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7호 기획 : 여론 조작과 미디어 법] 신뢰받는 미디어 환경을 위한 제언 -인터넷 댓글 조작, 가짜뉴스를 중심으로-

 

이전 정부가 언론을 장악하고 있었다는 배후조종설과 이를 뒷받침하는 여러 정황이 드러났다. 선거철마다 온라인 댓글에 국정원이 개입하여 댓글 내용을 조작해왔던 것은 이미 전 국민이 알고 있는 사실이다. 좀처럼 평온을 찾기 어려운 미디어 환경에서 미디어 법의 현황을 파악해보고, 국민의 알권리를 지키기 위한 방안에는 어떤 법률이 존재하는지, 국민이 노력해야할 점이 있다면 무엇인지에 대하여 논의해 보고자 한다.

 

▲ 2018년도 한국 자유지수 점수 ⓒ freedomhouse

 

2011년, 4개의 종합편성 방송채널 사용사업자와 2개의 보도전문 방송채널 사용사업자가 등장하면서 미디어가 다양해졌다. 하지만 방송사업자들은 제한된 방송 광고 시장에서 콘텐츠 제작의 주요 재원이 되는 방송 광고를 선점해야하기에, 광고주 관련 기업과 관련된 비판적 보도를 함에 있어 자유롭지 않다. (주)문화방송, 한국방송공사 등 공영방송의 이사 추천, 임명권 및 사장 임명권 등이 행정부에 편향되어 있고, 정부·여권에 우호적인 인사들이 공영방송을 지배하면서 언론의 자유가 제한 내지 침해될 우려가 크다. 최근에는 인터넷을 이용하여 군 조직이나 정보기관을 동원해 우호적인 댓글을 작성하고, 가짜뉴스 등을 유통하며 여론을 조작하는 사례가 다수 발생함에 따라 이를 강력하게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아지고 있다. 아래에서는 가짜뉴스, 인터넷 댓글 조작 등을 중심으로 여론 조작의 움직임,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현행 법제도 등을 살펴보고 신뢰받는 미디어 환경을 위한 방안을 제시하기로 한다.

 

여론 조작의 움직임

최근 인터넷 댓글을 조작하는 방법으로 인터넷 이용자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고, 그릇된 사회적 공감대 및 특정 세력에 우호적인 반응을 형성하는 여론 조작의 움직임이 포착됐다.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는‘포털사이트 네이버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청원이 제기되었고, 이에 정혜승 청와대 뉴미디어 비서관은“네이버도 직접 해명하는 것보다 객관적인 수사를 자처했다”며“20만 명이 넘는 국민들이 의구심을 갖고 있고, 회사가 수사까지 의뢰한 상황이라면 수사기관이 신속하고 철저하게 진실을 밝히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고 밝힌 바 있다. 이뿐만 아니라 인터넷 댓글 조작에 그치지 않고, 독자들이 오해하도록 의도적이고 거짓임을 검증할 수 없는 가짜뉴스(fake news)를 유통하여 진실을 왜곡하면서 여론 형성의 기초가 되는 사실관계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는 사례도 발생했다. 주로 인터넷 포털, 게시판, 소셜네트워크 서비스에서 발생하는 댓글 조작 또는 가짜뉴스는 특정 사안에 대한 국민들의 올바른 판단을 방해하고, 왜곡된 여론을 형성·전파한다. 이는 정보 접근권, 알 권리, 표현의 자유 등 국민의 기본권을 위협함과 동시에 미디어에 대한 신뢰성을 저하하는 부정적인 효과를 초래한다.

 

입법부의 대응과 헌법재판소의 입장

입법부는 지난 2월 1일, 인터넷을 통한 댓글 조작, 가짜뉴스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포털 댓글 조작 방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신설된 규정안은 다음과 같다. 첫째,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해 부당하게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여론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 징역 또는 벌금을 과한다. 둘째, 정보검색서비스를 제공하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검색내용·검색순위 등 검색결과를 공정하게 제공할 의무를 부여한다. 이와같은 개정안에 더불어민주당은 가짜뉴스 신고센터를 운영하며 3월 5일 기준, 총 449건의 가짜뉴스에 대해 유포 책임을 묻기로 했다.

그러나 입법부와 정당의 이러한 움직임은 2016년 헌법재판소가 결정한 내용과 상이하다. 헌법재판소 신문의 진흥에 관한 법률을 살펴보면 “인터넷신문이 거짓 보도나 부실한 보도 또는 사회윤리에 어긋나는 보도를 하는 경우 독자로부터 외면을 받아 퇴출당할 수밖에 없다”, “ 인터넷의 특성상 독자들이 적극적으로 기사를 선택하여 읽고 판단하기에, 인터넷 신문만을 위한 별도의 추가 법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성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명시되어 있다. 위와 같은 법률은 결국, 인터넷신문 독자를 다른 언론매체 독자보다 더 보호하여야 할 당위성을 찾기 어렵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입법부, 정당 등의 움직임은 미디어 특히 인터넷 언론에 대한 신뢰성을 더는 담보할 수 없다는 시각에서 시작된 것이다. 댓글 조작 또는 가짜뉴스라는 사실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이른바 의혹 단계에서 인터넷 미디어에 대한 규제 등을 강화한 셈이다. 이는 인터넷상 의사를 형성 · 전파하는 매체의 역할을 축소시킬 뿐만 아니라 자율성을 기반으로 창의적인 정보를 생산하는 인터넷 미디어 집단의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는 우려로 이어진다. 따라서 미디어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국가가 강한 규제를 하면 할수록 미디어 생산자 및 그 이용자의 활동은 저하되고, 자연스럽게 국민들의 기본권이 제한되거나 침해될 개연성은 높아진다.

 

미디어로 인한 피해자 보호를 위한 현행 법제도 현황

우리나라 헌법은 언론·출판의 자유가 보장되더라도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할 수 없으며, 이를 침해한 경우 피해자에게 피해 배상을 하도록 규정(헌법 제21조 제4항)하고 있다. 인위적인 댓글로 여론을 조작하거나 가짜뉴스로 타인의 명예나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는 허용되지 않는다.

미디어로 인하여 피해를 본 경우 그 피해를 구제하기 위한 법률은 다양하다. 대표적으로「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 있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피해를 본 자는 언론사등을 상대로 정정보도청구권, 반론보도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둘째, 피해자 또는 언론사가 정정보도청구 등과 관련하여 분쟁이 있는 경우 언론중재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할 수 있다. 셋째, 피해자 또는 언론사는 정정보도청구 또는 손해배상의 분쟁에 관하여 언론중재위원회 중재부의 종국적 결정에 따르기로 합의하고 중재를 신청할 수 있다. 넷째, 피해자는 법원에 정정 보도와 손해배상 청구를 제기하는 방법으로 그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도 피해자 구제를 위한 법률 중 하나이다.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일반인에게 공개된 정보로 사생활 침해나 명예훼손 등 권리가 침해된 경우, 그 침해를 받은 자는 해당 정보를 처리한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정보 삭제 또는 반박내용 게재를 요청(임시조치제도)하는 등의 방법으로 피해확산을 예방할 수 있다. 이 밖에 형법상 명예훼손, 업무방해 등을 이유로 고소하거나, 민법상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방법으로도 금전적 배상이나 피해구제를 받을 수 있다. 따라서 댓글 조작 또는 가짜뉴스 등으로 인한 피해를 구제하기 위해 미디어 생산자나 이용자 등을 상대로 과도한 규제만을 가하는 것은 근본적인 문제점 해결방안이 될 수 없을 것이다.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 대학(MIT:Massachusetts Institute of Technology)에선 지난 3월 8일 다음과 같은 연구보고서를 사이언스에 게재했다. “로봇은 행동에 대해 명확한 인식이 없고 그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인식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거짓된 정보가 로봇에 의해 온라인에 유통된다고 생각하지만, 거짓의 트윗이 진실한 트윗보다 6배 더 빨리 전파되는 등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거짓된 정보를 전파하는 주요 원인은 그 이용자인 사람이다.” 이 같은 연구결과 내용은 댓글 조작 또는 가짜뉴스의 원인에 대한 충분한 연구 필요성을 시사하고 있다.

 

신뢰받는 미디어 환경조성을 위한 개선방안

미디어의 긍정적 효과와 부정적 효과를 균형적이고 조화롭게 보장하기 위해서는 댓글 조작의 진위확인과 그 주체 원인 및 효과를 가짜뉴스를 판별하는 구체적 기준, 방법에 대해 충분히 살펴봐야 한다. 그 뒤에 미디어 신뢰성을 하락시키는 댓글 조작 또는 가짜뉴스 등의 규제 필요성을 논의해야 할 것이다. 또한, 뉴스 댓글 분야의 사용자 의견을 수렴할 ‘댓글 정책 이용자 패널’을 모집하여 논란을 스스로 정화하려고 하는 네이버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법 제도를 통한 강력한 규제보다는 미디어 관련 당사자들의 견제와 균형을 통한 자발적 정화 활동을 유도하는 방법으로 미디어의 신뢰성을 향상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디어 법 제도를 마련함에 있어 방송사업자, 인터넷 언론 및 시청자·이용자 등을 규제 대상으로만 바라보고 강력한 규제를 담은 법안이 다양하게 발의되고 있다. 하지만 미디어의 신뢰성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미디어 관련 당사자들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보장하고, 기득권 세력이 미디어를 부당한 목적으로 이용하지 못하는 미디어 법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국민에게서 특정한 활동을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은 국회의원, 행정부 공무원 등은 주권자인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거나 침해할 우려가 있는 법안을 발의해야 한다. 그리고 정책을 수립·집행하는 경우, 충분한 검토와 향후 국민들에게 미칠 영향력 및 국민 기본권의 본질적인 내용 침해 여부를 면밀히 파악하여 신중하게 접근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특히 주권자인 국민은 법안 발의자나 정책 수립·집행자 등을 끊임없이 감시하고 비판하는 역할을 소홀히 하여서는 안 될 것이다.

 

최 종 선 / 한양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 법무학과 겸임교수

작성자: khug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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