란 무엇인가요?

토지공개념은 1976년, 당시 신형식 건설부 장관이‘우리가사적 소유의 개념을 바꾸지 않고는 투기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고 발언하면서 나온 개념입니다. 사실 근대 소비사회 초기부터 토지 사유화에 대한 공적 제한 논의는 이미 자유주의 철학자들을 통해서 제안되어 왔습니다. 모든 생태계는 토지 위에 상호의존적 연결망을 구성해서 살아갑니다. 그 속에서 인간의 삶을 두드러지게 구축해 놓은 것이 인간사회인 것뿐이기에 생태계나 인간사회나 상관없이 토지라는 것은 본래 공공재입니다. 토지의 사유재산권은 사회의 제도로 인해 생기는 것으로 법이 없다면 사유재산권이라는 존재 자체가 성립이 안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토지공개념은 토지가 본래 가지고 있는 생태적 공공성에 기반을 두어 토지의 소유·개발·이용·처분과 같은 활동에서 공공성을 더 우선시한다는 개념입니다.

Q. 우리나라에서 토지공개념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었으며, 앞으로 어떻게 자리잡을까요?

토지공개념을 자본주의 헌법에 포함한 것은 1919년 독일의바이마르 헌법(Weimarer Verfassung)이 최초입니다. 그 이후 대부분 국가에서 토지에 대한 공공성을 법률로 규정하고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박정희 정부 때부터 토지 공공성을 강화하려는 시도들이 있었습니다. 1989년에는 소유권 규제나이용권 규제가 가능한 토지공개념 삼법(三法)이 나왔는데, 그후에 위헌 판정을 받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는 토지공개념의 개념이나 원칙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이를 구체적인 법으로 제도화할 때 부분적으로 헌법의 사적 소유 원칙을 충분히담아내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노무현 정부는 2003년에 토지문제와 부동산 문제가 다시 불거지자 국회 신년연설에서 토지공개념을 도입한다고 발표했고, 실제 제도화된 것이 현재 종합부동산세나 공시가 제도와 같은 여러 부동산 제도입니다.하지만 여전히 부동산 투기 문제는 심각하며, 토지 공공성을보장하는 제도도 부족합니다. 그래서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토지공개념의 원칙을 다시 세우기 위해 헌법에 토지공개념을 명시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이는 헌법을 준거하여 세제(稅制), 부동산 거래 규정, 도시개발 및 모든 토지 분야에서 보다확실하게 토지공개념을 바탕으로 하는 수단을 강구할 수 있게되는 것입니다.

Q. 토지공개념 개헌안은 환경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토지라는 것은 사람과 자연이 모두 살아가는 공간이므로 토지공개념에 기반을 두어 자연을 파괴하면서 과도하게 경제이익을 추구하는 토지개발 행위 등을 통제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영국에서는 1947년 국토 도시계획법을 통해 소유권과 개발권을 분리했습니다. 예를 들어 5층 건물을 10층으로 재개발을 한다고 하면, 그것은 공동체에 더 많은 주거지역을 제공하려는 공헌적인 이익을 위해서 하는 도시개발인데도 불구하고 특정 개인에게 불로소득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러한 경우에는정부가 개발권의 이익을 환수해 환경보호 등 공헌을 위해 사용합니다. 혹은 토지 개발로 발생되는 토지 공공성보다 현재토지가 가진 생물학적 생태계를 보전하는 것이 가치가 더욱 높다면 개발을 금지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이와 비슷한환경정책은 그린벨트 제도가 있습니다. 앞으로는 영국의 사례와 같이 우리나라에서도 토지공개념 개헌안을 통해 환경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되는 정책이 많이 나올 것이라 기대합니다.

 

‘대한민국의 녹색화를 꿈꾸며

Q. KEI의 원장으로 취임하시며‘생활환경부’를 신설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신설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모든 환경문제는 자연에서 자원을 채취해 쓰고 버리면서생기는 오염물질에서 유발됩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러한 오염이 자기와는 멀리 있는 곳에서 발생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연의 자정능력을 넘는 과도한 오염이 지속되면 생태계가 망가지고, 생태계에 축적된 오염물질이 나의 근생활 환경에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미세먼지 문제입니다. 우리나라는 미세먼지량도 높은 편이지만 더욱 심각한 것은 미세먼지 노출도가 OECD국가 중 1위라는 것입니다.
이제는 환경문제가 생활의 문제가 되었으며, 나아가서는 생명의 문제가 된 것이죠. 그래서 KEI에 부임 후 기존의 대기질 연구, 토양 연구, 폐기물 연구 부서를 생활환경 연구와 사회 환경 연구 부서로 개편했습니다. 생활환경부에서는 어떠한 유해물질이 우리 주변을 순환하고 있는지 알아보고, 신체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정확하게 규범화하는 연구를 합니다. 이러한 연구는 환경문제를 요인별로 척결하는 정책을 마련하기 위한 초석이 됩니다.

Q. 원장님이 생각하시는 올바른 환경평가란 무엇인가요?

환경영향평가는 환경정책을 실현하는 아주 중요한 수단입니다. 올바른 환경가치를 실현하는 방법은 어떠한 정치가도처음부터 알 수 없죠. 그렇기 때문에 환경평가를 통해 환경정책이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예측하고, 앞으로 생길 수 있는 문제점을 사전에 짚어보는 겁니다. 하지만 여러 정책의 틈바구니 속에서 환경평가가 왜곡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대강 사업이 이와 같은 경우라고 볼 수 있죠. 올바른 환경평가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평가 절차에서 독자성, 전문성, 자율성이 보장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환경이 조성되었다고 해도 완벽한 환경평가를 만들어 낼 수는 없습니다. 연구원의 평가기법이 달라지기도 하고, 무엇보다 새로운 환경문제가 계속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하드웨어적인 환경문제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적인 환경 불평등과 같은 문제에 대한 평가 기준 마련이 꼭 필요합니다. KEI에서는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인간이 개입하지 않고도 아주 정교하게 평가할 수 있는 기법의 개발 등과 같이 새로운 환경가치를 제대로 평가하기 위해 환경평가의 혁신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Q. 올바른 환경정책을 펼치기 위해서 무엇을 노력해야 할까요?

우리나라의 녹색화를 이루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환경문제를 경제학과 결합하는 것입니다. 최근에 화제 되는 폐비닐 수거문제는 환경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시장 논리에 의해 접근하고 있습니다. 폐비닐을 정부가 수거해가는 것이 아니라 민간업자가 수거해서 재활용을 위해 팔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폐기물은 이미 환경오염 요소가 아닌 제품적 성격을띠게 됩니다. 또한, 폐비닐은 신제품으로 재활용하지 않고 땔감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폐비닐의 끝은 소각이며, 소각은신체에 유해한 여러 물질을 만들게 됩니다. 정부는 이러한 형태를 재생산 에너지라고 포장해주고 있는 격입니다. 이 외에도 많은 폐기물 재활용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는 자원 소비의 감축을 일어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더욱 마음 놓고 소비하게 만듭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1인당 비닐봉지 사용량은 핀란드의 네 배가 넘습니다. 이 외에도 여러 환경문제가 철저하게 자본주의 시장 논리대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진정한 녹색화는 우리가 자원을 적게 소비함으로써 환경을 보호하고 생태계를 보존할 때 일어납니다. 정부도 경제적 원리보다는 환경문제가 가지고 있는 내재적 가치를 기준으로 환경정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Q. 원장님처럼 전문가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대학원생들에게 격려의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우리나라는 대학에도 과도하게 시장 원리가 도입되어있습니다. 입학할 때부터 경쟁하면서 들어오죠. 또한, 교수들이 연구를 선택할 때, 학생들이 자기 전공 선택할 때 학문의 진정성을 기준으로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인 기준으로 선택하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교수 생활을 했는데 많은 학생이 진정한 연구보다는 학위 취득이나 친분 등에만 관심을 가지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저의 대학원 생활을 돌이켜보면 4~5년동안 오로지 연구에만 매진했는데도 불구하고 박사학위를 취득하는 것이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에는 학위 취득에 대하여 상대적으로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서 안타깝습니다. 대학은 인간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아보고,중요한 가치가 무엇이며 근본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곳입니다. 대학원생은 준 학자이기 때문에 이러한 점을 잘 새기고,대학원 생활을 도구나 수단으로써 생각하지 않고 학문의 질적 측면을 높이려고 한다면 나중에 좋은 결과로 돌아올 것입니다.

대담·정리: 주예진 | jyj6241@khu.ac.kr
사 진 : 최유락 | cyr6160@naver.com

 

작성자: khug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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