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7호 인문학술: 대한민국 헌법의 현재와 미래] 대한민국 헌법, 쿠오바디스(Quo Vadis)?

헌법은 대한민국의 기본 원리를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일련의 사건들을 거치면서, 국민은 헌법이 담고 있는 기본 원리가 옳은 것인지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 더불어 국가적으로 개헌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져 개헌의 이유와 그 내용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30년 만에 이루어지는 개헌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 것일까? 본보에서는 개헌의 필요성을 짚어 보고, 바뀌는 헌법에 담겨야 할 핵심 가치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고자 한다.

 

Ⅰ. 헌법 개정의 딜레마

헌법은 한 나라의 국민이 자신들이 이루고 있는 공동체 안에서 따르는 것이 옳다고 믿는 삶의 형식에 합의한 것이다. 우선 자신들의 공동체가 하나의 정치적 단위로 존속 가능하게해줄 토대가 되는 근본 가치들부터 합의한다. 다음에 그러한 가치에 맞게 공동체를 국가로 조직하는데, 국가를 운영할 기관들의 구성방식, 각 기관의 기능 및 그들 상호 간의 관계를 설정한다. 마지막으로, 이렇게 조직된 국가와 국민 자신들의 관계, 즉 국민 각자가 국가에 대하여 어떠한 권리를 주장하고 어떠한 의무를 질 지 규정한다.
이처럼 헌법은 근본 가치, 국가조직, 기본권과 기본의무에 대하여 원칙적으로 자유롭고 평등한 국민들이 합의한 일종의 ‘계약’이다. 따라서 헌법을 제정한다는 것은 공동체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자연 상태를 벗어나 정치적 공동체를 창설하는 사회계약을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국가가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국민 또한 삶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면 기초법인 동시에 최고법인 헌법이 자주 바뀌어서는 안 된다. 헌법을 ‘불마의 대전’ (일본) 또는 ‘시민종교’ (미국)라고 까지 부르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이를 헌법안정성의 요청 혹은 항구성의 요청이라고 부른다.
반면에, 헌법도 다른 법률들과 마찬가지로 시간이 흐르면서 현실에서 조금씩 어긋나는 현상이 생기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럴 경우 헌법을 해석하고 적용할 책무를 가진 사람들의 노력으로 효력을 당분간 유지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이 한계에 다다르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헌법은 마침내 개정됨으로써만 효력을 유지하는 운명에 처한다. 이를 헌법유동성의 요청이라고 부른다.
이와 같은 안정성의 요청과 유동성의 요청 사이에서 헌법은 규범력을 최대한 끌어올려야 한다. 헌법이 오랫동안 유지됨으로써 국민들 사이에 권위를 가지게 되어 규범력을 발휘하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적기에 개정됨으로써 규율대상에 효과적으로 영향을 미쳐 규범력을 더 잘 유지할 수 있기도 하다. 사실, 안정성의 요청과 유동성의 요청은 스펙트럼의 양극단에 놓여 있어서 그 중간 어느 지점에서 헌법 개정을 시도하는 것이 헌법의 규범력 유지에 최적인가는 단언할 수 없다.
헌법을 유지할 것인가 개정할 것인가, 즉 안정성의 요청과유동성의 요청 가운데 무엇을 따를 것인가는 그 헌법 아래에 사는 국민들이 결단할 몫이다. 민주주의국가에서 국민이 주권을 갖고 있고, 따라서 헌법을 제정하고 개정할 권력도 국민에게 있기 때문이다. 2018년 봄, 대한민국에서는 개헌이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 외견상 국회든 대통령이든 국민을 대표하는 기관에 의하여 개헌이 추동되는 것으로 보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어느 개헌안이든 국민의 지지 없이는 성사될 수 없다. 지난 헌정사에서 수도 없이 겪었던 대로 힘을 가진 자에게 또는 우연과 운명에(accident and force) 우리들과 자손의 미래를 맡기지 않고자 한다면, 알렉산더 해밀턴(Alexander Hamilton)의 말처럼 국민들은 성찰하고 선택하는(reflection and choice) 수고를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 지난 3월 21일, 조국 민정수석이 기본권·국민주권 강화와 관련된 헌법개정안을 발표했다.                                                ⓒ 대한민국 청와대

Ⅱ. 현행 헌법의 개정 필요성

현행 헌법은 큰 시각으로 보면, 1961년 5·16군사쿠데타 이후 장기간 군사독재에 신음해오다 1987년 6월항쟁으로 주도권을 획득한 국민이 당시의 군부세력과 정치세력들을 강력히 압박하여 쟁취해 낸 민주화헌법이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전히 정권을 장악하고 있어 충분한 자원을 동원할 수 있었던 군부세력과 국민의 여망을 저버리고 분열한 민주정치세력이 자신들의 이해득실에 따른 밀실 협상을 통하여 만들어낸 불완전한 헌법이다.
그로 인하여 현행 헌법은 6월항쟁의 주역이었던 시민들의 의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였을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태생적인 결함을 안은 채로 출범할 수밖에 없었다. 다시 말하면,처음부터 개정이 필요한 상태로 태어난 헌법이었다.
그럼에도 지난 30년 동안 이 헌법에 따라 평화적 정권교체가 이뤄져 무려 7명의 대통령이 나왔으며, 2명의 대통령이 국회에서 탄핵소추 되고 그중 1명은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청구가 인용되어 파면되기에 이르렀다. 헌법이 권력을 통제하여 국민 개개인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것이라면, 현행 헌법은 우리 헌정사상 가장 성공한 헌법임이 틀림없다.
그런데도 현행 헌법에 대한 개정 요구는 정권이 바뀌는 5년마다 꾸준히 반복되어 왔다. 주된 이유는 1987년 헌법 개정 시 협상테이블에 앉았던 정치인들이, 이미 대선 후보자로 예정되어 있었던 정치 보스들의 눈치를 보느라, 그때까지 계속되어온‘대통령에게로의 권력집중을 제도화한 조항들’을 방임했던 데 있다.
소위‘제왕적 대통령제’현상이 초래될 가능성은 현행 헌법에 처음부터 내재하여 있었다. 작년 대통령 탄핵을 초래한 권력의 사유화와 측근들에 의한 국정농단은 이 현상이 적나라하게 수면 위로 올라온 것뿐이다. 이제 나라를 나라답게 만들려면, 아예 정부 형태를 바꿔서 누구도 프리마돈나가 되지못하도록 하거나, 그것이 너무 큰 모험이어서 주저된다면 적어도 대통령제 정부 형태의 핵심적 구성요소인 권력분립원칙을 충실하게 구현하는 방향으로 현행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 이것이 현행 헌법의 개정이 필요한 첫 번째이고 가장 중요한 이유이다.
두 번째로, 과거 정통성이 없는 정권에서 헌법을 만들면서 자의적으로 집어넣은 독소조항들이 여전히 현행 헌법에 남아있다. 대표적인 것 두 개만 지적하기로 한다. 우선, 국가배상청구권을 군인 등이 행사할 수 없도록 봉쇄함으로써 그들의 평등권을 침해하는 조항이 아직도 있다. 이 조항은 과거 대법원에서 위헌 결정한 법률조항을 제7차 개정(1972년) 시에 끼워 넣은 것이다. 최고법원에서 이미 위헌이라고 판단한 내용을 헌법에 삽입하여, 위헌시비를 막을 생각을 한 독재자와 그 측근들의 대담함이 놀라울 뿐이다.
또 하나의 독소조항으로, 수사에 필요한 각종 영장의 청구를 오로지 검사에게만 가능하도록 독점시키고 있는 조항을 들 수 있다. 형사사법의 선진국치고 이러한 조항을 헌법에 명시한 사례는 없다(OECD 국가 중 유일하게 멕시코헌법에서 유사한 조항을 발견할 수 있지만 멕시코의 낙후한 형사사법을 우리의 모델로 거론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영장제도의 헌법적 보장은 일반적·포괄적 영장을 금지하고 영장발부주체를 법관으로 하는 것이 취지이기 때문이다.
정권이 검찰과 유착하여 검찰공화국의 폐단이 극심하게 된 것이 이 조항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이 조항 은5·16군사쿠데타 세력이 만든 헌법에 처음 도입되었으며, 헌법에서 삭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끊임없었다.
세 번째로, 현행 헌법을 만들 당시 고도로 중앙집권화 된 제왕적 대통령제를 운용하고 있었고 지방자치를 전혀 실시하지 않았으므로, 지방자치 관련 조항에 손을 대지 않고 방치하였다. 현행 헌법이 시행된 후에야 지방자치를 실시하기 시작하여 20여 년 동안 괄목할 만한 성장이 있었다. 그런데 헌법에 지방자치를 보장하는 조항이 부실하기 짝이 없어, 헌법만 보면 지방자치를 시행하는 국가라 칭하기에도 부끄러울 지경이었다. 그동안 프랑스와 같은 단일국가에서도 지방분권 국가를 지향한다고 헌법에 명시했다. 지방자치의 강화나 연방제가 세계적인 흐름이 된 것을 고려하면, 그동안 성장해온 우리의 지방자치 이상을 보장하는 개헌이 필요하다.
네 번째로, 현행 헌법이 시행된 날이 1988년 2월 25일이니 이제 30년이 넘었다. 그동안 인터넷을 비롯한 정보기술과 생명공학, 인공지능의 발전에서 보듯이 인간들의 삶의 조건이 단지 드라마틱한 수준을 넘어 가히 혁명적이라고 부를 정도로 변화했고 또 변화하는 중이다. 추상적인 문언(文言)으로 이러한 변화를 어느 정도 따라잡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과거 이러한 변화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시대의 문언을 가지고는 한계가 명백할 수밖에 없다. 현행 헌법의 기본권 편을 보면 기본권의 종류에 있어서나 규정의 밀도에 있어서나 시대에 한참 뒤떨어져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새로운 기본권도 도입할 겸, 체계적인 정비도 할 겸, 개정이 필요하다.
다섯 번째로, 헌법재판소가 현행 헌법에 도입되어 1988년 9월 설립되었을 때만 해도 역할을 얼마나 할지 큰 기대를 품은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지난 30년 동안 헌법재판소는 스스로 믿기 어려울 만큼 장족의 발전을 거듭해왔으며, 자신의 모태인 현행 헌법을 ‘살아있는 헌법(living constitution)’으로 만드는 데 크게 기여하였다. 헌법재판소의 판례를 통하여 현행 헌법에 명시되지 아니한 기본권들이 인정되는 등 개헌에서 고려해야 할 사항이 다수 발견되었다. 나아가 현행 헌법에 따라서 꽃피운 학문의 자유와 언론출판의 자유를 누려온 헌법 학설의 성과도 개헌 시 반영될 기회가 주어지길 기다리고 있다.

 

Ⅲ. 지금 개헌이 논의되는 이유

헌법은 국가공동체의 기본 장전이라는 지위 때문에 원칙적으로 오래 지속할 것이 기대된다. 반면에 과거 세대의 결단이다음 세대를 구속해서는 안 된다는 이유로 거의 20년마다 헌법이 바뀌어야 한다는 토머스 제퍼슨(Thomas Jefferson)의주장이 나오기도 했고, 실제로 비교헌법학자들이 지난 200여 년간 명멸했던 전 세계 헌법들의 평균수명을 재어보니 20년에 근접하기도 했다. 그렇게 보면 30년이 지난 현행 헌법에 대하여 개정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 이상할 것은 없다.
그러나 현행 헌법에 대하여 개정 그것도 전면적인 개정을 지금의 시점에서 본격적으로 논의하게 된 것은 헌법 시행 후상당한 시간이 지났다는 단순한 사정 때문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2016년 10월부터 시작하여 2017년 봄까지 전국을 뒤덮었던 촛불집회는 결국 현직 대통령을 파면하게 하였고 새로운 정부를 선출하여 구성하는데 이르러 오늘날‘촛불시민혁명’ 이라는 명예로운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촛불집회는 대통령 개인의 무능과 부패만이 아니라 권력사유화와 국정농단을 가능하게 한 헌정체제에 대한 불신과 분노에서 비롯된 것이다. “나라를 나라답게”만들자는 국민적인 여망이 광범하게 형성되었고, 개헌에 대한 국민의 지지가 그 어느 때보다 높게 나타났다. 마침 올해 6월 13일 지방선거가 실시될 예정이었기 때문에 작년 앞당겨진 대선에 나선 모든 후보자가 국민의 지지를 확보하기 위하여 개헌 국민투표를 지방선거와 동시에 시행하겠다고 이구동성으로 공약하였다.
그러나 대선 후 새 정부가 구성된 지 1년이 다 되어가고 지방선거가 두 달 앞으로 다가온 지금까지 국회에서의 개헌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태에 머물러 있다. 그러자 자신이라도 공약을 지키겠다면서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하겠다고 나섰다. 이에 야당에서는 국회의석구도 상 개헌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을 것을 뻔히 아는 여당이 지방선거 승리를 위하여 개헌논의를 이용한다고 맹비난하고 있다.

 

Ⅳ. 개헌의 바람직한 방향

 

1. 개헌절차

헌법개정논의를 세계적인 차원에서 살펴보면 과거에는 ‘무엇을 무엇으로’바꿀 것인가 하는 내용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그에 못지않게‘누가 어떻게’개헌을 할 것인가 라는 절차 쪽으로 중점이 이동하고 있다. ‘국민참여형 개헌’이 세계적인 화두가 되고 있다. 특히 1996년 남아공헌법의 제정과정에서 광범한‘시민참여프로그램’이 실시되었고, 2009∼ 2012년 진행된 아이슬란드의 헌법개정작업은 세계 최초로 크라우드소싱(Crowdsourcing) 방식을 사용하여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2012∼2014년 가톨릭국가 아일랜드는 무작위로 뽑은 66명의 시민으로 헌법회의를 구성, 광범한 시민참여 속에서 국민투표를 거쳐 2015년 동성혼을 헌법에 도입하였다. 2016년 인구 천만에 육박하는 멕시코시티도 헌법을 제정하는 과정에 크라우드소싱 방식을 활용하여, 비교적 규모가 큰 정치적 단위에서도 시민참여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우리나라에서도 3월 13일 대통령에게 제출된 정부개헌안 마련과정에서 국민참여형 개헌을 실험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정책기획위원회 산하에 구성된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가 인터넷, SNS, 이메일, 우편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고, 권역별(수도·강원권, 충청권, 호남·제주권, 영남권)로 숙의토론회와 청소년·청년 숙의 토론회를 개최하고 2,000명을 대상으로 심층여론조사를 실시했다.
그러나 국민의 직접 참여가 3월 1일부터 시작하였으니 3월13일 자문안 제출까지 겨우 열흘 남짓한 기간 이루어졌을 뿐이다. 시간적으로나 규모에 있어서나 너무나 미흡하여 과연 국민참여형 개헌으로 부를 수 있는지, 그저 흉내 내기에 그친 것은 아닌지 아쉬움이 크다. 촛불시민혁명으로 헌법개정논의의 무대가 열렸기 때문에 국민의 헌법적 계몽을 위한 절호의 기회였는데 참으로 아쉽다. 향후 개헌논의가 어떻게 될지 기다려봐야겠지만, 가능한 한 충분한 기간을 확보하여 광범한 국민 참여를 통하여 국민헌법으로서의 진정한 정당성을 확보할 기회가 있기를 바랄 뿐이다.

2. 개헌내용

이번 개헌논의의 내용을 살펴보면 비교적 쟁점 카테고리가 분명하게 형성되어 있다. 첫째,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력을 분산시키고 권력남용을 견제하도록 국회 권한을 강화하는 것이다. 대통령에게 3권을 초월하는 위상을 부여해 온 국가원수조항, 과도한 대통령 책무조항과 이와 관련된 대통령 선서 문구를 삭제해야 한다. 또한,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장, 대법원장 등 다른 헌법기관을 구성할 권한을 축소하여야 한다. 사법권의지나친 관료화를 막기 위하여 사법부의 인사를 할 별도의 기구를 신설하는 것도 논의되고 있다.
둘째, 국민주권을 실질화하기 위해 직접민주주의를 실현할 수단을 도입하는 것이다. 특히 국민의 신임을 잃은 국민대표를 임기 중 소환하는 국민소환제도, 헌법개정안과 법률안을국민이 스스로 발의하는 국민발안제도의 도입을 이번 개헌의 마지노선처럼 시민단체들이 요구하고 있다.
셋째, 기본권을 강화하여 국민의 삶을 보다 안전하고 행복하게 바꾸는 것이다. 우리 헌법의 중대한 흠결이었던 생명권조항, 세월호 사건 이후 국민의 최대관심 사항이 된 ‘안전권’을 도입하고, 종래 성별·종교·사회적 신분을 열거하는데 그쳤던 차별금지사유를 장애·인종·국적·성적 지향성 등으로 확대하고, 역사적·사회적으로 차별받아온 소수자를 위한 적극적 평등실현조치의 헌법적 근거를 마련하자는 논의가 활발하다. 종교나 양심을 이유로 한 병역거부자에 대하여 대체복무제를 도입할 헌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도 논의되고 있다.
넷째, 우리 헌법상 가장 낙후된 조항인 지방자치관련 조항들을 대폭 확대 개편하여, 지나치게 중앙집권적인 국가로부터 지방분권국가를 지향하도록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 더불어 자치입법권, 자치재정권, 자치조직권이 제대로 행사될 수 있도록 헌법적으로 보장하여야 한다.
다섯째, 헌법 전문에 담겨야 할 내용인데, 그동안 굴곡이 많았던 헌정사 때문에 한국 헌법은 자신의 정체성조차 똑바로 천명하지 못하는 신세였던 것을 이번에 광정(匡正) 하여야한다. 본래 헌법 전문에는 일정한 정체성을 갖는‘그 헌법’이제·개정에 이르게 된 역사적 경위와‘그 헌법’의 기본원리를 담는 것이다. 따라서 2019년 민주공화국 수립 100년을 목전에 둔 대한민국 헌법에는 국민주권과 민주주의, 인권을 위한 우리 국민의 위대한 투쟁의 역사, 즉 3·1혁명, 4·19혁명, 5·18민주화운동, 6·10민주항쟁, 촛불시민혁명 등이‘그 헌법’ 의 전문에 수록되는 것이 당연한 일로 여겨진다.

Ⅴ. 개헌의 전망

개헌이 실제로 성사될 수 있을까? 국회 내 의석분포만 보면 국회의결이라는 허들을 넘기가 난망인 것으로 보인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개헌저지선(98석)이 넘는 의석을 확보하고 있는데 현재 개헌논의 자체를 회피하고 있다. 정부개헌발의에 대하여 부정적인 생각을 하는 정당들의 의석을 합치면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가 되므로 아예 개헌안을 국회표결에 붙이지 못할 수도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국회에서 부결되든, 국회에서의 표결 자체가 무산되든, 나쁘지 않다는 정치적 계산을 할 법도 하다. 자신들은 대선공약을 지킨 것이 되고, 반대한 야당들은 약속을 저버린 것이 된다. 또한, 개헌무산의 책임을 야당들에 돌림으로써 개헌안에 포함된 내용에 우호적인 국민들의 반발심을 일으켜 지방선거에서 반사이익을 챙길 수 있다. 특히 정부개헌안은 지방자치를 괄목할 만한수준으로 강화하는 규정을 두었으므로, 지방선거에서 야당의 책임을 추궁하기에 좋은 재료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정치는 생물’이다. 정부개헌안이 국회에 제출된 후 국회에서 원내 각 정파 간에 협상이 어떻게 진행될지 예단할 수 없다. 만약 여야 간에 종래 평행선을 긋고 있는 정부형태논의와 관련하여, 적어도 총리 국회추천제를 넘는 수준의, 대타협이 이루어질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있을까. 청와대는 대통령제만큼은 협상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가능한 것도 불가능한 것도 없어 보이는’정치인들의 거래가 어디로 튈지 가늠하기 어렵다.
만약 정부형태와 관련하여 대타협이 이루어진다면 여당 개헌안이 될 것으로 보이는 정부개헌안과 야당들 각각의 개헌안이나 개헌의견들이 협상테이블 위에서 논의를 거쳐 발췌·혼합된 개헌안이 국회에 의하여 발의될 것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국회가 일사천리로 표결할 것이고, 국민투표에서도 국민들이 굳이 반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모두에게 해피엔딩이 될 것이고, 특히 대통령의 정치적 승리로 기록될 것이다.
물론 그러한 타협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다고 보는 것이 이성적일 것이다. 그러나 알렉시 드 토크빌(Alexis de Tocqueville)의 “혁명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소설과 마찬가지로, 결말이다”라는 말처럼 혁명이 헌법으로 결실을 보는 것이라면, 아무리 어렵다 하더라도 현재진행형인 촛불시민혁명은 결국 개헌으로 나아가게 될 것이다. 따라서 대통령이 내놓은 개헌안이 이번에 통과되지 못하더라도 향후 논의의 기초 안으로서 작용할 것이고,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는 최소한 생산적 논의를 위한 토대를 제공하는 긍정적 역할을 하였다는 역사적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김선택 /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작성자: khug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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